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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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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주경철
  • 출판사 : 사계절
  • 발행 : 2009년 12월 21일
  • 쪽수 : 272
  • ISBN : 978895828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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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문학과 역사가 만나는 자리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서양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안목으로 여러 권의 역사 교양서들을 집필해온 주경철 교수가 서양 문학 스물세 작품을 통해 본 문학 이야기이자 역사 이야기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시대별로 작품을 선정하고 문학과 역사의 교차 읽기를 시도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테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던 문학작품들을 예리한 시선으로 해석하고 재구성되어 신선한 재미와 문학적, 역사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출판사 서평

문학의 세계에서 역사를 만나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아는 데는 역사만한 주제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되새긴다. 시대마다 공간마다 인간들이 살아간 길은 역사가 되고 그 길을 따라 숱한 인간들의 삶도 명멸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생하게 쓰더라도 역사 기록은 사실 중심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냄새와 숨결, 섬광과도 같은 정신의 편린들을 오롯이 되살리기란 역부족이다. 결국 역사의 진정한 복원은 불가능하고, 기록의 행간은 상상과 해석으로만 채울 수 있다. 이럴 때 시대의 공기를 머금고 태어난 문학작품들은 면면히 이어져 지금 우리에게 역사 사료에서 얻기 힘든 부분들을 보여주는 만화경이 된다. 앞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그들을 문학작품 속에서 재탄생시킨 작가(작가 개인 또는 민중)들은 한 생애를 살아온 자신들의 감정과 경험, 지식을, 외부 세계에 대응하는 내밀한 속내를 문학 작품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 놓고 있다.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서양사와 서양문화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안목으로 여러 권의 역사 교양서들을 집필해온 주경철 교수(서울대 자유전공학부 및 서양사학과 교수)가 서양 문학 스물세 작품을 통해 본 문학 이야기이자 역사 이야기이다. 사실적인 역사와 감성적인 문학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정치적 역사 연구 방법인 문화사적 방법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문학작품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고 시대를 감지해왔다. 저자 역시 역사학자로서 지난 시대의 역사와 인간을 좀더 촘촘히 이해하려는 의도로 문학작품을 읽었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스물세 편의 문학 작품으로 조각 맞춘 역사의 뒷모습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시대별로 작품을 선정하고 문학과 역사의 교차 읽기를 시도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테지만 읽기는 쉽지 않았던 문학작품들은 저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해석되고 재구성되어 신선한 재미와 문학적 ? 역사적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이솝 우화』에서는 그동안의 시각과는 좀 다르게 그리스 사회의 한 단면을 노예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주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단테의『신곡』에서는 「연옥편」을 통하여 사후세계가 어떻게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분법에다 연옥의 추가로 구조 조정되었는지, 또 그것이 어떻게 문학작품에 투영되었는지 짚어준다. 『주신구라』에서는 일본의 무사도가 형성되고 문화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오늘날에 이른 경위를 보여주고, 할복의 의미와 죽음의 미화에 대한 논평을 제시한다. 『보물섬』에서는 근대 제국주의 국가 시기에 1차 해외 팽창 시대를 돌아보는 시각을 읽어내며 국가와 해적 사이 관계의 역사를 기술한다. 한편 동화와 민담이 역사 서술에 어떻게 포함될 수 있는지를 「푸른수염」과 「하얀 새」를 통해 소개한다. 「푸른수염」과 「하얀 새」는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지역과 시대가 다르고 판이한 내용과 메시지를 포함한다. 역사학자는 이런 것들을 분석하여 과거 사람들의 심성과 가치관을 읽어낸다. 이 밖에도 쥘 베른의『해저 2만 리』,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버로스의 『타잔』 등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문학작품에서 숨어 있는 역사적 배경을 찾아내 들려주고,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등에서는 고통스런 역사가 인간 정신에 어떻게 투영되어 작품으로 나타났는지 조명해 준다. 이 한 권을 다 읽고 난 즈음이면 역사책을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역사가 진정 수많은 인간이 오랫동안 걸어온 길임이 총체적인 감각으로 다가올 것이며 그 인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묘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학적 감수성과 역사적 관점이 만난 결과인 셈이다. 이렇듯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다. 문학의 매력에 심취한 독자뿐 아니라 문학과 다소 거리를 느끼는 독자들에게도 작품의 의미를 오롯이 파악할 수 있게 만들며 반면 역사에 거리를 느끼는 독자들이라면 문학을 통해 즐겁게 역사와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책인 것이다.

