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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생활방식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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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장은진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 : 2009년 06월 22일
  • 쪽수 : 387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3748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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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305호, 앨리스네 집에선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너무도 ‘문제적’인 전위 실험가, 혼자 놀기의 달인 장은진
극단적 감금과 고립, 그 매혹에 숨겨진 절대적 위험의 세계로 흠뻑 빠져드는
발칙한 훔쳐보기가, 지금 시작된다!



2009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작가 장은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 방식]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04년 단편 [키친 실험실]로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장은진은 지난해 동명 소설집을 펴내 문단의 주목을 받은, 단연 2009년 최고의 유망주. 장은진이 [앨리스의 생활 방식]에서 이번에는 그녀만의 新사랑법을 제시한다. 실제 이웃이 블로그 이웃만도 못한 사이버 세대, 이 21세기 연애의 새로운 공식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여기, 절세가인인 한 여자와 그녀의 사랑을 걸고 내기를 벌이는 두 남자가 있다. 그리고 또 이곳에서, 305호 여자 앨리스와 306호 남자 루이스의 치열한 러브 액추얼리 공방전이 펼쳐진다. 나란히 평행선을 달리는 듯 보였던 두 가지 이야기는 그들의 처절한 사랑과 복수가 얽히고설키며 어느 순간 서로 만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폭발한다. 세련된 문장 속에 드리운 극단적 감금과 고립, 그 도발적 언어가 쏟아붓는 네오 나르시시스트의 실험실, 305호. 그곳, 엘리스네 집은 바로 네오 나르시시즘(neo narcissism)이 구현된 공간적 실체다. 자, 이제 우리는 나르시스의 현대적 부활, 앨리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 ‘보지 않고, 만지지 않고, 오직 상상으로 사랑하라!’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앨리스의 생활 방식]의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감금 모티프에서 발현된 ‘자기애’와 사이버 세대의 新사랑법

“세상을 향해 나 있는 출구 안쪽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자학적인 고립과 결여 상태를 감수하며 그 출구를 통해 내다보거나, 쳐다보거나, 훔쳐보거나, 들여다보”(문학평론가 김형중)던 [키친 실험실]의 감금 모티프는 [앨리스의 생활 방식]에서 보다 재미있게 확장되고 증폭되기에 이른다. ‘과연 한 사람이 철저하게 고립된 채 10년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앨리스의 생활 방식]은 이런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물론 ‘Yes’다.
빼어난 미모를 지닌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과 선입관 사이에서 방황한다. 아름다운 그녀를 둘러싸고 상반된 성격의 두 남자, P와 K가 내기를 벌인다. 페어플레이 원칙에 입각하여 셋이서 함께 더블데이트를 즐기다가 최종 결정은 1년 후 여자가 내린다는 것. 하지만 정작 여자는 두 남자 중 하나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두 남자는 여자에게 복수를 맹세한다. 비극의 시작인 셈이다. 그들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자기 자신을 선택한 대가치고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만 여자. 그녀는 끔찍한 비극을 가져온 원인을 감금하기에 이른다. 바로 자기 자신을 감금하고 철저하게 변신함으로써 그녀 또한 세상에 복수하겠노라 결심한 것이다. “무모하기도 하고, 도착적이기도 하고, 때론 가엾을 만큼 필사적이기도 한 그 행위는”(문학평론가 김형중) 네오 나르시시스트의 실험이 시작되는 지점인 동시에, “끔찍한 현실과 존재의 비루함을 잠시 잊게 해 주는 환하고 다정한 세계를 제공하는 대신에 그런 희망과 기대를 냉정하게 차단하면서도, 궁극적인 치유와 존재성의 회복을 향한 실현할 수 없는 욕망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장은진 소설”(문학평론가 박진)이 발현되는 또 하나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결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문밖의 세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305호 여자 앨리스. 끝내 본명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익명의 존재인 그녀는 305호 안에서 306호 이웃들을 철저히 조종하고 차례로 굴복시켜 나간다. 작가 장은진은 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실제 공간이야말로 편견과 관습에 침윤된 오염 지역이라고 규정한다. 작가는 타인의 강요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감촉할 수 없는 사이버 공간이 더 진실하다고 역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기에 더 진실할 수 있는 공간, 관습이 빚어낸 착시가 없는, 오직 개념으로 소통 가능한 세계, 그곳이 바로 네오 나르시시즘을 고양하는 새로운 세대의 자치령이다. 앨리스의 공간이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까닭 역시 실제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타인의 강요와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운 청정 지역이기 때문이다. 숫자와 사진으로 인증되는 실제 세계가 숨기는 진정한 내면은 가장된 익명성과 거짓 정체성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느껴 볼 것을 권한다. 306호 남자 루이스, 민석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앨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소리만으로 그녀를 맘껏 상상하고 사랑하는 민석. 결국 앨리스의 실체를 파악한 유일한 인물은 민석인 셈이다. 어쩌면 작가는 앨리스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보지 않고, 만지지 않고도 서로 사랑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이다.

