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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평전 : 고뇌하는 진화론자의 초상[양장]

원제 : DARWIN : THE LIFE A TORMENTED EVOLUTIO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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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년간 진화론을 발표하지 못했던 다윈다윈의 생애와 진화론 탄생의 복잡한 맥락을 풀어낸 전기

이 책에서는 연구자로서 치열한 열정을 보였던 과학자 다윈의 면모와 함께 그의 인생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또한 과학사의 명장면들을 문맥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고뇌하는 진화론자 다윈은 물론, 인간 다윈의 삶을 이해하기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양장본]

출판사 서평

다윈 탄생 200주년,[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을 빛내는 다윈 전기의 결정판!

“이 책에서 우리는 비로소, 본질적으로 사회에 뿌리를 둔 과학자로서의 다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 스티븐 제이 굴드

2009년은 다윈(1809~1882)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2009년 11월 22일은[종의 기원]이 출간된 지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찍이 서구에서는 다윈의 남긴 일기, 연구노트, 초고, 편지, 개인장서 등 방대한 양의 자료를 해독하고 분석함으로써 ‘다윈 전설’을 해체하고 새로운 다윈상을 구축해왔다. 우리나라에도 그 연구성과들이 국내 연구자들과 번역서들에 의해 소개되어왔다. 그러나 스티븐 제이 굴드가 ‘다윈 산업 혁명’이라 부른 그 새로운 전개의 성과들은 단편적으로 소개되었을 뿐이라서, 다윈이 진화론을 어떻게 전개시켰는지, 왜 그것을 20년 동안 발표하지 못하고 감추어두었는지, 발표한 후 세상과 종교계와 과학계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기는 쉽지 않았다. 따라서 다윈의 삶과 업적을 되돌아보아야 할 이 시점에 다윈의 생애와 사회적 맥락을 모두 고려한 전기가 필요하다 하겠으며, 다윈 전기의 쌍벽(다른 하나는 재닛 브라운의 두 권짜리 전기) 가운데 하나인 이 책은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1992년에 처음 출간된[다윈 평전](원제 Darwin)은 1970년대부터 정리되어 출간된 다윈의 편지와 당시 입수 가능했던 모든 다윈 연구를 반영하고,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던 90여 장의 사진을 포함한 대작(원서 800여쪽, 한국어판 1350여쪽)이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탁월한 다윈 전기로 손꼽히고 있다. 공저자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는 서로를 보완하는 절묘한 조합으로, 동물학, 해부학, 지질학의 권위자이자 훈련된 저술가인 데스먼드와 빅토리아 시대의 진화사상, 종교개혁운동, 사회사상 연구자인 무어는 20여 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다윈 전기를 쓰기에 적합한 드림팀이었다.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다윈 전기인만큼 물론 다윈의 생애 전반을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데스먼드와 무어가 특히 초점을 맞추었던 것은 다윈이 ‘고뇌하는 진화론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비밀 공책에 진화론을 적어놓고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중생활’을 하며 20년 동안이나 묵혀두고, 과학계의 주류가 활동하는 런던을 피해 시골 마을 다운에서 칩거하고, 진화론의 함의들을 고심한 탓에 편두통과 구토에 시달리고 박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져누운 다윈의 수수께끼에 다가서려는 시도였다. 데스먼드와 무어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처럼, “본질적으로 사회에 뿌리를 둔 과학자로서의 다윈의 면모”를 초상화를 그리듯 보여줌으로써 이 수수께끼를 해명한다. 다윈의 이론은 그가 의도했든 안 했든 국교회 사회의 뼈대를 뒤흔들고 다윈이 속한 학계가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상들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다윈은 자신의 이론이 알려지면 국교회를 공격하기 위해 진화론을 이용하던 과격한 급진파와 한통속으로 묶여 무신론자 취급을 당하며 진흙탕에 처박힐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다윈은 종이 영구불변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후커에게 털어놓을 때, “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빅토리아 시대 초기의 영국에서 진화사상이 일종의 사회적 범죄로 간주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다윈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안락한 가족, 물려받은 풍부한 유산과 기민한 투자로 축적한 부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다윈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진화론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치열하게 연구했다. 이렇듯 자신 안의 대립을 해소하지 못한 다윈은 엄청난 내적 고뇌를 겪어야 했다. 저자들은 다윈의 과학적 지위, 사회적 의무, 비국교적 유산, 정치적 배경을 파헤침으로써, 어떻게 모범생 신사가 ‘악마의 사제’라고 손가락질 당할까봐 불안에 떨면서까지 구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몹쓸 생각’을 발전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전기문학의 걸작에 오르게 한 문체의 힘

[다윈 평전]이 전기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까닭은, 1990년대 초에 이미 축적되어 있던 막대한 양의 사실과 정보를 정확하게 담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고 설득력 있게 엮어낸 문체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데스먼드와 무어는 초판 서문과 2009년판 서문에서 다윈의 ‘사회적 초상’을 그리고자 했다고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저자들은 사회적 맥락을 치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거의 아무것도 파기하지 않은 수집가 다윈이 남긴 공책, 오래된 초고, 오려낸 페이지들, 주석을 달아놓은 발췌 인쇄물, 편지 등에서 엄청나게 많이 인용함으로써, 다윈이 눈앞에서 직접 말하고 행동하는 듯한 효과를 주고 있다. 독자를 사회적 맥락 속으로 이끌되, 분석하고 설명하기보다는 그 풍성한 맥락을 농밀한 색채와 치밀한 구도의 풍경화로 그려서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로부터 부각되는 것은 비글호 항해, 갈라파고스 제도, 따개비, 지렁이, 그리고 진화론으로 구성된 과학자의 모습이 아니라 빅토리아 시대를 관통하여 살아간 인물의 초상이다. 이러한 문체의 힘 덕분에 독자는 다윈의 인생과 시대상, 그리고 잡아내기 어려운 그의 마음속 깊은 곳을 그 어떤 글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언론의 서평과 추천사

의심할 나위 없는 최고의 다윈 전기. 이 책에서 우리는 비로소, 본질적으로 사회에 뿌리를 둔 과학자로서의 다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데스먼드와 무어는 과학자의 사회적 초상을 치열하게 통합적인 솜씨로 그려내고 있다.
― 스티븐 제이 굴드,[네이처]

탁월한 성공작. 풍성하고 재미있으며 설득력 있는 다윈의 초상을 제시한다. 자연의 비밀을 해독하고, 창조주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위대한 발견을 20년 동안 숨겼던 사람에게 매혹을 느끼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가디언]

스케일이 큰 새로운 전기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역작. 한 과학자의 삶과 이론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이처럼 풍성하고 설득력 있게 그러낸 작품은 아주 드물다.
― 로이 포터, [선데이 타임스]

풍성한 정보와 흡인력 강한 서술이 돋보인다. 다윈의 삶과 사유, 그가 살았던 시대에 관한 연구의 결정판으로 손색이 없다.
- A. C. 그레일링,[파이낸셜 타임스]

이토록 놀라운 물리적 충격과 지적 충격을 동시에 안겨주는 작품은 참으로 드물다.
― 앤서니 버제스,[옵저버]

마침내 다윈에 걸맞은 전기가 나왔다. 다윈과 그의 가족, 동료들, 사회적 환경이 이 걸작을 통해 생생히 살아 돌아온다.
― 에퍼렛 맨델손, 하버드 대학 과학사 교수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을 가치가 있으며 그때마다 흠뻑 빠져든다. 다윈의 성취와 그가 헌신적으로 연구한 세상의 경이로움을 알려준다.
― 앨런 매시,[데일리 텔레그래프]

다윈이 그의 저작, 노트, 편지, 일기 속에서 일어서서 걸어나온다. 결혼에 이르는 사연, 일상생활, 다종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종교관, 병과 믿기 어려운 치료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화론을 둘러싼 주저와 결단. 이 책에는 재미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쓰여 있지 않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 도미야마 다카오,[니혼게이자이 신문]

다윈의 모든 저작의 형성과정이 새롭게 조명되고, 수많은 다윈 신화가 무너진다. 그리하여 역사에 희롱당하면서도 그 안에서 우뚝 섰던 19세기의 한 거인의 모습이 부각된다.
― 다루미 유지,[산케이 신문]

