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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 (상) : 고대 이집트에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

원제 : THE MIDDLE SEA: A HISTORY OF THE MEDITERRAN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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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찬란했던 지중해 문명 5,000년 역사의 기록!

이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를 출발점으로 하여 제1차 세계대전을 종결점으로 파란만장했던 지중해 문명의 장구한 역사를 소개한다. 모두 33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사적으로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은 지중해 유역 국가들의 정치적 부침(浮沈)을 중점으로 쓰여졌다. 고대 이집트와 페니키아 문명에서부터 현재의 유럽문명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문명에 큰 파급력을 불러왔던 정치, 종교, 문화, 교역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권]

출판사 서평

반만년 역사를 종횡으로 누비는 다채로운 지중해 문명의 흥망성쇠사!

선명한 삽화로 책의 묘미를 더해주는 이 책은 존 줄리어스 노리치라는 위대한 역사가의 재능, 안목, 학식이 녹아든 최고의 역작으로, 그가 이 시대의 가장 권위 있고 인기 있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 집약된 완결판이다. 위트 넘치는 문장, 철저한 자료조사, 깊이 있는 역사적 안목이 뒷받침된 탁월한 해석은 드라마틱한 사건, 다종다양한 인물군, 강렬한 내용에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노리치는 고대 이집트와 페니키아 문명에서 현재의 지중해 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반만년의 역사를 종횡으로 누비며 문화, 교역, 정치적 동맹과 대립, 종교운동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추적해간다. [로마제국 최후의 100년] [페르시아 전쟁]을 우리말로 옮긴 바 있는 역사 전문 번역가 이순호가 번역을 맡았으며, 흑백과 컬러 화보 80컷 외에도 왕가 가계도와 당시 지도를 상, 하권에 모두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꾸몄다.

대가의 손끝에서 태어난 최고의 지중해 관련 역사서

[베네치아의 역사] [비잔티움] 3부작(국내에는 [비잔티움 연대기]로 출간) 등 걸출한 작품을 쓴 명망 있는 저술가인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야심작! 노리치는 이 책에서 40년 내공이 느껴지는 탁월한 필력과 시종일관 잃지 않는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필치로 이집트 문명의 찬란함, 유럽과 아시아 일대에 물품과 더불어 지식도 전해준 위대한 해상교역국 페니키아가 거둔 놀라운 성과, 그리스인들이 행한 지대한 공헌, 강대한 로마의 부상을 논하고, 서로마 제국 멸망 후 양대 지배세력으로 떠오른 비잔티움과 이슬람이 제4차 십자군의 거창한 모험으로 정점을 맞이한 데 이어 유럽이 힘차게 재도약하는 과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나아가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은 중세 유럽의 왕가들과 황제-교황 간의 대립으로부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전쟁들, 이사벨 여왕 치세하의 에스파냐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투쟁과 오늘날 지중해 삶의 특징이 된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눈부신 지중해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우리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오천년의 장엄한 대서사시이자 흥미 만점의 서양판 삼국지

책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깊이 있는 역사적 안목으로 취사선택한 갖가지 드라마 같은 사건, 다채로운 인간, 명쾌한 논리가 어우러져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인 죽은 사실들에 생기를 불어넣고 발군의 필치와 위트 있는 서술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역사서로 가히 서양판 삼국지라 할 만하다. 반만년 묵은 무채색의 바다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살아 움직이고 피가 튀고 논쟁이 벌어지는 유채색의 바다로 만든 것이다. 이집트인, 페니키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비잔티움인, 아랍인, 교황, 프랑스인, 베네치아인, 에스파냐인, 해적들이 고대·중세·근대·현대의 지중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혈 낭자한 전쟁을 벌이고, 숨 막히는 외교전을 펼치고, 섬뜩한 음모를 꾸미고, 수지맞는 장사를 하는 한편 찬란한 예술을 꽃피운다. 그리하여 때로 지중해는 피로 물들고, 해적의 천국이 되고, 영욕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바다가 된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주연과 조연은 수시로 바뀌고 나라들은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오천년의 장엄한 대서사시가 펼쳐지는 것이다.

문명의 요람 지중해에 담긴 역사적 가치 환기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 지중해는 유럽 세계의 중심이었다. 그 무게중심이 대서양으로 이동하여 지중해의 위상도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지만 동서양 격돌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트로이 전쟁과 페르시아 전쟁이 일어나고, 기독교가 보편적 세계 제국의 품 안에서 세계적 종교로 성장하여 로마 제국 멸망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유럽이 태동할 수 있는 창조적 힘으로 작용하고, 르네상스가 꽃핀 장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중해의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제 그 문명의 요람 속으로 풍덩 빠져 역사의 씨줄과 날줄이 어떻게 직조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알아보는 지적인 역사기행에 나서보자.

