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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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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검은 집'으로 한국을 강타한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
제3회 일본 호러 소설 대상 장편상 가작


1995년 한신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원한이 담긴 공포, 그리고…….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 ‘검은 집’을 비롯하여 ‘천사의 속삭임’, ‘푸른 불꽃’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이미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시 유스케.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매번 전혀 다른 작풍과 작품관을 선보이며, 일본 내에서 이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번째 인격’은 1996년에 발표된 기시 유스케의 소설 데뷔작으로, 제3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장편부 가작에 선정됐으며 2000년에 'ISOLA 다중인격 소녀'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95년 1월 17일, 6,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한신 대지진 때문에 집과 가족을 잃고 대피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 치료를 돕기 위해 사건 현장에 찾아온 자원봉사자, 유카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초능력(엠파시)을 지닌, 이른바 ‘엠파스’다.
유카리는 자원봉사 중 16살 소녀 치히로를 만나게 되는데, 엠파시를 통해 치히로에게 몇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파해낸다. 치히로는 5살 때 눈앞에서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을 때 유체이탈과 임사체험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그 이후 숙부 내외와 함께 살면서 학대를 받아왔다. 결국 치히로는 생에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 상황을 견뎌내고자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면서 다중인격자가 되고 말았다. 유카리는 그런 치히로의 삶에 깊이 감정이입하면서 치히로의 여러 인격을 하나로 통합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 유난히 이질적인 인격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어느 인격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분노와 원망에 차 있는 13번째 인격인, 바로 ‘이소라’다.

저 이소라라는 인격 안에는 막 둥지를 파괴당한 말벌과 같은 흉포한 분노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유카리는 그 위험한 날개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인간적인 따뜻한 감정이라고는 아예 결여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파충류처럼 냉혹한 분노였고, 유카리는 엠파시를 통해 그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오래된 괴담소설집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이소라. ?기비쓰의 가마?에 나오는 이소라는 방탕한 남편과 결혼했지만, 남편은 계속 바람을 피우다 결국 기녀와 함께 이소라를 피해 도망가고 만다. 끝까지 남편을 쫓아간 이소라는 생령生靈이 되어 기녀를 죽이고 다시 사령死靈이 되어 남편마저 죽이고 마는 원혼에 찬 귀신이 되었다. 그러나 치히로의 13번째 인격인 이소라 이름의 영문 표기는 ISORA가 아닌 ISOLA. 그녀의 이름에 담긴 비밀은…….

무섭다, 흥미진진하다를 넘어선 사회 고발 소설
평범한 인상의 옆집 아저씨 같은 외모의 기시 유스케, 일반적인 작가들과 달리 보험 회사 직원이었던 특이한 이력을 가졌지만 그의 소설은 특별한 힘을 가졌다. 대부분 두꺼운 분량에도 손을 떼지 못하고 결말까지 읽어나가게 만드는 힘, 기시 유스케의 작품에는 그런 강력한 흡인력이 숨어 있다. 생생하고도 세심한 심리 묘사와 뛰어난 주제의식으로 기시 유스케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특히 이 작품은 실제 작가가 1995년 고베대지진 당시의 충격을 소설로 옮긴 것이다. 멀쩡하던 건물들이 무너지고 무수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죽어 없어지는 광경을 바로 근처에서 목격하면서 머리에 둔기를 얻어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게 너무도 적고, 결국 개인들끼리 서로 구출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보면서 국가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기시 유스케 자신이 소설가로 전향하는 데도 특별한 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결국 그때 경험을 토대로 ‘13번째 인격’이라는 작품이 나왔다.

그런 이유로 ‘13번째 인격’은 그저 흥미진진한 무서운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그 이상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다. 흥미로운 소재들을 모아 하나의 잘 짜여진 이야기로 만들면서 섬뜩하리만치 선명한 교훈 하나를 남겨준다. 현대인의 욕심과 현대인의 현실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가는 사람 모두가 까닭도 없이 초조해하고 두려움에 떨었으며,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이것이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부를 달성했다는 일본의 모습이란 말인가? 막연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황폐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특히 최근 2, 3년 동안 일본인의 정신 건강 상태는 파멸에 이를 수준까지 하강의 급커브를 그리고 있었다.

신문을 읽고 있어도 무엇 하나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정보로서는 이해할 수 있어도 리얼리티가 희박했다. 어쩌면 여기에 쓰여 있는 것들은 모두 거짓이고, 누군가가 자신의 정신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날조한 소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만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피폐한 현대인의 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본문중에서

“유카리 씨는 젊은 데다 심리학에도 밝고, 왠지 대단한 사람 같아요. 뭔가 그런 쪽에 관련된 일이라도 하고 있어요?”
갑자기 화제가 자신에게 쏠리자 유카리는 움찔했다.
“유카리 씨가 대단하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예요. 금요일 그룹에 속해 있는 사람한테 들은 얘기인데, 처음에는 조금 까다로운 심리학 용어를 알고 있는 것뿐이겠지 했대요. 그런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천재적이라고.”
“그건……. 어쩌다 우연히 그런 거예요.”
난처하게 되었구나, 하고 유카리는 생각했다. 소문이 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그런 건……. 아니야.”
유카리의 부정은 스스로 생각해도 난처할 만큼 힘이 없었다. 그 순간, 치히로의 내면에서 한꺼번에 여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목소리였다.
'뭔가 알고 있다! 조심해!'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 여자에게 마음을 놓으면 절대 안 된다고!'
'그 말 많은 아줌마한테 무슨 말인가 듣고 왔을지도 몰라.'
'스파이다!'
'이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는 절대 하면 안 돼! 도코, 네가 말하지 말고 상대가 말하게 해.'
유카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몇 개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셀 수조차 없었다.

“다중인격자의 모순이겠지요. 아무리 마음을 세분화시켜도 누군가는 반드시 가장 슬프고 괴로운 부분을 떠맡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데서도 이 사회와 마찬가지로 역학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거겠죠. 결국 어디에서나 가장 약한 존재가 가장 괴로운 건가 봐요.”

애초에 치히로 내면의 인격들이 ISOLA라는 글자를 ‘우게쓰 모노가타리’에 나오는 이소라라고 믿어버린 것이 모든 오해의 발단이었다. 오해를 바탕으로 이름이 붙여지고, 이소라라는 인격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히로코도 유카리 자신도 지금까지 그 이름의 유래에는 의문을 품어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 본문중에서)

저자소개

기시 유스케(Yusuke Kish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9~
출생지 일본 오사카
출간도서 23종
판매수 20,856권

1959년 오사카 출생. 교토 대학 경제학부 졸업 후 생명보험회사에 근무하던 중 하야카와 SF콘테스트에 단편 「얼어붙은 입」이 가작 입선한 것을 계기로 작가로 전직, 1996년 『ISOLA』(이후 『열세 번째 인격-ISOLA-』로 개제)로 제3회 일본호러소설대상 장편부문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한다. 다음 해인 1997년 『검은 집』으로 제4회 일본호러소설대상을 수상, 합계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최고의 호러 소설 작가로 등극한다.
2005년 방범 탐정 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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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기업 홍보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출판 편집자를 고쳐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블랙 티], [지혼식], [결혼하고 싶어], [13번째 인격], [크림슨의 미궁], [2시간 17분 슈퍼스타], [잘 부탁해, 벳시]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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