목차

앨리스의 생활방식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네오 나르시스의 실험실(Neo Narcissism Lab)- 강유정(문학평론가)

본문중에서


“10년 동안 한 번도 문밖을 나온 적이 없대.”
“그래도 문은 종종 열 거 아니야.”
“정정하지. 한 번도 그 문을 열고 나온 적이 없대.”
“말도 안 돼. 몰래 한 번씩은 나오겠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어. 세상에 갈 곳이 얼마나 많은데. 볼 것은 또 얼마나 많고. 나라면 이미 미쳐서 돌아가셨겠다. 목소리나 말하는 건 지극히 정상이던데. 우아하단 느낌까지 들었는걸. 도대체 이유가 뭐래?”
(……)
“몰라.”
“오, 연극적인데. 10년 동안 은둔하며 산 여자라.”
“연극적이라니?”
“상황이 독특하잖아. 아주 신비롭고 흥미로워. 그래서 건전지 사다 줄 사람이 필요했구나. 연극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겠는데.”
수연은 그때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수연에게는 그저 흥미롭기만 한 것 같았다.
“당장 희곡이라도 쓸 태세다. 너라면 누가 그렇게 살라면 살 수 있겠냐?”
“못 할 것도 없지.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와 그리고…….”
“그리고?”
“너 같이 잘생긴 이웃만 있다면.”
“농담할 기분 아니야. 난 매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 같아. 가끔은 아주 불길하다고.”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데 무슨 힘이 있겠어.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여자 같은데 뭘. 가엾잖아, 어떻게 10년 동안. 자기가 한 번씩 도와주고 그래.”
지나 또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방금 수연이 매력적인 보이스로 풀어 놓은 이야기처럼 그저 재밌게만 들리는 것이다. 그 집은 내 집이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살 수도 있는.
(/ pp.108~109)

구멍에서 나온 것은 쇠 파이프였다. 여자는 파이프를 성난 사자처럼 이리저리 쑤시고 휘저었다. 맘껏 휘두르기에 동그란 구멍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그것을 우편 투입구로 재빨리 옮겨 더욱더 광범위하게 쑤셔 댔다. 나는 얼른 4층 계단으로 올라섰다. 제대로 긁힌 정강이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외모 콤플렉스와 고도비만에다 정신병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공포가 몰려왔다. 그것은 실체 없는, 보이지 않는 공포였다. (……) 나는 미친 듯 날뛰고 있는 파이프를 향해, 미친 듯 몸을 날렸다. 내가 승리하는 길은 파이프를 뺏는 것뿐이란 생각에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그런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정녕 여자 몸에서 나올 수 있는 힘이란 말인가. 여자의 악력이 파이프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
“왜 그따위로 살아요?”
당한 게 분하고 억울해서 일부러 다시 물었다. 그래, 이판사판이었다.
“사람을 죽였어.”
(/ pp.115~116)

