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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에 관한 담론 : 기복사상과 한국의 기층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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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최정호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 : 2010년 02월 10일
  • 쪽수 : 268
  • ISBN : 9788971993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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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석학인문강좌’ 시리즈 제8권. 이 책은 문학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격조, 심미안을 갖춘 ‘멋’을 아는 지성인, 철학 언론 현대사 문예 비평의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식과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는 최정호 교수가 참으로 오랫동안 천착을 거듭했던 ‘복’에 관한 연구의 결실물이다.

한국인은 넉넉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이나 덜 배운 사람을 가릴 것 없이 예나 지금이나 복을 빌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내 가까운 친지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복을 비는 것이다. 그 복의 내용이란 여러 다른 풀이와 다른 이름들이 주어지고 있으나 전통적으로 수[壽] 부[富] 귀[貴] 다남[多男]의 네 눈이 알맹이가 되고 있다. 한국인의 ‘알몸의 삶’에 기본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이러한 ‘복을 비는 마음’, 곧 ‘기복사상’은 한국인의 삶에 의해서, 그리고 한국인의 삶을 위해서 형성되는 한국 문화 전반에도 깊고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이러한 전통적인 기복사상을 한국 사회 문화의 맥락 속에서 분석해 보고, 이를 비교문화적 비판적 시각에서 성찰해 보고자 한다.

‘복’과 ‘행복’, 같은 개념인가?
젊은이들은 ‘행복’을 이야기하고, 나이 든 사람들은 ‘복’을 빈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이 든 사람에게 남우세스럽게 여겨지는 일이라면, 복을 비는 것은 젊은이들에겐 고리타분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복’은 도대체 무엇이며, ‘행복’의 개념은 또 어떤 것인가?
우리는 평소 복이란 말을 빈번히 쓰고 있으며, 또 자주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복과 관련된 수많은 상징[象徵] 속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의 현실이다. 복이란 말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언어생활 속에도 널리, 그리고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 식 주 생활에 있어 복의 갖가지 조형적인 상징은 ‘복’이라는 글자 및 복과 관련된 길상[吉祥] 문자와 함께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숱하게 널려 있으며, 복을 비는 마음은 한국인이 지은 여러 이름인 인명과 지명은 물론 가게 이름, 암자 이름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렇듯 한국 사람이라면 아무도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복’이나 ‘행복’의 문제에 대해 저자가 처음 눈을 뜬 것은 수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생활의 기반을 잃어버리고 추위와 굶주림의 위협 앞에 내던져진 위급한 상황, 곧 전쟁 체험 속에서라고 한다. 저자는 그때 삶의 알몸을 부끄러움 없이 드러내는 실존의 세계를 체험한 뒤 ‘삶의 가장 거짓 없는 본연의 모습, 본연의 욕구, 본연의 소망’은 모든 한국 사람에게 일관하고 있는 ‘복을 비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너무나도 가까이 널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일 뿐 지체의 높고 낮음, 돈의 많고 적음, 학문의 깊고 얕음을 가릴 것 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복을 빌면서 살아왔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조용할 때도 복을 비는 마음에선 변함이 없고, 옛날이나 오늘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복을 비는 마음이란 한국 사람의 삶을 그 밑바탕에서 움직이는 기본 동인[動因]이므로, 한국 문화의 한 본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복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한국인의 행동 동기는 물론 한국적인 것의 참모습을 이해할 수 없기에 저자는 오랜 세월 ‘복’에 관한 연구를 거듭했고, 이 책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복’이란 말은 요즈음 자주 쓰는 ‘행복’이란 말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복’이란 말은 근대화 이전의 전통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써 내려온 말인 데 비해, ‘행복’이란 말은 개화 이후에 등장한 근대어인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들을 뒤져 보면 ‘행’ ‘불행’이란 말은 쉽게 눈에 띄고, ‘유복’ ‘박복’이란 말의 쓰임새도 자주 보이지만, ‘행복’이란 말은 좀체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이란 말에는 어딘지 개화풍의, 신식의, 청춘 문화의, 아스팔트와 커피 향기의 냄새가 난다고 한다면, 그에 비해 ‘복’이란 말에서는 전통적인, 구식의, 할머니네들의, 안방의, 된장국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구분 짓기도 한다.