목차

서론
1. 시초
2. 고대 그리스
3. 공화정 시대의 로마
4. 제정 초기의 로마
5. 이슬람
6. 중세 이탈리아
7. 기독교의 반격
8. 두 종류의 이산
9. 스투포르 문디
10. 우트르메르의 종말
11. 중세의 끝
12. 콘스탄티노플 함락
13. 가톨릭 부부 왕과 그들의 이탈리아 모험
14. 왕, 황제, 술탄
15. 바르바리 해적과 바르바로사
16. 몰타 섬과 키프로스 섬

왕가 가계도 | 지도

본문중에서

중해는 기적이다. 지도상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표시되어 있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 냉정하게 다시 바라보면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신중하게 계획된 그곳만의 독특한 요소가 있는 문화적 요람이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지중해는 육지로 빙 둘러싸인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런 입지조건을 갖고서도 지중해가 정체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지브롤터 해협 덕분이었다. 고대에는 헤라클레스 기둥으로 불린 그 해협이 있었기에 지중해는 대서양의 거센 풍랑을 비껴갈 수 있었고 적어도 최근까지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해역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지중해는 또 지구상의 6대륙 가운데 3대륙을 이어주고 있으며 보기 드물게 연중 내내 쾌적한 기후조건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그런 호조건을 지닌 지중해가 고대의 찬란한 문명 세 개를 살찌우고 또 세계 3대 종교를 탄생시키거나 꽃피우는 무대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지중해는 또한 주요 교통수단이 되기도 했다. 고대에는 사실 도로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해로가 실질적인 운송수단이었고 그 경우 해로는 다른 방식으로는 이동 불가능한 막중한 무게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부가적 이점이 있었다.
(/ pp.15~16)

페니키아는 교역국에 그치지 않고 주로 사치품을 통해 문명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페니키아인들은 그들 본거지인 지중해 동부의 레반트는 물론 키프로스, 이집트, 아나톨리아, 메소포타미아에서 상아, 진귀한 목재, 최고급 금은 술잔, 유리 재질의 병과 설화석고 재질의 병, 보석과 준보석으로 만든 인장과 풍뎅이 장식품 등을 들여와 특산품으로 수출했다. 하지만 페니키아가 후대에 남긴 가장 귀중한 자산은 교역술도 아니고 항해술도 아닌 알파벳이었다. 알파벳을 처음 창안한 것이 페니키아인이었음은 거의 확실하다. 이집트의 상형문자에도 물론 우수한 점은 있었지만 기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다의적으로 해석될 소지도 많아 미묘한 의미전달이 불가능했다. 그 상황에서 모든 구어口語를 20여 개의 부호로 표현할 수 있는 법칙을 개발한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 첫 단추를 지중해 동부에 본거지를 둔 셈어족의 일단이 꿴 것이었다. 비블로스에서는 기원전 11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알파벳 비문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자음으로 구성된 초기 알파벳은 그보다 몇 세기 전부터 이미 쓰이고 있었으므로 알파벳이 처음 발명된 시기를 기원전 1700년에서 1500년 사이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후 페니키아 알파벳은 그리스인들이 차용하여 적절히 변형시켰고 그것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알파벳의 시조가 된 것이다.
(/ pp.23~24)

트로이 전쟁에 관해서는 역사적 증거, 아니 역사적 증거라 할 만한 것들도 남아 있다.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족이 남겨놓은 기록에 기원전 13세기 무렵 미케네가 소아시아에 대규모 원정대를 파견한 사실이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히사를리크 유적지에서 발견된 아홉 개 유적층 가운데 여섯 번째 층에서 드러난 도시(일반적으로 호메로스가 말하는 트로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곳이다)에도 처참한 종말을 맞았음을 보여주는 갖가지 징표가 나타난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슐리만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유적층을 계속 파내려가 발굴이 끝나기 이틀 전 두 번째 층에서 다량의 황금보물을 발견하는 횡재를 만났다. 그는 나중에 그것을 트로이의 헬레네가 썼던 장신구라고 세상에 공표했다. 그것도 모자라 용모가 빼어난 그의 그리스인 아내?실물도 보지 않고 아테네에서 우편주문으로 구한 아내였다?의 몸에 그것들을 걸치도록 한 뒤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알다시피 프리아모스 왕 시대보다 1,000년이나 앞선 시대의 것이었다. 딱한 슐리만, 그것도 모르고.
(/ pp.32~33)

