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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

원제 : LAT DEN RATTE KOMMA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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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열두 살을 영원으로 겪는 아이와 열두 살을 터널로 앓는 아이는 왜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는지에 대해 소설 [렛미인]은 잎을 떨군 겨울의 문장들로 하나하나 비밀을 풀어헤친다. 그토록 인상적인 영화를 보고 난 뒤인데도, 여전히 저마다의 그림을 마음에 그리게 만드는 활자의 힘이 소설 [렛미인] 안에 있다. 이동진(영화평론가)

    200살 먹은 뱀파이어 소녀 엘리가 가져온 것은 단순한 피투성이 학살이 아니다. 그것은 그동안 안온한 현대세계의 피막 속에 갇혀 있던 모든 어두운 욕망과 고통을 터뜨리는 해방의 축제다. 듀나(SF 작가, 영화평론가)

    전세계 영화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영화 [렛미인]의 원작을 만난다 !
    눈 같은 순수와 핏빛 잔혹으로 빛나는 순도 100%의 보석 같은 소설


    지난겨울 우리는 흔치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 한 편을 만났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적지 않은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 열두 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우정을 그린 [렛미인]이다. [타임]이 선정한 ‘2008년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영화’ [렛미인]은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나라 스웨덴에서 왔다. 1981년 스웨덴을 배경으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열두 살 왕따 소년과 그런 소년을 위해 복수를 해주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호러라는 장르가 무색하게도 시적인 영상과 간결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매력적인 영화에 원작이 있었으니, 영화 [렛미인]의 시나리오를 쓴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 [렛미인Lat den ratte komma in ]이다.
    작가의 고국 스웨덴은 물론이요 독일, 미국 등지에서 영화화하고 싶다는 러브콜을 수십 차례나 받은 작가의 처녀작 [렛미인]은 놀랍게도 여덟 번이나 출간을 거절당한 ‘괴작’이었다. 스톡홀름의 교외 블라케베리에 사는 뱀파이어 소녀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뱀파이어 물 특유의 글래머러스함이나 도취적 에로티시즘 따위는 없는 소설이었으니 장르전문 출판사들이 거절할 만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렛미인]이 여타 뱀파이어 소설과 다른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걸 알아본 출판사는 장르소설과는 무관한 출판사였다고 한다.
    영화가 원작의 뼈대만 고스란히 살린 한 편의 시詩였다면, 소설 [렛미인]은 서사적 위용을 갖춘 근육질의 대작이다. 무엇보다도, 영화가 암시적으로만 언급하고 지나간 것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일 것이다. 물론 작품의 중심에는 주인공 오스카르와 뱀파이어 친구 엘리의 우정(혹은 로맨스)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와 단단히 맞물려 있는 것은 영화에서는 스쳐 지나가듯 등장했던 주변 인물들?즉, 블라케베리에서 살아가는 출구 없는 인생들이다. 등장인물 중 가장 판타지적인 인물인 뱀파이어조차 ‘먹고살기 위해서는 살인을 해야 한다는’ 실존적 고뇌에 몰아넣는 이 소설은 냉전이라는 시대적 비극 속에서 반쪽짜리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복지국가의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러나 시종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그려나간다.
    [렛미인]은 총 5부에 700여 페이지라는 덩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테크닉은 처녀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치밀하며, 스토리텔링은 물 흐르듯 능수능란하다. 호러를 근간으로 하여 사회소설, 블랙코미디, 미스터리, 그리고 퀴어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의 주제를 밀고 나가는 구동력도 놀랍다. 화제를 뿌린 영화의 원작자라는 흥미를 넘어 소설가 린드크비스트에게 기대를 품게 하는 지점들이다. 영미권, 일본어권에 잠식된 장르시장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북구 장르문학에서 린드크비스트는 분명 큰 몫을 담당할 작가로 자리잡을 것이다. 문학동네에서는 작가의 2005년 작 [언데드 다루는 법]과 2008년 작 [인간 항구]를 출간할 예정이다.
    특별히 한국판 [렛미인]에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가 수록되었다. 호러영화광인 린드크비스트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의 열렬한 팬이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했다.