목차

초판 서문 악마의 사제?
2009년판 서문

제1부 1809~1831

1장 추락하는 기독교도를 붙잡는 깃털침대
2장 북쪽의 아테네
3장 이끼벌레와 선동적인 과학
4장 국교회
5장 천국과 지옥
6장 헨슬로와 산책하는 사람
7장 각자 자신을 위해 판단한다

제2부 1831~1836

8장 마지막 비상구
9장 환희의 도가니
10장 다른 세계의 악령
11장 흔들리는 토대
12장 식민지의 삶
13장 자연의 사원

제3부 1836~1842

14장 꼬리를 뽐내는 공작처럼
15장 자연의 개혁
16장 장벽을 허물다
17장 마음속의 폭동
18장 결혼과 맬서스주의자
19장 끔찍한 전쟁

제4부 1842~1851

20장 세상의 끝
21장 살인
22장 특이한 작은 괴물
23장 지옥에나 떨어져라
24장 나의 물치료 의사
25장 비통하고 잔인한 상실

제5부 1851~1860

26장 자본가 신사
27장 추악한 사실들
28장 전함과 싸구려 술집
29장 나 같은 지독한 철면피
30장 저속하고 음란한 자연
31장 침팬지는 뭐라고 말할까?
32장 정체를 드러내다

제6부 1860~1871

33장 상은커녕 욕만 갑절로
34장 유인원의 자궁에서
35장 산 무덤
36장 에메랄드빛 아름다움
37장 섹스, 정치, Ⅹ클럽
38장 파괴적인 추론들

제7부 1871~1882

39장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40장 지독한 고집쟁이
41장 절대로 무신론자는 아니다
42장 지렁이와 함께 땅으로
43장 마지막 실험
44장 대수도원에 묻힌 불가지론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도판 목록
약어 목록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다윈의 어머니 수재너가 죽은 뒤 마운트 저택의 분위기
로버트 박사가 회진을 마치고 돌아오면, 누구에게도 비상구는 없었다. 그의 육중한 몸집은 마치 거대한 중력장처럼 삶이 그를 중심으로 빙빙 돌도록 만들었다. 이는 현기증 나는 경험이었으며, 누구도 마음 편히 지낼 수가 없었다. 로버트 박사는 환자들에게 자상한 의사로 이름이 높았고, 그의 조언은 언제나 환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수재너가 죽은 뒤로 이러한 기질은 집안에서는 점점 발휘되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의 약한 모습은 아직까지 자식들에게 연민을 불러일으켰지만, 무뚝뚝한 태도는 아버지를 두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그는 점점 까다롭고 독단적인 사람이 되어갔고, 비상한 기억력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힘―이것은 “거의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비쳤다”―으로 자식들을 억눌렀다. 그는 자식들을 번갈아가며 심문하고 다그쳤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는 것은 하느님 앞에 끌려가는 것과 같았다. 가느다란 목소리만이 이런 덩치 큰 대식가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1장 추락하는 기독교도를 붙잡는 깃털침대/ p.41)

다윈이 의학을 그만두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해부학 실습
임상실습은 찰스의 환멸에 불을 붙였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칼리지 바로 옆에 있는 왕립진료소의 병동에서 실습을 했는데, 거기서 본 장면들은 그를 괴롭혔다. 그의 아버지도 피를 보면 두려워했지만, 로버트 박사와 달리 찰스는 메스꺼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두 차례의 수술실 참관 때 그는 속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출혈에 대한 병적인 공포는 더 심해졌다. 이 당시 수술실에서는 칼질이 피를 튀기며 재빠르게 이루어졌다. 마취법이 나오기 전 목숨을 걸고 외과수술을 행하던 시절이라서, 침상에 묶인 채 비명을 지르는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빨리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의사들은 피투성이 손으로 피투성이 톱을 움켜쥐고 재빨리 베고 잘랐으며, 흐르는 피는 톱밥 양동이에 모였다. 학생들은 긴장되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밀치며 시체를 둘러싼 수술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특히 끔찍했던 수술은 한 아이의 수술이었는데, 찰스는 이 수술을 결국 다 보지 못하고 수술실에서 도망치고 말았으며, 그 이후로는 다시는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장면은 죽을 때까지 그의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2장 북쪽의 아테네/ p.61)


1820년대 국교도 사회의 진화론에 대한 인식
그러나 1827년에 이것은 체제전복적인 과학이었다. 국교도들은 진화론자들이 “위험하고 나쁜 사람이 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릇된 철학이 그들을 과격한 민주주의자로 만들고, 교회를 혐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신 대신 하찮은 물질을 믿는다. 영혼에 대한 굳은 믿음이 없는 이들은 도덕적 지지대를 잃고, 내세가 아니라 이생에서 정치적 구원을 찾는다. 순진한 청춘들은 이런 급진적인 물결에 휩쓸려 인생을 망칠 위험에 처해 있었다.
(3장 이끼벌레와 선동적인 과학/ p.82)

다윈을 시골 교구목사로 앉히려 계획하는 로버트 박사(다윈의 아버지)
무사안일주의와 부패에 빠진 비대한 국교회 교회는 지난 100년 동안 그랬듯이 십일조와 기부금으로 사치스럽게 살고 있었다. 조건이 좋은 교구들은 가장 큰 돈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팔렸다. 로버트 박사 정도의 재력이 있는 신사에게는 널찍한 목사관, 몇 헥타르의 토지나 농지/ p.1년에 수백 파운드어치에 이르는 십일조 곡물을 보관하는 헛간을 갖춘 멋진 시골 ‘생활’을 투자인 셈 치고 사들여 거기에 아들을 앉히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었다. 이 정도면 젊은 청년이 거의 어떤 교리에도 서약할 수 있을 만큼 입맛 다시는 생활이었다. 찰스는 그저 정식 교육을 받고 성직서임을 받은 뒤 그 자리에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평생 안락하게 살 수 있다. 그는 친분 있는 신사들 속에 둘러싸여 사회적 명성과 안정을 누리다가 훗날 상당한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4장 국교회/ p.93)

다윈과 패니 오언의 애정행각
찰스는 그녀가 “슈롭셔에서 가장 예쁘고 가장 풍만하고 가장 매력적인 여자”라고 생각했으며, 확실히 그랬다. 찰스는 패니를 데리고 다시 사냥을 나갔다. 이번에는 딱정벌레 사냥이었다. 마침 딸기철이었고, 우드하우스에는 딸기밭이 많았다. 은밀한 애정행각을 벌이기에는 완벽한 무대였다. 그들은 들판에 엎드렸고, 곧 자세를 더 낮추었으며, 머지않아 서로의 옆에 몸을 “완전히” 뻗고서 야수들처럼 관능적인 열매를 “탐했다.”
(5장 천국과 지옥/ p.114)

다윈과 그의 스승 헨슬로
찰스는 이 학기에 헨슬로와 함께 산책하면서 성직에 종사하는 학자의 인생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것인지를 처음으로 엿보았다. 그는 그랜트와 함께 에든버러 근처의 해변을 산책할 때 그랬듯이, 스승의 다재다능함에 “경외심을 느꼈다.” 그런데 헨슬로 교수는 소택지 주변을 천천히 걸을
때 또 다른 재능을 내보였다. 식물채집 말고도 그에게는 봄마다 해야 하는 연례행사가 또 있었다. 그는 학생감의 임무도 맡고 있었던 것이다. 봄이 오면 젊은 남자의 마음이 산란해지기 마련이었다. 꽃들도 저마다의 매력을 한껏 뽐냈지만, 다른 아름다움도 유혹의 손짓을 해왔다. 시내 주변의 길가에는 청년의 방황하는 눈길을 사로잡는 수많은 꽃들이 있었다. 이 서식지는 그 식물학자 학생감의 순찰구역이었다. 헨슬로는 지난 학기부터 이 여성들을 “뿌리뽑아” 윤락여성 갱생원에 “옮겨 심었다.”
(6장 헨슬로와 산책하는 사람/ p.144)

