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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양장]

원제 : NIEDERU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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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 그 놀라운 데뷔작!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 그 놀라운 데뷔작!
    루마니아 출간 당시 검열된 부분을 완벽하게 복원해낸 무삭제 원본


    [저지대]는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의 데뷔작으로, 작가 자신이 나고 자란 루마니아 바나트의 시골 정경을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담아낸 소설집이다. 1982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크리테리온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출간되어 헤르타 뮐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총 열아홉 편이 실린 원래의 온전한 모습으로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삼십여 년의 지난한 세월을 겪어야 했다.

    먼저 사회주의 치하의 루마니아 출판사에서 출간되기까지 무려 사 년을 기다려야 했으며, 당국의 엄격한 검열을 거쳐 네 편([그 당시 5월에는] [의견] [잉게] [불치만 씨])이 삭제되고, 나머지 열다섯 편도 대폭적인 삭제와 수정을 거친 후에야 출간될 수 있었다. 1984년 독일 로트부흐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을 때,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창적인 목소리, 기이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작품에 문단은 전율하고 열광했고 정치계의 이목까지 끌었으나 여전히 원래의 모습은 되찾지 못한 채였고, 루마니아 당국은 금서 조치를 내렸다.

    한국어판 [저지대]는 헤르타 뮐러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일 한저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을 번역의 저본으로 삼았다. 이 판본은 검열로 삭제되었던 네 편의 이야기를 수록한 것은 물론, 전체적으로 작가의 검토와 수정을 거친 것이다. ‘손수건 있니?’라는 소박한 물음으로 시작해 독재치하에서 품위를 빼앗긴 모든 이들을 위한 문장을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언어관을 전하며 묵직한 감동까지 안겨주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전문도 수록했다.

    출판사 서평

    잔인하리만큼 솔직하고, 지독히 슬픈! 헤르타 뮐러가 창조해낸 비범한 목소리. - 컨템퍼러리 픽션

    외지고 황량한 삶의 저지대에서 보낸
    목소리 없는 유년 시절의 기록


    헤르타 뮐러는 루마니아 바나트 지방의 독일 소수민이 모여 사는 슈바벤 마을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는 가정에서 자랐다. 나치가 몰락하고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는 바깥세상과는 고립된 고향 마을은 뮐러에게 “모든 것이 고여 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표제작 [저지대]는 삼백여 년 전부터 그곳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고향 니츠키도르프의 농부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공포와 불안이 숨쉬는 공기까지 배어 있는 이곳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지대]는 어린 소녀를 일인칭 화자로 내세워 시골 마을의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답답하고 경직된 일상을 묘사한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거짓과 무관심, 음주나 폭력, 가난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내려온 관습과 역할을 그대로 답습하며 살아간다. 마을 남자들은 들판으로 나가 침묵 속에서 일하고는 웃음소리도 노랫소리도 없는 술집에서 고된 일에 지친 몸을 쉬며, 여자들은 한 두루마리의 옷감을 들여 슈바벤 치마를 지어 입고, 머릿속으로는 늘 도망갈 궁리를 하면서도 집안일에 매달린다. 화주를 빚거나 송아지를 도살하는 등의 금지된 일이 버젓이 자행되기도 한다. 늘 두려움에 시달리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자긍심이나 품위를 내던진 삶은 거칠고, 또 그만큼 공허하기 짝이 없다.
    소녀의 가족도 이처럼 무겁고 불행한 공기에 짓눌려 있다. 술에 절어 지내며 툭하면 아내와 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아버지, 갖가지 종류의 빗자루를 마련해두고 강박적으로 집 안을 쓸고 닦으며 고달픈 삶에 못 이겨 딸의 뺨에 손자국을 남기는 어머니, 주머니에 못을 한가득 넣어다니며 늘 망치를 두드려대는 할아버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리를 도살하는 할머니…… 침묵 속에 각자 먹는 데만 열중하며, 식탁에서는 말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물을 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저녁식사 풍경은 메마른 가족관계와 소녀의 “목소리 없는 유년 시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녀는 거칠고 차가운 가족에게서 벗어나고만 싶다. 어째서 이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고 이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야 하는지, 어째서 여기서 벗어나 다른 마을로, 낯선 이들에게로 도망치지 않는지 자문해보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소녀는 들판이나 강가, 그리고 꿈의 세계로 도피하는 수밖에 없다. 헤르타 뮐러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이 꿈의 세계,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유년 시절의 기억을 우리 앞에 그려 보인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영원한 이방의 운명,
    문학으로 승화시키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언제나 타자인 것 같다.
    한번 그곳에 소속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 노벨 재단 인터뷰