    열두 살 외톨이 소년, 혹독한 겨울의 끝에서 뱀 파 이 어 친구를 만나다

    소외와 권태로 얼어붙은 스톡홀름의 교외 블라케베리, 그 구멍 같은 곳에서 벌어진 3주 동안의 이야기…


    # 1. 블라케베리. 1952년 스톡홀름 서부 교외지역에 건설된 신도시. 그곳이 생긴 지 삼십 년째 되던 1981년 11월 한 남자와 여자아이가 그곳에 이사 오고, 그날로부터 여러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뀐다. 그러나, 그들이 오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2. 오스카르 에릭손, 12살, 블라케베리 학교 6학년 B반.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산다. 살인사건, 염력, 호러소설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스크랩을 할 정도다. 마음을 터놓고 지낼 친구 하나 없는, 자타가 공인하는 왕따. 욘니 패거리에게 만날 ‘돼지새끼’라고 불리며 괴롭힘을 당한다.
    10월 21일, 블라케베리에서 멀지 않은 벨링뷔에서 한 소년이 숲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발견 당시 소년은 발목이 묶이고 목이 따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이상한 것은, 목이 따였다면 응당 웅덩이를 이루고도 남을 피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에 ‘제의적 살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수사를 시작하지만, 범인의 몽타주 하나 확보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버린다.
    살인사건에 열광하는 오스카르가 이 사건을 지나칠 리 없다. 오스카르는 저녁이면 언덕 위로 올라가 자신을 괴롭히는 소년으로 정해놓은 나무를 난도질하는 일에 요즘 맛을 들인 상태. 그는 자신의 ‘살인게임’이 혹시 숲속의 소년의 죽음을 일으킨 것은 아닌가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며칠 후 철물점에서 훔친 사냥칼로 놀이터에서 예의 그 ‘살인게임’에 열중해 있던 오스카르는 칼날에 비친 한 소녀를 발견한다. 오스카르의 옆집에 산다고 말한 소녀는 자신은 그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이상한 말을 남긴 채 집으로 들어간다.

    # 3. 블라케베리의 중국식당. 동네 주정뱅이들의 아지트인 그곳에 낯선 남자 한 명이 나타난다. 맥주나 겨우 홀짝거리는 패거리들과는 달리 그는 위스키 몇 잔을 연거푸 시켜 단숨에 비운다. 라케 서렌손은 남자에게 흥미를 느끼고 다가가 합석하지만, 남자는 대화를 거부하고 술값을 치룬 후 나가버린다.
    그리고 며칠 후, 패거리 중 하나인 요케 벵츠손이 실종된다.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비옌숀스가탄 지하도 옆에 살고 있는 예스타가 패거리에게 와 자신이 요케의 마지막을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한 여자아이가 지하도 옆 가로등을 깨고 지하도로 들어갔고, 지하도를 지나던 요케는 영영 다시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패거리가 찾으러 갔지만 요케의 시체는 온데간데없다.

    # 4. 이 모든 사건과 연루된 인물, 호칸 벵츠손. 고등학교의 국어교사였던 그의 인생은 아동성애자라는 것이 밝혀져 직장에서 해고되고 방화로 집이 전소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최악의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고자 알코올중독과 자살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던 그의 앞에 기적과도 같이 엘리가 나타난다. 엘리는 자신을 도와주면 자신 역시 그를 돕겠다고 말하고, 둘은 그렇게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관계로 함께하게 된다.
    벨링뷔 숲에서의 살인은 엘리의 부탁에 못 이겨 나갔지만, 호칸으로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너무도 사랑하는 엘리지만, 그런 엘리의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공포스럽고 끔찍한 일이다. 게다가 몇 번 일을 망친 전력 때문에 블라케베리로 쫓기듯 이사 온 상황이라 그런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엘리는 계속 그를 압박해오고, 급기야 직접 나가 누군가를 죽여버렸다.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언제나 호칸의 몫이다. 그는 엘리가 죽인 이의 시체를 물가로 끌고 가 가라앉힌다.

    # 5.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엘리의 장담과는 달리 오스카르와 엘리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조금 이상하다. 둘은 오직 밤에만 만나고, 엘리는 오스카르는 아는 많은 것들을 모른다. 그 또래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을. 그리고 무엇보다, 지저분하다. 옆에 앉아 있는 것이 힘들 만큼 역겨운 냄새가 나고, 옷은 생전 빨아입는 것 같지 않고, 추위를 전혀 타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오스카르는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이 기쁘기만 하다. 게다가 엘리는 오스카르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고 하자 맞받아치라고,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다짐까지 한다. 오스카르는 자신도 모르게 엘리가 자리잡았음을 깨닫고, 그녀를 위해 욘니 패거리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한다.