로마인들 사이에 카이사르는 교양 있는 지식인, 원로원의 뛰어난 웅변가, 빚을 내서라도 후하게 선심 쓰는 인물, 남녀를 가리지 않는 소문난 바람둥이, 그럼에도 로마의 대신관(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에 뽑힐 만큼 정치수완이 능란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간단히 말해 그는 유능하고 매혹적이었으나 신뢰감은 없는 인물이었다. 기원전 60년 카이사르는 에스파냐에서 로마로 돌아왔다. 에스파냐에 총독으로 있는 동안 몇 차례 소소한 군사적 승리를 거두어 개선식을 거행하기로 약속도 받아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가 불거졌다. 카이사르는 집정관이 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집정관에 입후보하려면 개선식이 치러지기 오래전에 로마에 모습을 드러내야 했고 그러자면 [속주 총독 사임과 함께 군사지휘권도 내놓아야 했으므로] 개선식의 권리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카이사르는 집정관 입후보를 대리인이 할 수 있도록 요청하여 그 문제를 돌파하려 해보았으나 그 요청은 기각되었다. 그러자 그는 개선식의 권리를 미련 없이 버리고 로마로 직행했다. 카이사르에게는 영광보다 권력이 더 소중했던 것이다.
(/ p. 71)


유스티니아누스는 십중팔구 어린 시절에 콘스탄티노플로 건너갔을 것이다. 그가 받은 훌륭한 교육과 문화가 그것을 말해준다. 그는 콘스탄티노플이 아니고서는 받을 수 없는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삼촌도 조카의 명석함을 알아보고 사실상 그를 자신의 이인자로 삼아 제국을 통치하도록 했다. 유스티니아누스도 삼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탁월한 능력으로 그 일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2, 3년 뒤 미래의 아내가 될 테오도라를 만났다. 그녀는 엄밀히 말해 유스티니아누스에게 맞는 배필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히포드롬의 곰 조련사였고 어머니는 서커스단 배우였다. 테오도라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녀와 동시대인이었던 비잔티움 역사가 프로코피우스의 작품 『비사 Secret History』에 열거된 그녀의 난잡한 행동을 절반만 믿는다 해도 그녀가 젊은 시절 어르신들이 말하는 이른바 행실 나쁜 여자였던 것은 분명하다.
(/ p. 115)

레오 4세[재위 847~855]와 그의 두 번째 계승자 니콜라우스 1세[재위 858~867]는 150년의 교황 역사를 마지막으로 빛낸 인물들이었다. 요한나라는 영국 국적의 여자 교황이 그 사이에 끼어들지만 않았으면 상황은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요한나는 여자의 신분을 숨기고 레오 4세와 베네딕투스 3세[재위 855~858] 사이의 재위 공백기인 3년 동안 용케 교황자리[요한네스 8세의 칭호로]를 꿰차고 있다가 임신기간을 잘못 계산하여 라테란 궁 계단에서 아이를 출산했다고 알려진 여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한나는 날조된 전설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그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한 시대의 극렬한 타락상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역사상 많은 교황이 그 못지않게 기괴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요한네스 8세[재위 872~882]만 해도 그의 정적들에게 망치로 맞아 참혹하게 살해되었고, 포르모수스[재위 891~896]는 정적들에 의해 무덤에서 시체가 파헤쳐져 교황 법의 차림으로 교황자리에 앉아 주교회의에서 재판을 받은 뒤 교황자격을 박탈당하고 손발이 잘려 테베레 강에 내던져지는 수모를 당했으나 나중에 테오도루스 2세 교황에 의해 복권되고 시체도 수거되어 무덤에 다시 묻히는 웃지 못할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한네스 10세(재위 914~928)는 세르기우스 3세 교황[재위 904~911]과의 사이에서 생긴 서출 아들을 교황[요한네스 11세]자리에 앉힐 욕심을 품은 그의 정부情婦의 딸에 의해 산탄첼로 성에 갇혀 교살되었다.
(/ pp.167~168)