다윈이 탐독했던 페일리
페일리의 책은 항상 깊은 인상을 주었다. 다윈은 이제 이 국교회 대집사가 쓴 유명한 삼부작 가운데 마지막이자 그의 학문체계의 핵심인 [자연신학]을 집어들었다. 이 책에서 페일리는 인생을 선과 기쁨으로 넘치는 아름다운 것으로 그렸다. “인생”은 “기쁨에 가득 찬 존재들”로 넘쳐나는 “행복한 세상”이었다. “봄날 오후나 여름날 저녁, 나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수많은 행복한 무리를 볼 수 있다.” 페일리에게 인생은 여름날 목사관 잔디밭에서 즐기는 티타임이었다. 윙윙거리는 벌 떼와 발랄한 딱정벌레들은 신의 자애를 입증한다. 세상은 선하고, 삶은 행복하다. 모든 존재가 주위환경에 알맞게 적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신의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메커니즘이며, 세상 속 각자의 자리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다. 이들은 설계된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며, 그러므로 설계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페일리는,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런 합리적인 증거야말로, 인간이 계시의 표시를 찾고 시민의 의무를 지키도록 만든다고 생각했다.
(7장 각자 자신을 위해 판단한다/ pp.159~160)

비글호 항해의 적임자였던 다윈
정말 그랬다. 찰스는 과학적 자질이 충분했으며 사회적 자질도 완벽했다. 찰스가 에든버러에서 들었던 제임슨의 강의는 공교롭게도 식민지 여행자들의 필요를 위해 개설된 것이었다. 이 강의에서 그는 광물들을 구별하고 지층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으며, 세지윅은 지질학을 향한 그의 열
정에 불을 붙였다. 또한 그랜트는 하등한 해양생물에 대해 영국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을 제공했다. 다윈은 그동안 라마르크의 분류학과 최신 곤충 동정법도 익혀두었다. 부족한 경험은 열정으로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냥을 하고 박제를 만들 수 있었으며, 헨슬로는 여기에 식물학 기초지식을 얹어주었다. 그는 헨슬로의 말대로 “채집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자질이 뛰어났으며”, 이것은 중요한 자질이었다.
(8장 마지막 비상구/ pp.175~176)

비글호 항해 기간에 다윈에게 큰 영향을 미친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
라이엘이 옳을까? 케임브리지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윈은 자기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바다가 가라앉았을 리는 없으며, 생자고 섬의 화산활동이 계속되는 한 대서양의 수위는 낮아질 수 없다. 그렇다면 생자고 섬이 서서히, 혹은 갑자기 솟아올랐을까? 그는 조개껍데기 띠를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했다. 그것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상태여서, 격변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해수면 위로 올라온 높이가 들쭉날쭉한 것으로 보아, 곳에 따라 2차 침강이 일어난 듯했다. 적어도 생자고 섬만큼은 라이엘의 주장을 입증하는 것 같았다. 다윈은 세계가 서서히 점진적으로 변한다는 견해를 갖기 시작했다.
(9장 환희의 도가니/ pp.202~203)

몬테비데오의 항구에는 큰 선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그것은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 제2권이었다. 흥미롭게도 2권의 내용은 1권과는 달랐다. 1권에서는 과거 지형의 점진적인 변화를 탐구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동물과 식물이 거기에 부응하여 바뀌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동식물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자연적인 메커니즘이 있을까? 라이엘의 대답은 간단히 “아니다”였다. 제2권은 철저히 라마르크에 대한 반론이었다. 다윈은 동식물의 각 종은 각자가 태어난 장소―“창조의 중심”―에 잘 적응되어 있다는 라이엘의 견해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만일 어떤 변화, 즉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일어나면, 그 종은 변화를 하는 게 아니라 절멸할 것이다(메가테리움의 무덤을 본 터라 이말은 다윈도 납득할 수 있었다). 종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다시 말해, 옛 종은 자연적으로 죽고, 알 수 없는 과정에 의해 새 종이 탄생한다.
(9장 환희의 도가니/ p.224~225)

푸에고인을 처음 보고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는 다윈
저들이 사람이긴 한 것일까? 그들의 옷차림은 에든버러에서 본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 “등장하는 악마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들의 몸짓은 그들이 “다른 세계의 악령들”처럼 보이게 했다. 그들에게 “같은 종”의 지위를 주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야생의 인간은 비참한 동물과 같다.” 그는 비장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리처드 매슈스와 함께 해안으로 건너온 요크와 제미는―비록 이들과는 다른 부족 출신이긴 했지만―어떠한가? 그들은 문명화되지 않았는가? 그들은 잉글랜드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와 같은 종임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나아가 인간의 굉장한 “향상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않았던가? 잉글랜드의 겨울에 맞게 옷을 갖춰 입은 두 사람은 야만인들을 업신여기는 듯 멀찌감치 떨어져 섰다. 가장 나이가 많은 푸에고인이 요크에게 다가와 수염을 길렀다고 나무라자, 요크는 돌연 “무절제하게 웃었다.” 이것은 확실히 인간 본성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10장 다른 세계의 악령/ p.228~229)

지형의 점진적 변화를 확신하는 다윈
그는 만조선 위쪽에서 새로운 조개껍데기 층을 발견했다. 조개는 모두 죽어 있었다. 땅은 솟아오르고 있었다. 한 번에 1미터 정도씩! 지금까지 줄곧 이론으로 제기해왔던 것이 바로 남아메리카 대륙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왔다는 것 아니었는가? 그런데 지금 그것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라이엘도 나폴리 만에 대해 똑같은 사실을 입증했는데, 그곳에서는 물에 잠겨 있었던 로마시대의 신전이 지진으로 인해 물 밖으로 올라왔다. 갓 생긴 조개껍데기 층은 한 차례의 격변으로 산맥이 솟은 것이 아님을 확증하는 최종 증거였다. 라이엘이 옳았다. 산맥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씩 솟아오른다. 산맥은 이와 같은 작은 융기가 어마어마한 세월 동안 수천 번에 걸쳐 일어난 결과였다. 시간.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긴 시간. 이것이 열쇠였다. 그러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윈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11장 흔들리는 토대/ p.276~277)

다윈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갈라파고스 제도의 땅거북과 핀치(훗날 중요한 것으로 밝혀지고, 다윈은 이 일을 후회한다)
유형자들은 섬마다 독특한 종의 땅거북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등딱지의 모양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대리총독은 땅거북을 보면 그것이 어느 섬의 땅거북인지를 알아맞힐 수 있다고 떠벌렸다. 그렇다면 각 섬을 대표하는 표본들을 채집하는 것은 다윈이 하려고만 했다면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찰스 섬만 해도 말안장 모양의 텅 빈 등딱지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데다, 꽃병으로 쓰이는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윈은 그런 말들을 흘려듣고 채집을 하지 않았다. 이 파충류가 외래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윈은 해적들이 식량으로 쓰기 위해 이 거북들을 본래의 서식지인 인도양의 섬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단정했다.
(12장 식민지의 삶/ p.291)

다윈은 모두 합쳐 세 곳의 섬에서 여섯 종류의 핀치를 채집했는데, 그 가운데 두 섬의 표본이 서로 섞여버렸다. 그래도 식별에 곤란을 겪었던 탓에 다윈은 핀치류가 “정말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류 마지막 무렵에는 나무들도 땅거북과 마찬가지로 섬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채집은 끝난 뒤였고, 다윈은 이미 표본들에 일관성 없이 꼬리표를 붙였으며, 채집한 섬의 이름을 구태여 기록하려 하지도 않았다. 단, 흉내쟁이지빠귀들은 예외였다. 이 새의 표본만큼은 네 곳의 섬에서 채집한 표본들을 따로따로 분리해두었다.
(12장 식민지의 삶/ p.293)