    [저지대]에서는 나중에 발표된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마음짐승]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등의 작품들과는 달리 독재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성찰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타국 루마니아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바나트 슈바벤 사람들의 삶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히 묘사할 뿐이다. 그럼에도 기계공장의 번역사였다가 당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작가의 실제 경험을 엿볼 수 있는 [잉게]를 비롯해 검열로 삭제되었던 [불치만 씨] [의견] 등과 그들만의 관습과 규칙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마을 연대기]에서는 예리한 현실인식과 풍자적인 사회비판, 정치적인 거센 저항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지대]에서는 “독일 개구리”로 표현되는 독일적 오만함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한다. “모두들 이곳으로 멀리 떠나오면서 개구리를 한 마리씩 가져왔다. 그들은 이 땅에 존재하게 된 후로 자기들이 독일인이라고 자랑하면서 자기들의 개구리에 대해서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들이 말하길 거부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처럼 뮐러는 독일 고유의 것과는 다른 방식을 절대 용인하지 않고 다른 것을 ‘마녀’로 규정짓고 외면하는 바나트 슈바벤 독일인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고향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오래전부터 허용될 수 있었던 것은 향토문학, 애국시가 전부였으며, 출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작품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헤르타 뮐러는 “자기 둥지를 더럽히는”, “수프에 침을 뱉은” 작가로 낙인찍히며, 말 그대로 사회에서 축출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뮐러를 향해 침을 뱉었으며, 뮐러의 가족조차 마을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저지대] 출간 이후 뮐러는 보수적인 독일 소수민 사회에서도, 루마니아 사회에서도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다. 뮐러는 독일 소수민 사회가 원하는 작품을 쓸 수도, 루마니아 독재정권에 협조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마니아에서 독일인이었던 것처럼, 1987년 독일로 망명한 이후, 독일에서는 늘 루마니아인이었다. 타협을 모르는, 불굴의 비판의지를 가진 헤르타 뮐러의 문학적 정체성이 독일인과 루마니아인, 독일어와 루마니아어 사이에서 동요하는 듯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헤르타 뮐러는 모국어가 다른 언어와 만나는 것은 그로 인해 사물이 머물 정거장이 한곳에서 여러 곳으로 늘어나는 긍정적인 일이라 말하며, 자신의 영원한 이방의 운명을 작가적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모국어에서 ‘소외’의 표현을 찾아내는 뮐러는 프라하에서 독일어로 글을 쓴 카프카에 비견되기도 한다.

    불안의 알파벳, 헤르타 뮐러 문학,
    그 찬란한 시작을 만나다!


    “나는 죽음의 공포에 삶의 욕구로 반응했습니다.
    삶의 욕구는 낱말의 욕구였습니다.
    오직 낱말의 소용돌이만이 내 상태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낱말의 소용돌이는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해냈습니다.”
    -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헤르타 뮐러 문학의 특징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언어이다. 그 언어는 독재정권하의 공포에서 삶을 지탱해준 힘의 원천이자,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1987년 독일로 망명하기 전까지 수년간 비밀정보요원의 감시에 시달리며 가택수색을 당하거나 심문을 받아야 했던 불안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출구였다. 따라서 뮐러의 언어에는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도 강렬한 삶의 욕구가 뿜어져나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뮐러의 언어는 장르의 경계 또한 무너뜨린다.
    이 책의 단편 단편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다. 뚜렷한 플롯도 없고 주제를 향해 돌진하는 법도 없이, 다만 묘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시적인 힘은 모든 사물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데서 나온다. 헤르타 뮐러는 세밀한 관찰과 시적인 언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 결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이는 단어들이 갑자기 환상을 향해 문을 열고 독자들을 다채로운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교묘하게 어우러지는 음울한 내용과 투명한 시적 언어는 작품 전체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모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유년 시절. 1950년대에 태어나 독재치하의 루마니아에서 독일인 소수민으로 자란 헤르타 뮐러의 유년 시절은 더욱 특별했다. 이차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뮐러의 아버지 또한 나치 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으며 어머니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수용소로 끌려가 오 년간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소용돌이치는 역사와 비극적인 가족사는 유년 시절을 무겁게 짓눌렀고 뮐러는 그 강렬한 기억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전쟁터에서 다른 군인들과 함께 러시아 여자를 겁탈한 아버지의 이야기나 머리채를 잘라 불태우는 어머니의 이미지([조사])는 독자들에게 전율을 안긴다. 뮐러 문학의 힘은 이 전율에서 나온다. 그 찬란한 시작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헤르타 뮐러의 작품을 읽는 것은 독자들에게 크나큰 행운이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존탁스차이퉁)

