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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기도 한 '다문화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여성문화, 소수파문화, 비서양문화 등 여러 유형의 이질적인 문화의 주변문화를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자는 입장을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저자인 네이선 글레이저가 이러한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논란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이 되두된 사회적 배경과 미국 사회에 이것이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고 있다.

본문은 뉴욕 주에서 벌어진 새 사회 과목 교육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설명하고, 다문화주의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 것과 관련해 네 가지 우려할 사항들에 대해 살펴본다. 저자는 사회 과목을 둘러싸고 최근 캘리포니아 주에서 일어난 논쟁과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채택을 추진 중인 교과목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하여 이를 통해 다문화주의라는 거역할 수 없는 큰 조류에 반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설명한다.

뒤이어 과거 미국의 다양성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립의 배경을 살펴보고, 이상과 현실로서의 동화 정책 그리고 이 정책의 과거와 미래에 관해 논하면서 흑인들을 적절히 포용하지 못해 왔음을 시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흑인 포용의 실패가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백인사회와 여타 소수민족으로부터 분리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다문화주의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문화주의가 승리했다.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주의자다.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다’는 글레이저의 갈파는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들의 지상 명제.
-급속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도 다문화경쟁력이 글로벌경쟁력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

우리가 미국을 여행할 때 느끼는 가장 낮선 장면은 너무나 이질적인 인종구성이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은 가히 ‘인종의 용광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미국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미국은 이민을 통해 사회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역사와 전통을 인정해주는 ‘샐러드 바’ 정책을 통해 다양성을 창조성과 글로벌 생산성으로 연결시켜 세계 일류 국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글레이저는 이 책에서 다문화주의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다문화정책과 갈수록 사회적으로 힘을 얻고 있는 다문화주의의 개념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 우려는 의외로 심각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이라는 한 특정 국가를 케이스로 삼고 있다. 건국 이후 미국 사회가 점차 확대되면서 여러 민족들과 인종들이 유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다양한 그룹들을 조화롭게 받아들였다.
동시에 미국 사회는 그들과 더불어 사회 전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여러 종류의 다문화정책을 펼쳐왔다. 즉, 여러 민족 간의 관계를 우월과 열등이라는 상하개념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자 했다. 특히 미국 사회는 오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이를 통해 다문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해 왔을 뿐만 아니라 개개의 민족과 인종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그들이 미국이라는 사회의 틀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저자는 다문화인들이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공통적 가치관을 갖추는데 학문적 기틀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그들이 진정한 미국인으로 인정받게끔 법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을 조화로운 사회추구를 위한 올바른 다문화주의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저자는 다문화주의는 다양성이 평화롭게 조화된 – 그러나 최소한도의 가치관적 공통분모를 동시에 가지는 – 사회 구현을 위한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도 현재 미국 사회에 흐르는 다문화주의가 유익한 공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수민족 – 저자는 이를 흑인그룹으로 보고 있다 – 만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방향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사회의 통합과 조화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러한 움직임이 교육계와 학계, 나아가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으며, 이것이 오히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올바른 다문화주의적 사회 건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물론 다문화주의의 변질이 흑인을 우선시하고 배려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데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의 역사를 본다면 왜 그것이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흑인들이 지금과 같이 피해의식에 젖어 있고, 다문화주의를 그들의 사회적 지위선양에 활용하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구애하는 것을 보면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가 흑인들을 포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이 건국 당시부터 여러 민족들이 미국의 보편적 이상 속에서 모두가 조화롭게 사는 사회건설을 지향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현재의 감정적이고 객관성을 잃은 방향으로 다문화주의가 변질된 것은 미국 사회의 흑인 포용 실패가 그 직접적 원인이며, 그 대가를 미국 사회가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이 책은 단순히 다문화주의를 찬양하는 것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단일민족이 아닌 다민족 국가 내부에서 어떻게 다수의 문화를 융합시켜야 하는지와 관련해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다문화주의가 확장되는 것을 싫건 좋건 엄연한 현실로 인정해야 하며, 동시에 다문화주의가 사회의 조화와 다양성 속에서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구현에 실패하는 경우 오히려 이 개념 자체가 사회의 분열을 초래하여 사회가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된다는 점을 주창한다. 나아가 민족 ․ 인종 간에 깔린 적대감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의 내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주도해왔던 동화정책이나 차별금지정책의 역사가 말해 주듯이 소수민족의 미국 사회 통합이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을.

