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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생긴 일

원제 : Es geschah im nachbarh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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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험한 의심과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

독일의 대표적인 아동ㆍ청소년문학 작가 빌리 페르만의 소설『이웃집에 생긴 일』. 근거 없는 집단적 편견에서 비롯된 위험한 의심을 다루면서, 그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적 편견이란 '유대인에 대한 전지구적 편견'이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유대인 가족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 독일 라인 강변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어린아이가 살해된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가축 상인인 발트호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다. 단지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발트호프 가족을 배척하고, 발트호트의 아들 지기의 친구인 카를과 그의 가족만이 발트호프 가족의 편에 서는데….

1968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발트호프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그의 아들 지기와 친구 카를, 그리고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유대인 박해 문제를 넘어, 익명성 아래 저질러지는 다수의 폭력, 불의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려는 개인의 나약함, 희생양을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비정함 등을 보여준다.

〈font color="ff69b4"〉☞〈/font〉 시리즈 살펴보기!
청소년을 위한 본격 문학선「사계절 1318문고」시리즈. 감수성이 예민하고 호기심이 많은 13세~18세의 십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재미,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소개한다. 문학작품을 통한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함께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위험한 의심과 빛나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익명의 악플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다수’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소수’에 대한 폭력은 단순한 언어폭력을 넘어 인명까지 빼앗는 만행이 되어 버렸다. [이웃집에 생긴 일Es Geschah im Nachbarhaus]은 그러한 일들의 기저에 깔린 근거 없는 편견과 집단적 증오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독일의 대표적 아동 청소년문학 작가 빌리 페르만Willi Fahrmann의 청소년소설 중 [루카스의 긴 여행] 이후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독일 교과서에 실려 널리 읽힌 책이다. 원서에 달린 부제 ‘위험한 의심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말해 주듯 근거 없는 집단적 편견에서 비롯된 의심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강하고 아름다운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집단적 편견이란 다름 아닌 ‘유대인에 대한 전지구적 편견’을 말한다. 작가는 19세기 초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아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유대인 가족이 갈가리 찢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대인’이라는 말을 발음하는 순간 공기중에 감도는 묘한 분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폭력의 근원이 되는지를 그려내는 작가의 태도는 무척 집요하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말, 독일 라인 강변의 어느 소도시 마을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어린이 살해 사건은 온 마을을 충격에 빠뜨린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자 몇몇 사람이 마을의 가축 상인인 발트호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다. 발트호프는 여느 독일인과 다름없이 건실하고 점잖은 주민이지만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이유없는 증오로 발트호프 가족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발트호프의 됨됨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를 위해 나서려고 하지만, 다른 주민들로부터 배척당할 것이 두려워 서서히 그를 외면한다.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게르트라는 청년 한 사람뿐이다. 발트호프의 딸을 좋아하는 게르트는 그 날의 알리바이를 사실대로 증언하지만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게르트를 철저하게 외면하기 시작한다. 일거리도 맡기지 않아서 생활을 곤란하게 하고 그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조차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국 집단적인 따돌림에 괴로워하던 게르트는 증언을 번복하고 발트호프는 감옥으로 이송된다.
발트호프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이 잠잠했던 사람들은 그가 증거 부족으로 다시 풀려나자 이제는 집과 가게에 불을 지르는 등 집단적인 행동으로 그를 괴롭힌다. 사건의 양상이 발트호프 개인이 아니라 유대인 전체의 문제로 번지기 시작하자 도시의 유대인들이 기금을 모아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위 당국에 진정한다. 발트호프 사건은 연일 신문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고, 베를린에서 파견된 형사가 다시 수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검증과 증언이 다시 이루어진다. 발트호프는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되는데, 재판 당일, 결정적인 증인인 게르트가 다시 한 번 증언을 번복함으로써 발트호프는 결국 무죄로 풀려난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 발트호프 가족의 무고함을 믿고 끝까지 그들의 편에 서는 사람은 아들 지기의 친구인 열세 살 소년 카를과 그의 가족뿐이다. 지기와 단짝 친구인 카를은 원래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소년이지만, 친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겪으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른들의 영향을 받아 지기를 괴롭히는 학교 친구들과 거기에 단호하게 맞서는 선생님을 보면서 가르치는 직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카를은 또 아버지가 들려준 학창시절의 일화를 통해 진정한 우정에 눈을 뜨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그것을 실천해 보인다.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발트호프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아들 지기와 친구 카를, 그리고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마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지기의 학교 친구들도 살인 사건 이후로 지기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역사 수업의 일환으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재현하게 된다. 독일군을 맡은 아이들에게 승리의 메달은 수여한 선ㅅ애님은 프랑스군을 맡은 지기와 카를에게도 메달을 주기로 한다. 그러자 독일군에 있던 아이 하나가 선생님에게 메달을 돌려주면서 유대인에게 주는 것이라면 자신은 받지 않겠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메달을 반납한다. 이에 분노한 선생님이 그 아이의 뺨을 후려친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살인자 유대인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신들의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학교에 압력을 가한다. 이제 지기는 결국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조차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되풀이되는 역사의 비슷한 고리들
유대인 박해 문제는 이미 20세기 초 히틀러가 저지른 홀로코스트를 정점으로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유대인들이 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쥐고 다른 민족을 박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 옮긴이 이수영은 [더 리더]라는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을 빌려 이 점을 짚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소설 [이웃집에 생긴 일]을 처음 대했을 때처럼 ‘또 유대인 문제야?’ 하는 다소 식상한 느낌과 함께 어떤 못마땅한 마음이 머리를 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 동안 유대인 박해 문제는 영화와 소설, 드라마, 다큐멘터리 할 것 없이 숱하게 다루어 왔기에 무슨 특별한 내용이 더 있겠느냐는 예단도 있었지만, 내심 자신들의 수난사는 그토록 집요하게 파고드는 유대인들이 지금은 외려 가해자가 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과 삶의 터전을 앗아 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pp298~299)

