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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크 2

원제 : LAN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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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1Q84와 1984 사이,‘라나크’가 있다!
    집필 기간 20여 년. 단테, 카프카, 조이스, 오웰을 잇는 현대문학의 이정표
    두 번의 인생을 산 21세기형 영웅 라나크의 사랑과 환상 이야기

    드디어 스코틀랜드에서도 현대의 문학관을 뒤흔드는 소설이 탄생했다. 앨러스데어 그레이는 월터 스코트 경 이래로 스코틀랜드가 낳은 최고의 작가이다.―앤서니 버지스
    금세기 최고의 스코틀랜드 소설. [라나크]는 스코틀랜드 문학의 새 장을 열었다.―[옵서버]
    독보적인 걸작이다. 우리가 속한 문명사회가 어떻게 자멸해 가는지, 매우 깊고 예민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다.―[타임스]

    20여 년에 이르는 집필 기간. 출간과 동시에 저자를 단테, 조이스, 오웰, 카프카와 같은 반열에 올린 방대한 걸작

    ‘스코틀랜드 문학의 르네상스를 연’([뉴요커])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장편소설 [라나크]가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1954년 집필이 시작되어 1976년 탈고된 뒤 1981년에 출간된 [라나크]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조화시킨 ‘환상적 리얼리즘’ 기법과 현대문명에 대한 음울하고 다채로운 풍자로, 이후 모던클래식과 컬트문학의 고전이라는 지위에 올랐다. 작가 윌리엄 보이드는 [가디언]에 기고한 리뷰에서,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없고, 얄팍하게 위장한 회고록으로도, SF소설로도, 번연 유의 알레고리로도, 글래스고에 대한 애정 어린 분석으로도 읽을 수도 없다. [라나크]는 이 모든 것인 동시에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작품이다.”라고 썼다. 원고지 분량 3500매를 육박하는 이 방대한 작품은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부근의 가상 도시 ‘언생크(Unthank)’를 배경으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SF 사회 환상소설의 틀에 담아낸 1권과 4권, 그리고 라나크의 전사(前史)인 ‘소오’가 2차대전 이후의 글래스고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화가로 자라나는 과정을 묘사한 2권과 3권으로 구성된다. ‘네 권에 담긴 한 사람의 인생(A Life in Four Books)’이라는 원서의 부제는 시공을 초월해 교차되는 이야기의 두 주인공 ‘라나크’와 ‘던컨 소오’가 같은 자아임을 의미한다. 라나크가 사는 미래의 글래스고와 소오가 성장한 현재의 글래스고 속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사건을 통해, 자본에 의해 종속된 인간 정신, 황폐해진 일상, 진정성을 잃은 예술, 일상과 유리된 정치 등 현대문명이 낳은 병폐를 압도적이고도 재기발랄한 상상을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그려낸 대작이다. 그림을 그리고 간간이 글을 쓰던 스코틀랜드 노동 계층의 무명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는 첫 출간작인 [라나크]로 각종 언론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일약 현대 문학사의 주요한 작가 반열에 편입되었고, 단테, 블레이크, 조이스, 카프카, 오웰 등과 나란히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라나크] 한국어판은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직접 그린, 발간 20주년 기념판에 사용된 예술적인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글래스고에 대해 쓴 이 거대한 책은 세상 모든 곳에 대한 위대한 책이다. 말 그대로의 의미를 갖지만 모두가 불신하는 진실, 바로 글래스고와 스코틀랜드와 세상 모든 작은 나라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이 모두 넓고 넓은 세상의 일부라는 진실을 주창하는 이 책의 고집은 다시 한 번 말할 가치가 있다.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더 이상 지체하지 말라. 본문에 몰두하라. 상상하라.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에 마음껏 찬탄하라.
    ―재니스 갤러웨이([라나크]2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치열한 리얼리즘과,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무너뜨리는 디스토피아 판타지의 환상적인 결합

