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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역설 : 한자는 중국을 이렇게 지배했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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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근
  • 출판사 : 삼인
  • 발행 : 2009년 12월 07일
  • 쪽수 : 20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643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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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중국을 지배해온 한자의 힘

    문자와 권력, 언어와 욕망, 이데올로기와 무의식의 조합에 관한 서양의 이론을 녹여 동양 고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해온 김근 교수가 전작 [욕망하는 천자문],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한시의 비밀]에 이어 새 책을 냈다. 이번에는 한자에 숨어든 권력 담론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잉여와 역설을, 동전의 양면을 번갈아 보이듯이 드러낸다.
    중국은 대략 40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한 국가 체제를 유지해온 나라다. 중국은 오랜 시간 그 모습으로 존재해왔기에 특별히 기이한 현상은 아닌 걸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정서와 시각을 지닌 개인이 모인 한 사회 틀 안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통일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구성원 사이에 상호 이익에 근거한 느슨한 연합 형태라면 모를까 종족이나 민족 정서와 같은 정체성에 근거한 전체주의적인 통일이라면 더욱 유지하기 어렵다. 한 통일 체제로서 4000년의 역사를 유지해온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면, 여기에는 어떤 인위적인 힘이 작용했을 터인데, 중국인들은 그 힘을 한자에서 찾는다.

    국가와 사회의 분화는 대개 언어의 분기에서 비롯되는데, 중국 역시 방언의 복잡한 분기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워 분화/분열의 위험이 상존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미지로 소통하는 한자를 문자로 쓴 덕에 이 난관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저자 김근은 먼저 이러한 주장이 일리 있다고 받아들이되, 단순히 의사소통만 된다고 해서 한 사회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다. 중국은 거대한 평원지역에 위치했기에, 분화하기보다는 하나로 뭉쳐 큰 형태로 존재하는 게 안보에 용이했다. 한편, 조직이 클수록 안보에는 이롭지만 관리하고 통치하기에는 어렵다는 난점이 있었다. 중국은 넓은 대륙을 하나의 통일국가로 유지하고자, 이상적인 국가 및 사회 체제와 그 속에 사는 인간의 바람직한 인격상을 관념적인 틀로 만들어놓고, 이를 한 이념으로써 세계에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무(無) 위에 세워진 관념적인 사상 체계를 사람들이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문화적 도구나 통로가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한자가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자가 중국인들의 욕망을 제조하고, 그 욕망을 대변해온 과정과 이치를 주장하고자 한자의 언어학적 특성과 주체들(백성)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환상을 억압해 권력의 담론을 헤게모니로 인식하도록 기획한 과정(2장, 3장), 역사의 흐름에 따른 한자 서체의 발전 과정을 서술한다(4장). 또 역대 권력의 이데올로기 생산 과정에서 산출된 결과물인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어떤 책인지를 설명하고(5장), 표의 기능, 관념을 형성하는 기능을 통해 한자가 헤게모니를 구성하는 원리(6장), 상형(象形),지사(指事),회의(會意),형성(形聲),전주(轉注),가차(假借) 등 육서(六書)를 통해 한자가 구성하는 사물의 질서(7장)를 밝힌다. 한자가 중국을 통치해온 과정을 분석하는 이러한 서술의 흐름 안에 언어학과 서양 철학의 관점이 녹아든 퓨전적 해석이 돋보인다.

    한자, 그 역설의 묘미―적벽대전의 동남풍은 우연이었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중요한 전투 가운데 중국 사람들이 유독 적벽대전을 백미로 꼽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를 상대적으로 열세로 보였던 주유와 유비의 연합군이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무찌른 극적 반전 때문이라고 본다. 정통 왕권을 등에 업은 승상 조조의 입장에서 보면 오나라와 촉나라는 잉여적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이 보잘 것 없는 존재가 역전을 야기했다는 역설이 잉여적 존재인 대중들을 열광케 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적벽대전에서 화공을 펼치려는 제갈량과 화공을 염두에는 두었으나 괘념치 않았던 조조, 이 두 사람과 양쪽 진영의 운명이, [주역(周易)]의 64괘를 근거로 날씨를 점치면서 바람 방향을 역전시킬 수 있는 미미한 음기의 존재를 수용하느냐, 무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져버렸다는 해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광활한 대륙을 통치하고자 관념적 틀인 이치를 중시했는데, 이치란 어디까지나 상징체계이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상징이 전체인 양 지배하게 되면 언젠가는 이 거짓이 쌓여 상징의 허구성이 스스로 드러나 역전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중국에는 역사의 흐름을 뒤바꿀 만한 획기적인 혁명이 없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상징 주변에서 배회하는 잉여가 세력화되지 않도록 모순을 적절히 흡수해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모순과 역설에 적응할 줄 아는 존재론적 사유 방식이 중국 문화에 전반적으로 전이된 현상을, 적벽대전과 잘 알려진 새옹지마(塞翁之馬) 고사, 루쉰의 [아Q정전]의 장면, 역설을 담은 한시 등을 인용해 설명한다.

