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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는 백인덕의 네 번째 시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폐적인 절망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여 자학하는 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어느 날의 유서, 오늘, 쓰린 새벽 등을 포함한 5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백인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스스로에게 “난 세계가 뱉어버린 오물./난 이 세계를 사랑할 의무가 없다.”고 선언할 만큼 자폐적인 절망과, 세상을 향한 분노를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여 자학하는 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시집은 ‘거대한 중얼거림’으로 일관하고 있다.

<추천평>
백인덕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은 오로지 시를 향한 집념만으로 스스로 제 뼈를 갉아가며 혁명을 꿈꿔 온 시인이 부르는 절망의 노래들로 가득하다. 영원이라는 백일몽의 길을 찾아 나선 시인의 영혼은 그토록 꿈꾸던 영원에 가 닿지 못하고 매 순간 스스로를 사선死線에 세운다. 좌초한 혁명의 끝에서 그는 “나와 내 것이라 믿었던 언어와/그 수레에 함부로 실었던 엉망인 노래”와 함께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건드리는 허기로 자신을 밀고 가는 끝물의 생을 떠올린다. 지금껏 저를 구원해 줄 것으로 믿어 온 시와 현학은, ‘라깡’이 아니라 ‘새우깡’인 삶 속에서 오히려 그를 더 깊은 슬픔과 허기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절망 가득 찬 목소리로 그는 “난 세계가 뱉어버린 오물./난 이 세계를 사랑할 의무가 없다.”고 외친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시인의 영혼은 “기쁘게 덜렁이는 한 순간의 희망”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다. ‘상처’와 ‘허기’로 가득한 생의 한가운데서 “왜 나는 죽지도 못하는가?”라며 한없이 절망하던 그는 이제 그대로 주저앉는 대신 바닥까지 닿은 슬픔과 절망이 빚어내는 힘으로 이 세상을 견뎌나가야 하리라. 누가 뭐래도 시인이란,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의 삶을 사랑하는’ 근성으로 똘똘 뭉친 존재가 아니겠는가?
?박완호(시인)

백인덕의 요설적인 시를 읽으며 진이정이 떠올랐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머리를 가로저었지만 끝까지 진이정의 내음이 가시지 않았다. 깊은 자조 속에 영성이 가득 담긴 예언적 시구들을 읽으며 그가 너무 외로웠거나 혹은 너무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가 뱉어버린 오물./난 이 세계를 사랑할 의무가 없다”는 선언적 명제 앞에 그에 대한 기왕의 기억들을 다 접어 버리고 그가 옳다고, 백번 옳다고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무임금의/오후, 저녁으로 이미 기운 시간”을 지나는 백인덕이 저주하는 “겨우 총채질이나 하는 시인”인 나도 “등이 끊어지고, 어깨가 기울도록 한 자세만 고집하며” 잠들고 싶은 가을날 오후다. 이제 좀 쉬어 가시라.
?우대식(시인)

1부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산책 또는 배회의 저녁
양생養生의 깨달음
시대착오적 백인덕
유비쿼터스적 프로토콜
지금 후
어느 날의 유서
뉴?코스모폴리타니즘
밖으로 열렸던 문은 안으로 끌어 닫아야만 한다
아니 그럴수도
고드름
인생은 짧고/일회용품은 길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마음/커피를 끓이다
그해 여름의 초입

2부
나 울다
시집을 품은 암살자
새벽 꿈
중년, 편두통을 위하여
최근의 빈혈
세밑, 어설픈 일기
세밑, 어설픈 일기 2
변경
헤헤, 요즘은
오늘
인연因緣
기억?슬픈 시사·서
바람을 못 박다
미아리 고개
청량사淸凉舍를 지나며

3부
거기도 가을이?종선에게
여주餘酒를 다녀오며?종호에게
허사를 위한 허사?E 선생에게
쓰린 새벽?대식에게
소망의 아침?윤호에게
달과 아이스크림?완호에게
막막한 이주移住 앞에서?이덕규 형에게
기억은 강을 만들지 않는다?유종에게
카톨릭 정신과를 나와서?승수 형에게
폭풍 앞에서?일형에게
따스함을 위하여?엄 박사에게

4부
단풍나무 어두운 안개 속에서
나는 몰랐네
근황?죽을 것 같은 행복
비밀
오늘의 뉴스
환幻-개강 날 아침에
사랑
불순한 못질
나는 너다
몸살, 약에 취하다
인생찬가
사랑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에
부정적 발견
마지막 사랑
치명적 풍경
기도하는 저녁
절명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쉴 새 없이 차량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학교 앞 포장마차, 식어 가는 떡볶이와 어묵을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처럼 번갈아 씹으며
자정을 향한 늦은 밤, 이십여 년 전의
그때처럼 난 혼자 되뇌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몇 몇 연구실의 불빛들은 아직 살아있지만
더 환하게 불 밝힌 건 대학병원 영안실,
가지에서 막 떨어지려는 꽃잎들이
내 흉한 어깨를 비스듬히 내려 보고 있다.
병원을 다녀야만 했을 시간을, 나는
풀리지 않는 숙취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그러므로 잘못 다녔다는 것이다. 거기
휠덜린도 있었고, 라깡과 아아, 헤겔도 있었지만
정작 내 손으로 꾸민 작은 정원은 없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이미 다 식어버린 어묵 꼬치를 간장에 찍으며
내게 정원이 있었다면 어떤 나무와 풀,
가벼운 돌 몇 개가 어떻게 놓였을지
꿈을 꾼다. 자정이 다 된 늦은 밤,
백일몽처럼 길을 찾는다. 자꾸 발길을 느리게
하는 잔바람,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이 한마디로 이제는 시를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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