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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삐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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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 전광용의 작품들!

혼란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며, 부조리한 현실을 풍자한 작가 전광용.『꺼삐딴 리』에는 전광용의 작품 9편이 담겨 있다. 작가는 사실적 시선을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추구하였다. 또한 현장 답사를 거친 작품 소재로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생하게 형상화하였다.

1962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꺼삐딴 리〉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어느 기회주의자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작품이다. 일제시대 제국대학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외과의사 이인국은 일본 관리들을 주로 상대하면서 친일파로 성공한다. 해방 이후 민족과 조국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지만, 그는 러시아어를 배우며 다시 위기의 상황에 적응하는데…. '꺼삐딴 리'라고 불린 한 남자의 삶을 통해 변신과 처세를 요구하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신〉은 전쟁 이후의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세태의 변화를 비판적 안목으로 그린 작품이다. 끼니와 동생의 학비와 어머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비어홀의 여급으로 일하게 된 오은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전후의 궁핍한 현실 속에서 빚어진 인물들의 삶을 통해 당대의 문제적인 상태를 보여주며, 현실의 비리와 병폐를 비판하였다.

출판사 서평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한 기회주의자의 성공과 예견된
몰락을 통해 변신과 처세를 요구하는 우리 세대를 되돌아본다


소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시대 제국대학 의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외과의사이다. 일본 관리들을 주로 상대하면서 철저한 친일파로 성공한 그는 일본인 행세에 앞장선다. 그러나 해방이 되고 북쪽에 소련군이 진주하게 되자, 민족과 조국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혀 총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위기의 상황에 잘 적응하는 이인국은 입을 다문 채, 누군가가 감방 안에 버리고 간 러시아어 회화책을 공부한다. 때마침 감방 안에 전염병이 돌자 의사인 이인국은 감방에서 풀려나와 환자를 돌보게 되며, 그 사이에 소련군 장교와도 안면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소련군 장교의 얼굴에 붙은 혹을 수술해 줌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난다. ‘꺼삐딴 리’라는 명칭은 소련군 장교에게 얻은 것이다. 그 후 전쟁이 터지고, 이인국은 1·4 후퇴 때 가방 하나만 챙겨 들고 월남하여, 서울 수복 후에는 어엿한 종합병원장 행세까지 하게 된다. 피난 때 죽은 아내 대신 젊은 간호사와 재혼한 이인국은 전처 소생의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 그런데 그 딸이 미국인과 결혼하겠다고 통보하자 이인국은 고심 끝에 미국행을 결심한다.
그는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았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고 위로하면서 미국 여행을 준비한다.
소설 〈나신〉은 전쟁이 끝난 후의 혼란된 사회상과 세태의 변화를 비판적 안목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은애는 세 끼의 밥과 동생의 학비와 어머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대학을 중퇴하고 비어홀의 여급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는 어느 날 미 군수 물자를 취급하는 단골손님 한식에게 순결을 뺏기고 임신하게 된다. 생활의 곤궁과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직업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던 오은애는 기지촌의 한식을 찾아간다. 한식은 의외로 성실하게 오은애를 맞아들인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삶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병석에 누워 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고, 한식도 군수 물자를 불법 취급했다는 이유로 미군 부대에 끌려간다. 오은애는 한식의 면회를 갔다가 미군 부대의 철조망 근처에서 미군의 총에 맞아 부상까지 당하게 된다. 한식이 풀려나오던 날, 두 사람은 더욱 굳세게 살아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보여 주고 있는 개인적 운명은 그 성격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라 전후의 궁핍한 현실 속에서 빚어진 것이다. 육체를 수단으로 삼아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오은애와 그녀의 친구 미숙, 미군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야 하는 한식 등의 삶은 모두 당대적 현실 상황 속에서 문제적인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작가는 비어홀의 여급으로 전락하는 주인공을 통해 전후 현실의 세태를 추적하면서 그 관심을 기지촌의 비리와 병폐를 직시하는 데에까지 확대시킨다.

