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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시인 송미정의 네 번째 시집 『소소한 일』. 시인은 소소하면서 정다움이 가득한 가운데 꽃들이 웃는 삶의 텃밭, 새들이 날아오르는 신비한 비상의 침묵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세밀한 정서와 빛깔있는 언어로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리움으로 일상을 비춘다.

봄으로 왔다가 바람의 발자국을 남기는 꽃의 노래, 송미정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소소한 일」의 의미를 한 가닥으로 잡는다면, 시인의 아름다운 시선이 끌어올린 들꽃의 향기라 할 것이다. 소소하면서 정다움이 가득한 가운데 꽃들이 웃는 삶의 텃밭, 새들이 날아오르는 신비한 비상의 침묵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송시인의 언어가 보여주는 세밀한 정서의 빛깔은 시인의 영혼 속에서 발아하는 감성의 올에 윤기를 더하는 것이다. 시인의 감성을 아낌없이 농축시키며 전형적인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송미정 시인의 오늘의 시는 그만큼 가치를 갖는다. 더하여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리움이 젖은 그늘을 밝히는 등대, 한 줄기 빛'으로 이 시집의 길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아 향기롭다.
- 지연희(시인, 수필가)

작가의 말

01 한 소절의 기억
풀잎 편지
조용한 산책
파도의 말
한 소절의 기억
천리향으로 오는 바람
젖지 않는 울음
행복한 상상
환한 통증
참 행복하겠다
죽은 돌배나무를 생각하며
환해지는 생각
휴식
저녁, 그 쓸쓸한
잠들지 못한 새
저 울음에 기댄 것은
오래된 기억

02 소소한 일
봄비
봄길
봄이 다하도록
살구꽃 피면
살구꽃은 지고
소소한 일
소소한 즐거움
서귀포
반달
밤을 읽다
바라보는 풍경은 따뜻하다
빈집의 쓸쓸함에 기대
새벽의 소리
불미지의 오후
바닷가 우체통

03 꽃에게 묻다
꽃잎 지는 날
기다림을 위하여
꽃씨를 거두며
꽃잎 같은 답장을 보내올까
꽃에게 묻다
꽃씨를 뿌리며
목련화
덩굴손
민들레 영토에서
만추
바다
달이 있어 괜찮다
길
다음 봄날에도
등꽃

04 감잎에 비
그 오월의 수수꽃다리는 되지 못해도
그리고 세월은 흘렀으나
강물에 띄운 엽서
개살구
감잎에 비
강 건너 마을
고립된 하루
겨울나무에게 1
겨울나무에게 2
겨울에 길을 잃다
그대 기다리던 날처럼
그리움에 부쳐
가을입니다
겨울 숲
홀로 핀 그 꽃은

05 열사흘 달
이슬
싸리꽃
쓸쓸한 사랑 노래
쑥부쟁이
운장산 일기
안개 그 아득한 속에서
열사흘 달
자작나무 숲을 기억하며
시월에
시월은 비에 젖고
시월의 낙엽을 위하여
잊혀지는 사람에게
솔베이지의 노래는 흐르고
용현 자연휴양림에서
12월

작품 해설 : 지연희, 「봄으로 왔다가 바람의 발자국을 남기는 꽃의 노래」

살며시 발소리를 누르며
마을 고샅길을 걸어가는데
소리도 없이 낯선 강아지가 뒤를 따른다
돌아보면 멈추 서고
돌아보면 멈춰 서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처럼
우린 느긋이 그렇게 걷는다
저도 산다는 것이 조금 쓸쓸한 일인 듯
장난기 없는 심심한 걸음으로
내 속도를 넘지 않는다
동행이 있다는 것은
밤바다 등대만큼 따뜻한 일
다시 돌아보니
그는 어느새 내게 뒤를 보이고 있다
집이 멀어진 때문일까
침묵하는 지루한 놀이에
흥미를 잃은 것일까
뒤돌아서 새삼 바라보니
나도 너무 멀리 와 있었다

- 「소소한 일」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