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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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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기호
  • 출판사 : 현대문학
  • 발행 : 2009년 11월 12일
  • 쪽수 : 244
  • ISBN : 97889727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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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 문단을 빛내고 이끌어갈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장편소설!

이 책은 2008년 겨울부터 2009년 봄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Daum에 일일 연재했던 소설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그간 이기호 작가의 작품들과는 달리, 차분해진 소설의 어법과 유순해진 인물들이 차별화를 짓는다. 시설원생이었던 시봉과 진만이 사회로 나와 겪는 부조리함과 고난을 통해 죄와 죄의식의 진정한 의미와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 서평

Daum 연재 누적 조회수 350만 건 기록!
익살과 페이소스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젊은 이야기꾼
이기호의 첫 장편소설!

재기발랄하면서도 흡입력 강한 글쓰기로 주목받고 있는 이기호 작가의 첫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된다. 차세대 이야기꾼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독보적인 소설 어법으로 한국 소설 언어의 새로운 지형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이기호는 [사과는 잘해요]에서도 재기 넘치는 서사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2008년 1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Daum에 연재된 이 작품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문장 곳곳에 숨겨진 ‘풍자’와 ‘유머’로 형상화하여 네티즌으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특히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골격만을 남기고 전면 개작하여 연재 당시의 빠른 호흡과 경쾌한 문체를 살리면서도 주제 의식은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대신 사과를 해주는 ‘사과 대행’을 소재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죄와 죄의식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와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자신의 죄를 외면하며 의식하지 못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죄를 돌아보라고 경종을 울린다.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가 된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가 짓는 죄의 의미와 죄의식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사과 대행업이라는 소재로 들여다본 밑바닥 인생 만화경
작가 이기호는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를 통해 앞선 세대가 공유했던 보편적 주제를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으로 완전히 새롭게 버무려내는 탈권위적 화법의 글쓰기로 주목받아왔다. [사과는 잘해요]에서 작가는 이전보다 좀 더 절제되고 단정한 문장을 구사한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 볼 때 이 소설은 밑바닥 인생들의 비루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생생한 언어로 형상화해온 전작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과는 잘해요]역시 ‘루저’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부조리한 삶과,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설’에서 살다가 뜻하지 않게 사회로 나오게 된 두 청년, 시봉과 진만이다. 어수룩하고 모자란 이들은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시설에서 배운 것이자 자신들이 가장 잘해온 일인 ‘사과하기’로 돈을 벌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시봉과 진만은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은밀한 죄, 죄의식과 마주친다. 그리고 의뢰인들의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에 숨어 있는 욕망까지도 발견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죄는 많고도 많고, 대신할 사과도 산처럼 가득하다. 세상 모든 일은 죄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이다.

경쾌한 스토리 속에 담긴 죄에 대한 묵직한 성찰

이 소설의 주인공 시봉과 진만은 이미 이기호 소설에 여러 차례 등장한 캐릭터로,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항상 사회와 제도로부터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며 고난을 겪는 인물들이다.[사과는 잘해요]에서도 이들은 ‘시설’로 대표되는 사회에 의해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상실한 상태, 다시 말해 미성숙한 아이와 같은 상태로 감금되어 있다. 이들은 시설을 벗어나서도 여전히 시설에서 먹던 ‘약’을 먹으며 심지어 ‘세상 모두가 다 병원 안이길’ 바란다. 작가가 바라보는 사회는 이처럼 무력과 공허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소설의 화자인 ‘진만’은 그 뿌연 안개 같은 현실 속에서도 조금씩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회복해간다.
또한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죄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죄를 잊은 채, 혹은 죄가 죄인지도 모르는 채 살아간다. 죄를 지어도 속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들에게 미루기까지 한다. 죄를 대신 속죄하는 것, 즉 ‘대속’이라는 측면으로 볼 때 이 소설은 종교적인 함의까지 띄고 있다.
[사과는 잘해요]의 세계는 현실과 비슷하나 현실과는 한 뼘 거리를 두고 있는 우화의 세계이자, 우화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세계이다. 조롱과 연민,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로 빚어낸 이 세계를 탐구하면서 독자들은 ‘원죄’로 대표되는 죄와 죄의식, 그리고 교양 뒤에 감추어진 문명의 민얼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이 선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한땀 한땀 치밀하게 조직된 이야기의 힘을 맛볼 수 있는 점이라 할 것이다.

