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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아름다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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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죽음이야 늘 도처에 있는 건데 마당 곁에 좀 있은들 어때요

    모든 사람들은 죽음은 영원히 오지 않고 먼 곳에 있길 바란다. 이 책은 죽음을 눈 앞에 둔 남편과 이 사실을 모르는 아내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한다. 혼자 남겨질 아내를 위해 혼자 지프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하고 보일러 수압 맞추는 일 등을 가르치며 죽음을 준비한다. 서향인 탓에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골집이 다 지어질 때면 홀로 남은 아내는 무슨 생각에 잠길까?

    출판사 서평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의 신작소설집
    삶의 그늘에 대한 작가의 속깊은 응시가
    역설적으로 되비추는 삶의 환한 자리들!

    등단 이래 쉼없이 창작의 진폭을 전방위로 확장해온 작가 구효서
    전위적인 형식실험과 능란한 장인정신이 펼치는 삶의 진경 9폭!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작가’로 우직하게 창작해오며 올해로 등단 22주년을 맞은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 [저녁이 아름다운 집]이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굴참나무가 화자인 ‘이인소설異人小說’로 올가을 모처럼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킬 2006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명두'를 비롯하여, 1인칭 여성 화자를 통해 구효서의 독보적인 다감함과 유연함, 순도 높은 산문과 깊이 있는 세계관이 유감없이 드러난 2007년 허균문학작가상 수상작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외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찍이 소설적 모범답안을 거부하며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전위적인 형식실험을 보이며 자신만의 이력을 쌓아온 구효서. 이번 소설집에서도 소설의 관습적 장벽을 열심히 흔든 면모가 역력하다. 장편소설 [나가사키 파파]에서 도전한 바 있는 대화 위주의 가볍고 톡톡 튀는 화법을 구사하는가 하면, 대사와 지문을 구분하려는 문장부호를 과감히 생략하기도 한다.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왜 우리 문장은 한결같이 ‘다’로 끝나는 걸까요? 그게 너무 지겨웠어요”라고 말하며 종결어미 관습에 대한 완강한 저항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이번의 수록작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피아니시모’ 장을 살펴보면 불가피한 경우만 예외적일 뿐 거의 모든 문장에서 종결어미 ‘다’를 찾을 수가 없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에 수록된 9편의 작품들은 등단 초기부터 ‘안주함’ 없이 다기多岐한 탐험과 모색과 단련을 지속해온 ‘유목형 작가’가 빚은 이야기니 만큼, 한마디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수록작들은 다름 아닌 인간 진실의 만화경에서 하나같이 놓치기 아까운 세밀하고 소중한 삽화들이며, 그 속에는 앞선 소설집 [시계가 걸렸던 자리]에서 두드러졌던 ‘죽음 앞에 선’ 혹은 ‘죽음과 함께하는’ 삶의 풍경이 여기저기, 때로는 안타까운 애도와 함께 때로는 조용한 수락과 함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죽음과 삶의 그늘에 대한 작가의 속깊은 응시가 역설적으로 되비추는 삶의 환한 자리들이 새롭게 구효서 소설의 진경을 이루고 있음을 이번 소설집에서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살이의 미세한 속내를 포착해 이야기로 빚는 장인적 혜안과
    기예가 충일한 구효서 소설의 견고성과 세련성!