    # 6. 엘리가 자신에게는 허락하지 않는 친밀함을 오스카르에게 허락하자 호칸은 질투에 괴로워한다. 요케를 죽인 후 한 번도 피를 먹지 못한 엘리는 다시 한번 호칸에게 피를 구해올 것을 요구한다. 호칸은 자신이 얼마나 엘리를 사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일이 실패할 경우 염산을 얼굴에 붓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벨링뷔 체육관에 도착한 호칸. 천신만고 끝에 수영장 탈의실에서 적당한 희생양을 물색해 작업을 시도해보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소년의 비명 때문에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마지막 순간 호칸은 엘리의 이름을 외쳐 부르며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들이붓는다.

    # 7. 블라케베리 학교의 야외 수업이 있던 날, 빙판 아래에서 요케의 시체가 발견된다. 라케는 가장 친했던 친구를 죽인 사람을 찾아 복수하겠다고 결심하고, 술에 취해 여자친구인 비르기니아에게 폭언을 퍼붓는다. 라케의 말에 상처를 받은 비르기니아는 한밤의 거리로 뛰쳐나가 집으로 가던 중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목과 볼에 상처를 입는다. 다행히 뒤따라오던 라케가 비르기니아를 구출한다. 라케가 놀란 것은, 비르기니아를 덮친 사람이 아주 작은 여자아이였다는 점이다.

    # 8. 얼굴에 염산을 들이부은 호칸은 죽고 싶다는 바람과는 달리 병원에서 깨어난다. 게다가 입술이 녹아 들러붙어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빙판 밑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호칸을 시시각각 압박해오고, 그의 범죄는 물론 엘리의 정체까지 드러나게 될 상황이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찾아온 엘리. 그는 엘리에게 자신의 목덜미를 내맡긴다……

    # 9.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경계에 블라케베리의 비행청소년 톰미가 있다. 좀도둑질을 일삼고 지하실 창고에 처박혀 본드나 불어대는 열여섯 살 소년 톰미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져 있는 오스카르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 역시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톰미는 오스카르와 함께 벨링뷔 숲속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대해 추리하고, 그것이 범상치 않은 사건임을 예감한다. 그리고 수사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엄마를 통해 엄마의 애인인 스타판이 해주는 이야기를 주워듣는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범인의 몽타주 하나 없이 ‘제의적 살인’이 실체 없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때, 소련 잠수함이 스웨덴 해안에 좌초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은 ‘제의적 살인’에서 자연스럽게 잠수함으로 넘어간다……

    뱀파이어 장르에 기적과도 같은 숨결을 불어넣은 아름다운 걸작!

    영화에서도 그랬듯 소설 [렛미인]에서도 이야기의 배경인 1981년의 스웨덴은 통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풍요의 시대, 발전의 시대, 그 어느 시대보다 글래머러스하고 화려했던 1980년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똑같이 생긴 3층짜리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황량하고 쓸쓸한 곳, 점심때만 지나면 바로 어둠이 내리는 겨울. ‘거주자는 9천 명이나 되는데 교회는 없는 도시’, 역사가 부재한 블라케베리는 역사적 맥락이 존재하지 않는 구멍 같은 장소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공동체를 이루는 도시가 아닌, 처음부터 모든 것이 주도면밀하게 계획되는 곳.
    북유럽식 사민주의가 실현되는 그곳에서는 바닥에 내려앉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공동주택으로 대변되는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후기산업사회의 산물인 교외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이들이다. 이혼을 했거나 사별한 중년의 남녀들, 결손가정의 아이들, 아동성애자, 왕따, 비행청소년, 변변한 직업이 없어 인력시장을 기웃거리거나 생계를 위해 악착같이 일해야 하는 노동계급…… 주인공 오스카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결손 가정에 학교에서는 끔찍한 왕따에 시달리는 열두 살 소년. 그런 그들의 비루한 삶의 틈새로 어느 날 가공할 열두 살 소녀가 스며든다. 영원히 열두 살로 살아야 하는 200살의 뱀파이어 엘리가.

    ‘살인을 하지 않으면 결국 죽음에 이르는 뱀파이어의 절박한 생존조건’에 매력을 느껴 뱀파이어 물을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렛미인]에는 뱀파이어의 존재적 초월성과 우월성보다는 실존적 고뇌와 노동에 대한 피로가 두드러진다. 뱀파이어 소설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나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같은 고전부터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에서 주축을 이루는 도취적 에로티시즘의 전통은 이 소설과 무관하다. 오히려 [렛미인]은 위에 언급된 작품들이 가진 고딕적 광휘를 거둬내고 리얼리티라는 뼈대로만 지은 대성당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런 리얼리티가 피로한 뱀파이어 장르에 기적과도 같은 숨결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말을 밀리면 뱀파이어 엘리는 ‘비참하고, 역겹고, 고독한’ 존재다. 그리고 그런 엘리의 처지는 실존을 가진 모든 이가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집약이라는 점에서 초월적 존재의 특수성에서 벗어난다. 호칸과 비르기니아가 피를 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 역시 글래머러스한 아우라로 희생자를 취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이 아닌 살고자 하는 몸부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살상에 대한 공포 뒤로 삶을 지속하는 것의 피로와, 반복된 육체노동으로 마모된 정신이 도드라질 뿐이다. 초월적 존재로 그려져온 뱀파이어의 모습은 관성과 피로에 찌들었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하는 현대사회 노동계급의 일상과 겹쳐진다.