줄거리

‘시설’에서 처음 만난 시봉과 나는 시설의 복지사들에게 함께 매를 맞으며 친해졌다. 복지사들이 준 알약을 매일 먹으며, 양말 포장 일을 하는 우리에게 복지사들은 “네 죄가 뭔지 아냐”고 매질을 한다. 우리의 죄가 뭔지 모르는 우리는 매를 맞지 않기 위해서 복지사들에게 죄를 지었다고 거짓말로 먼저 사과부터 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꼭 거짓말로 고백했던 그 죄를 저지른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복지사들은 우리에게 다른 원생들의 죄를 찾아내 대신 사과하기를 담당하는 ‘반장’의 임무까지 맡기는데, 연달아 원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우리의 ‘반장’ 임무는 종료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원장선생님과 복지사들이 잡혀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시봉과 나는 시설을 떠나 사회로 나오게 된다. 과거를 기억 못하는 나는 시봉과 함께 시봉의 여동생 시연의 집에 찾아가 얹혀살기 시작한다. 임대 아파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시연에게 우리는 버거운 존재다. 결국 시봉과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시설에서 배운 ‘사과’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죄 많은 세상에서 우리는 죄지은 사람을 찾아 나서고, 우리의 사과 대행업은 하나하나 완수되어간다. 그런데 우리 앞에 복지사들이 다시 나타나면서 모든 일이 틀어진다. 우리에게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라고, 그 죄를 사과하라고 말하는 복지사들. 나는 우리의 죄를 갚기 위해 아주 중대한 결심을 하는데…….

추천사

웃고 싶은가, 울고 싶은가, 그럼 ‘이기호’를 읽으면 된다. 그는 80년대의 ‘거대담론’과 90년대의 ‘미시담론’을 가로질러와 오늘의 우리 문학판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눈물겨운 ‘페이소스’는 옛것과 신문명을 습합시키기 위한 듬직한 그의 전략이고, 감각적인 ‘풍자’와 ‘익살’은 발랄한 그의 재능이며, 그늘진 곳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향기로운 그의 본질이다. 그는 2000년대 한국 소설 문학의 예민한 풍향계다. -박범신(소설가)

이기호 소설에서는 심장 박동 소리가 난다. 가급적 살을 버리고 이야기는 골격만 취한 채 빠르게 전개된다. 소설의 마력에 빨려들어 마음이 철길처럼 눕고 그 위를 덜커덩덜커덩 기관차 한 대가 지나간다. 경적과 불빛으로 어둠을 뚫으며 글이 내달린다. 글이 북채가 되어 세상의 가슴을 두들겨준다. 달도 몸 낮춰 귀를 기울인다. 기관차가 지나간 뒤, 마음에 긴 여운이 쓸쓸하고 푸르게 남는다. 그의 소설이 고맙다. -함민복(시인)

목차

제1장 죄를 찾다
1. 시설의 기둥들
2. 아는 집
3. 복지사들
4. 시설
5. 우리들의 죄
6. 고백 뒤에 오는 죄
7. 병력(病歷)
8. 시연과 처음 만나다
9. 포장
10. 뿔테안경 남자
11. 구직
12. 약을 찾으러 가다
13. 아줌마의 죄
14. 반장의 임무
15.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
16. 두 사람
17. 사과의 시작
18. 죄를 찾다
19. 뿔테안경 남자의 사정
20. 작은 변화들
21. 꺼지지 않는 형광등
22. 큰 싸움
23. 죄를 가르치다
24. 죽은 사람들
25. 사과는 잘해요
26. 사과 뒤에 남겨진 것들

제2장 죄를 만들다

1. 면회를 가다
2. 내가 알고 싶은 것
3. 전단지
4. 총무과장과 식당 아주머니
5. 아이의 사과
6. 작은 새
7. 의뢰인
8. 어머니와 아들
9. 자세의 문제
10. 무죄의 경우
11. 죄를 만들다
12. 하지 못한 말
13. 대신할 수 없는 사과
14. 아빠와 아들
15. 기다리다
16. 사과를 돕다
17. 사과를 지켜주다
18. 사과는 사과를 만든다
19. 누군가 또 있다