비글호 항해의 성과물
다윈은 자신의 항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수년에 걸쳐 씨를 뿌리고 가꾸는 일은 이제 끝이 났다. 그에게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해놓은 770)에 이르는 일지가 있었다. 이것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며, 조각조각 나누어 집에 부쳤다. (중략) 그에게는 일지 말고도, 난해한 지질학에 관한 공책(큰 판으로 1,383))과 동물학에 관한 공책(368))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종들도 있었다. 특히 반쯤 먹어버린 작은 레아의 사체가 있었고, 그의 선실에는 처음보다 5센티미터가 더 자란 갈라파고스의 아기거북이 아직 살아 있었으며, 뼈와 새, 암석과 산호를 담은 상자들이 고향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은 엄청난 규모의 채집물이었다. 주요 표본을 정리한 목록에 따르면, 액침표본이 1,529종, 라벨을 붙인 박제와 뼈, 그 밖의 마른 표본들이 3,907종이었다.
(13장 자연의 사원/ p.321)

비글호 항해에서 돌아온 뒤 학계에서 주가를 올리는 다윈
라이엘은 2월 17일 지질학회의 회장강연에서 다윈의 화석을 마치 ‘동물 서커스’처럼 줄지어 등장시켰다. 라이엘은 오언의 발견으로부터, 화석 동물상은 그들의 현생 대체물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다윈은 라이엘의 요청으로 그 강연을 들으러 갔다. 다윈은 오언이 밝혀낸 사실들을 알고 있었지만, 라이엘의 강연을 듣고 비로소 그 화석들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멸종한 메가테리움과 오늘날의 나무늘보, 멸종한 글립토돈과 오늘날의 아르마딜로가 서로 가까운 관계임을 이해했던 것이다. 다윈은 그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항해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발견한 것이 그저 유럽과 아프리카산의 마스토돈과 코뿔소라고 추정했을 뿐, 이들이 남아메리카 고유종임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 일로 더욱 예리해진 다윈은 마침내 중요한 질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왜 한 장소에 살았던 과거의 생물과 현재의 생물이 그렇듯 가까운 관계일까? 다윈의 주가는 오르고 있었고, 같은 날 모임에서 그는 지질학회의 평의원으로 선출되었다. 라이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석만이 아니었다. 그는 동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다윈이 “우리 지질학자들의 모임에 떠오른 새로운 별”이라고 생각했다.
(14장 꼬리를 뽐내는 공작처럼/ p.354~355)

다윈의 종변형에 관한 공책을 쓰기 시작한 1830년대, 국교회의 자연관을 공격하는 비국교도들
1837년, 기적을 팔아먹는 국교도들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어졌다. 진취적인 비국교회파는 자신들이 병원과 법정, 그리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며 더 많은 개혁을 갈망했다. 그들은 국교도의 특권을 맹비난하면서, 영국 국교회가 국가와 간통을 하는 ‘부도덕한 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매춘부’를 국가의 품에서 떼어놓아야 했다. 이러한 성난 비국교도들은 자연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법칙들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법칙들은 신이 만들어 말씀과 피조물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공표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이는 신 앞에 평등하며, 국가를 등에 업은 성직자들이 생명을 해석하거나 과학을 통제할 필요는 없었다. 국교회를 해체하여 그들의 특권을 빼앗아야 했다. 400만 비국교도들이 휘그당의 깃발아래 정치적 전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연이 법칙을 따른다는 그들의 설명은 국교회의 초자연적인 해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15장 자연의 개혁/ p.367~368)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암시하는 증거
다윈은 동물학회 박물관에서 굴드를 다시 만나, 핀치들에 대해 굴드가 새로 밝혀낸 사실들을 들었다. 굴드는 갈라파고스 ‘굴뚝새’조차도 핀치이며,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다윈은 모두 13종의 핀치를 채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윈이 채집하여 뒤섞어놓은 새들은, 실은 모두가 특이한 핀치집단이었던 것이다. 이는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다윈은 대부분의 새들에 출신지 섬을 표시해놓지 않아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윈에게 실제로 청천벽력으로 다가온 것은 다른 새들에 대해 굴드가 내린 결론이었다. 다윈은 네 마리의 흉내쟁이지빠귀들에는 출신 섬 표지를 해놓았으며, 만일 이 새들이 한 종의 변종들로 드러난다면, 이것은 “종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사실”이 될 것이라는 정도의 안이한 추측을 하고 있었다. 즉, 생물이 섬에 표류해 와서 육지와 차단되면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새들은 변종의 수준을 뛰어넘는 존재임이 드러났다. 굴드에 따르면, 다윈이 채집한 세 종류의 흉내쟁이지빠귀들은 저마다 별개의 종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본토에 이 새들의 가까운 친척이지만 같은 종은 아닌 근연종이 살고 있었다.
(15장 자연의 개혁/ p.370~371)

급진적으로 변해가는 다윈의 관점
다윈의 생각은 점점 더 놀랄 만한 것으로 변해갔다. 생명이 기후의 변덕에 따른다면, 진보를 재단하는 잣대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랜트는 지구가 식으면서 생명이 점점 더 고등한 온혈동물의 형태로 진보해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윈은 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변화를 단호히 부정했다. 생명은 서식환경의 변덕에 맞추어 적응할 뿐이다. 변화는 사방으로 일어난다. 동물들은 꼭대기에 인간이 있는 가공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인종들도 자신들의 독자적인 생태적 지위를 향해 수평적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제미 버튼의 푸에고인들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량한 황무지에, 그리고 영국의 문명인들은 그들의 공업도시에 적응을 했다. 이것은 충격적인 상대적 관점이었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보다 더 고등하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적 능력이 가장 발달한 동물을 가장 고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벌은…… 분명히 본능”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다윈은 이렇게 생각했다. 벌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창조의 왕이 아니었다. 심지어 급진적인 라마르크주의자들도 인간을 꼭대기에 놓는 진화의 사슬을 고집했고, 오만한 인간이 생명을 내려다보도록 허했다. 생명은 인간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다윈의 생각은 종교적 관습은 말할 나위 없고 급진파의 생각과도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16장 장벽을 허물다/ p.389~390)

사회의 뼈대를 뒤흔들 만한 관점에 도달한 다윈
여기서 위험한 지점은, 인간의 마음이 처음에 벌레에게서 비롯되었고 말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였다. 마음과 도덕을 스스로 진화하는 힘에 맡김으로써 다윈은 지질학계의 신사들이 매우 소중히 여기는 이상들을 위협했다. 그것은 인간의 위엄과 의무였다. 다윈의 말처럼 인간이 단지 조금 더 나은 짐승일 뿐이라면, 인간의 정신적 위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또 만일 인간이 스스로 진화를 해왔다면 신이 인간의 창조자가 아니라는 말인데, 그러면 신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의무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도덕적 의무는 내세의 처벌과 보상과 더불어 사회를 이루는 뼈대의 일부라서, 그것이 허물어지면 사회도 무너져내릴 것이다. 라이엘이나 오언, 세지윅, 휴얼은 다윈의 이런 믿음을 인간을 타락시키는 생각이라고 규정할 것이다. 다윈은 지질학계의 친구들이 자신의 비밀을 안다면 난리가 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더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일 수 없을 것이다. 다윈은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사회적 지위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다윈의 과학에 의심이 드리워지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다윈 본인도 무모한 방종을 일삼는 자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16장 장벽을 허물다/ p.401~402)

다윈의 정리한 결혼에 대한 대차대조표
결혼할 이유
아이들―(신이 아이를 주신다면)―인생의 동반자(그리고 노년의 친구), 나이가 들었을 때 내게 관심을 가져줄 사람―사랑하고 함께 놀아주어야 할 대상―어쨌거나 강아지보다는 낫다―가정과 살림을 돌봐줄 사람이 생긴다―음악의 매력과 여자들의 재잘거림―이런 것들은 건강에 좋다―하지만 엄청난 시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함.
평생을 중성의 수벌처럼 일, 일, 일만 하며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안 돼. 그건 안 되겠다―더럽고 매캐한 런던의 주택에서 온종일 혼자 지내는 것을 생각해볼 것―소파에 앉은 상냥하고 멋진 아내만 떠올려보라. 아늑한 벽난로와 책. 아마 음악도 있겠지―이 풍경을 그레이트말보로가의 칙칙한 현실과 비교해볼 것.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권, 시간손실이 별로 없음―학회에서 똑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일가친척을 방문하지 않아도 됨, 그리고 소소한 집안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됨―아이들을 키우는 비용과 걱정―아마 입씨름도 해야겠지―시간을 뺏긴다―저녁에 독서를 할 수 없다(비만과 게으름 ―걱정과 책임―책과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살 돈이 줄어듦―많은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조르면―(그러나 과로는 건강에 좋지 않다.)
아마도 아내는 런던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시골로의 추방과 게으른 바보로의 전락.
(18장 결혼과 맬서스주의자/ p.431~432)

