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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구체를 통한 ‘환’과 ‘실재’의 결속

2005년 『시작』으로 등단하고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문화재단에서 동시에 창작기금을 수혜한 이정원 시인의 첫 시집, 다채로운 감각과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경쾌하고도 심미적인 화폭. 이정원 시편은 경쾌한 활력에 가득 차 있다. 그녀 시편에는 ‘나비’도 많이 날아다니고, ‘구름’도 ‘새’도 ‘바람’도 ‘꽃잎’도 ‘고추잠자리’도 ‘허공’도 모두 가벼운 감각으로 활달하다.

간혹 그녀가 ‘자기(瓷器)’나 ‘전각(篆刻)’ 같은 고고학적 대상들을 응시할 때도 그녀의 감각은 의고적(擬古的) 회상에 잠기는 일이 좀처럼 없다. 오히려 가장 첨예한 상상력으로 번져가는 그녀의 언어들은, 비록 그 시선이 ‘무덤’이나 ‘우물’ 같은 곳에 가 닿을 때에도, 혹은 고전적 절조를 향하고 있을 때에도, 그 안에서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기화(氣化)의 감각에 감싸여 탄력 있게 솟구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녀 시편들은, 다양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풍요롭지만, 추(醜)와 불협화음의 미의식에 집중하는 최근의 어떤 지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 감각의 구체를 통한 자신만의 경쾌한 ‘21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판사 제공

감각의 구체를 통한 ‘환’과 ‘실재’의 결속

2005년 『시작』으로 등단하고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기문화재단에서 동시에 창작기금을 수혜한 이정원 시인의 첫 시집, 다채로운 감각과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경쾌하고도 심미적인 화폭

이정원 시편은 경쾌한 활력에 가득 차 있다. 그녀 시편에는 ‘나비’도 많이 날아다니고, ‘구름’도 ‘새’도 ‘바람’도 ‘꽃잎’도 ‘고추잠자리’도 ‘허공’도 모두 가벼운 감각으로 활달하다. 간혹 그녀가 ‘자기(瓷器)’나 ‘전각(篆刻)’ 같은 고고학적 대상들을 응시할 때도 그녀의 감각은 의고적(擬古的) 회상에 잠기는 일이 좀처럼 없다. 오히려 가장 첨예한 상상력으로 번져가는 그녀의 언어들은, 비록 그 시선이 ‘무덤’이나 ‘우물’ 같은 곳에 가 닿을 때에도, 혹은 고전적 절조를 향하고 있을 때에도, 그 안에서 불꽃으로 피어오르는 기화(氣化)의 감각에 감싸여 탄력 있게 솟구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녀 시편들은, 다양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풍요롭지만, 추(醜)와 불협화음의 미의식에 집중하는 최근의 어떤 지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 감각의 구체를 통한 자신만의 경쾌한 ‘21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차례]

I
竹簡 ──── 15
시나위 ──── 16
시홀방장 ──── 18
방사선이 띄운 달 ──── 20
등신불 ──── 22
흙의 사랑법 ──── 23
이놈의 쥐! ──── 24
구름의 소포 ──── 25
깊은 무덤 ──── 26
겨울의 幻 ──── 28
얼음 위의 반가사유 ──── 30
迷宮을 들키다 ──── 32
허공 만다라 ──── 34
그믐달 ──── 35
달맞이꽃 喪家 ──── 36
육필 ──── 38
슬픈 과녁 ──── 39

II
금강송 ──── 43
그 섬에 그가 있었네 ──── 44
상사화 ──── 46
헛소리 ──── 48
면벽 ──── 49
망상어를 키우다 ──── 50
우울한 몽상 ──── 52
비켜! ──── 53
경칩 ──── 54
천상열차분야지도 ──── 56
흐르는 여백 ──── 58
달콤한 무덤 ──── 59
파피루스 ──── 60
돌새, 날아오르다 ──── 61
하늘 방생 ──── 62
초야 ──── 64
共生 ──── 65

III
마음經 ──── 69
벚꽃 명함 ──── 70
깜냥 ──── 72
살구나무 목탁 ──── 74
빗방울 변주곡 ──── 76
불면 ──── 77
늙지 않는 그림 ──── 78
낮달 ──── 79
공중정원을 훔쳐보다 ──── 80
生木에 새긴 파피루스 ──── 82
모항別曲 ──── 83
목련 ──── 84
삼전지묘 ──── 86
무임승차 ──── 87
曲盡 ──── 88
붉은 적막 ──── 90
분꽃 ──── 92

IV
바다에서의 一泊 ──── 95
쑥 ──── 96
안드레아 보첼리 ──── 97
코끼리 발자국에는 지문이 없다 ──── 98
아버지의 트럼펫 ──── 99
휴일 ──── 100
늙은 기타리스트 ──── 102
낙관 ──── 103
새들은 가슴을 풀어헤치고 난다 ──── 104
달챙이 숟가락 ──── 106
죽음을 기억하라 ──── 107
난생설화 ──── 108
전언 ──── 110
바람꽃 ──── 112
탁발 ──── 113
쯔쯔가무시 ──── 114
구름산책 ──── 115

[해설] 감각의 구체를 통한 ‘환’과 ‘실재’의 결속 | 유성호 ──── 117

사람이 죽으면 누구나 21g 가량의 몸무게가 줄어든다고 한다. 이를 영혼의 무게라 믿는 사람도 있고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과 공기의 무게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21g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무게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의 무게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정원 시인은 사소하게 여길 수도 있는 이 무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다. 시편들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이 이를 증명한다. 시인의 손을 거쳐 간 뒤엔 “망상”이나 “몽상”도 살아 있는 풍경이 되고 고대의 유물 “파피루스”도 현재의 삶을 다시 기록하게 된다. 정작 시인은 자신의 “머릿속 자산어보에는/망상어만 산다”(「망상어를 키우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도 풍부한 語자원을 지니고 있다. 전통성과 현대성을, 환상과 실제를 넘나들며 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시인의 무게 21g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란다.
─ 길상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