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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시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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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에밀 놀데를 모델로 창조된 주인공 난젠은 그의 예술 세계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창작을 금지당한다. 이 화가가 그리는 것들은 <경찰관의 모자를 쓰고, 십자 훈장을 어깻죽지에 달고 공격해 오는 갈매기들>, <푸른 얼굴들, 몽고인의 눈, 이상하게 생긴 몸뚱이, 괴상망측한 질병>같은 그림이다. 난젠은 경멸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을 불멸의 것으로 만듦으로써, 위대한 예술이 속된 세상에 대한 복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난젠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말을 하는 행위이다. 그에게 <금지>란 있을 수 없다. 손이 잘리면 입으로 그릴 것이며, 그림을 압수 당한다면 <보이지 않는 그림>으로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젠의 그림은 굴종과 체념에 대한 저항인 것이다.

    오로지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일념으로 참을성 있게 화가를 감시하는 파출소장 옌스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은 비록 시대가 바뀌더라도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의무에 대한 맹목성은 화가와의 대결 의식으로 그 성질이 변질되고, 마침내 나치 정권이 무너진 후에도 난젠의 그림을 계속 찾아서 불태워 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즉 자신이 복종하는 대상의 실체를 망각한 채 의무 그 자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옌스에게는 <쓸모 있는 인간이란 순종할 줄 아는 사람>이고, 난젠에게는 옌스의 의무가 맹목적인 허세에 불과하다. [독일어 시간]은 이러한 맹목성이 인간 관계와 사회를 파괴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독일어 시간]은 소년 지기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고발이다. 지기는 아버지 옌스의 맹목적 의무와 화가의 도덕적 의무 사이에서 희생당한다. 그는 이 갈등 사이에서 그림이 불타는 환상을 보게 되고 파출소장의 눈을 피해 그림을 지켜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화가의 그림들을 안전한 곳에 숨기게 된다. 결국 그림 절도범으로 소년원에 들어간 지기는, 자신은 <루크뷜의 파출소장을 대신해서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에는 이처럼 한 인간의 집요한 맹목성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이 나온다. 옌스 부부는 딸의 병든 애인을 몰아내고, 탈영한 아들을 당국에 고발하고 결국 막내 지기의 삶까지 일그러뜨리고 만다. 저자는 냉정하고 절제된 문체로 이 작품을 <가장 인상 깊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독일 소설중의 하나>로 탄생시켰다.

    목차

    11. 보이지 않는 그림
    12. 점화경 밑에서
    13. 생물 시간
    14. 본다는 것
    15. 계속
    16. 작은 불꽃
    17. 예프젠 공포증
    18. 방문
    19. 섬
    20. 헤어짐

    본문중에서

    엽궐련 40개비라면, 내 처지로서는 징벌로 작문을 쓰게 된 이후 최고의 기록으로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발뒤꿈치를 들고 살며시 내 방에 나타난 볼프강 마켄로트는 병색이 도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쇠약해진, 신열이 채 가시지 않은 인상이었다. 공중변소에서 묻혀 왔음직한 횟가루를 털기 위해 몇 차례 재킷을 두드렸을 땐 약간 휘청거리기까지 하였다. 우리는 묵묵히 악수를 나누었다. 내 작문의 진척을 알아보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 다음, 그는 그 섬약해 보이는 심리학적 머리통을 창 쪽으로 돌려 저편 바깥쪽, 겨울이 한창인 엘베 강을 내다보았다. 바깥 경치에 대한 한마디 하고 싶기도 했겠지만 그는 애써 참고서, 그 대신 그와 절친한 사이인 힘펠 원장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힘펠은 나의 편지를 받았었다.-- 볼프강 마켄로트 자신의 면전에서 원장은 편지를 뜯고, 대충 훑어보았다. 의자에 앉아 한번 더 편지를 읽어본 다음, 한마디 하였다. "교육적 의미를 가지는 강요지" 역정을 터뜨리거나 또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 역정을 시키는 대신, 그는 -- 여전히 마켄로트에 의하건대 --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방안을 몇 바퀴 뱅뱅 돌았다. 어쨌든 방안의 선회는 소득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책상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가 얻어낸 결론은, 강요를 통해 이미 좋은 결과를 달성하였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나의 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문을 계속하고 싶다는 나의 간청을 용인해 주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도록 말이다.

    내가 볼프강 마켄로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침대 모퉁이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는 앉으려 하지 않았다. 뭍에 있는 그의 집, 즉 알토나의 가우 딸린 방으로 가야겠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빌면, 거기에 8병의 맥주가 준비되어 있는데, 그걸 마시고 15시간쯤 깊은 잠에 빠져야겠다는 것이었다. 과로로 인하여 기진맥진한 상태이며, 척추를 가볍게 얻어맞은 듯 속이 멍한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요즈음도 북독일 기계체조 선수권 보유자인 하숙집 여주인의 실내 훈련을 도와 그녀의 자세를 교정해 주고 있는지? 물론, 여전히. 그러나, 그는 지금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요즘도 그녀의 남편인 크레인 운전수가, 일요일날 꺼내 쓸 20마르크짜리 지폐를 금요일날 숨겨달라고 부탁을 하는지? 물론, 여전히. 그러나 그것도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도록 피곤한 사람이 무엇 때문에 여기 왔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감하게, 볼프강 마켄로트다운 방법으로, 그는 다그치는 듯한 질문에 답변을 마련하였다. 머뭇머뭇 재킷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는 접어놓은 원고 한 장을 꺼내 내 베개 위에 올려놓았고, 다시 그 위에 담배 두 갑을 얹어놓았다. 그리고, 이 두가지 -- 담배와 원고 -- 를 향해 권하는 듯한 제스처를 해보였다. 마음에 들면 좋을 대로 처분해 달라는 표시였다. 여하튼, 그는 자신이 가져온 선물을, 밤이면 몸이 가려워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예의 깔깔이 모포 속에 집어넣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이 부주의함이 나에게 그가 정말로 <머리가 빈>친구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그는 더 이상의 설명도하지 않았다. 그저 피곤한 미소를 보내며, 나의 팔을 몇 차례 툭툭 쳤을 뿐이었다. 이것이 그의 작별인사였다. 마켄로트는 능히 그럴 사람이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저자소개

    지크프리트 렌츠(Siegfried Lenz)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6~
    출생지 독일 마주렌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하인리힐 뵐, 귄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렌츠는 1926년 북부 독일의 마주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에 다니던 17세 때 2차대전에 징집되어 해군으로 참전했으나 패망해가는 독일군의 실상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을 감행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독으로 귀환하여 함부르크 대학에서 영문학.철학.문학을 공부하고 [디벨트]지의 문화.정치부 기자를 거쳐 문예란 책임 편집위원을 지냈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코트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에 첫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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