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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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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처투성이의 소년, 친구가 되다

청소년들의 내밀한 감수성과 성장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 이상운의 청소년 소설이다. 너무나 다른 모습의 두 소년, 현태와 지훈의 우정을 통해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다룬다.

출판사 서평

'나하고 친해봤자 인생에 도움이 안 될 거야.'

[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의 현태는 '쿨한 외톨이'다. 한때 싸움꾼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강호의 은둔자처럼 잠잠히 지내고 있는 중이며,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을 좋아하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시큰둥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반장 엄마가 나눠준 피자 따위는 절대사양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사색하지만 누구와도 나누려 하지 않는 현태. 중학교 3학년이 된 어느 날, 공부 잘하는 '범생이' 지훈이가 현태에게 다가온다. 현태가 '자유인' 같아서 부럽다며 친구 하자는 지훈. 여자 애처럼 하얗고 고운 얼굴, 좋은 집안에 훌륭한 성적,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 그러나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는 지훈이는 툭하면 눈물을 보이고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그리고 현태는 차츰 지훈이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사실,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현태에게 지훈이 엄마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작년 9월 이후로 인사도 없이 전학을 갔던 지훈이가 가출을 했다고 한들 현태를 찾아올까? 현태는 지훈이와 함께했던 중학교 3학년 때, 그 짧은 한철에 대해 회상하는 한편,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만이 아는 비밀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과거와 현재는 하나로 섞이기 시작한다. 현태가 지난날을 떠올리는 방법은 혼잣말로 지훈이에게 무수한 말을 쏟아내며 하나하나 되새겨보는 것. 지훈이가 과외 때문에 엄마 자동차를 기다리는 동안 잠깐씩 시간을 보내고,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변덕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던 사이, 그건 과연 우정이었을까? 그 짧은 토막 시간들 속에서 나는 지훈이를 얼마나 많이 알게 되었나, 그리고 그런 지훈이를 보고 있던 나는 누구였나? 그리고 지금, 터널 위 비밀 공간에서 현태는 지훈이를 만난다.

서로를 되비쳐주는 거울, 친구

학교에서는 언제나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훈이가 현태 앞에서만큼은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현태는 마치 형이라도 된 것처럼 지훈이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 자기 편할 때만 왔다 가는 지훈이가 조금 야속하긴 하지만 뭐 어떠랴,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면야.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현태가 지훈이와 함께 있는 동안 자기 자신에게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태는 인생에 대해 냉소적인 엄마, 오래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 아빠 대신 엄마와 자신을 지켜봐주는 관장님에 대해 생각하고, 비록 울컥해서이긴 하지만 아빠의 죽음에 대한 아픈 비밀을 지훈이에게 털어놓기까지 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현태와 지훈이가 함께 보낸 시간은 모두 합쳐도 며칠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그 기간 동안 둘은 진짜 친구가 되었다. 진짜 친구란 나를 되비쳐 주는 거울 같은 것이니까. 그래서 지훈이 엄마의 개입으로 둘 사이의 만남이 돌연 끝났을 때, 현태가 잃은 것은 단순한 친구 이상이었다. 현태는 다시 말없는 외톨이로 돌아가 버린다.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등장하는 이 작품 속에서 각각의 시간은 씨실과 날실로 엮여 현태와 지훈이 사이를 촘촘히 이어 주지만 결코 하나로 묶어 주지는 못한다. 가출한 지훈이와 만나 기뻐하기도 잠깐, 현태는 동네 건달들에게 죽도록 얻어맞아 병원에 실려가고, 지훈이는 다시 엄마에게 이끌려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둘 사이는 또다시 끝나 버린 듯하다. 하지만 과연 끝일까? 둘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기억과 나중에 함께 여행을 가자는 약속이 남지 않았나. 그러니까 이건 잠시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는 것뿐이다. 무릇 모든 인간관계란 미완성이어야 할 테니.

죽지 마! 알았어, 자식아!

전작[중학생 여러분]에서 평범한 중학생 아이들의 일상적이고도 사실적인 생활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 보인 작가 이상운은 이번 작품[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에서 남자아이들의 우정을 다룬다. 싸움꾼 남자아이가 주인공이고 폭력장면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분위기는 꽤 감상적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애써 '쿨한 외톨이'로 지내던 현태가 자기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기에 무척이나 적절해 보인다. 청소년소설이 가져야 할 단 하나의 핵심이 있다면 '성장'일 테고, 성장은 아무래도 아프기 마련이니까.
한편, 작가는 책의 뒷부분에 수록되어 있는 '소나기가 오지 않은 어떤 가을날'이라는 글을 통해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나면 지훈이가 끝없이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인 까닭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 그만큼 이 글에는 대학입시라는 사슬에 꽁꽁 묶여 고통받고 있는 이 땅의 청소년들, 그리고 결국 참지 못하고 자기 길을 가 버린 젊은 친구들에 대한 연민과 기성세대로서의 죄의식, 죄인들로 가득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소박한 청소년소설 한편에는 이땅의 수많은 '지훈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다 우리 잘못이라며 슬프고 아픈 심정이 담겨 있는 셈이다. 어둡고 무거운 현실, 그러나 어쨌든 이 시대를 살아내야 할 우리 모두에게[바람이 불어, 내가 원치 않아도]는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울리고, 다 읽고 난 다음엔 오래오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청소년소설이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12.30~
출생지 경북 포항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3,445권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십여 년 동안 강의를 했다. 1997년 장편소설 [픽션 클럽]으로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 장편소설 [내 머릿속의 개들]로 제11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았다. 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미니픽션집 [달마의 앞치마] [제발 좀 조용히 해줘] [책도둑], 장편소설 [탱고] [누가 그녀를 보았는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그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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