    첫머리에 수록된 작품 '승경勝景'. 일본 규슈 다테노 마을의 유일한 산 오기야마 정상의 바위가 나가사키 피폭 때 굴러떨어진 뒤로 마을의 기운이 중심을 잃게 되고, 나라쓰케(절임식품)로 돈을 번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조센징’) 야마가와가 혼자 힘으로 인공호수 긴린코를 만들어 마을의 균형을 되찾아준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는 작가의 능란함이 가히 고수의 솜씨다. 한 편의 아름다운 지역설화나 한일 간 음식교류사로 그칠 수 있는 이 이야기에 구효서는 낯선 관능의 감각으로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소설가의 시선을 슬쩍 숨겨놓는다. 구효서 소설의 장인적 견고성과 세련성의 뚜렷한 지표라 할 수 있다.
    '명두'는 살아 150년, 죽어 20년을 한자리에 서서 세상을 지켜본 굴참나무의 시점으로 한국전쟁 이후 50여 년의 세월이 스쳐간 어느 궁핍한 빈촌의 삶과 죽음의 드라마를 그려낸다. 찢어지는 가난이 지배했던 이 빈촌의 세월은 “죽음이 끝없이 생명을 만들고, 삶은 끝없이 죽음을 낳았다”라는 말로 요약될 법하다. 구효서 소설의 주요 화두가 되어왔던 ‘죽음’은 이 소설에 이르러 한 개인의 실존적 차원을 넘어 역사와 집단의 테제로 확장된다. 구효서는 단편소설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긴 역사의 시간과 근대소설이 떠나온 무속의 세계까지 끌어들이면서, 삶과 죽음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악의 경계 없는 자연의 리듬이 궁극에서는 지금 이 근대의 시간과 인간사의 현실에도 엄연히 개재해 있음을 새삼 확인시킨다. 그러면서도 명두집의 사연을 통해 작가가 제기하는 “불망不忘!”의 윤리는 삶과 죽음이 한 몸으로 이어진 자연의 시간에 맞서 그것을 감싸 인간의 시간과 역사를 성찰하게 한다.2
    'TV, 겹쳐'는 한국 사회 ‘테레비’의 풍속사이자 가슴 아픈 제망매가이다. 여기에서 ‘죽음’은 산업화시대의 어둠과 가난을 순정하고 견결3한 가슴으로 헤쳐온 ‘여공’ 출신 누이의 일생을 살아남은 자들의 세계로 돌려주는 제의의 자리에 놓여 있다. 여기서 막냇누이 영주의 죽음을 삶의 공간으로 되비추는 영사기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로 열두 살 지능으로 퇴행해버린 두 살 아래의 남동생 ‘나’이다. 이른바 ‘순진한 시선’의 아이러니가 자칫 비장한 단조의 애도에 머물기 쉬웠을 이야기에 의뭉스럽고 질박한 여백의 탄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 여백의 탄력을 타고 이농과 상경의 대열이 간신히 비집고 찾아든 서울 변두리 구로공단 주변의 신산한 삶, 그 뿌리 뽑힌 혈거가족의 고단한 세월은 흔들리고 겹치는 ‘테레비’ 화면의 이야기 속에 적절히 전경화된다. 이런 계열의 소설이 거부하기 힘든 리얼리즘의 기율을 자기만의 고유한 소설적 방법과 문체 속에 녹여낸 작가의 솜씨가 약여한 작품이다. 동생의 시선으로 그려진 이 억척누이의 ‘전傳’은 과학적 개념과 추상적 이론이 가닿을 수 없는 인간 심성의 개활지, 그 이름 없는 풀들과 돌멩이들의 이야기를 품어내는 드문 소설적 성취에 이르렀다.
    표제작 '저녁이 아름다운 집'은 죽음의 자리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잔잔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 사정은 작중 ‘그’의 아내가 시골 집터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이웃 주민의 산소 이장을 고집하다 마음을 바꾸며 내놓는 “죽음이야 늘 도처에 있는 건데 마당 곁에 좀 있은들 어때요” 하는 말 속에 압축되어 있다. 그런데 이 말이 각별한 울림을 갖는 것은, 이 순간 아내는 자신의 남편에게 임박해 있는 죽음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도처에 있다는 인식을 마음 한편에 품을3 수는 있겠지만, 그 죽음이 자신 혹은 가까운 이에게 닥쳤을 때, 그런 인식은 무력해지게 마련이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은 그 메우기 힘든 낙차 사이에 인간의 애정과 배려로 가능한 무언가는 없는지 안타깝게 물어보는 작품이랄 수 있다.
    그밖에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화사-스며라, 배암!' '사자월-When the love falls.' '전별-자전거로 남은 사내' '막내고모'에서도 ‘조율사’의 숨은 노동과 정성이 빚은 “절실하고 간절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목차

    승경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2007년 허균문학작가상 수상)
    화사-스며라, 배암!
    명두(2006년 황순원문학상 수상)
    사자월-When the love falls.
    TV, 겹쳐
    저녁이 아름다운 집
    전별-자전거로 남은 사내
    막내고모

    작품 해설(정홍수) /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그녀의 수척한 팔 위로 푸른 정맥이 지나갔다. 57세. 하루미. 터무니없어. 나는 고개를 흔들 뻔했다. 그녀의 관능을, 불현듯 보았고, 내치려 했다. 나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미망인. 무렴하게도 첫 대면에 관능과 싸우다니.
    ( / '승경' 중에서)