목차

문학과 역사가 만나는 자리
현명한 노예가 살아가는 방법- 『이솝 우화집』
시민은 폭군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고뇌를 통해 지혜를 얻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세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 『트리스탄과 이즈』
사후 세계의 대대적 구조조정-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
죽음을 넘는 인간적 사랑의 세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아랍 상업 세계와 문학- 「선원 신드바드와 짐꾼 신드바드」
무사도란 죽는 일이다- 『주신구라』
동화 속 결혼 이야기-「푸른수염」과 「하얀 새」
푸가초프의 반란과 푸시킨- 푸시킨의 『대위의 딸』
프랑스혁명과 제정, 그리고 여성- 스탈 부인의 『코린나』
제국주의 시대의 성장소설- 로버트 스티븐슨의 『보물섬』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삼나무처럼 자유로운 영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 『월든』
「별」의 작가에서 애국 시인으로-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
20세기를 지배한 문화 아이콘-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타잔』
서구를 위협하는 동방의 어두운 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암울한 미래로의 여행-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세계의 대영혼에 눈뜨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20세기 역사에 대한 시적 코멘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핵전쟁 시대의 어둠-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문화대혁명의 광기를 버텨 낸 순정- 위화의 『허삼관매혈기』

본문중에서

이솝이 살았던 고대 그리스 사회는 어떤 곳일까? 우리는 어쩌면 다소 편향된 시각으로 그리스 문명을 바라보는지 모른다. 피디아스라는 전설적인 건축가가 인류사상 가장 훌륭한 신전을 짓고, 저녁에는 시민들이 아이스킬로스나 아리스토파네스의 위대한 작품 공연을 보러 가며, 소크라테스와 같은 대철학자들이 거리에서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곳으로만 그리는 것이다. 물론 그런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후 서구 문명에 심오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되었지만, 오직 그런 빛나는 측면들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14

사실 되돌아 보건대 아가멤논, 클리타임네스트라, 혹은 오레스테스 등이 고통을 당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멀고 먼 조상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때문에 그런 고통을 받는다는 신화적인 설명은 지금 우리의 감수성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뜻에 의해 파멸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이런 문제에 직면하여 결코 부당함을 하소연하지 않는다. 애초에 인간은 우리 인식의 한계 너머에서 유래된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재앙에 묶인 존재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한탄하지 않고 그것에 당당하게 맞부딪힌 다음 장대하게 스러질 뿐이다. --- p.37

외다리 해적, 앵무새를 어깨에 얹고 다니는 선원, 해적 집단 내에서 심판과 처형을 공고하는 검정 딱지(black spot), 무인도에 선원을 하선시키는 처벌 방식 등은 모두 이 작품(『보물섬』)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지난 시대 해상 세계에서 실제로 있었던 것들이다. 오히려 가장 사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이 소설의 주 소재인 ‘보물섬’의 존재이다. 해적들이 약탈한 금은보화를 숨겨 놓은 열대의 섬, 그리고 그곳을 표시해 놓은 비밀 지도 같은 것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꺼리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개연성은 거의 없다. 해적들이 약탈한 화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금은보화가 아니라 대개 곡물, 염료, 가죽 제품 같은 일반 화물이었으며, 이렇게 약탈한 화물을 팔아서 마련한 돈은 곧장 써버렸다. 해적들은 당장 생계를 유지하기에 급급했고, 또 설사 여유 자금이 생기더라도 흥청망청 낭비했지 내일을 위해 저축하는 습성은 없었기 때문이다. --- p.143

보불전쟁에서 패한 이후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프랑스인의 마음에는 복수의 열망이 자리 잡았다. 독일인 역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프랑스와의 전쟁에 대비했다. 이제 라인강의 서쪽과 동쪽에서 모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예고하는 호전적 민족주의가 자라났다. 프로방스의 정경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시인 역시 열렬한 민족주의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제1차 세계대전은 이렇게 사람들 마음 속에 준비되어 가고 있었다. 1차대전 때에 조국의 이름으로 동원되었다가 어느 낯선 땅 참호에서 기관총과 독가스 공격을 당해 죽은 병사 중에는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머리를 어깨에 얹고 프로방스의 여름 밤 별을 지켜보던 순진한 목동 같은 사람도 끼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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