다윈의 아내가 되는 에마 웨지우드
만일 아내가 에마처럼 “천사 같은 성품에 돈까지 많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에마는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손녀딸이고 헨슬레이의 여동생이며(그리고 한때 이래즈머스의 신붓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가족의 인맥에서 만족스러운 조건을 추린 좁은 범위 안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유일한 아가씨였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지참금을 가지고 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이 조건은 에마를 더욱 매력적인 신붓감으로 만들었다. 마티노 같은 독립적인 직업여성보다 그쪽이 훨씬 나았다. 에마 쪽이 훨씬 안전한 선택이었다. 그녀는 안정감을 줄 것이며, 사촌이기 때문에 돈 계산도 빈틈없이 해볼 수 있었다. (중략) 두 집안은 이미 많은 사촌지간의 결혼으로 얽혀 있었으니, 찰스는 결혼을 한다기보다는 다윈가와 웨지우드가를 묶는 부의 사슬에 한 개의 고리를 더하는 것이었다.
(18장 결혼과 맬서스주의자/ p.433)

맬서스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소화한 다윈
다윈은 맬서스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소화했다. 식물학자 오귀스탱 드 캉돌 같은 사람들은 식물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다윈의 말에 따르면, “종의 전쟁”을 맬서스만큼 강력하게 표현한 사람은 없었다. 캉돌은 한 종이 공간을 둘러싸고 다른 종과 벌이는 경쟁을 지적했을 뿐이다. 이와 같은 경쟁이 같은 종 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전이라는 말을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회와 자연에서 빈민과 짐승들은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최고만이 살아남는다. 자연의 얼굴은 더는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 아니었다. 자연은 패자들의 시체가 널린 검투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인구압력은 종의 구성원들 사이에 박아넣은 “10만 개의 쐐기 같은 힘”이 되어, “조금이라도 더 약한 것을 몰아냄으로써” 억지로 “틈새”를 만들어낸다. 이리하여 가장 잘 적응한 변종이 살아남아 번식을 한다. 이들은 경쟁에서 진 다른 변종들의 희생을 딛고 번성해가며, 그 결과 전체 종이 서서히 변화해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인구압력”은 인간을 나태한 상태에서 흔들어 깨워, 생명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킨다.
(18장 결혼과 맬서스주의자/ p.445~446)


변이들을 가려내는 최고의 선택자, 자연
만일 자연이 무작위적인 변종들 가운데서 적자를 가려내고 있다면, 자연은 지금껏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같이 육종가들이 하고 있는 일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었다. 동물 애호가들은 원하는 형질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제거함으로써 자신들이 원하는 비둘기와 돼지를 만든다. 분명 자연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자연은 존 시브라이트 경보다 훨씬 뛰어난, 누구보다 빈틈없고 무정하고 효율적인 최고의 선택자였다. 다윈은 자연을 “전지전능한 창조주는 아닐지라도, 사람보다 무한히 더 기민한 존재”로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 신사들은 자연이 자칼을 골라내듯이 그레이하운드를 선택했다. 차이점이라면 육종가들은 한두 가지 부분에 주목하는 반면, 자연은 100만 가지 변이를 다루는 데다가 “새로 획득한 [모든] 구조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잘 돌아가는지”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12월에 다윈은 자연선택과 인위선택의유사성이 “내 이론의 가장 멋진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18장 결혼과 맬서스주의자/ p.460)

다윈이 진화론을 출판할 수 없었던 이유
다윈은 머리로는 유니테리언파와 입장을 같이했지만, 마음은 케임브리지 성직자들에게 가 있었다. 헨슬로, 세지윅, 제닌스는 모두 다윈의 경력과 평판을 만드는 데에 일조한 사람들이었다. 다윈은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회적 지위가 탐났다. 자연의 개선과 치열한 경쟁을 포함하는 다윈의 이론은 그 성직자 친구들의 적을 이론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될 터였다. 궁극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고 다윈의 성직자 친구들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개념인 종변형이 다윈의 이론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책을 어떻게 함부로 낼 수 있겠는가?
이것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만일 그 책이 하층사회 저격수들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저급신문들은 다윈의 약육강식 윤리를 헐뜯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맬서스를 증오하고, 구빈법을 혐오하고, 다윈이 속한 “비열하고 야만적이고 가증스러운 휘그당”을 비난할 것이다. 이 사회주의자 들개들은 자연이 결코 협력을 비난하고 구빈원을 눈감아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쟁과 착취는 그들에게는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든지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다윈의 책을 편집할 수 있었다. 진짜 위험은 그것이었다.
(19장 잔인한 전쟁/ p.495~496)

후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위험한 견해를 털어놓은 다윈
다윈은 그 편지에서, 자신은 7년 동안 “매우 주제 넘는 일에 매달려” 살았으며, 어쩌면 그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자신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과 남아메리카의 화석에 깊은 인상을 받은 뒤로 “농학과 원예학 관련 서적들”을 포함하여 종과 관련이 있는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긁어모았으며, 주저하면서도 서서히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 달리) 종이 영구불변하지 않다는 사실을 거의 확신합니다(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는 그것이 비록 살인이었다 해도, 책임은 자연에게 있다고 항변했다. 자신은 그저 맹목적으로 채집을 했을 뿐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으며, 진화와 같은 엄청난 사실을 고의적으로 주장할 의도 따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젊은 청교도인 후커는 얼떨결에 재판관의 자리에 앉아 형량의 감경 사유를 판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피고는 지금 그것은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라고 항변하고 있었다.
(21장 살인/ p.527~528)
다윈이 따개비를 시작한 연구한 이유
다윈은 왜 이렇게 큰 규모의 연구를 기꺼이 시작했을까? 여기에는 더욱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후커가 프랑스 식물학자 프레데릭 제라르의 저서 [종에 관하여]를 보고 나서 “많은 종을 미세하게 분류해보지 않은 사람은 종 문제를 검토할 권리가 없습니다”라고 불평했기 때
문이다. 후커의 말은 다윈의 폐부를 찔렀다. 다윈은 이 말을 사사로운 공격으로 받아들여, 자신은 종의 기원을 논할 권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중략) 다윈은 이런 비판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커는 사실 다윈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다윈이 오해를 하자 무척 당황했다. 그렇지만 내심 다윈이 “종에 관하여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후커는 추론으로 내달리는 다윈의 열정을 무디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동물집단에 대한 철두철미한 연구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2장 특이한 작은 괴물/ p.571~572)

다윈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시도했던 걸리 박사의 물치료
7시 15분 전에 일어나서, 찬물에 담근 거친 수건으로 2~3분간 몸을 문지릅니다. 며칠이 지나니 몸이 바닷가재처럼 빨갛게 되었습니다. 세척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는데, 매우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몸 뒤를 문질러주고, 그동안 나는 앞을 문지릅니다. 이것이 끝나면 큰 컵으로 물 한 잔을 마시고, 되도록 빨리 옷을 입고 나서 20분 동안 걷습니다. …… 동시에 압박붕대를 두르는데, 이것은 아마포를 넓게 접어 물에 적신 것으로, 그 위에 고무방수포를 씌웁니다. 이것을 두 시간마다 한 번씩 찬물에 담가 “신선하게 만들면서”, 하루 종일 걸치고 다닙니다.
(24장 나의 물치료 의사/ p.611)