그렇다면 독일에서 1968년 처음 발표된 이 소설을 2009년 한국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권하는 데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유대인에 대한 대대적이고 무차별적인 박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되어 온 것을 알고 있고,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작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같은 책들을 통해서 엄청난 학대를 견딘 사람들의 육성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유대인 박해가 그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수없이 이야기되었어도 오늘에 이르러서는 마치 유대인 문제가 화석화해 버린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든 타인의 아픈 역사든 모든 아픈 역사에는 반드시 되풀이되는 고리들이 있음을 분명하게 깨닫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단순히 유대인 문제를 그린 것만으로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유대인 문제를 넘어 ‘익명성’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다수의 폭력, 불의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려는 개인의 나약함, 희생양을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비정함 등 불행한 인류 역사의 고리들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사실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발트호프의 사건을 다룬 신문의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건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위험이다.'라는 보도에는 분명 공포심이 어려 있다. 또한 이것이 바로 외국인 혐오xenophobia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적 편견은 유대인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악자, 또는 사상과 이념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얼마든지 옮겨 갈 수 있다. 우리가 옮긴이는 집단적 편견은 유대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 또는 사상과 이념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얼마든지 옮겨 갈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터무니없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는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을 단순히 유대인 문제를 그린 것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유대인 문제를 넘어 ‘익명성’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다수의 폭력, 불의의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려는 개인의 나약함, 희생양을

위험한 의심과 빛나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익명의 악플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요즘이다. ‘다수’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소수’에 대한 폭력은 단순한 언어폭력을 넘어 인명까지 빼앗는 만행이 되어 버렸다. 『이웃집에 생긴 일Es Geschah im Nachbarhaus』은 그러한 일들의 기저에 깔린 근거 없는 편견과 집단적 증오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독일의 대표적 아동?청소년문학 작가 빌리 페르만Willi Fahrmann의 청소년소설 중 『루카스의 긴 여행』 이후 두 번째로 국내에 소개되는 이 작품은 독일 교과서에 실려 널리 읽힌 책이다. 원서에 달린 부제 ‘위험한 의심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말해 주듯 근거 없는 집단적 편견에서 비롯된 의심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강하고 아름다운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집단적 편견이란 다름 아닌 ‘유대인에 대한 전지구적 편견’을 말한다. 작가는 19세기 초 독일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아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유대인 가족이 갈가리 찢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대인’이라는 말을 발음하는 순간 공기중에 감도는 묘한 분위기가 얼마나 무서운 폭력의 근원이 되는지를 그려내는 작가의 태도는 무척 집요하다.

