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나폴리 빈민촌 초등학생들의 천진난만한 작문 숙제를 엮은 이탈리아 최장기 베스트셀러!

나폴리 변두리의 빈민촌 ‘아르자노’ 아이들의 특유의 신선함과 창의성, 비상한 정신세계가 담긴 작문 숙제 『밈모, 니네 아빠도 가난하냐?』. 열 살 남짓한 이탈리아 초등학생들이 쓴 글을 선택해서 모은 이 책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과 자신의 솔직한 생활환경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난하지만 자신의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 그리고 위안을 전한다.

지진으로 부서진 집에서 사는 한 아이는 자신의 부서진 집을 좋아한다. 한 침대에서 온 가족이 모여자고, 맛없는 음식을 먹고, 유행에 뒤떨어진 옷을 입어도 재미있게 지낸다는 아이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 또 아버지가 폐지를 모으는 직업을 가진 아이는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 작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돈 때문에 만날 싸운다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적어 내려간다.

‘어린이 천국’이라는 이야기를 종종들을 정도인 이탈리아는 오후 2시가 되면 거리마다 학교 수업을 끝낸 아이들이 넘쳐난다. 또 조금만 열이 나도 결석하는 이탈리아 초등학교에서는 개근상이나 전근상 같은 개념이 아예 없다. 나폴리 변방도시인 아르자노 초등학교의 학생들은 그 마을 토박이로 오래 전해 내려온 지역 고유의 생활방식을 물려받아 자신만의 문화와 정체성이 있다. 그런 그들의 생활이 드러나는 작문 숙제들을 엮은 이 책은 변두리 빈민촌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양장본]

이 책은 나폴리 변두리의 빈민촌인 ‘아르자노’라는 도시의 초등학생들이 작문숙제로 제출한 글을 모은 것이다. 1990년에 이탈리아에서 출판되자마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그 이후 7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출간한지 20년이 되는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출판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이탈리아에서 11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 중이다.

우리에게 이탈리아는 화려한 지중해의 관광지나 고대유적지, 혹은 세계적인 럭셔리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나는 이탈리아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르자노’에는 눈부신 햇살과 소박하고 예쁜 집들이 들어찬 이탈리아 남부 도시의 모습은 전혀 없다. 중동이나 남미, 동남아의 투박한 시골동네와 똑같다. 도저히 유럽의 도시라고 믿기지 않는 환경이다. 21세기인 지금도 ‘아르자노’에 사는 사람들은 스카치테이프를 모른다고 한다. 그저, 장판지처럼 두꺼운 비닐 테이프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이런 곳에서 사는 서민, 혹은 빈민들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독자의 가슴을 에이듯이 아프게 하거나,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들의 삶이 티 없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을 짓거나, 때로는 큰소리로 웃게 된다. 어린아이들의 글에서 어른들이 쓰는 비속어나 거친 말들도 툭툭 튀어나오고, 어린이 특유의 천진난만한 생각들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렇게 웃다보면 뭔가 뭉클한 게 가슴에 걸린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가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는 것이다. 체념과는 다른 이야기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가난 그 자체를 삶의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어린이들은 가난에 대한 원망이 없다. 자신들이 가난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가족이나 세상에 대한 불평이나 미움이 없다.

문법이나 맞춤법, 어법에도 안 맞는 문장이 많지만 책에 실린 60편의 글들은 하나같이 웃기고, 찡하고, 따뜻하다. 이탈리아와 유럽의 수많은 성인독자들은 이 책에서 웃음과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건, 아마도 모든 어른들이 한때 자신도 그런 어린이였던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마음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평

*이 책은 나폴리 사람들의 유머가 문학의 독립된 장르이거나, 영혼의 한 단면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믿게 해준다.
-루치아노 데 크레센쪼 (작가, 영화감독)

*이 강력한 베스트셀러는 반항아적 기질과 무식함, 혹은 무례함을 언어적 혁명으로까지 승화시킨 책이다. 그리고 그 자체가 표현예술이 되었다.
-바르바라 알베르티 (극작가, 언론인)

*어린아이의 엉뚱한 생각과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의 생소한 만남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동시에 웃음이 있는 풍경을 그려낸다.
-라 나찌오네(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여러분의 집에 대해서 설명하세요
오늘은 멀리 계신 아빠의 영명축일입니다. 가슴에 품었던 말을 편지로 써봅시다
가장 재미있었던 나들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지금까지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세요
지리시간에 스위스에 대해 배웠습니다. 선생님이 설명한 요점을 정리하세요
.
.
.

