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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명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화목 양의 일기 모음집!『여우도 정말 시집가나?』는 박화목 양이 초등학교 생활을 한 1992년부터 1996년까지(5년간)의 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일기장은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기까지 합니다. 이런 점들이 하나, 둘 모여서 어린이의 생각을 엿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표지 그림 또한 박화목 양이 그렸습니다.

☞ 이렇게 활용해 보세요!
일기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지만 일기쓰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일기쓰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권해 보세요. 다른 사람의 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의 동심은 놀랍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신기롭다. 특히 자신을 지구에 놀러온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화목이의 시선 속엔 어른들을 생각하게 하고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화목이가 인사드려요
엄마의 글

1992년 2학년 - 핫도그가 되고 싶어요
1993년 3학년 - 어른들은 싸우는 영화를 좋아해
1994년 4학년 - 구름이 킹콩 같아요
1995년 5학년 - 둥근 해가 아직 안 떴습니다
1996년 6학년 - 엄마가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럴까
수영이 하기 싫고
글짓기도 하기 싫고
피아노도 하기 싫고
미술도 하기 싫다
나는 정말 왜 이럴까

3월 12일 목요일 <우리 가족 취미>
우리 아빠 취미는 담배 피기이고요. 우리 엄마 취미는 영어이고요. 내 취미는 먹는 것이고요. 우리 동생 취미는 놀기랍니다.

3월 21일 토요일 <닭이 불쌍해>
밤에 아빠랑 엄마랑 나랑 동생이랑 닭고기를 먹었다. 닭이 불쌍하다. 그런데 닭은 왜 다리가 두 개밖에 없을까? 닭다리가 네 개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식구들이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눠 먹을 수 있을 텐데

5월 12일 화요일 <내 얼굴이 큰가?>
엄마는 나보고 “네 얼굴이 누굴 닮아서 그렇게 넓적하냐?” 하신다. 그럼 나는 “아빠 닮아서!” 한다. 식사할 때에도 아빠가 똑같은 소리를 하신다. 그럼 나도 똑같은 소리를 한다. 근데 어제 엄마가 “네 얼굴이 점점 더 넓적해지고 있네”라고 하신다. 나는 ‘얼굴이 너무 커지면 무거워서 걸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지?’ 하고 거울을 봤다. 내가 보기엔 별로 크지 않은데 왜 그러실까?

5월 13일 목요일 <아픈 나>
어젯밤 자려고 하는데 배가 이상하고 몹시 아팠다. 그래서 엎드려 있는데 갑자기 허연 토가 나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됐기 때문에 깔고 있던 요에 해버렸다. 나는 약을 먹었다. 맛이 달고, 숨도 안 차고, 배가 아프지도 않았다. 엄마도 내가 토한 것을 닦다가 구역질이 나서 토했다. 우리 가족 여자들은 토를 잘 하는가보다.

6월 30일 화요일 <사랑하는 효영이에게>
효영아,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게 거짓말인줄 아니? 난 널 진심으로 사랑해. 지난번에 뽀뽀한 거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너는 나를 사랑하니, 안 사랑하니? 내가 너 사랑하는 거 너도 알잖아. 내가 아까 구슬도 줬는데……. 나 많이 있는데 더 줄까? 참, 오늘 네 생일이라서 준거나 마찬가지네. 호호호호호……. 나는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지.
그리고 선생님이 얘기해주신 이야기 어떠니? 난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그 이야기 생각나면 눈물이 나올라 그러고 슬퍼. 너도 슬프지? 넌 슬퍼, 안 슬퍼? 말해줘. 그럼 그만 쓸게. 사랑, 안녕, 사랑.

10월 31일 화요일 <오늘의 잘한 일>
(1) 근애에게 엿을 주었다. (2) 미선이에게 엿을 주었다. (3) 세미에게 엿을 주었다.


9월 8일 화요일 <속상한 마음>
오늘 글짓기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생님이 색종이 50장을 자르셨다. 그것을 10개씩 나눠주셨다. 처음엔 놀이하는 줄 알았는데 쪽지에다 자기에게 소중한 걸 쓰라 했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 책, 집, 먹을 것, 입을 것, 운동 등 10가지를 적었다. 그 다음 그걸 한 개씩 찢으라는 거다. 처음에는 ‘운동’을 찢었다. 그것은 생명이 아니라 괜찮았는데 나중에 생명을 찢으려니 내 몸이 조여드는 것 같았다. 우리만 그런 거 하고 선생님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생명도 다 찢어버렸다.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은 나쁘다. 다시는 글짓기에 오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