    하루키의 [1Q84]의 첫 장면에서 ‘아오마메’가 과거를 잊은 채 택시 안에서 등장했듯, [라나크]는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기차 객실에서 깨어난 청년 라나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가 도착한 곳은 시대도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없는, 시간과 햇빛과 낮이 존재하지 않는 음울한 도시 ‘언생크’. 라나크는 그곳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며 생활하던 중, 사람들의 피부가 용 가죽처럼 변해 가거나 온몸에 입이 생기는 병이 퍼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병에 걸려 갑작스레 사라진 이들은 ‘기관’이라는 불리는, 현대의 병원과 유사한 곳에서 치료를 받는다. 낯설고 기묘하지만 현실적인 배경에서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확장되어 가는 언생크의 광경은 현대문명과 자본주의가 낳은 미래 디스토피아의 풍광이다. 권력자들의 합의와 획책 아래 환자들이 기관으로 이송되고, 병이 낫지 못한 이들은 다른 환자들의 영양 공급원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에 대한 묘사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을 분류하고 말살했는지에 대한 서늘한 풍자이다.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무도 치유되지 않는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치료라는 건 그냥 우리를 연료나 옷이나 음식으로 쓸 때까지 우리 육신을 신선하게 보존하기 위한 거라고요.”
    (라나크1/ p.185)

    “단순한 살인 기계라면 쉽게 파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계가 다 그렇듯이, 기관은 소유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요. 그리고 지금 많은 구역의 사람들은, 자기가 식인종이라는 걸 알지 못합니다. 온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지요. 진실을 말해 줘도 믿지 않을 사람들이고요. 게다가 기관은 인간이라고 판단되면 누구한테나 놀라운 관용을 베풀며, 당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합니다. 심지어 기관을 비난하는 사회들도, 대부분은 기관이 사라지면 붕괴하고 말 거예요. 기관은 지식과 에너지의 중요한 원천이니까요.
    (라나크1/ p.209)

    오웰의 [1984]에서 텔레스크린과 빅 브라더가 그러했듯, 기관에서도 스크린과 첨단 기계로 환자들의 정신과 환상, 추억까지 장악한다. 심지어 기관의 권력자들이 향유하는 음악과 종교 등의 가치 체계조차 강압적 치료 수단으로 사용된다. 사랑하는 여인 리마와 함께 햇빛이 드는 살기 좋은 도시로 가기 위해, 기관을 탈출해 어쩔 수 없이 언생크시로 다시 돌아온 라나크가 곳곳에서 목격하는 ‘주택은 돈. 돈은 시간.’, ‘이제 누구나 인간의 선의가 가득한 훌륭한 식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따위의 슬로건과 사회안정센터 등도 [1984]에 등장하는 포스터와 사랑국의 패러디이다. 1권의 언생크에서는 은밀하고 기괴한 방식으로 자본가들의 음모가 실행되었다면, 4권의 언생크에서는 그럴듯한 정치적 선동과 포장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고용. 안정. 환경. 세 가지 업무는 서로 같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오. 고용이 안정을 확보하고 안정은 새로운 환경을 가꾸도록 해주오. 개선된 환경은 새로운 고용 조건이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요.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는 모르오. 이 큰 건물, 모든 센터의 센터인 복지 타워는 완전 고용과 적절한 안정, 살 만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오.”
    “동물들.” 페티그루가 말했다. “여기서 우리가 다루는 건 동물들이지. 지저분한 것들. 쓰레기 같은 것들. 저질 중의 저질.”
    “페티그루는 모두에게 충분한 일자리와 주택이 돌아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오. 모든 자유경쟁 사회가 그렇듯이, 직업도 주택도 없는 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지 못하거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정력적이지 못한 법이오.”
    (라나크4/ p.138)