-우리 집은 전부 부서졌다. 가구도 부서졌고, 의자도 부서졌고, 방바닥 타일도 부서졌고, 벽도 부서졌고, 화장실도 부서졌다. 그래도 우리는 그 집에 산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는 돈도 없다.
우리 아빠는 제3세계에는 부서진 집마저도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불평을 해서는 안 된다. 제3세계는 우리보다 더 제3이다! 우리는 맛없는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먹다가 서로 얼굴에 뱉어낼 정도다. (17쪽)

-그 사이 삼촌은 이리저리 머플러를 찾으러 다녔고 나는 폐차장에서 즐거웠다. 곧 삼촌이 돌아왔는데 머플러 없이 빈손이었다. 삼촌은 몹시 화가 나 있었는데 머플러를 못 구한 건 나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아빠에게 설명했을 때, 아빠가 내게 말해줬다. 베네벤토 출신 촌놈들은 꼭 모든 사람들에게 나쁜 끝장을 보게 한다고. 그래서 그날 나는 삼촌이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다. (24쪽)

-부활절이면 아빠는 집에 양 한 마리를 데려온다. 목을 따기 위해서 데려온다. 그 양 얼굴을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은 해마다 양을 선물 삼아 남에게 줘버리고 만다. 그래서 아빠는 엄마랑 또 한번 싸운다. 엄마는 화가 나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처럼 멍청한 그 염병할 놈의 양 새끼는 뭐 하러 해마다 가져오는 거요? 양 하나 죽이는 용기도 없는 주제에! 내가 당신을 죽여줄게! 내가 당신을!!" (29쪽)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인물은 역사상 인물이 아니다. 그 인물은! 그 인물은 성탄절에 만드는 작은 인형 중의 목동 베니토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자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가 역사상의 모든 인물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 (59쪽)

-내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 집은 온통 난리가 난다. 의사에게 줄 돈이 아빠는 없었다. 어떤 때는 그 돈을 어디서 꾸어야 하는데, 삼촌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해야 할 때면 아빠는 크게 화를 내시곤 한다. 의사를 꼭 불러야만 돼? 하고 말하면서 삼촌이 아빠 성질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의사가 올 때면 우리 집 식구들은 모두 다 무서워서 벌벌 떤다. 내 동생 주세뻬는 무서워서 오줌을 누러 갈 정도다. 그 의사는 키가 엄청 크고 입을 열어 말을 할 때면 딴 사람을 두렵게 만든다. 하지만 늘 무슨 병인지 알아 맞춘다.
그 의사가 문을 닫고 나가면 아빠는 그제서야 마돈나를 들먹이며 온갖 욕을 해대면서 신경질을 부리신다.
나는 이 모든 게 내 잘못이기 때문에 침대에서 혼자 울곤 한다. (98 쪽)

-나는 빵이나 비스킷 따위의 아침 간식거리를 학교에 가져온다. 그래서 내 짝인 밈무쵸(밈모의 애칭)에게도 조금 나누어 준다. 밈모는 아침을 절대 안 싸온다. 집이 가난해서다. 그래도 나는 딱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야, 밈모! 너는 어떻게 아침을 한번도 안 싸 오냐?” (105쪽)

-나는 아이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다 안다. 학이 물어다 주는 게 아니라 엄마에게서 태어난다. 학은 두루미의 일종이다. 공사판에 쓰이는 기중기도 ‘두루미’(gru)라고 부르지만. 내 친구 밈모는 아직도 학이 보따리에 싸인 아이를 물어다 주는 줄로만 알고 있다! 그 녀석은 (성탄절 때 선물을 가져다주는)베파나의 존재도 믿는다. “정말 가소롭구나, 밈모!” (1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