너무나도 사랑했던 큰딸 애니를 잃은 뒤, 애니를 회고하는 다윈
이 글은 비통함에 찌들지 않은, 다윈이 남긴 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강렬한 감정이 담긴 글이었다. 그는 애니를 인간 본성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면을 지녔던 아이로 묘사했다. 육체적으로도, 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애니는 완벽에 가까웠다. 애니의 몸짓은 “유연하고, 생명력과 활력으로 충만했고”, 애니의 마음은 “순수하고 투명했으며”, 애니의 행동은 “관대하고 우아하고 미심쩍은 구석이 없었으며……, 시기나 질투가 없고, 온순했으며, 격렬하지 않았다.” 그는 “애니는 꾸중 들을 일을 한 적이 거의 없었으며, 어떤 일로든 벌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언짢은 눈길(내가 애니를 그러한 눈길로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은 아니었지만 배려가 빠진 눈길로 한 번만 쳐다봐도, 몇 분 내로 애니의 안색이 달라졌다.” “아주 짧은 기간 동안인데도 에마와 떨어질 때…… 심하게 울었던 것”도, 아주 어렸을 때 애니가 “엄마, 엄마가 죽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요?”라고 놀라 소리쳤던 것도, 그 아이가 이처럼 섬세했기 때문이었다.
(25장 비통하고 잔인한 상실/ p.645~646)

기민한 투자자 다윈
그해에 찰스의 연수입은 총 4,600파운드에 달했으며, 그 절반은 재투자되었다. 하지만 찰스의 이런 금융 노하우는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년 동안 신문을 읽고, 주식시장을 관찰하고, 전문가의 충고를 구했다. 안절부절못한 적도 자주 있었다. 장부상으로 볼 때 그와 에마는 평생 동안 먹고 살 돈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따지면 그들의 미래―그리고 아들들의 미래―는 한순간에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그들의 수입은 대부분 주식시장의 변동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주식이 떨어지면, 기업들―특히 철도회사가 악명 높았는데―은 도산하고, 이와 함께 투자자들도 파산했다. 하나의 공황은 다른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러면 철도 거품은 터질 것이다. 그는 다시 땅이 훨씬 안전한 투자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찰스는 “점점 불어나는 대가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부동산 중개인에게 값이 5,000파운드쯤 되는 부동산을 찾아봐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안전하고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26장 자본가 신사/ p.661~662)

중간계급을 떠받치는 다윈의 진화론
다윈은 맬서스의 “가장 논리적인 저작”에 대한 자유의지론자와 사회주의자들의 공격에 콧방귀를 뀌었다. 먹이가 많을수록 동물의 수도 많아지고, 그것이 결국 투쟁을 초래하게 된다는 논증에 의문을 품은 자가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 반대를 주장했다. 그들은 비옥한 토양에 식물을 심으면 실제로 생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모판과 비료를 가지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사회는 자연스럽게 진보하여 개선된다고 보는 윌리엄 고드윈의 낙관주의는 다윈이 생각하는 진화가 아니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유토피아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장밋빛의 필연적인 진보를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다윈의 진화론은 많은 개혁론자들의 요구를 떠받쳤다. 즉, 자유무역과 무한경쟁에 대한 요구, 구시대의 “부자연스러운” 독점과 특권을 타파하라는 요구를.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을 중간계급의 협력자로 만드는 이론이었다.
(27장 추악한 사실들/ p.688~689)

변종을 낳는 생리적 분업
다윈은 노동자가 전문화할 때 산업이 팽창하듯이, 생명도 마찬가지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자연은 “훨씬 효율적인 작업장”을 가지고 있었다. 다윈은 자연선택이 경쟁에 처한 동물 간의 “생리적 분업”을 자동적으로 증대시킨다고 주장했다. 북적이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경쟁―다윈은 이것을 자연계의 종種공장이라고 불렀다―은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를 이용할 수 있는 변종에게 이익을 준다. 이러한 변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아 그 빈틈을 활용할 것이다. 섬의 격리는 생각했던 것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경쟁은 개체들을 사방으로 확산시켜 과밀한 집단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개체들은 스트레스가 없는 구석진 빈틈을 찾음으로써 경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변종은 부모의 계통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고, 그 결과 교잡으로 인한 희석효과가 약해진다. 런던 같은 복잡한 대도시에서 각기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온갖 종류의 상업이 직접적 경쟁 없이 나란히 공존할 수 있듯이, 종은 자연계의 시장에서 비어 있는 생태적 지위를 발견함으로써 압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동물의 기능이 다양해질수록 한 지역이 지탱할 수 있는 종수도 증가한다.
(28장 전함과 싸구려 술집/ p.699~700)

성직자 자연학자들에 맞서 조직되고 있던 진화론의 청년 친위대
1856년, 진화론의 청년 친위대가 조직되고 있었다. 헉슬리, 후커, 틴들, 그리고 그들의 동료 과학자들은 전략을 논의하고, 적을 가려내고 있었다. 그들의 최우선 과제들 가운데 첫 번째는 런던의 과학 강사로서 더 큰 힘을 쥐고, “대중들”?그리고 그들의 지갑?에 대한 더 큰 “지배력”을 얻는 것이었다. 이들은 케임브리지의 성직자 자연학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받고 있는 금전적 보상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생각했으며, 여기에 심한 반감을 품었다.
(29장 나 같은 지독한 철면피/ p.717)

자연의 무자비한 낫
그 책에서 다윈은 근친교배의 “악한” 영향과 이계교배의 좋은 영향을 길게 논했다. 늘 그랬듯이. 그는 도덕적 의미를 찾고 있었다. 출생, 죽음, 만성 질병에는 어떤 합리적 설명이 필요한데, 자연이 그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친척끼리 결합을 하면” 자손들의 “활기가전반적으로 줄어들고”, “병약할” 가능성이 높다. 생존투쟁은 불가피하게 피해자를 낳으며, 다윈의 아이들은 희생자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없었다. 여기서 미덕을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자연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생존자들”은 더 “혈기왕성하고 건강한 자들이며, 따라서 인생을 최대로 즐길 수” 있다. 그는 경매를 진행한 그 다음 주에 3장을 끝냈다. 마지막 부분은 급진주의자들의 자애로운 인구 연구의 오류를 보여주고 맬서스의 비관적인 연구를 옹호하며 끝을 맺었다. 자연의 무자비한 낫을 피할 방도는 없으며, 피하려는 시도는 결코 미덕이 아니다.
(30장 저속하고 음란한 자연/ p.745~746)

종변형론을 짓밟으려는 오언
라이엘처럼 오언은 인간이 창조에서의 고귀한 태생적 지위를 잃을까봐 두려웠다. 이 와중에 종변형론을 맛본 학자들은 호전적인 투사들에게 좋은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불난 데에 부채질하고 있었다. 이것은 배신행위였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이런 과학은 철저히 짓밟아주어야만 하고, 거기에는 오언이 적임자였다. (중략) 고릴라가 인간으로 변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오언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창조에 의한 도약을 구상했다.
(31장 침팬지는 뭐라고 말할까?/ p.753~754)

다윈이[종의 기원]을 출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월리스의 이론
그렇긴 해도, 월리스가 도출한 이론은 다윈의 이론과는 달랐다. 선택에 대해, 월리스는 개체들 간의 극심한 경쟁을 상정하기보다는 환경이 부적합한 개체를 제거한다고 보았다. 게다가 월리스는 보르네오 섬에 사는 다야크족을, 다윈이 야만적인 푸에고인들을 바라본 관점과 달리, 인류평등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자의 관점으로 보았다. 그리고 월리스는 다윈이 제쳐놓은 질문을 제기하려 하고 있었다. 즉, 자연선택의 목적이 무엇인가? 진화의 힘은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작동한다는 것, 이것이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의 목적은 “완벽한 인간이라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러한 유토피아를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1858년의 그날 다윈의 눈앞에 놓여 있었던 것은 월리스의 20) 분량의 편지가 전부였고, 게다가 이것은 [자연선택]의 요약과 너무나 비슷해 보였다.
(32장 정체를 드러내다/ p.780~781)