    작가는 카프카의 [성]과 [심판]에서 영감을 받아 가상의 미래 도시와 디스토피아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태양 빛을 그리워하는 영원한 황혼녘의 도시, 빈민가를 재건축한 획일화된 연립주택, 관제 정치와 정치적 무관심이 어우러진 기형적 통치 체제, 진부한 삶의 더께 속에 질식하는 예술혼. 라나크와 소오의 이야기 속에서 그려지는 글래스고는 도시의 실존이고 역사이고 신화이고 정치이며, 무엇보다 도시 공간 그 자체다. 산업혁명과 전후(戰後)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현실의 글래스고, 대중을 기만하는 시스템이 구축된 미래의 글래스고를 통해, 개인과 사회, 현대사와 미래에 대한 묵시록적 상상, 예술과 정치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글래스고 예술가의 초상―‘토니오 크뢰거’, ‘호밀밭의 파수꾼’을 잇는 성장소설의 묘미

    리마와 함께 기관을 탈출하려던 라나크는 기묘한 ‘신탁’으로부터 자신의 과거를 전해 듣는다. 라나크 2권은 라나크의 전사(前史)인 ‘던컨 소오’의 어린 시절이 펼쳐지며 시작된다. 2차대전 이후의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한 2권과 3권은 [토니오 크뢰거], [호밀밭의 파수꾼], [수레바퀴 밑에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 못지않은 여운을 남기며 불안하고 예민한 예술가의 성장과 좌절을 다룬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는 자라나는 소오에게 안정적인 출세를 요구하지만, 소오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등을 즐기며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키워간다. 고질적인 천식을 앓게 된 소오는 점점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이 세계를 설명할 하나의 열쇠 같은 문장을 찾아 책 속의 세계를 전전하기도 한다. 소오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아 장학금을 받으며 미술학교에 입학하지만, 학교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적인 수업을 강요한다. 친구들과 몇몇 여자아이들을 만나 교류하던 소오는 계급의 한계에 부딪히고, 해갈되지 않는 성적 욕망과 사랑받고 사랑하고픈 열망에 끝없이 시달린다.

    헐렁한 스웨터와 꽉 끼는 블라우스 아래 그들의 가슴은 원자 미사일의 끝처럼 나를 위협한다. 카니발의 여왕들, 육식성의 나이팅게일들. 어째서 나는 여자들에 의해 나의 가치가 좌우된다고 느끼는 걸까. 무엇 때문에 그들이 내 가치를 매기게 된 것일까? 어떻게든 나는 그들을 휘어잡아 우주는 그들이 아는 것보다 더 크고, 더 기묘하며, 더 우울하고, 더 화려하고, 더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라나크3/ p.32)

    나는 지금 다 쓰러져가는 제국의 가난한 지역, 위기에 처한 건물 안에서 케케묵은 예술 형식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 당신의 첫 장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로지 나의 기적적인 천재성 덕분에 이 일을 하면서도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학문 중 가장 열등한 신학 때문에 내 붓은 간간히 멈추곤 합니다. 그림이란, 다른 무엇이기에 앞서 색깔을 일정한 질서에 따라 배열하는 표면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라나크3/ p.180)

    학업도 뒤로한 채 열정을 바쳤던, 구약성서를 테마로 그리던 교회의 벽화마저 중단된 뒤 소오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든다. 우정과 첫사랑, 예술적 재능의 발견과 좌절, 그리고 미묘한 사회적 편견을 겪으며 성장통을 겪는 던컨 소오의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피폐한 사회상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좀먹는 문명과 자본주의에 깃든 병폐를 폭로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받기를 원하고 늘 햇빛과 따스한 가정을 그리는 욕망, 그리고 성공과 명성에 대한 집착 등, 라나크와 던컨의 연관성이 엿보인다. 또한 소오의 성장 배경과 과정, 고질적인 천식과 습진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와 작품마저도 풍자 대상으로 삼는 블랙코미디와 독특한 형식 미학

    출간과 동시에 [라나크]가 평단으로부터 환호를 받은 이유는, 동시대와 문명을 아우르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와 가상 공간과의 절묘한 조화뿐만 아니라 독특한 형식 미학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마지막 4권 말미에 ‘부록’의 형식으로 가상의 작가 인터뷰 부분을 덧붙여, [라나크]에 대한 착안과 집필 과정, 자전적인 연관성에 이르는 모든 것을 밝히고 소회(所懷)까지 곁들인다.