한국인이 바라는 복의 네 가지 표상
복은 학문적으로 그 이치를 따져 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소망이다. 그것은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복의 정의에 관한 학문적인 정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설이 나오면 복을 찾거나 빌러 나서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혹은 그런 것에 앞서 이미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의식 무의식중에 간직하고 있는 스스로의 표상에 따라 복을 비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에게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가장 보편적인 행복관, 곧 복의 표상이라는 것이 있다. 저자는 그것을 수[壽] 부[富] 귀[貴] 다남자[多男子]의 네 눈을 들어 이야기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되도록 오래 살았으면 하는 장수의 복, 되도록 많은 돈을 벌었으면 하는 치부의 복, 되도록 높은 벼슬을 했으면 하는 출세의 복, 되도록 많은 자식을 낳았으면 하는 후사[後嗣]의 복을 ‘복의 표상’으로 여겨 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적인 복[福]사상의 첫 번째 눈인 ‘수’[壽]는 그 개념 자체가 삶의 성취이자 큰 복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저자는 이 개념을 저승에 대한 이승의 우위, 죽음에 대한 목숨의 우위를 함의하는 현세 긍정, 생명 긍정의 사상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수’를 누리는 목숨이 무한이나 영생을 지향하지 않고 그 유한성을 철저하게 자각할 때 현세 긍정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을 죽음에서가 아니라 삶 속에서 찾고 삶 속에서 누려 보려는 것이 ‘수’ 사상이라고 한다.
복 개념이 내포하는 두 번째 눈인 ‘부’[富]는 가난에서 되도록 멀리 달아나려는 소극적인 동기에서 출발해 현실적으로 보다 많은 재물을 추구하려는 적극적인 동기로 점차 발전하는 개념이다. 가장 좋은 것은 빠짐없이 두루 망라한다는 망라주의와 최고주의를 특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듯 무선별한 재화의 추구가 빚어내는 한국적인 부의 망라주의와 나열주의 또는 ‘제일’과 ‘최고’만을 찾는 졸부의 속물근성은 옛날에만 있었던 지나간 얘기라고 하기는 어려운, 오늘 우리 시대의 풍속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복사상의 세 번째 눈인 ‘귀’[貴]의 개념을 두고 저자는 한국인의 행복관, 복에 관한 표상 가운데 으뜸이며, 특히 귀의 개념 속에 한국적인 특색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다고 표현한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 사람치고 자기 자신, 그보다도 자기 자식 또는 자손들을 위해 ‘귀’를 원치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귀’란 거기에 이르는 길이 비록 쉽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보편적이며 개방적인 가치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과거 한국적인 복사상에서 귀를 관작의 품계로만 이해해 온 것은 잘못으로, 여기에는 인격적인 차원에서의 사람됨, 마음가짐의 고귀함이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한 사람이나 한 사회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면, ‘귀’의 개념을 그 사람 또는 그 사회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물어보는 것이 첩경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 목숨의 ‘수’, 내 집의 ‘부’, 내 집안의 ‘귀’를 비는 복사상은 이제 ‘다남자’를 빎으로써 새로운 차원을 얻게 된다. 저자는 복사상의 네 번째 눈인 ‘다남’은 당대의 복에서 차대[次代]의 복으로, ‘지금’의 것에서 ‘다음’의 것으로 세대를 이어 가는 것이며, 남성을 선호하는 복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여성을 끌어들이고,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에 큰 비중을 두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덧붙여 지난날 한국인에게 득남의 소망, 다남주의는 하나의 ‘지상 명령’이었으므로, 그 같은 한국인의 삶의 소망, 행동의 동기를 배후에서 잡아 끈 강력한 힘이 복사상이라고도 한다.