신의 섭리를 배제한 다윈의 관점
하지만 다윈의 “설계”는 오언의 “예정된” 자연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카펜터, 사우스우드 스미스, 그 밖의 다른 유니테리언파처럼, 다윈은 자연이 물질적인 인과관계로 이어진 간섭할 수 없는 연쇄라고 보았다. 여기에 신의 섭리는 없다. 다시 말해, 자연적인 원인들은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는 창조주가 각각의 잠자리를 일일이 직접 설계하고 갱신한다는 세지윅의 국교도적 관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다윈은 라이엘에게 만일에 진화의 각 단계가 신의 섭리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전체 진화 과정은 기적이며 자연선택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다윈은 그레이에게 “설계된 법칙”을 거론하긴 했지만, “세세한 부분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작용에 맡겼다.”
(32장 정체를 드러내다/ p.798~799)

헉슬리-윌버포스 논쟁의 결과
과학에 참견을 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이용한” 토리당 주교 미꾸라지 샘은 그 신세대들이 싫어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리저리 말을 돌리며 술술 잘도 지껄여대는 그 인간의 일방적 진술”에 대해 “가장 심한 경멸을 품고 있었던” 사람은 헉슬리였다. 어쨌든 후커처럼 헉슬리는 “이후 24시간 동안 옥스퍼드에서 최고의 인기인”은 자신일 것이라고 믿으며 돌아갔다. 두 선동가의 상충하는 주장을 접한 다윈은 정확히누가 승리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 편”이 승리한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편의 윌버포스는 자신이 헉슬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하며 돌아갔으며, 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의 대부분은 재미있는 무승부 대결이었다고 판결했다.)
(33장 상은커녕 욕만 갑절로/ p.826)

오언을 저격하려는 다윈 일당
피 튀기는 언쟁은 헉슬리가 재창간한 [자연사 리뷰]에서 시작되었다. 이 잡지는 오언을 타도대상으로 삼았다. 이 잡지는 다윈주의자들의 최초의 기관지로서, 헉슬리, 러벅, 버스크와 같은 “유연한 마음을 지닌 젊은이들”(다윈의 사람이 되기 위한 기준)이 인수하여 재단장한 것이었다. 논조는 “국교회파를 조용히 해치우는 것”이라고, 헉슬리는 후커에게 흐뭇하게 말했다. “그리고 만일 적들을 베기를 바란다면, 당신이나 다윈, 라이엘에게는 이 지면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1861년 1월에 발행된 제1호는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에 관한 헉슬리의 논문을 실음으로써 무대를 설치했다(헉슬리는 한 부를 윌버포스에게 부치는 호기를 부렸다). “오언을 부수기에 완벽하고 끔찍한 분쇄기가 아닙니까(게다가 선생은 “버터 바른 천사”처럼 매끄럽고 교묘하게 해냈군요)!”라며 다윈은 매우 흡족해했다. “그토록 대단하고 탄탄한 추론가인 오언이 보기 좋게 망신을 당했네요!”
(34장 유인원의 자궁에서/ p.832~833)

새로운 청중을 확보해가는 다윈
선동적인 소책자들은 유물론에 입각해 인류의 조상을 설명함으로써 성직자들의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해왔다. [종의 기원]은, 이에 앞서 [흔적]과 프랑스의 혁명적 과학이 그랬듯이, 유용한 수단이었다. 한 재봉사는 다윈에게 서명본을 주면 자신이 옷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으며, 어느 제빵사는 [종의 기원]을 논한 원고뭉치를 보내 다윈을 질리게 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입장에 서 있으며 인간을 “생명의 하층사회”와 결부시키는 해부학자에게는 준비된 청중이나 다름없었다. 선동적인 신문의 기자들은 헉슬리의 “자극적이고 엄숙하기조차 한” 말들을 보도하기 위해 기쁜 얼굴로 메모를 했다.
(34장 유인원의 자궁에서/ pp.843~844)

공공연한 문제가 된 인류의 기원
헉슬리의 강의는 한 가지 목적을 달성했다. 그것은 활활 타오르는 인류의 기원을 둘러싼 논
쟁에서 연기를 걷어치운 것이었다. 한때 금기시되던 이 질문은 이제 필수적인 질문처럼 보였으며, 부위별로 베어져 사방으로 배분되었다. 라이엘은 인류의 오랜 역사를 논하는 책을 구상하고 있었고, 러벅은 덴마크에서 발견된 조개껍데기 언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팔코너는 브릭섬에서 더 많은 석기를 발견했다. 그 가운데에는 멸종한 곰의 앞다리뼈를 깎아서 만든 막대도 있었다. 이제 다윈 집단에서 인류의 역사가 오래된 화석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 멸종한 하마가 살았던 시대에도 인류가 살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34장 유인원의 자궁에서/ p.845)

다윈주의 비밀결사, X클럽
반대편의 다윈주의자와 급진적인 국교반대자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새로운 개혁”을 짓밟으려 하는 편협한 토리주의자들에게 분노한 그들은 진화론에 입각한 자연주의를 지키기 위해 단결했다. 11월 3일에 앨버말가街에 있는 세인트조지 호텔에서, 헉슬리, 후커, 틴들, 버스크, 스펜서, 러벅, 그리고 그 밖의 두 사람이 모인 가운데 프리메이슨 같은 다윈주의 비밀결사가 결성되었다. 그것은 어떠한 종류의 신학에도 “구속되지 않고” 과학에 헌신하는 만찬모임이었다. 스포티스우드도 가입하여 회원은 모두 아홉 명이 되었다. 이 결사는 나중에 “Ⅹ클럽”으로 불리게 되지만, 열 번째 회원을 모집하지는 않았다. 이 모임의 목표는 자연을 반동적인 신학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과학을 귀족의 후원으로부터 해방시키며, 지적 엘리트 집단이 잉글랜드의 문화를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왕립학회 내부에서 작전모의를 하면서 자신들의 동지들이 회원이 될수 있도록 회원 선출방법을 바꾸었고, 머지않아 회장 인사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35장 산 무덤/ p.873)

과학계의 표준이 되어가는 다윈주의
다윈주의자들이 후커와 함께 교회의 과학을 침략함에 따라, 다윈당의 사기는 드높았다. 월리스는 다윈에게 “다윈주의”가 “뜨고 있다”고 들뜬 어조로 말했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자연사를 아는 사람들 가운데 반다윈주의자가 하나도 남지 않아서 그동안 보아왔던 훌륭한 토론이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텔레그래프]는 후커를 전적으로 지지했고, 국교회를 대표하는 [가디언]은 다윈주의가 “승리를 거두었다”고 평했으며, 심지어 심술궂은 [잉글리시 처치맨]조차 “조야한 무신앙주의”가 과학계의 표준이 되었음을 인정했다.
(37장 섹스, 정치, X클럽/ p.928)

다윈이 우려하며 출간한[인간의 유래]
이 책에는 티에라델푸에고의 야만인 요크 민스터에서부터 “우리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허버트 스펜서”에 이르기까지 빅토리아 시대의 모든 인생이 들어 있었다. 각각의 인종은 자연선택의 추진을 받고 사용유전使用遺傳의 도움을 받아 문명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이 과정에서 이기적인 본능은 이성, 도덕성, 영국의 관습들에 자리를 내어준다. 충성과 용기는 증가한다. 여성의 정숙함과 남성의 절제도 마찬가지다. 노예제, 미신, 무분별한 전쟁은 사라지고, “미덕이 승리를 거둘 것”이다. 하지만 맬서스주의적 투쟁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영웅이 있으면 불운한사람도 있고, 승리한 문명이 있으면 정복당하는 “야만인들”도 있다. 팽창하는 나라가 있으면 소멸하는 나라도 있고, 대가족이 있으면 소가족도 있다. “지적으로 월등한 사람”이 열등한 사람보다 자손을 더 널리 퍼뜨리며, 더 나은 계급이 “무절제하고 방탕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계급”을 앞선다. 심지어는 부자들이 무절제하게 자식을 많이 낳는 빈자들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빈자들의 자식은 유아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고귀한 인도주의가 널리 퍼져나간다. 인간 본성의 “가장 고귀한 부분”이 “사회의 열등한 구성원들”에게 동정심을 갖도록 지시하며, 이로써 사회는 “약자가 살아남아 그 성질을 퍼뜨림으로 인해 생기는 악영향”을 “불평 없이” 감내할 것이다.
(38장 파괴적인 추론들/ p.963)