    반평생을 바쳐 자신의 영혼을 인쇄업자의 잉크로 바꾸는 건 삶을 살아가는 괴상한 방식이지요. 학생 때부터 저는 신기하게도 일기를 3인칭으로 썼어요. 허구적 산문을 쓰기 위한 전 단계였다고나 할까요? 저는 건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저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린다고 확신지만, 제가 은행가나 주식 중개인이나 광고 기획자나 무기 판매상이나 마약상이었다면 세상에 더 큰 해를 끼쳤을 것 같아요.
    (라나크4/ p.370)

    작가의 머릿속 모든 상상이 구현된 듯 독창적인 이 책 전체에서도 가장 독특한 부분은, 마지막 4권의 중반부의 ‘에필로그’이다. 법칙을 거슬러 책 중간에 삽입되는 이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신과 유사한 모습으로 등장해 라나크와 대화를 나누며 지적 허영과 어리석음을 허풍스럽게 드러낸다. 그는 비평가들의 의견에 절대 개의치 않으며 ‘괴테’를 형편없는 작가라 여긴다. 라나크가 [라나크]의 결말이 한심하다고 비판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자기 포장에 급급하다.

    “에필로그는 결말 다음이라고 아는데요.”
    “보통은 그렇죠. 하지만 내 에필로그는 그러기에는 너무 중요해요. 에필로그는 플롯에 필수불가결한 건 아니지만, 서사에 절실히 필요한 적절한 희극적 위안을 제공하죠. 그리고 한 사람의 등장인물에게 완전히 맡길 수 없는 섬세한 감정들을 작가의 입으로 털어놓게 해줍니다. 그리고 비평적인 주석도 달고 있어서, 작품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몇 년치 수고를 덜어주고요. 나의 에필로그는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책의 4분의 1을 덜 쓴 마당에 에필로그부터 쓰고 있어요. 여기서, 이 대화에서, 바로 지금, 쓰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몇 챕터를 헤치고 나와 이 방에 온 게 틀림없군요. (중략) 당신은 글래스고를 상당히 닮은, 내 파괴의 도시에서 이곳으로 온 거죠. 이상적인 도시의 무슨 세계 의회 비슷한 곳에 청원을 하기 위해서 온 걸 텐데, 그 이상적인 도시는 에든버러나, 런던에 근거한 모습일 테죠.
    (라나크4/ p.211)

    “나는 과학소설을 쓰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과학소설 단편들에서는 진짜 사람이 하나도 안 나오지만, 내 등장인물들은 진짜, 진짜, 진짜 사람이란 말이에요! 물론 액션을 압축하고 가속하기 위한 극적 메타포들을 눈부시게 구사해서 대중을 홀릴 수도 있지만, 그건 과학이 아니라 마술이란 말이에요! 마술! 내 결말이 진부하다고 하는데, 어디 한번 그 안에 들어가 보시지. 경고하는데, 나의 상상력은 조심스럽게 절제된 파국주의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내 묘사력이 세계 종말 같은 주제를 거침없이 풀면 얼마나 가공할 파괴력을 갖게 될지 당신은 꿈도 꾸지 못할걸.”
    (라나크4/ p.245)

