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실종된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송은일의 두 번째 소설집『남녀실종지사』. 다양한 소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인간의 화해와 공존의 방식을 모색해온 작가 송은일이 이번에는 그러한 맥락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일상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허구 속 인물들을 통해 갈등의 양상을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다.

표제작 <남녀실종지사>를 포함한 8편의 소설에는 모두 '실종'이라는 단어가 담겨 있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 혹은 그것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실종 자체보다는 실종으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삶에 중점을 두었다. 사라진 것과 관계를 맺은 남은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겪게 되는 충격과 두려움을 다루고 있다.

<남녀실종지사>는 세상을 떠난 연인의 빈자리를 실감하지 못하던 여자가 남자의 무덤을 찾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낯선 연인의 실종 사건을 그렸다. <눈 내리는 날의 숨바꼭질>은 남편의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아내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우비거나 여우볕이거나>는 죽은 이의 한을 풀어주는 영혼결혼식에 얽힌 이야기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작가의 독특한 서사 윤리로 펼쳐진다.

허구 속 다양한 인간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불안한 삶에 대한 기록

인간 정신의 심연과 중층을 추적하여 기술함으로써 심리 소설의 긍정적 가능성을 개시해온 송은일의 두 번째 소설집 『남녀실종지사』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불꽃섬』, 『도둑의 누이』, 『딸꾹질』, 『반야』 등을 통해 다양한 소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활달하고 단단한 문체 속에 녹여내 인간의 화해와 공존의 방식을 모색해온 송은일은 이번 소설집에서 이전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또 다른 인간 삶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의 작품은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복잡다단한 인간 내면세계를 집요하게 추적함과 동시에 일상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허구 세계에 사는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어다보며 복잡하게 뒤엉킨 갈등의 양상을 촘촘히 그려냄으로써 소설이 주는 예술적 감동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그들과 남겨진 자들의 삶

표제작 「남녀실종지사」와 중편 「여우비거나 여우볕이거나」를 포함한 총 8편의 소설을 관통하며 흐르는 핵심어는 ‘실종’이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 모두 갑자기 사라진 사람 혹은 그것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실종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지는 않는다. 송은일 소설은 실종의 원인이나 이유를 탐구하려는 추리와 달리 실종으로 인해 남겨진 자들에 비중을 두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사라진 것과 관계를 맺은 남은 자들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존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짐으로써 남은 자들이 겪게 되는 충격과 두려움에 집중하는 것이다. 옆에 늘 있던 존재의 실종은 남은 자들의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낸다. 송은일 소설에는, 그 균열의 틈새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새로운 인식의 과정을 밟으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틀, 혹은 이제까지 잘못 알았거나 착각했던 것들에 대해 자각하는 동시에 자신이 궁극적으로 바랐던 삶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담겨져 있다.
송은일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궁극적으로 원했던 것은 ‘삶의 순정’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자의와 상관없는 상황 속에 놓인 충격에서 혼란스러워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원했거나 동경했던 삶을 향해 끊임없이 몸부림치는데 그 과정에서 상식적이거나 일반적인 틀을 벗어난 송은일만의 독특한 서사 윤리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말

남녀실종지사
눈 내리는 날의 숨바꼭질
여우비거나 여우볕이거나
단풍나무와 배추
구토
매직글라스
고사리 장마
당신의 혼잣말

해설/실종, 존재의 불온성에 대한 내면들_고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