    액션을 설치하고 타현 거리와 건반을 조정하는 당신의 모습은 아주 온순한 흑곰과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노련한 조련사 같았어요. 검고 딱딱한 목질의 피아노가 당신 앞에서는 덩치에 비해 곰살스럽기 그지없는, 털 달린 생명처럼 느껴졌으니까요. 현의 장력을 더하거나 풀면서 당신은 이따금씩 건반을 눌러 배음에 귀를 기울였어요. 소리굽쇠를 두드려 배음의 진동수를 조정할 때마다 피아노는 높고 낮은 음을 나른하게 토해냈는데, 제게는 그 소리가 기분 좋아진 짐승의 행복한 신음으로 들렸어요.
    ( / '조율-피아노 월인천강지곡' 중에서)

    불망!
    그 소리는 경천동지할 만큼 커서 대부분의 아낙들은 뒤로 나가자빠졌다.
    내가 병들어 죽을 거였으면 어쩌자고 애먼 애들을 죽였나? 내가 살려고 애들을 죽였으면 미안해서라도 살아남아야지.
    병 털고 살아남으려고 이렇게 명두님을 찾았잖아요.
    죽지 않으려면 죽는 걸 겁내선 안 돼. 죽는 걸 겁내니까 지랄 염병 속병이 생기지.
    ( / '명두' 중에서)

    할머니는 고개를 가로젓지도 끄덕이지도 않았다.
    지갑이게요, 아니게요?
    반응이 없었다. 듣지도 못하는 거 아닐까?
    큰 소리로 물었다.
    떡이게요, 아니게요?
    무표정하게 바라만 봤다.
    할머니!
    난 그만 울상이 되었다. 나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어요. 앞뒤가 캄캄해요. 밖도 어둡기만 해. 할머니까지 왜 그래?
    할머니가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할머니! 저엉말.
    할머니는 두 손을 아래로 펴 허공을 다독였다. 날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빵, 쏜대요. 엄마가 나에게 동요를 불러줄 때 곁에서 하던 할머니의 손짓이었다.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거라…….
    ( / '사자월-When the love falls.' 중에서)

    누나의 입과 코와 팔뚝에 긴 호스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길고 하얀 것들을 한꺼번에 아구아구 처먹는 것 같았다. 단수숫대, 가래떡, 칡뿌리, 삘기와 싱아와 찔레를 누나는 닥치는 대로 먹었다. 이젠 호스들까지 먹어치울 건가? 아닌 것 같았다. 단수숫대, 가래떡, 칡뿌리, 삘기와 싱아와 찔레……. 누나에게 먹혔던 것들이 살아와 복수하는 것 같았다.
    ( / 'TV, 겹쳐' 중에서)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무릎도 그렇고 마침 언니가 그때 그곳에서 오빠를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친 것도 그렇고.”
    “박색 며느리 남들 흉볼까 봐 어머니가 지레 전설을 만든 거죠.”
    “아니란 말예요?” “아닌 건 아니지만, 그런 얘기 동네방네에다 할 필요 뭐 있어요.”
    “못할 건 또 뭐예요? 언닌 하여튼 엄마라면 죄다 못마땅했죠?”
    “내가 언제요?”
    또또…….
    위태롭다, 엄마와 고모. 에라, 아무나 이기시지. 그러나 나는 반드시 S.O.F., 저놈을 이긴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S.O.F.의 붉은 망토자락. 훌륭한 무기다. 그것에 스치기만 해도 큰 데미지를 입는다. 그런데 망토자락은 니미랄, 록온도 안 된다. 이 게임 완전 사기다. 에니미의 능력이 터무니없이 크고, 특혜가 많다. 하지만 쉽게 물러날 내가 아니다. 어찌 적의 능력을 탓하랴.
    원거리 무기 교체. 레드 오브로 새 아이템 구입. 됐어. 덤벼! 당야, 당야, 당야……. 올려 베. 부딪쳐. 좋아. 독화살에 강력한 마력! 놈의 심장에 록온. 음, 놈도 체력이 많이 떨어졌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장검 공격! 점프. 뛰어, 뛰어, 뛰라니까. 피해야지, 씨불. 뭐야? 또? 다시.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 아니이이이!
    ( / '막내고모'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8.09.25~
    출생지 강화도
    출간도서 52종
    판매수 9,339권

    1957년 강화도에서 태어났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일보문학상(2004), 이효석문학상(2005), 황순원문학상(2006), 한무숙문학상(2007), 허균문학작가상(2007), 대산문학상(2008)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도라지꽃 누님]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 [별명의 달인], 장편소설에 [늪을 건너는 법] [비밀의 문] [나가사키 파파] [랩소디 인 베를린] [동주]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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