    그리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촌극과 환몽이 어우러진 혼돈의 한가운데, 오스카르와 엘리의 이야기가 있다. 우정 혹은 로맨스로도 볼 수 있는 이 관계는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인 둘에게 판타지의 실현으로 다가왔다가, 서로의 모습을 또렷하게 비추는 거울이 되면서 (특히 오스카르에게) 성장의 계기로 작동한다. 엘리의 살인 행위를 비난하는 오스카르에게 엘리는 말한다. 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지만 너는 재미로 죽이고 싶어하지 않느냐고.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 미워하는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도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너는 기꺼이 그러지 않겠느냐고. 재미를 위해, 복수를 위해. 그리고 그에게 말한다. “잠시 내가 되어봐.” 영화에서는 다분히 은유적이고 암시적인 장면으로 처리되었던 이 장면은(영화에서는 오스카르가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하는 동안 엘리의 얼굴이 노파처럼 변한다), 소설 속에서는 엘리의 과거를 이야기해주는 직접적인 (그러나 여전히 그 미스터리의 핵심은 숨겨둔 채)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호칸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엘리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치자 둘은 이별의 입맞춤을 나눈다. 그 순간, 오스카르는 엘리의 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강인하고, 아름다운 오스카르를. 엘리를 통해 본 오스카르 자신은, 사랑을 하고 있다. 수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부정하던 소년은 마침내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엘리라는 또다른 자신을 통해.

    그리고 이런 현실의 디테일을 집요하게 쌓아올린 후 작가는 구원의 카타르시스와 해피엔딩이라는 판타지로 대미를 장식한다. 그러나 작가가 준비해둔 것은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클라이맥스가 아니다. 영화에서의 클라이맥스가 다분히 생략적이고 순화된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소설에서는 그보다 한층 신중하고 절제된 버전으로 그려진다. 클라이맥스에서 정지한 오스카르와 엘리의 이야기는 곧바로 암시적인 에필로그로 넘어가면서 종료된다. 1981년의 블라케베리 아파트 단지에 뱀파이어 소녀를 초대한 작가답게, 말초적 카타르시스나 섣부른 해피엔딩에서 한 발짝 물러섬으로써 판타지와 현실의 거리를 없앤 것이다. 그렇다면, 오스카르와 엘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인가, 아닌가?

    많은 이들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이제 엘리에게 새로운 조력자가 생겼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의도한 엔딩이 아니다. 나는 [렛미인]의 에필로그에 별도의 짧은 에필로그를 더 써놓았다. 몇 년 후에 발표할 예정으로, 분량은 대여섯 페이지에 지나지 않지만 작가가 직접 선보이는 엔딩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토마스([렛미인]의 감독)의 엔딩이 지배할 것이다. 영화상으론 정말 멋진 엔딩이다. 완벽하다. 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다르다. 책에 잠깐 비춰지긴 하지만 엘리는 이미 성인이 된, 타락한 호칸을 선택했다.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이번에도 역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책장을 덮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상상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소설 [렛미인]이 가진 매력이리라. 이 소설은 한동안 가장 인상적인 뱀파이어 소설로 독자들의 뇌리에 남게 될 것이다.


    영화 [렛미인]에 매혹되었다가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출판을 기다렸다. 하이얀 눈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이 기이한 동화의 암시적 텍스트는 어떤 원형을 갖고 있었을까. 필름에 아로새겨졌던 피와 눈물의 연금술은 어떻게 꿈꾸는 언어의 번안이었을까. 호칸은 엘리를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오스카르는 엘리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 건지, 그리고 열두 살을 영원으로 겪는 아이와 열두 살을 터널로 앓는 아이는 왜 서로에게 그토록 빠져들었던 것인지에 대해, 소설 [렛미인]은 잎을 떨군 겨울의 문장들로 하나하나 비밀을 풀어헤친다.
    마지막 책장까지 다 덮고 나면, 영화가 남긴 퍼즐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또렷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러티브에 대한 궁금증이 해갈된 이후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우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토록 인상적인 영화를 보고 난 뒤인데도, 여전히 저마다의 그림을 마음에 그리게 만드는 활자의 힘이 소설 [렛미인]에 있다. 이동진(영화평론가)