한편 이탈리아 북부의 자유도시들은 하루가 다르게 세력이 커지고 자의적 성격도 짙어졌다. 9세기와 10세기 초의 혼란으로 독립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두 오토 왕이 가져다준 평화 또한 상업의 발전을 촉진하여 북부의 많은 도시들, 특히 알프스 산맥 이남 최초의 대교차로가 된 밀라노와 제노바, 피사, 베네치아 같은 바다공화국들은 풍요를 누렸다. 그것은 이탈리아에만 나타난 독특한 현상이었다. (중략) 그 결과 도시들은 교황의 지지를 등에 업고 황제에 대한 충성의 의무를 저버리거나 혹은 황제의 특허장을 받는 대가로 황제에게 교황의 감언이설에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는 등의 방법으로 황권과 교권 간의 불화를 이용하여 어부지리를 얻었다. 그렇게 해서 11세기와 12세기를 거치는 동안 이탈리아에는 주로 로마식 모델에 기반을 둔, 다시 말해 모든 적?도시 상호 간도 포함하여?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해주면서 또 토지귀족층에게 압력을 가중시키기에도 적합한 지방자치 시스템에 따른 자치형 도시국가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그것은 훗날 교황파인 구엘프와 황제파인 기벨린이 벌이는 두 정파 간 냉혹한 투쟁의 씨앗이 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여러 세기 동안 중북부 이탈리아를 갈기갈기 찢어놓게 되는 것이다.
(/ pp.171~172)

기독교계의 전 역사를 통틀어 십자군에 관한 내용만큼 볼썽사나운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제1차 십자군은 군사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중세의 기준으로 봐도 야만성이 극에 달한 종교운동이었다. 제2차 십자군은 주로 지도자들의 우둔함 때문에 재앙으로 끝났다. 제3차 십자군도 제2차 십자군보다는 수모를 덜 당했지만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시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는 해도 무의미한 유혈사태를 제외하면 세 번의 십자군은 역사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12세기 말과 13세기 말 이슬람 치하의 근동은 우르바누스 2세 교황이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십자군을 외칠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제4차 십자군은 이전의 세 십자군과는 딴판이었다. 그들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세력에 맞서고 있던 방어막, 곧 목숨 바쳐 지켜도 모자랄 기독교의 강대한 보루를 사실상 파괴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역사의 진로를 바꿔놓았다.
(/ pp.227~228)

투르크군의 공격은 쉴 새 없이 계속되었다. 술탄은 비정규군 부대 바시 바조우크를 선봉으로 내세웠다. 그들은 훈련된 병사들이 아니어서 지구력은 없었으나 인해전술로 방어군의 기를 꺾어 뒤따르는 정규군 부대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게 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 뒤로는 아나톨리아 투르크족 부대를 배치했다. 철저한 훈련으로 군기가 잘 잡힌 데다 독실한 이슬람교도이기도 한 그들은 기독교계의 가장 위대한 도시에 제일 먼저 입성하여 영원한 천국행을 보장받으려는 결의에 차 있었다. 투르크군의 후위에는 예니체리가 배치되었다. 그들은 방어군이 화살, 돌, 창 등을 비 오듯 쏟아 붓는데도 전열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구보로 질서정연하게 평원을 가로질러 도시로 진격해 들어왔다. 동이 틀 무렵 마침내 대형 화살 하나가 조반니 주스티니아니 롱고의 가슴에 가 꽂히며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지휘관이 부상당하자 제노바인 부대는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못 잡았다. 그 와중에 많은 병사가 도망을 쳤지만 그 무렵 그것은 이제 문제도 아니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도 못 되어 투르크군이 성벽을 뚫고 도시 안으로 물밀듯 몰려들었다. 그 순간 황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 p. 368)

저자소개

존 줄리어스 노리치(John Julius Norwic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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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사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이자 호쾌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정평이 난 역사가이다. 1929년에 태어나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 등에서 공부했고, 1952년에 영국 외무성에 들어가 베오그라드와 베이루트의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제네바 군축회담에 영국 대표단으로 참가했을 정도로 유능한 외교관이었지만, 1964년에 외교관으로서의 탄탄대로를 박차고 나와 문화 연구와 역사 저술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 뒤 왕립 빅토리아회, 왕립 예술협회, 왕립 문학회, 왕립 지리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세계를 돌며 예술, 역사, 건축, 음악을 주제로 강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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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공부 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1453 콘스탄티노플 최후의 날』, 『살라미스 해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 『살라딘』, 『타타르로 가는 길』, 『미국에 대하여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인류의 미래사』, 『불로만 밝혀지는 세상: 중세 유럽의 풍 경』, 『위대한 바다: 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발칸의 역사』, 『완전한 승리, 바다의 지배자: 최초의 해상 제국과 민주주의의 탄생』, 『로마제국과 유럽의 탄생: 세계의 중심이 이동한 천 년의 시간』, 『비잔티움: 어느 중세 제국의 경이로운 이야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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