그들은 어리둥절한 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나도 아니고, P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있단 얘기? 어정쩡하다는 게 그 뜻이었어? 말해, 어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맨 끝에 걸린 사진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액자 속 J의 얼굴 위로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친다.
(/ pp.맞아. 다른 사람.
P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분을 참지 못한 얼굴로 문을 걸어 잠그고 와인 잔을 바닥으로 내던진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구둣발로 조각들을 자근자근 짓밟는다. 악마의 얼굴이다.
(/ pp.149)

“꼭 확인해야겠어?”
“네.”
“왜지?”
“살기 위해서요. 누님의 표정을, 눈빛을 볼 수 있다면 말 따위는 필요 없을 거예요.”
“내 표정과 눈빛을 볼 수 있었다면 애초에 날 선택하지도 않았겠지.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건 목소리뿐이니까.”
여자는 오랫동안 침묵한 뒤 수연이 원하는 말을 꺼냈다.
“당신, 어머니를 죽였잖아.”
나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틀어막지 않았다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대신 쇼핑 봉투가 바들거리며 바스락 소리를 냈다. 준비라도 한 듯 여자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차가웠다.
(/ pp.207~208)

K가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면 P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녀의 가슴은 증오로 가득 차 있고 그 증오가 그녀를 살게 한다. 모든 걸 잃었고 모든 걸 빼앗겼지만 누구도 자신만큼은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 그녀는 P를 만난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자신을 본다. 개미 한 마리 죽일 수 없던 예전의 그녀가 결코 아니다. 혼자가 된 이상 나약하게 살아서는 안 된다. 두려움은 사라졌다. 앞으로는 상처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나 회피는 없을 것이다. 참지 않을 것이며, 배려하지 않을 것이며,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다. 상처를 줄 것이며, 짓밟을 것이며, 고통을 줄 것이다. 본성이 바뀌면 의식과 가치관도 바뀌고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걸 잃어버린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게 변한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
P의 말처럼 그녀는 마녀다. 마녀는 마녀로 살아가야 한다. 진짜 마녀가 되는 거다. 그녀는 아주 많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녀는 몸을 잠근다. 누구도 열지 못하고, 침범하지 못하도록. 쓰레기 같은 말도 돌아보면 가치가 있다.
(/ pp.217~219)

여자의 고립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와 인간을 혐오해 관계 맺기조차 거부한다. 그런데 여자는 이웃과 철저하게 단절한 채 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이웃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보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손길을 필요로 하고 더 많은 감정 교류와 관계 유지를 필요로 한다. 한마디로 여자는 이웃을 ‘잘 이용’해야만 ‘잘 살 수’있는 사람이다.
(/ pp.244~245)

이번에는 여자를 떠올렸다.
여자는 바늘구멍 같은 틈도 보여 주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보여 주지 않은 전체가 곧바로 상상의 공간이 된다. 보여 주지 않기에 내 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으므로 그 상상은 자가 증식하여 풍선처럼 한없이 부풀어 오른다. (……) 여자는 읽어도 읽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책이다. 어려운 것보다 한없이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책이다. 다시 읽어도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그런 책이다. (……) 여자가 ‘여자’에서 ‘그녀’가 되었다.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 pp.269~271)

-하루에 2분의 1인치씩 잊어. 그러면 세상에 못 할 일은 없어.
그가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돌아선다. 계단을 한 개씩 밟고 내려갈 때마다 그가 계단 한 개 높이만큼 사라진다. 이제 눈에 보이는 건 볼품없이 찌그러진 306호 현관문뿐이다. 그녀는 그 현관문을 오랫동안 쳐다보다, 웃는다.
(……)
그러고는 수화기를 귀에서 떼며 속으로 말한다. 얼굴을 보지 않고 상처 줄 수 있다면 사랑도 할 수 있다고.
(/ p.36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6~
출생지 광주
출간도서 5종
판매수 2,395권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로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장편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앨리스의 생활방식],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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