제3장 죄를 키우다

1. 다시 만난 복지사들
2. 살아 있는 죄
3. 죄를 파헤치다
4. 시봉을 떠나다
5. 거짓말
6. 아무도 없다
7. 내가 알지 못했던 사과
8. 죄를 키우다

본문중에서

시봉은 시설에서 몸무게가 늘어난 유일한 사람이었다. 복지사들은 늘 그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말했다. 우리의 키가 자라나고, 우리의 몸무게가 늘어난 것은 모두 자신들이 준 알약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봉과 나는 시설에서 꼬박꼬박 네 알의 알약을 아침저녁으로 받아먹었다. 처음 알약을 받아먹었을 땐, 속이 좋지 않고 시소 위를 걷는 것처럼 어지러웠으나, 지금은 알약을 먹지 않으면 어지럽다. 그래서 시봉과 나는 늘 알약 먹는 시간을 기다렸다. 복지사들이 저벅저벅 알약을 들고 방문 앞에 서면, 뒤꿈치를 들고 달려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내밀었다. 알약은 한 번도 목구멍에 걸리는 법 없이, 감쪽같이 몸 안으로 사라졌다.
( / p. 9)

우리는 매일매일 점심을 먹은 후, 정육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말했다.
“아저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저씨의 죄는 훨씬 더 많을 수 있어요.”
처음 며칠 동안 정육점 주인은 우리를 볼 때마다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말했다.
“도대체 내가 형님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사과를 하라는 거야? 응? 어디 말이나 한 번 들어보자.”
그러면 시봉과 나는 차례차례 돌아가면서 얘기해주었다.
“아까 배드민턴공을 높이 띄운 것도 죄가 될 수 있고요.”
“도시락 반찬을 두 번 더 집어먹은 것도 죄가 될 수 있지요.”
“파라솔 의자에 먼저 앉은 것도 죄가 될 수 있고요.”
“캔맥주를 더 빨리 마신 것도 죄가 될 수 있어요.”
“죄는요, 사실 아저씨하곤 아무 상관없는 거거든요.”
“아저씨가 생각하는 거, 모두가 다 죄가 될 수 있어요.”
“그걸 우리가 아저씨 대신 사과해드린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아저씬 좀 쑥스러울 테니깐요.”
( / pp. 67~68)

“할 일 없으면 가던 길이나 마저 가쇼. 내 오늘 저놈의 자식 손모가지를 부러뜨리고 말 테니까.”
아이 엄마는 다시 아이를 향해 쇠 집게를 휘둘렀다. 아이는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쇠 집게를 피했다. 나는 다시 아이 엄마의 손목을 잡고 물었다.
“손모가지가 부러지면 사과를 받아주시겠어요?”
아이 엄마는 잠시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려 마땅한 것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가게 밖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던 쇠 파이프를 집어들었다. 나는 그것을 시봉에게 건네주었다. 시봉은 쇠 파이프를 건네받곤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시봉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려주었다. 나는 시봉에게 왼쪽 팔을 내밀었다.
“뭐야, 뭐 하는 거야, 지금?”
아이 엄마가 물었다. 아이도 시봉의 뒤에서 나와 우리를 쳐다보았다. 시봉은 곧장 쇠 파이프로 내 왼쪽 손목을 내리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악, 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봉은 내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와, 다시 한 번 내 왼쪽 손목을 내리쳤다.
( / pp. 119~120)

“그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기억나겠네?”
“네.”
키가 작은 복지사는 나에게 했던 질문을 시봉에게도 똑같이 했다. 키가 큰 복지사는 시봉이 대답할 때마다,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이 군홧발로 걷어차고 쇠파이프로 내리쳤다. 시봉의 대답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저런, 어쩌냐? 너희들은 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키가 작은 복지사는 쓰러진 우리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했다.
“그럼, 이제 너희들이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사과는 딱 한 가지밖에 안 남았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겨우 간신히 물었다.
“그건…… 뭐지요……?”
복지사들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시봉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숨소리만 크게 들려왔다.
키가 작은 복지사가 내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야. 그러니, 이제 할 수 있는 사과가 뭐겠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복지사들은 한참 동안, 더 큰 소리로 웃어댔다.
( / pp. 189~19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2~
출생지 강원도 원주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15,174권

1972년 강원 원주 출생. 199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등이 있다. 2010년 이효석문학상, 2013년 김승옥문학상, 2014년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황순 원문학상, 2018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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