노년에도 연구를 계속하는 다윈
수천 그루를 붓으로 꽃가루받이했으며, 수만 개 씨앗의 개수를 세었다. 이것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씨앗 한 개 한 개가 “작은 악귀로 변해 다윈의 손에서 도망쳐 엉뚱한 더미로 들어가고”, 현미경의 시야 밖으로 “튀어나갔다.” 코안경을 걸친 다윈의 눈앞에는 집계할 데이터를 기록한 대장이 쌓여 있었다. 통계 처리는 골턴이 점검해주었다. 얻어낸 수치는, 식물을 변화시키는 데에 “선택압”이 작용하고 있음을 양적으로 증명해주었다. 타가수정한 식물은 길이, 무게, 활력, 번식력에서 자가수정한 식물보다 현저하게 뛰어났다. 다윈은 마지막에 “왜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연은 “정당한 결혼”?태생이 다른 것 사이의 결혼?을 축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대답이었다.
(40장 지독한 고집쟁이/ pp.1028~1029)

다윈의 종교적 입장, 불가지론자
자서전을 쓰는 동안, 다윈의 속마음을 궁금히 여기는 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당신은 신의 존재를 믿는가? 유신론과 진화론은 양립할 수 있는가? 다윈은, 인간은 말할 나위 없이 “열렬한 유신론자인 동시에 진화론자”가 될 수 있다는 답장을 썼다. 찰스 킹즐리와 에이서 그레이를 보라. 다윈 자신으로 말하자면,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의미에서의 무신론자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신의 존재는 여전히 커다란 불확실함으로 다가왔다. 꼭 분류를 확실히 해야 한다면, 헉슬리과科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리고 늙어감에 따라 점점 더) 불가지론자가 나의 마음 상태를 가장 올바로 표현해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이따금 자신의 불가지론적 입장에 대해 불가지론적으로 되긴 했지만, 이 사상적 입장은 10년이 흘러 존중받는 것이 되었다.
(41장 절대로 무신론자는 아니다/ pp.1055~1056)

다윈이 말년에 몰두했던 지렁이 연구
가장 놀라운 것은 지렁이의 지능이었다. “특정 종류의 음식에 대한 갈망”으로 판단하건대 그들은 “먹는 행위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으며, 성욕은 “빛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정도로 강했다.” 심지어는 “약간의 사회성”도 발견되었다. 지렁이들은 “서로의 몸 위로 기어오른다든지” 접촉을 한다든지 해도 태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렁이들이 굴속으로 이파리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도 관찰했다. 그 습성은 본능적인 것이지만, 그 기술은 어떨까? 온갖 종류의 이파리가 실험에 동원되었으며, 마지막에는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뻣뻣한 종잇조각들도 투입되었다. 다윈은 끌려들어간 물질을 꺼내며, 대부분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끌려 들어갔음을 알아냈다. 즉, 더 좁은 끝 또는 꼭짓점부터 끌려 들어갔다. 이것은 분명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과정이 아니었다. 지렁이들은 “아무리 조잡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물체의 모양을” 어떤 식으로든 인지했다. 아마도 몸으로 “물체의 이곳저곳을 접촉해보는 방법”을 통해서일 것이다. 이 고도의 감각은 “눈이 안 보이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로 태어난…… 사람”이 지닌 것과 비슷한 종류였다. 이 감각 덕분에 지렁이는 기하학적인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지능이었다.
(42장 지렁이와 함께 땅으로/ pp.1076~1077)

다윈의 죽음
몇 초 뒤에 찰스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구역질을 했다. 그러고 나서 그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 에마는 얼굴을 바싹 갖다 대고 찰스가 자신을 알아보는지를 살폈다. “내 사랑, 나의 소중한 사랑.” 찰스는 가까스로 알아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아이들 모두에게, 너희들은 내게 늘 좋은 자식들이었다고 전해주오.” 찰스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에마는 찰스의 손을 꼭 쥐었다. 너무나 무서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찰스가 다시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의식이 완전히 돌아와 에마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죽는 것이 조금도 두렵지 않소.” 그는 평정을 되찾은 듯했다. (중략) 헨리에타는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다. 프랭크는 이따금씩 아버지의 맥박을 재면서 허락된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3시 25분에 찰스는 일어나 앉으며, “정신이 몽롱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에마를 불렀다. 에마는 즉시 와서 남편을 끌어안았다. 찰스의 얼굴이 힘없이 툭 떨어졌지만, 위스키 몇 숟가락을 흘려 넣어주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에마는 남편을 누였다. 하지만 어떻게 누워도 통증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기절했다. 초인종이 울렸다. 의사들이었다. 헨리에타가 의사들을 맞이하러 아래층으로 달려갈 때, 찰스가 에마를 꽉 붙잡았다. 프랭크는 당장 올라오라고 계단 아래로 소리쳤고, 베시도 불러왔다. 찰스는 의식을 잃었다. 의사들은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직 깊게 그르렁거리는 숨소리만이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에마는 찰스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눈을 감은 채 부드럽게 흔들었다. 1882년 4월 19일 수요일 오후 4시, 찰스는 세상을 떠났다.
(43장 마지막 실험/ pp.1096~1098)

다윈이 웨스트민스터 대수도원에 묻힌 것의 의미
“다윈주의 교의는…… 우리 시대 최고 사상들의 거의 모든 것 속에 흐르고 있다.” 장례식 날, 몰리의 자유당 신문은 이렇게 뽐냈다.

다윈주의는 아직 형태가 완전하게 빚어지지 않은 사회적 관념들을 물들이고 있다. 다윈주의는 법과 역사에 관한 연구에서, 정치 연설에서, 종교 설교에서, 예술 이론에서, 모호한 사회적 추론에서, 수많은 위장된 모습으로 재등장한다. 우리의 소설과 시에도 잠재된 다윈주의 보석들이 가득하다. 다윈주의로부터 벗어나 생각하려고 시도한다면, 우리 시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윈의 시신을 종교적 위엄으로 안치해야 했던 것이다. 대수도원의 매장은 잉글랜드가 겪고 있었던 아직 끝나지 않은 거대한 사회개혁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영국에는 새로운 식민지, 새로운 산업, 그리고 그것을 운영할 새로운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헉슬리가 말했듯이 새로운 사제들의 입을 통해 말하는 “새로운 자연”이, 여기에 복종하는 모든 이에게 진보를 약속하고 있었다. 다윈의 시신은 이 새로운 자연을 낚아챈 새로운 전문가들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성소에 안치되었다. 이 매장은 이 전문가들을 신격화하는 것이었으며, 떠오르는 세속주의에 바치는 최후의 의식이었다. 이것은 자연의 시장의 상인들, 다시 말해 과학자들과, 정치와 종교계에 몸담고 있는 그들의 부하들이 권력을 계승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명성을 얻고 있는 이러한 전문가들이 그들의 스승에게 보답하는 것과도 같았다. 왜냐하면, 다윈이 창조를 자연주의화하고, 인간 본성과 인간의 운명을 그들의 손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회는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악마의 사제”는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
(44장 대수도원에 묻힌 불가지론자/ pp.1119~11120)

저자소개

에이드리언 데스먼드(Adrian Desmond)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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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1종
판매수 172권

런던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고, 척추동물고생물학과 과학사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빅토리아 시대의 진화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생물학과 명예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윈 이전 세대에 관한 연구인 [진화의 정치학The Politics of Evolution](1989)으로 미국 과학사학회로부터 파이저 상을 받았다. 또한 [온혈 공룡Hot-Blooded Dinosaur](1975), [유인원의 반사The Ape’s Reflexion](1979),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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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무어(James Moor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2종
판매수 172권

과학, 신학, 역사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맨체스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개방 대학에서 과학기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다윈의 생애를 연구했다.
[다윈 이후의 논란들Post-Darwinian Controversies](1979), [다윈 전설Darwin Legend](1995) 등을 썼다.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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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학교 생물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연애], [스펜트],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진화 이야기], [다윈 평전],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플라밍고의 미소], [생명 최초의 30억 년], [1만 년의 폭발], [공룡 오디세이], [아인슈타인과 별빛여행], [해답은 DNA],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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