오늘날 한국 사회도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들어섰다. 국제화의 물결 속에서 점차 전통적인 단일민족국가를 탈피해 외부로부터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의 유입이 현재보다 더욱 큰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한국 사회는 근본적 가치관을 훼손하거나 사회불안을 야기할 요인들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외지인들을 포용하고 여러 민족이 평등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객관성과 상식 그리고 특정민족에 대한 선호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관에 근거한 다문화주의적 개념의 확립 또한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미국 흑인의 예처럼 특정 민족의 소외나 이로 인한 사회통합의 저해 그리고 다문화주의 개념 자체가 왜곡(확대해석과 변질)되는 현상을 직시하고, 한국의 장래를 위해 무엇을 예비하고 닥쳐올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미국이라는 케이스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다문화사회를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단일 민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소수민족의 자긍심과 주인의식의 향상을 통해 다문화 경쟁력이 바로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그러한 가치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부와 민간의 다문화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서문
감사의 글
한국의 다문화인, 다문화주의에 대하여
1장 다문화주의의 폭발
2장 뉴욕이야기
3장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들
4장 누비아(NUBIA)와 쿠쉬(KUSH)의 재조명
5장 다양성, 그 어제와 오늘
6장 동화정책은 과연 어디에서 실패했을까
7장 우리는 과연 통합될 수 있을까
8장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인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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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주의는 미국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본질이다. 미국은 건국 이후 여러 민족들과 인종들이 유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는 다양한 그룹들을 조화롭게 받아들였다.
1장 ‘다문화주의의 폭발’에서는 미국 플로리다주 타바레스(Tavares) 지역의 레이크 카운티(Lake County) 교육위원회에서 반(反)다문화주의 결의안을 채택했던 사건과 이에 대한 교원노조의 반대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2장 ‘뉴욕이야기’에서는 뉴욕 주에서 벌어진 새 사회 과목 교육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가장 다양한 민족이 모여살고 있는 뉴욕에서 초등학교 사회 과목 교과 선정에 대한 두 번에 걸친 위원회의 선정과 그 비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3장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논란의 쟁점들’에서는 다문화주의를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가 경계하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첫째, 사회 과목 교과과정 설정에서 진리의 탐구만이 교과과정 채택의 유일한 잣대인가? 둘째, 공립학교 교과과정 설정 시, 우리는 국민 통합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가? 셋째, 다문화주의는 국민의 화합을 저해하는가? 넷째, 소수민족 학생들의 효과적이고 성공적인 학업을 위해서는 교과과정에 그들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가?
4장에서는 ‘누비아(NUBIA)와 쿠쉬(KUSH)의 재조명’을 통해서 고대 이집트 남쪽 변방으로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받았던 누비아(Nubia)와 쿠쉬(Kush)의 역사가 현재 재조명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누비아와 쿠쉬가 이렇게 재조명을 받는 것처럼 미국의 토착 원주민들도 더 이상 소홀히 취급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5장 ‘다양성, 그 어제와 오늘’에서는 과거 1840년대 가톨릭계 학생들을 동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가톨릭 지도자들의 요구가 미국의 다양성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립의 시발점이었음을 설명하면서, 1880년대와 1890년대 독일계 학생들의 문제와 20세기 흑인, 아메리카 원주민, 중남미계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다양성의 문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6장 ‘동화정책은 과연 어디에서 실패했을까?’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유럽계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동화정책의 배경과 변화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초기의 동화정책에서 흑인이 어떻게 철저히 제외되고 결국 현재 미국 주류 사회에서 분리되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7장 ‘우리는 과연 통합될 수 있을까?’에서는 이러한 흑인 대상의 통합정책이 실패한 근거로 흑인의 거주지 분리현상에 초점을 두고 있고, 8장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인이다’에서는 흑인의 분리와 통합의 실패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수민족이 이룩한 업적에 대해 존중하며, 동시에 미국의 포용적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