소설의 배경은 19세기 말, 독일 라인 강변의 어느 소도시 마을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어린이 살해 사건은 온 마을을 충격에 빠뜨린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자 몇몇 사람이 마을의 가축 상인인 발트호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다. 발트호프는 여느 독일인과 다름없이 건실하고 점잖은 주민이지만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이유없는 증오로 발트호프 가족은 곤경에 처하게 된다. 발트호프의 됨됨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를 위해 나서려고 하지만, 다른 주민들로부터 배척당할 것이 두려워 서서히 그를 외면한다.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게르트라는 청년 한 사람뿐이다. 발트호프의 딸을 좋아하는 게르트는 그 날의 알리바이를 사실대로 증언하지만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게르트를 철저하게 외면하기 시작한다. 일거리도 맡기지 않아서 생활을 곤란하게 하고 그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조차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국 집단적인 따돌림에 괴로워하던 게르트는 증언을 번복하고 발트호프는 감옥으로 이송된다.
발트호프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이 잠잠했던 사람들은 그가 증거 부족으로 다시 풀려나자 이제는 집과 가게에 불을 지르는 등 집단적인 행동으로 그를 괴롭힌다. 사건의 양상이 발트호프 개인이 아니라 유대인 전체의 문제로 번지기 시작하자 도시의 유대인들이 기금을 모아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위 당국에 진정한다. 발트호프 사건은 연일 신문에 보도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고, 베를린에서 파견된 형사가 다시 수사를 진행하면서 현장 검증과 증언이 다시 이루어진다. 발트호프는 재판을 받기 위해 호송되는데, 재판 당일, 결정적인 증인인 게르트가 다시 한 번 증언을 번복함으로써 발트호프는 결국 무죄로 풀려난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 발트호프 가족의 무고함을 믿고 끝까지 그들의 편에 서는 사람은 아들 지기의 친구인 열세 살 소년 카를과 그의 가족뿐이다. 지기와 단짝 친구인 카를은 원래 경찰이 되고 싶어 하는 소년이지만, 친구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겪으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른들의 영향을 받아 지기를 괴롭히는 학교 친구들과 거기에 단호하게 맞서는 선생님을 보면서 가르치는 직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카를은 또 아버지가 들려준 학창시절의 일화를 통해 진정한 우정에 눈을 뜨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그것을 실천해 보인다.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하나는 발트호프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의 아들 지기와 친구 카를, 그리고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마을 어른들과 마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비정함 등 불행한 인류 역사의 고리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카를과 그 아버지 울피우스처럼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끝까지 양심과 신의를 지킨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하고, 그런 양심과 용기 없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야만적 사회로 추락할 길이 도처에 열려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의미가 있는 것다.
찬가지로 지기의 학교 친구들도 살인 사건 이후로 지기를 따돌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역사 수업의 일환으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재현하게 된다. 독일군을 맡은 아이들에게 승리의 메달은 수여한 선ㅅ애님은 프랑스군을 맡은 지기와 카를에게도 메달을 주기로 한다. 그러자 독일군에 있던 아이 하나가 선생님에게 메달을 돌려주면서 유대인에게 주는 것이라면 자신은 받지 않겠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도 차례로 메달을 반납한다. 이에 분노한 선생님이 그 아이의 뺨을 후려친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살인자 유대인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자신들의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학교에 압력을 가한다. 이제 지기는 결국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조차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되풀이되는 역사의 비슷한 고리들
유대인 박해 문제는 이미 20세기 초 히틀러가 저지른 홀로코스트를 정점으로 역사 뒤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으며 오히려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유대인들이 정치적ㆍ경제적 패권을 쥐고 다른 민족을 박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법하다. 옮긴이 이수영은 〈더 리더〉라는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을 빌려 이 점을 짚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소설 『이웃집에 생긴 일』을 처음 대했을 때처럼 ‘또 유대인 문제야?’ 하는 다소 식상한 느낌과 함께 어떤 못마땅한 마음이 머리를 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 동안 유대인 박해 문제는 영화와 소설, 드라마, 다큐멘터리 할 것 없이 숱하게 다루어 왔기에 무슨 특별한 내용이 더 있겠느냐는 예단도 있었지만, 내심 자신들의 수난사는 그토록 집요하게 파고드는 유대인들이 지금은 외려 가해자가 되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숨과 삶의 터전을 앗아 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pp298~299)

