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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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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철수
  • 출판사 : 삼인
  • 발행 : 2009년 12월 17일
  • 쪽수 : 160
  • ISBN : 978896436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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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내게 가장 빛나는 당신께 엽서를 띄웁니다

판화가 이철수는 23년 전부터 제천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며 지낸다. 그가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통해 그날그날 사는 이야기를 엽서에 그리고 써서 부친 지도 8년째다.

1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부치는 이야기들 속에는 살면서 보는 크고 작은 생명의 분투도 그려져 있지만, 시시때때로 밖에서 오는 풍파로 겪는 모두의 아픔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말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나, 조기유학, 조기교육, 성형 열풍에 이르기까지 외관을 드러내고 꾸미기 바쁜 비뚤어진 사회풍조를 만드는 자본의 축.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어도 자본을 축으로 해서 돌아가는 세상에 호흡 맞춰 살다 보면, 곁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부둥켜안기보다는 등지고 경쟁하라는 세상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신종’이라는 말이 붙은 전염병은 비단 몸에만 깃드는 게 아니다. 비뚤어진 세상이 부추기는 비뚤어진 욕망이 스며든 마음자리 또한 ‘신종’ 병을 앓는 셈이다.

바람 부는 데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되 결코 뽑혀나가진 않는 풀과 돌보는 이 없어도 혼자 당당히 꽃잎을 여는 여린 생명,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해 죄송스러워하는 머루와 설익은 채 떨어져버린 대추, 은밀하게 내통하는 봄과 산수유 이야기 등 이철수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일상의 소식들은 하루하루 목숨을 등짐처럼 짊어지고 사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 기대어 살아갈지 말해주는 듯하다.

기쁜 날엔 기쁨이, 부끄러운 날엔 부끄러움이, 아픈 날엔 아픔, 분한 날엔 분노가 하루하루 보낸 나뭇잎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철수의 시선이 소박한 향기를 뿜는 머루꽃처럼 평범해도 깊은 느낌을 주는 사람, 갈 때가 아닌데도 서둘러 가버린 사람들의 뒷모습, 집과 직장을 잃어 차가운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겨울을 견디는 이웃, 아침밥 대신 소주로 몸을 녹이는 사람 들을 향해 있어서다.

늘 기쁨만 선물할 순 없고, 저마다 겪는 시름과 아픔을 직접 나누거나 대신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마음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제안이 수선스럽지 않은 말과 그림으로 전해져 온다. 매일 정성껏 그려 보낸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사물과 풍경은 길에서 보는 사소한 풍경, 늘 마주치는 이웃의 모습에서도 못된 세상을 못나게 살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듯하다.

모두 다 제 갈 길 가기 바쁜 뒷모습을 보며 외로워도, 남루한 삶을 이어가느라 서러워도, 문득 옆을 살펴보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가 있다. 이름 없는 별처럼 제자리 곧게 지키는 당신의 존재. 겨울을 견디고 돋아날 새싹을 기다릴 수 있는 건 당신이 있어서라고, 엽서는 조용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목차

다시 시작하는 새날
사는 동안 꽃처럼
비에 씻긴 초록의 노래
작을수록 더 가까이

본문중에서

겨울 들판에서 문득 날아오르는 새 떼들 살림살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식구들 많은 살림을 보면 무얼로 저 배를 다 채우나 싶어진다.
흩어져 혼자 되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싶다가도, 힘없고 작은 존재들이 무리 지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리라 싶기도 하다.
그럴 테지! 그럴 테지!
작은 것들, 마음도 모으고 몸도 모아서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 테지!
흩어지라고, 혼자서 있으라고 하지, 세상의 큰 목소리는.
때로는 해산을 명하기도 하지, 세상의 큰 목소리는.
작은 새들은, 놀라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순간에도 흩어지지 않는다. 결코!
(‘다시 시작하는 새날'/ p.26)

늦가을, 된서리에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낙엽들이 거기 있었는데…….
이 겨울에는 흩어져버렸습니다. 나무 밑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해직과 실직의 끝도 이럴 거라. 뿔뿔이 흩어지고 헤어져 외로워지는 일. 겨울 깊어, 땅은 부풀어 오릅니다. 얼어붙는 거지요. 지금이 그렇습니다.
살아 있는 생명에게는 제일 가혹하고 힘든 시기입니다. 얼음과 서릿발과 눈보라의 계절입니다. 시린 겨울이지요.
그러니 죽음의 계절이라고요?
그런 꿈을 꾸실 건 없습니다. 시린 겨울의 짧은 한낮을 밝히는 햇볕이 이야기합니다. 겨울도 간다고. 봄을 이긴 겨울 없다고. 봄볕에 가랑잎 먼저 더워질 거라고. 이 계절은 누구에게나 힘겹다고. 그러니, 외로움에 지지 말라고. 겨울 햇빛 같은 인연들이 곁에 와 있을 거라고.
(‘다시 시작하는 새날'/ p.32)

긴 겨울 가뭄입니다.
밤하늘 별은 매일 명랑하게 밝아서 탄성을 자아냅니다. 저 별 좀 봐!
서편 하늘에 유난히 밝은 별 이름은 뭐지?
매일 궁금해하면서 여전히 모르는 채 바라봅니다.
무명, 익명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거기서 변함없이 밝고 아름답습니다.
세상에 이름 없는 것들, 하나같이 아름다운 별들입니다.
제 밝음, 제 아름다움 잃지 않는다면 오래오래 그렇게 소중히 빛날 겁니다.
아름답지 않은 별 없듯 소중하지 않은 생명 없습니다.
존재의 존엄을 살필 겨를 없고, 초라해 보이는 내게 스스로 실망하기 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두 내 탓만은 아닙니다. 좌절 먼저 하시지는 마세요.
(‘다시 시작하는 새날'/ p.36)

동쪽 하늘에 별이 보입니다. 북두칠성입니다.
국자 끝에서 이어진 거기 북극성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정북을 가리키고 있는 별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나침반입니다.
구름, 안개가 가리면 그 지혜도 소용없긴 하지요.
동서남북을 종잡기 어려울 때 어디 한 곳이라도 바라볼 데 있으면 그를 푯대 삼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자리 지키는 존재, 모두 별빛!
(‘사는 동안 꽃처럼'/ p.58)

자벌레들이 도심을 기고 있는 소식입니다. 자벌레가 한 치 자로 사람 세상을 재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연과 우주의 크기를 재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요. 제 크기와 분수를 알고 나면 오히려 큰 세상을 어림할 수 있는 지혜가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우 쏟아지고, 볕이 뜨겁습니다. 벌레들의 세상도 순경만 있을 리 없지요. 때로는 울고 웃고 상심하며 삽니다. 뉘우치고 기도하는 순간인들 없겠습니까? 밤하늘 별바라기도 하고.
(‘사는 동안 꽃처럼'/ p.92)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9종
판매수 19,897권

목판화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판화가이다.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를 들으며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1981년의 첫 개인전 이후 팔십년대 내내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친 그는, 구십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상과 자연과 선禪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 세계에 골몰해 왔다. 평범한 일상이 드높은 정신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존재와 삶의 경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믿는 그의 판화는 간결하고 단순하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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