    저자는 한편 이 에필로그에서 ‘시드니 워크맨’이라는 가상의 평론가를 설정하여, [라나크]에 영향을 준 문학작품과 작가들을 사전식으로 나열한 ‘표절인덱스’를 본문 하단에 연이어 붙인다. 작품을 스스로 비판하고 뒤트는 블랙코미디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 1권에서, 라나크의 팔 변형과 사람들이 용으로 변신하는 설정은 영화 피노키오에서 변신한 주인공의 코와 나쁜 소년들이 당나귀로 변하는 장면의 표절이다. 6장 마지막 문단에 나오는 꿀꺽 삼켜 정화하는 과정([라나크]1의 108쪽에서 110쪽)도 마찬가지다.
    (라나크4/ p.245)

    사실상 이 표절인덱스 중 [라나크]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는 많지 않다. 오히려 불필요하고 현학적이거나, 때론 부정확한 정보를 나열해 오히려 혼돈을 부른다. 비평가와 작가 간의 소모적인 대립을 꼬집고 풍자한 대목이다. 게다가 이 표절인덱스에는 [라나크]가 44장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실제 작품에 없는 45장부터 50장에 이르는 부분에 대한 주해까지 종종 등장한다. 이 또한 작가의 유머와 장난기가 개입된 부분이다. 인간 본성뿐만 아니라 치기 어린 예술, 그리고 주인공과 저자 자신마저도 저자의 예리한 혀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를 거듭해도 나아가는 도덕적 용기, 음울한 현대사회를 구원할 21세기형 영웅

    [라나크]는 세계적인 고전문학인 [파우스트]와 [신곡], [일리아스] 등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등장인물들이 모험을 겪으며 사소한 욕망 때문에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더블린의 다양한 인물 군상이 술에 취해 벌이는, 하룻밤의 소극 안에서 우스운 욕망과 권력욕 등을 다채롭게 드러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도 비견된다.

    소오, 즉 라나크는 예술적 성취나 역사적 사명감으로 자아와 세계를 표현하려 했으나, 정작 아주 사소한 관계들은 실패한다. 소심하고 마음을 제때 표현하지 못해 첫사랑인 마저리와 이별하고, 목숨을 걸고 기관에서 구해 낸 뒤 아들까지 낳은 리마는 라나크가 늘 진지하다는 이유로 그를 떠나 슬루든의 품에 안긴다. 증오하던 슬루든의 꼬임에 넘어가 사명감과 허영심이 뒤섞인 상태에서 평의회에 참석하지만, 순간적인 착각과 쾌락에 빠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 이언 필립은 이 책을 “존재에 대한”, 아니 오히려 “제대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심오한 창피스러움”을 그려내고 있다고 표현했다. 중요한 순간에 치욕스러운 죄목으로 감옥에 갇혀 만사를 그르치는 라나크의 좌절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폐부를 찌르는 이 적나라한 패배감은 삶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라나크는 그 패배감과 열등감을 끝까지 감내하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바라고 희망하고 행동한다.

