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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꽃!』은 정명의 첫 번째 시집이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60여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외로운 밤
여기서 거기 아득해도

술 따룬다
여기서 한잔 따루면 거기서 받고
거기서 한잔 따루면 여기서 받고
권커니 잣거니 그리움 한 床

취하리라 어느 결에
취해 혼곤히 잠이 들면
외롭고도 설운 어느 밤보다야
따뜻하리라. 외로움도 나누는 밤은

(詩 ‘대작’ 전문)

1부 지는 꽃은 그리움을 남기네
연 날리기
충족한 삶
오목교 전철역에서
떠돌이 사자 한 마리
주상절리
죽음보다 두려운 것
엠마오로 가십니까

2부 사랑이 어찌 아픔이랴
별 돋는 밤
대작(對酌)
아비도스의 悲戀에 관하여
눈 내리는 날
꿈속의 여인
오래된 친구
전어구이

3부 타는 불은 하루에도 십리를 타네
사자 한 마리
통곡의 나무
어느 일생의 자초지종
바다가 친구들에게
알코올의 노래
虎步
가재를 위하여
火

4부 죽어도 戀歌를 부르리라
묘목을 심으며
들녘 일몰
귀향
風流無情
겨울여행
절정
홍시
미륵부처
개심사에서
피어라 꽃

5부 하느님도 외로우시다
내 인생의 삼천포
저의 용서를 받아주소서
둠 꿀뜨르이의 마지막 오페라
꽃의 起源
산사에서

작품해설 (양하 시인)

책 소개
20년간 신문과 잡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전직 언론인의 첫 시집.
뜨거운 시를 쓰던 문학청년은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시 쓰기를 멈춘다.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각박한 언어들이 심성을 지배하자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이후 20년. 신문사를 퇴직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그는 결국 시로 돌아가기로 한다. 5년여 고독한 글쓰기 끝에 60여편의 시를 들고 그는 다시 세상과 마주한다. 현실을 향하여는 이상의 우직함을 강변하고, 이상을 향하여는 현실의 삭막함을 해명하는 것이 그의 주제다. 삶의 허무를 인정하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삶의 고통을 이해하되 다툼이 아닌 사랑과 화해로 극복하는 길을 모색한다.


저자의 말 (서문 요지)

나는 몇 번이나 詩를 떠나서도 잘 살았지만, 번번이 詩를 향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떠난 것은 25년쯤 전이었다. 현실을 살아내기 위한 각박한 언어들이 내 심성의 언어영역을 지배하자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었다. 詩를 나의 ‘양철북’으로 삼지도 못한 채 현실의 從僕이 되어 살았다.
내게서 詩語를 빼앗아간 그 현실이 오늘은 다시 그것을 되돌려주었다. 부조리인 현실과 말다툼을 더 이상 계속하느니 아예 말을 그치기를 소망하자 잃었던 詩가 되돌아왔다. 자유로이 내 자신의 말을 하되 입을 다물기도 하는 것, 詩는 내 삶의 변증인 동시에 침묵의 방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