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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여인을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

정조 11년, 황해도 평산.
시집온 지 석 달 된 새색시 박 여인이 시렁에 대롱대롱 목을 매단 채
죽어 있었어요. 박 여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옥신각신 말이 많았으나
두 차례의 검시 끝에 사건은 자살로 끝을 맺어요.
그런데 정조 임금은 이 고을에 암행어사를 다시 보내지요.
이 사건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요?

조선 시대 과학 수사, 검험 제도
조선 시대에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했을까? 오늘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시신을 부검하여 조사하는 것처럼, 조선 시대에는 사람이 죽은 까닭을 살피고 수사를 펼치는 ‘검험’ 제도가 있었다. 검험은 검시를 바탕으로 펼쳐졌는데, 검시는 시신을 살펴서 죽게 된 까닭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또 글과 그림을 모아 검시 결과를 밝혀 놓은 검시 보고서를 〈시장〉이라고 하는데, 한 부는 검시관이 또 한 부는 죽은 이의 식구가, 나머지 한 부는 조정에 보내 보관했다. ≪조선의 과학 수사로 밝힌 박 여인 살인 사건≫은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 암행어사와 그 아들의 이야기로, 조선 시대 관리들이 과학 수사를 어떻게 했는지 잘 알려 주는 내용을 담았다.

죄를 지으면 어떤 벌을 받았을까?
조선 시대 형벌 제도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벼운 죄를 지었을 때 주는 태형은 가느다란 회초리로 열 대부터 쉰 대까지 때릴 수 있었다. 그밖에 장이나 치도곤으로 예순 대부터 백 대까지 칠 수 있는 장형, 장을 친 뒤 광산이나 염전 같은 곳에 보내 사역 시키는 도형, 장을 친 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귀양을 보내는 유형, 목숨을 빼앗는 가장 무거운 형벌인 사형이 있었다.
수사의 한 방법으로 고문도 있었다. 조선 시대 관리들은 사건을 빨리 끝내려고 불법 고문을 저지르기도 했다. 여럿이서 한꺼번에 두들겨 패는 난장, 가죽 끈이나 나무막대기를 두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 비트는 주리, 거꾸로 매달아 놓고 잿물을 들이붓는 비공입탄수 같은 끔찍한 고문들이 있었다.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다, 암행어사
암행어사인 지호 아버지가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찾아 낸다는 이 이야기는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조선 정조 때 실학자 정약용이 쓴 ≪흠흠신서≫에 자세히 실려 있다. 정약용은 이 책에서 “이 사건은 처음에 자살이라 했다가 나중에 타살로 드러났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정조 임금은 박 여인의 오라비 박용해의 격쟁(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들이 꽹과리를 쳐서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제도)을 받아들여 이곤수를 암행어사로 보냈고, 이곤수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 사건을 뒤집었다고 한다. 이렇게 암행어사는 임금의 특명을 받아 백성의 어려움을 살펴서 풀어 주는 일을 맡아 하던 임시 벼슬이었다.

미라를 만나다
아버지는 암행어사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박 여인의 시댁을 찾다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다
억울한 죽음을 없애 주세요

조선 시대의 사법 기관

저녁 때 지호는 오늘도 늦을 거라는 아빠 전화를 받고 시무룩해진다. 저녁을 먹으려고 분식집으로 간 지호는 도시락을 싸 들고 아빠가 일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찾는다. 아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지호 앞에 있던 문이 열린다. 문 안에 들어서자 흰 천에 덮여 있던 미라가 아프다며 말을 한다. 지호가 눈물을 닦으라며 손수건을 건네자 미라가 천천히 손을 움직인다.

지호는 암행어사인 아버지를 따라 평산으로 가고 있다. 평산에서는 세 해 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된 그 사건을 다시 조사하려는 것이다. 죽은 박 여인의 오빠, 박용해가 청한 것이었다. 평산에 닿은 지호와 지호 아버지는 거지 차림을 하고 먼저 박 여인의 친정을 찾아간다. 박용해는 자신의 누이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이 틀림없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그날 밤, 아버지와 지호는 박 여인의 검안서(사람이 왜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를 낱낱이 밝힌 문서)를 자세히 살핀다. 그러다 지호는 두 번째 검안서에는 목을 맨 자국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다음 날, 지호와 아버지는 도살장의 백정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둘은 사람이 죽고 난 뒤 목을 매달면 그 자국은 얼마 못 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살이 아닌 살인 쪽에 초점을 두고 둘은 수사를 진행한다.
그 뒤 지호와 아버지는 박 여인의 시댁을 찾는다. 시대에서 일하는 몸종, 단이한테서 최 씨가 혼자 있을 때 화장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호 아버지는 최 씨를 의심한다.
한편 단이는 지호를 만나 박 여인이 죽던 날 집에 시어머니 최 씨와 또 한 사람, 바로 조광선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사실은 지호 아버지와 관찰사의 귀에 들어가고 곧바로 시어머니 최 씨와 조광선은 관찰사에게 잡혀온다. 조광선은 거짓말을 하다가 지호 아버지의 유도 심문에 걸려 들어 죄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자신이 박 여인을 죽였음을 고백한다.
사건은 제대로 풀리고 지호는 아버지와 평산을 떠날 준비를 한다. 단이는 지호한테 나중에 암행어사가 돼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해부실 문을 두드리던 아빠의 목소리에 지호는 정신이 번쩍 든다. 지호는 흰 천에 가려진 미라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미라 아줌마가 아프게 죽었을 것 같다면서 살살 다뤄 달라고 말한다. 또 억울한 죽음이 없게 아빠한테 애써 달라고 말하자 아빠는 지호를 대견스럽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