    목차

    1장 왜 한자를 이해해야 하는가
    2장 중국어(한어)와 한자
    3장 중국이 일찍부터 언어·문자학에 눈을 뜨게 된 배경
    4장 한자 서체의 발전
    5장 [설문해자]란 어떤 책인가
    6장 한자가 헤게모니를 구성하는 원리
    7장 한자가 구성하는 사물의 질서
    8장 한자: 역설을 수용하는 중국 문화의 패러다임
    9장 맺는 말

    본문중에서

    현실에 기초하지 않은 관념적인 틀을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서 획일적으로 적용한다면 지역적인 저항에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통치 방식을 적용하려면 필수적으로 저항을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거나 길들이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즉, 틀이 당연한 이치임과 아울러 이 틀에 순종하는 것이 마치 천륜을 지키는 일이나 의무처럼 여기게 하는 헤게모니의 확립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매우 일찍부터 이치(틀)를 헤게모니로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가 발달했다.

    그래서 한자의 의미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방향으로 생성되었으니, 하나는 자음(字音)이고 다른 하나는 자형(字形)이다. 즉, 모호한(chaotic) 성격의 의미가 자음의 청각이미지를 통해 분화되기도 하고, 자형의 시각이미지를 통해 구체화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정치 정(政)’ 자는 원래 자형으로써 의미를 추적하자면 ‘세금을 걷는 행위’가 된다. 정치를 세금을 걷는 행위로 규정하면 백성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되므로 이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해석한 것이 “정(政)이란 ‘바로잡다’라는 뜻이다.(政者, 正也.)”라는 훈고이다. 즉 정치를 동음이어인 ‘정(正)’으로 해석하면 ‘정(正)’자의 ‘바르다’라는 청각이미지로써 ‘정(政)’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 감출 수가 있는 것이다.

    한자에 있어 하나의 글자는 하나의 사물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모든 한자들을 하나의 틀로 조직했다는 것은 모든 사물에 질서를 부여해서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틀 속에 넣었다는 뜻이 된다. 이 틀은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다스려져야 하는데, 그 임무를 황제가 하늘로부터 위임받았다고 한다면 황제의 권위와 정통성은 저절로 입증된다. 이것이 금문경학의 뒤를 이어 고문경학이 개발한 통치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역사적 현상은 그들이 존재론적인 사유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잉여적 존재를 상징 밖으로 배제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것이었다. 즉, 상징체계에 포섭되지 않은 잉여 부분이 그냥 무시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상징체계를 폐쇄하고 잉여적 존재를 착취의 대상으로 삼았을 때 혁명은 일어나게 돼 있는 것이다.

    두보는 석호촌의 밤에 목도한 비참한 사건에서 ‘예치(禮治)’니, ‘인의(仁義)정치’니, ‘민심은 천심’이니 하는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치장한 화려한 구호 밖에 잉여로 밀려나 있는 백성의 실체를 감각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를 대신 스스로 노역장에 끌려간 할머니의 희생과 사랑, 어쩔 수 없이 살아남은 할아버지의 슬픔과 그 이면에 느껴지는 부조리한 안도감, 또한 이러한 부조리를 목도하고도 내 갈 길을 가야만 하는 시인 두보 자신의 무기력함 등은 비록 잉여적 존재들의 비참한 삶이기 하지만 이러한 것도 여전히 살아가야 할 소중한 삶이라는 인간적인 긍휼이 시 전체에 흐르고 있다.

    한자가 세계를 구성하고, 또 세계를 운영하는 이치를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다 하더라도 이것만 갖고서는 헤게모니를 갖기에 부족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훌륭한 상징체계라 하더라도 개인이 잉여로 배제되는 한계를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의 상징체계 밖으로 내버려지더라도 앞으로 ‘나’ 개인에게 자리가 주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현재의 체제를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인데, 이 희망이 바로 역설이다. 한자가 역설을 수용하고 있듯이 중국의 민중들도 역설을 받아들이고 또 구경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문화이자 역사이다.
    (/본문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인천
    출간도서 5종
    판매수 856권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명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서 지금은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중국언어학이고 주요 연구 주제는 언어와 이데올로기이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욕망하는 천자문],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 [한시의 비밀] 등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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