    훌륭한 호러물들이 대부분 그렇듯, [렛미인]의 진정한 공포와 고통은 초자연현상이 벌어지기 전부터 이미 주인공들이 사는 현실 세계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복지 국가 시스템의 보호 속에서 서서히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노동자 계급의 것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어린 소년의 것이기도 하며 금지된 욕망에 고통 받는 소아성애자의 것이기도 하다. 200살 먹은 뱀파이어 소녀 엘리가 그들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가져온 것은 단순한 피투성이 학살이 아니다. 그것은 그 동안 안온한 현대 세계의 피막 속에 갇혀 있던 모든 어두운 욕망과 고통을 터트리는 해방의 축제이다. 듀나(SF 작가, 영화평론가)

    무거운 회색빛 스웨덴, 가혹한 사회조건들, 왕따와 피로 물든 잔혹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과 행복으로 끝나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보았다. 토마스 알프레드손(영화감독, [렛미인])

    독창적인 뱀파이어 소설. 가슴이 터질 정도로 슬프고 무섭다. 놓치지 말 것! 타임스(영국)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경이롭고도 가슴 아리는 감정을 맛보게 되리라. 편견 따윈 집어치워라. [렛미인]을 읽어라! 다겐스 네링슬리브(노르웨이)

    앤 라이스의 쾌락주의자 흡혈귀와 달리 린드크비스트의 뱀파이어는 슬프고 외로운 피조물이다. 그는 오직 생존하길 원할 뿐이다. 커커스(미국)

    린드크비스트는 생생한 리얼리즘과 판타지 사이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았다. 이 소설은 사회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뱀파이어 신화를 재구성한다. 앤 라이스의 소설이 오페라라면,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은 펑크다.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스웨덴)

    스웨덴 문학의 계시록. 격조 높은 호러소설이자 고통스러우리만치 슬픈 유년시절의 초상. 크리샨스타 블라뎃(스웨덴)

    목차

    11월 7일 토요일(저녁)
    11월 7일 토요일(밤)

    4부
    우리는 트롤 동지들!
    11월 8일 일요일
    11월 8일 일요일(저녁)
    11월 8일 일요일(저녁에서 밤까지)
    11월 9일 월요일

    5부
    렛미인
    11월 9일 월요일(저녁)
    11월 10일 화요일
    11월 11일 수요일
    11월 12일 목요일

    에필로그
    11월 13일 금요일

    옮긴이의 말
    결국 서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본문중에서

    오늘 학교에서는 그렇게 끔찍하진 않았다. 토마스 알스텟이 오스카르의 의자를 학교식당에 숨겨놓으려고 했지만, 그가 제때 보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칼을 들고 숲으로, 그 나무로 갈 작정이었다. 좀더 심각한 걸 시도해보자. 어제처럼 흥분하지 말고.
    조용히 그리고 정연하게 나무를 쑤시고 난도질하고, 그러는 내내 마음속에 떠올린 토마스 알스텟의 얼굴에만 집중하는 거다. 하지만…… 마음은 온통 그 살인자에 쏠려 있었다. 저 바깥 어딘가에 있는 진짜 살인자.
    아니다. 그는 살인자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평범한 살인자라면 실험은 소용이 없어질 터였다. 오스카르는 큐브를 보면서 자신의 눈과 큐브를 연결하는 끈 하나가 있다고 상상했다.
    미끄러져라, 미끄러져라, 미끄러져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스카르는 큐브를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바지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소녀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블라인드가 드리워져 있었다.
    (/ p.80)

    저자소개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8~
    출생지 스웨덴 불라케베리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8년 스웨덴 블라케베리에서 태어났다. 무시무시하고 환상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십대 시절부터 거리 마술쇼를 선보였고, 마술사로 활동하며 북유럽 카드 트릭 챔피언십에서 2등에 입상하기도 했다. 그후 십이 년 동안 스탠드업 코미디언, 텔레비전 코미디쇼와 드라마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블라케베리에 사는 뱀파이어를 그린 자전적 작품 [렛미인]을 완성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괴상하다는 이유로 여덟 군데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결국 2004년 우드프론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작품은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듬해 노르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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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1970~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국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대중음악 칼럼을 쓰고 팟캐스트 방송 '승열과 케일린의 영미문학관' 구성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공저)를 썼고, [렛미인] [킵] [깡패단의 방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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