    이렇듯 두 번의 생을 거쳐 사랑과 성공 모두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라나크는 마치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마지막 순간에서야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본성을 만들고 향상시키며 몰락할 수밖에 없는지를 해부한 이 소설은, 또한 개인의 정체성과 사랑의 의미를 밝힌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어떤 세계라도 만들고 파괴하고, 또 떠나갈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의 불행과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죽기 전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해요. 아직 충분히 받지 못했어요.”([라나크]4, 349쪽)라고 말하는 라나크는 사랑에 대해 무능하면서도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그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한계와 속성을 마지막 순간에까지 드러내 보인다.
    절망 속에 저물어가는 세상, 사랑과 명예 모두 쟁취하지 못한 나약한 인간이었지만, 라나크는 불의와 모순에 맞서 끝없이 행동한다. 다시 사랑을 구하고, 탈출하고, 그릇된 이정표를 앞에 두고도 계속 나아가고, 아들과 연인을 위해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세계는 자본과 권력을 이용하는 소수자와 조직에 의해 지배되고 그로 인해 인간은 고통받지만, 결국 인간의 삶이 고통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 요소는 유대 관계와 사소한 순간의 기쁨 등, 작은 영역인 것이다. 보잘것없는 존재일지라도 끊임없이 다시 행동하는 도덕적인 용기만이 이 묵시록 앞에 놓인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21세기형 영웅의 모습을 본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수백만이 협동하지만, 너그럽고 아름다운 일을 하는 데에는 몇십, 몇백 명밖에 모이지 않아요. (중략) 동물들이 더 고결해요. 맹수는 자기 본능에 가해지는 모욕에 맞서 싸우다가 죽고, 순한 동물들은 그 밑에서 굶어 죽어요. 인간만이 가혹한 현실에 적응해서 자기 종족들에게 이용당하고 괴롭힘 당하면서도 살고, 살고, 또 사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녔어요.”(중략)
    소오 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세상이 엉망진창이라는 걸 인정하자. 그럼 무엇이 세상을 나아지게 할 것 같으냐?”
    “기억과 양심이오. 세상이 생명을 썩은 사과처럼 하찮게 여기는 게 싫어요.”
    “하지만 던컨, 기억과 양심은 인간의 것이다!”
    “불행히도 그렇죠.”
    “그럼 네가 원하는 건 신(神)이냐?”
    “네, 그래요. 제가 원하는 건 고통을 함께 나누는, 크고 영속적인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불가능한 존재예요.”
    (라나크3/ pp.133~135)

    예측불가능성, 무기력한 현실, 그리고 생의 의미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끝내 기묘하게 희망을 놓지 않는 [라나크]는 보편적인 현대의 삶에 깃든 아이러니한 본질을 소름끼치도록 예리하게 포착했다. 국지적인 공간에서 시작된 문제의식과 개인의 관심사가 어떻게 보편성을 획득하고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이며, 기존의 문학 범주를 양, 질, 형식적인 측면 모두에서 허물어버린 걸작이다.

    줄거리
    배경 :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라나크의 전사(前史)인 ‘던컨 소오’의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던컨은 아버지, 어머니, 동생 루스와 함께 사는 꼬마. 폭격이 시작되면서 소오 가족은 북부로 피난을 갔다가 돌아온다. 아버지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근처 공장의 일일 노동자로 일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모는 중등학생인 소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 출세할 것을 요구하지만, 소오는 오로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만 관심이 있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성장하고 급작스럽게 고질적인 천식을 앓게 된 소오는 점점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는 또한 이 세계를 설명할 하나의 열쇠 같은 문장이 있으리라 여기며 책 속의 세계를 전전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하고 가정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지만, 소오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눈여겨 본 미술학교 교감에 의해 장학금을 받으며 미술학교에 입학해 꿈에 부푼 나날을 시작한다.

    목차

    12장 전쟁이 시작되다
    13장 호스텔
    14장 벤 루아
    15장 정상(正常)
    16장 저승
    17장 열쇠
    18장 자연
    19장 소오 부인 사라지다
    20장 고용인들

    인터루드

    저자소개

    앨러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4
    출생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간도서 4종
    판매수 87권

    1934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1952년 글래스고 미술학교에 입학한 뒤, 1954년부터 대작[라나크]의 일부분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전쟁이 시작되다'라는 제목의 [라나크]12장은 단편소설로서 [옵서버]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미술학교를 졸업한 이후 10년 동안, 교사로, 또 글래스고의 극장의 무대 배경 화가로 일하기도 했다. 1954년에서 1957년 사이,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전쟁의 공포', '천지창조'에 관한 벽화 작업을 했다. 이 벽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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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근대 유토피아 픽션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리틀 라이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1984년] [동물농장]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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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이노센트] [미 비포 유] [쿠쿠스 콜링] [캐주얼 베이컨시] [다시 태어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어바웃 어 보이] [시녀 이야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빌러비드] [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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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과 강의를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샤이닝],[피버 피치],[애프터 유],[살아요],[책 읽는 고양이],[XO],[뮤즈],[배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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