저자는 냉철한 사실적 시선을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끈질긴 생명력을 추구하려는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또한 현장 답사를 거친 작품 소재의 충분한 소화로 분단의 비극과 우리나라가 처한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을 등장인물을 통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목차

해설 비판의 정신과 구도의 치밀성·권영민 4

충매화 19
초혼곡 67
바닷가에서 101
면허장 127
꺼삐딴 리 155
곽서방 203
남궁 박사 245
모르모트의 반응 287
제3자 313

후기 335

본문중에서

자기를 둘러싸고, 자기에게 야유나 멸시의 눈총을 보내는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고, 결국은 자기 이외의 사회적인 인간 관계의 모든 것이 적같이 느껴지는 순간, 그는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가 급격히 치밀어 대외적인 적의가 그대로 자기 자신에 대한 학대로 변하고, 그것이 또다시 죽음에 대한 반발로 급변하는 미묘한 심리의 움직임을 어떤 이론적 근거에서보다도 체험의 과정에서 의식하는 것이었다.-47쪽

의사의 말대로 한다면 심장의 고동이 24시간을 지탱해낼 것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대로 믿는다면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숨가쁜 고비에서 나는 그에게 과연 무슨 말이나 행동을 표시할 수 있는 것일까. 다만 그를 살리는 길이 있다면……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능력도 없다. 아무 걱정 말고 안심하고 누워 있어요. 선생님 말씀이 차츰 좋아진다는데…… 기껏 이런 말을 하다니, 이게 무슨 맥빠진 허위의 잠꼬대인가, 라고 나는 자신을 나무랐지만 그 이상의 아무것도 찾아낼 길이 없다.-98쪽

어머니는 퇴색한 검은 물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뱃가죽의 주름이 나이를 알리는 것 같아졌다. 열다섯 길 스무 길 되는 검푸른 물 속에 곤두박질해 들어갔다가도, 발을 툭 차고 다시 솟구쳐올라와 서너 차례 휘파람을 불어제껴 길게 큰 숨을 뿜으면, 가슴 속이 후련하여 풀풀 뛰는 생선마냥 날래던 몸뚱이다. 그것도 이제는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한두 길 들어갔다 와도 금방 숨이가쁘다.-110쪽

앞일은 대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뛰어넘을 수가 없는 큰 바다가 가로놓인 것만 같았다.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가 전연 더듬어지지 않는 뒤헝클어진 상념 속에서 그대로 이인국 박사는 꺼지려는 짚불을 불어일으키는 심정으로 막연한 한 가닥의 기대만을 끝내 포기하지 않은 채 천장을 멍청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지난 일에 대한 뉘우침이나 가책 같은 건 아예 있을 수 없었다.-177쪽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200

안개가 완전히 걷혔다. 하늘은 맑아지고 바람기 없이 후덥지근했다. 바다는 만조가 되어 둑 중턱까지 물결이 밀려오고 있었다. 섬 너머 섬, 산 끝에 산모롱이 겹쳐, 굴곡진 병풍으로 둘러친 듯한 내해(內海). 그러나 뱃길로 떠나면 그 틈 사이를 용케도 누비어 아득히 수평선이 보이는 큰 바다로 잇따랐다. 고요한 바다, 그것은 섬사람들에게는 평화로운 삶의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폭풍을 머금은 성난 바다는 죽음의 무덤이기도 했다. 가슴이 탁 트이게 늠름하고 시원하면서도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을 숨가쁘게 안겨다 주는 바다…….-212쪽

언제 종자 개량을 해보았던가. 새로운 농작물을 시험 재배해 보았던가. 꽤 까다롭게 한다는 축이, 겨우 이른봄이면 옆의 섬까지 배를 타고 가서 종자를 바꾸어 오는 일 정도였다. 그나 그뿐인가, 상처가 나면 장덩이를 붙이고, 배가 아프면 풀뿌리를 달여먹고, 고뿔 정도는 억지로 참아가며 날짜를 보내면 되었다. 맹장염이든 복막염이든 위궤양이든 몸을 땅에 붙이지 못하게 앓다가 죽어도 다 속탈이나 속병 한마디로 단정했었고, 결핵이든 늑막염이든 고질이 되게 몇 해고 누워 신음해도 가슴앓이로 통했다. 병세가 위독하여, 다 글러질 무렵에야 억지로 빚을 얻어 큰 섬 한방의를 찾아가거나 육지에 있는 도립병원으로 끌고 간댔자 이미 승패가 날 무렵, 기적이 없는 한 송장으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그저 하늘을 믿고 땅을 의지하고만 살아왔었다. 어쩌면 그것이 아쉬운 대로 무식이 태평이라는 식의 안이한 평화였는지도 몰랐다.-230쪽

저자소개

전광용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19

1919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경성고등상업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흑산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그는 1962년 <꺼삐딴 리>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30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하고 1989년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은 혼란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내면세계를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어, 빈약한 한국 풍자 문학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흑산도>, <꺼삐딴 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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