    목차

    조사弔詞
    슈바벤 목욕
    우리 가족
    저지대
    썩은 배
    숨 막히는 탱고
    창문
    성냥갑을 든 남자
    마을 연대기
    독일 가르마와 독일 콧수염
    장거리 버스
    어머니, 아버지, 아이,
    그 당시 5월에는
    거리미화원
    의견
    잉게
    불치만 씨
    검은 공원
    일하는 날

    본문중에서

    어머니가 방들을 전부 깨끗이 치웠다.
    시신이 안치되어 있던 방에는 이제 기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도살대였다. 그 위에 흐트러진 하얀 꽃다발을 꽂아둔 꽃병과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 흰 접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살이 비치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었다. 어머니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 탐스럽게 땋아내린 은발을 그 커다란 칼로 잘랐다. 머리채를 양손에 받쳐들고 도살대로 갔다. 머리채 한쪽 끝을 접시에 올렸다.
    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검은 옷을 입을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가 머리채 한쪽 끝에 불을 붙였다. 머리채는 도살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닿았다. 머리채가 화승처럼 타들어갔다. 불길이 너울거리며 활활 타올랐다.
    (/ pp.13~14)

    어느새 밤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소리 없이 밤이 되는지 나는 결코 알지 못했다. 저녁마다 여름이 마을 한복판으로 가라앉았다. 사방이 뒤주 속처럼 칠흑같이 어두웠고 죽은 듯이 고요했다.
    (/ pp.68~69)

    한낮이었고,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왜 갑자기 죽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눈물을 철철 흘릴 것이다. 그리고 온 마을 사람들은 어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여름이 내게 무성한 풀밭의 진한 꽃향기 세계를 퍼부었다. 야생 아르메리아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나는 강을 따라 걸으며 팔에 물을 끼얹었다. 살갗에서 풀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나는 아름다운 늪지대였다.
    (/ p.114쪽)

    그 마을은 온종일 어스름했어요, 그는 말했다. 낮이 오지도 밤이 오지도 않아요. 날이 밝지도 땅거미가 내려앉지도 않는다니까요. 어스름이 사람들의 얼굴에 배어 있어요.
    그는 그 마을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누가 누군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잿빛이었다. 그는 그 얼굴들을 지나치며 인사말을 건넸지만 아무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는 끊임없이 벽이나 울타리에 부딪혔다. 때로는 길을 가로질러 지어진 집들을 지났다. 문들이 번번이 등뒤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닫혔다. 문들을 전부 지나자 다시 거리가 나왔다. 사람들이 뭐라고 말했지만, 그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 pp.190~191)

    저자소개

    헤르타 뮐러(Herta Mulle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3.08.17~
    출생지 루마니아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5,165권

    1953년 루마니아 니츠키도르프에서 태어나 독일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이차대전 당시 나치 무장친위대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왔고,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에서 오 년간 노역했다. 나치의 몰락과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를 침묵으로 지켜보았던 시골 마을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어린 뮐러에게 정체 모를 공포와 불안을 심어주었다. 이후 티미쇼아라의 한 대학에서 독일문학과 루마니아문학을 전공했고, 차우셰스쿠 독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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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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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나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였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고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역서로는 《깊이에의 강요》, 《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 《법》, 《기발한 자살 여행》, 《저지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에 있어서 비유의 기능>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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