이와 같이 복의 개념은 수, 부, 귀, 다남의 네 눈으로 갈라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복의 네 눈이 하나의 그물 속에서 서로 꼬리를 물고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수를 위해서는 부가, 부를 위해서는 귀가, 그리고 귀를 위해서는 다남이, 다시 다남을 위해서는 수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수, 부, 귀, 다남은 동심원[同心圓]의 둥근 수레바퀴를 돌고, 또 돌리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복사상이 한국의 사회 문화 형성에 미친 영향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불행을 추구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자명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행복으로 생각하느냐 하는 행복의 내용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지만, 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내용, 행복의 표상,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 등은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표상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그것을 전통적인 기복[祈福]사상의 변형된 표상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 가까운 친지들의 복을 빌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그 복의 내용에 관해서는 여러 다른 풀이, 다른 이름들이 주어져 있지만, 저자는 수[壽] 부[富] 귀[貴] 다남자[多男子], 즉 돈이 많고, 높은 벼슬을 하고, 자식을 많이 두고, 오래오래 사는 것을 복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같은 복을 비는 우리의 기복사상은 한국 문화의 기층을 이루고 있는 무속 신앙과 서로가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면서 유지되어 왔다고 말한다. 물론 근대화 이후 산업화된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농경 사회의 기복사상이 그대로 오늘의 한국인이 추구하는 복의 표상과 일치할 수는 없지만, 장수를 하고 치부를 하고 출세를 하는 수, 부, 귀의 복은 현대를 사는 한국인에게도 꾸준히 기복사상의 구체적인 목표 가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를 추구하는 복사상이 전제하고 있는 생명지상주의 현세긍정주의, 부를 추구하는 복사상이 함축하고 있는 물질주의 금전지상주의, 귀를 추구하는 복사상에 내재된 출세주의 관존민비사상, 다남을 기원하는 복사상이 지니고 있는 가문주의 남존여비사상 등은 다 같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의 특징을 이루며, 한국인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바탕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기복사상은 한국의 전통 사회가 몰락함으로써 함께 와해해 버린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밑바탕에 들어가 하나의 ‘문화 전통’이 됨으로써 근대화된, 또는 탈근대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도 뿌리 깊게 살아남아 변형된 모습으로 우리들의 삶과 문화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에게

1장 담론에 들어가기 전의 잡론[雜論]
1. 무의 체험: 없는 것을 본다
2. 무덤을 찾아다니며
3. 책, 인쇄, 출판문화
2장 복[福]이란 무엇인가
1. 복이란 말의 쓰임새
2. 복과 행복
3. 복의 한국적 표상과 네 눈
3장 수[壽]사상의 현세긍정주의
1. “세상 곧 자연”의 무역사성
2. 고대 그리스인의 사생관
3. 일본 무사[武士]의 아르스 모리엔디
4. ‘무정세월’과 하여가[何如歌]
4장 부[富]사상의 망라주의
1. 나라도 구제 못했던 가난
2. 물질적 무선별의 망라주의
3. 정신적 무선별의 망라주의
5장 다남[多男]의 소망과 여성의 소임
1. 생산성 위주의 여성관
2. 칠거지악과 기자[祈子] 풍습
3. 사속 관념, 가문의식, 족보제도
6장 귀[貴]의 사상: 벼슬과 치부의 일원 구조
1. 모든 것에 내재하는 보편적 가치
2. 관작, 벼슬로만 이해된 한국의 ‘귀’
3. ‘귀’한 사람의 세 범주
4. 과거[科擧]의 폐, 붕당의 화
7장 귀[貴]의 사상: 한국적 기치관의 기틀
1. 내면적 ‘귀’와 외면적 ‘귀’
2. 가치란 보기 위한 ‘관점’
3. 권세 지향, 관존민비, 출세주의
4. 공[公]의 세계 없는 기복사상
8장 복은 어떻게 누리게 되나
1. 화복천정과 복인복과
2. 복사상의 권선징악 기능[?]
9장 근대화와 기복사상
1. 모든 신앙의 기복 종교화
2. 유교적 속박서 풀려난 기복사상
3. 급증한 자살률, 급감한 출산율
10장 복[福]의 비판적 성찰
1. 수·부·귀·다남의 공약수
2. 타자[他者]의 부재
a. 친구가 보이지 않는 한국 소설
b. 고대 그리스인의 ‘행복’과 친구
c. 키케로의 ‘우정론’
3. 초월[超越]의 부재
a. ‘보다 많은 삶’과 ‘삶 이상의 것’
b. 학문의 세계와 초월
c. 예술의 세계와 초월
d. 소유 가치와 체험 가치
e. 가치관의 다원화와 비평 정신
4. 21세기의 보편 윤리와 기복사상
a. 한국적 휴머니즘을 위하여
11장 담론을 끝마친 뒤의 변론[辯論]: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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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33.09.1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평생을 언론과 대학의 ‘두에 몬디(두 세계)’에 살고 있는 최정호(1933년생, 雅號-諸大路, 何異哉, 老松亭)는 1955년부터 신문사 기자, 특파원, 논설위원, 칼럼 필자로, 1968년부터는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울산대학교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신문학회 회장(1977-1979), 한국미래학회 회장(1992-1999)을 역임한 그는 2002년에 ‘한독 포럼’의 창립 발기인으로 2010년까지 포럼의 한국측 의장을 맡아 왔다. 1980년 그는 계간지[現代史](현대사)의 발간을 발의하여 편집인이 되었으나 창간호가 나오자마자 신군부에 의해 당시 많은 잡지와 함께 폐간처분을 당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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