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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시집 『왼쪽 사람』. 시인은 장시 스타일로 표출한「왼쪽 사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절과 대립 등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 사람’이라는 의미에는 여러 측면의 상대적인 가치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은 좌와 우의 두 측면으로 손쉽게는 진보와 보수, 전통과 변화, 구세대와 신세대 등의 차별성을 의미하는 시들을 만나보자.

김태완 시인은 시집 『왼쪽 사람』에서 그의 장시 스타일로 표출한「왼쪽 사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절과 대립 등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 사람」은 이 시집의 표제시이다. 그러므로 그가 이 시편에 기울이고 있는 노력은 만만치 않은 것이다. 표제시라는 것은 단일 시편 이상의 의미와 비중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서 ‘왼쪽 사람’이라는 의미에는 여러 측면의 상대적인 가치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은 좌와 우의 두 측면으로 손쉽게는 진보와 보수, 전통과 변화, 구세대와 신세대 등의 차별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김태완의 왼쪽 사람도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와 닿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가 강조한 것은 ‘왼쪽’보다는 ‘사람’에 더 치중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오른쪽에 기운 나머지 완전성을 상실한 사람에게 자기 각성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추천평
김태완 시인의 시는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여 때로는 예리하고 때로는 변용의 미학으로 싱싱한 율동감을 준다. 그 뒷받침에는 치열한 예술혼의 원숙한 섬광이 비치기도 한다. 그는 현대사회의 모순과 현대인의 메마른 서정을 탐색하여 암울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미지를 길어 올린다.
김태완의 시는 매우 자유자재한 시형식의 응용을 통해 궁색해보이거나 막혀 보이지 않는 활달하고 싱싱한 언어를 형상화하고 역설과 위트, 변용을 자유자재로 응용함으로써 독창적인 시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시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읽혀지고 그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조남익 시인-

김태완의 시적 바탕은 무엇보다 서정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일찍이 그가 쓴 시들이 그렇거니와 이번 시집에서도 그가 시적 성취를 이룬 시 가운데 몇 편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서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단정한 시형식과 선명한 이미지의 조화로운 세계로 펼쳐낸 그의 시는 대단히 빼어나면서 아름답다.
그의 시는 궁극적으로 그의 가슴속에 고여 있는 깊은 시정신이 진실에 닿아 있다고 여겨진다. 그의 시는 굳이 밖으로 드러내서 외치려 하지 않는다. 또한 과장하거나 과잉된 감정으로 표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시의식의 깊이를 추구하면서 시세계의 단정한 어법을 담담하게 구사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김완하 시인, UC 버클리 교환교수-

1부 거미집
거미집 1
거미집 2
거미집 3
거미집 4
거미집 5
거미집 6
거미집 7
붉은 비빔밥
24시 편의점
중복 날의 점심식사
길 위의 길
이카루스의 꿈
톱밥

2부 왼쪽 사람
왼쪽 사람
암모나이트 화석
돌 속의 그늘
어떤 논리
뒷골목 카페에서 어둠을 털다
분노의 정리
빈 집
노도를 넘으면
생업의 시간

3부 희망의 영역
청명한 날
연당야유도
아우라지의 숲
봄꽃이 피었다야
꽃이불
생화
가까운 거리
봄날
오래된 되풀이
강둑에 서서
어떤 구멍
감기
월하감
사발

4부 일곱 번째 창
일곱 번째 창
먹이의 분류
오래된 구두
완벽한 노래
추월당하다
오후의 희망곡
불협과 화음
어느 도둑고양이의 죽음
그 여름의 한 수
와이키키 브라더스
똘레랑스 앵똘레랑스
과분한 식사
붉은 바코드
떠도는 황비홍
무림시대불패지존유희전술
이름 없는 것들

해설 김완하 / 연탄 그림자만 밟아도 따뜻하다

분노의 정리

너는 단단한 돌멩이다 차돌멩이 거대한 돌산이다
너는 내 몸의 그림자, 보려하면 보이지 않는 무지개다
너는 내 몸의 상처다 만지려하면 고통만 커지는 형체 없는 기억이다
너는 쇳덩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품은 저 지독한 고집이다
너는 싸움꾼이다 두려움도 없이 무작정 달려드는 거친 황소다

나는 돌멩이로 나의 그림자를 힘껏 내리친다
나의 그림자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찢어진다
형체는 사라졌어도 고통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거친 불길에 몸을 던진다
불속을 견딘 쇳덩이가 붉은 숨을 쉬며 단단해진다
뒷발을 득득 긁고 있던 싸움꾼 황소가 쇳덩이 같은 뿔을 고추 세우고
으랏차차 돌진한다

너는 무엇이 되어
그 뜨거운 쇳덩이를 삼킬 것이냐

-P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