그렇다면 독일에서 1968년 처음 발표된 이 소설을 2009년 한국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권하는 데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유대인에 대한 대대적이고 무차별적인 박해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되어 온 것을 알고 있고,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의 『옥중서간』, 작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같은 책들을 통해서 엄청난 학대를 견딘 사람들의 육성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유대인 박해가 그토록 다양한 방식으로 수없이 이야기되었어도 오늘에 이르러서는 마치 유대인 문제가 화석화해 버린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든 타인의 아픈 역사든 모든 아픈 역사에는 반드시 되풀이되는 고리들이 있음을 분명하게 깨닫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단순히 유대인 문제를 그린 것만으로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유대인 문제를 넘어 ‘익명성’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다수의 폭력, 불의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려는 개인의 나약함, 희생양을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비정함 등 불행한 인류 역사의 고리들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사실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것임이 분명하다. 발트호프의 사건을 다룬 신문의 “유대인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건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위험이다.”라는 보도에는 분명 공포심이 어려 있다. 또한 이것이 바로 외국인 혐오xenophobia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적 편견은 유대인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악자, 또는 사상과 이념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얼마든지 옮겨 갈 수 있다. 우리가 옮긴이는 집단적 편견은 유대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 또는 사상과 이념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얼마든지 옮겨 갈 수 있음을 말한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며느리들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터무니없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는 옮긴이의 말을
보면 이 소설을 단순히 유대인 문제를 그린 것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유대인 문제를 넘어 ‘익명성’이라는 이름 아래 저질러지는 다수의 폭력, 불의의인 줄 알면서도 다수의 편에 서려는 개인의 나약함, 희생양을 요구하는 인간 사회의 비정함 등 불행한 인류 역사의 고리들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카를과 그 아버지 울피우스처럼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끝까지 양심과 신의를 지킨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하고, 그런 양심과 용기 없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다시 야만적 사회로 추락할 길이 도처에 열려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목차

목차가 없습니다.

본문중에서

지기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길쭉하게 포장한 물건을 꺼냈다.
"이거, 너 가져."
카를은 손으로 무게를 가늠했다. 칼이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기가 자신의 칼을 선물한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지기가 갑자기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지기는 모퉁이에서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리더니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어둠이 지기를 삼켜버렸다.
(……)
"이 끔찍한 이야기를 해 줄 때마다 이 칼을 보여 줄 거야. 이 추악하고 불행한 이야기를."
카를은 이를 악물고 혼자 중얼거렸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부리에 부딪치는 얼어붙은 눈을 발로 걷어찼다. 얼음이 부서지면서 먼지처럼 흩어졌다.
"이 불행한 이야기를, 이 불행한 이야기를 말이야!"
카를은 마을의 집들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나 집들은 카를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빌리 페르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9

1929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태어났고, 벽돌공으로 일하면서 야학에 다녔고 오버하우젠 대학과 뮌스터 대학에서 교육학과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톨릭 청소년보호사업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1954년부터 고향에서 교사 생활을 했으며 후에 장학사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을 펴내 독일의 대표적 아동·청소년문학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주목할 만한 작품을 다수 발표했으며 많은 상을 수상했는데 187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4대에 걸친 비네만 가문의 삶을 통해 독일의 근현대사를 조명한 4부작은 독일 청소년들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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