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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진짜 소크라테스가 맞는가?

『알다』시리즈《소크라테스》.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소크라테스. 철학은 몰라도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알 정도로 그는 무척 유명하다. 플라톤의 스승으로서도 문답식 대화의 창시자로서도, 크산티페라는 악처의 남편으로도 그는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증언들로 그를 말하지만,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진짜 소크라테스일까?

이 책의 저자 루이-앙드레 도리옹은 소크라테스의 다양한 초상과 그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본보기를 소개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어떻게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나 동시대인들이 그를 자기 학설의 대변인으로 삼으로써 철학사 최초의 순교자의 모습을 그들의 것으로 전용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진짜 소크라테스인가?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문답식 대화의 창시자로, 크산티페라는 악처의 남편으로,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 같은 출처가 불분명한 발언의 주인공으로, 요컨대 수많은 일화 속의 주인공으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지만, 정작 우리는 그의 사상을 잘 모른다. 그의 후예를 자처하는 수많은 철학자가 그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의 경우 스승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라기보다는 차라리 전용(轉用)에 가까운 것이었다. 많은 이가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빌려 자기들의 이야기를 했고, 또 자기들 사상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라는 가면을 썼다. 그리고 저들이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걸고 이야기한 것들 중에서 진짜 소크라테스가 주장했을법한 내용을 걸러내는 것은 지난 세기 철학사가들의 주된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대다수의 철학사가들이 진정한 소크라테스의 면모를 가장 많이 담고 있다고 믿었던 자료는 플라톤의 작품이었다.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야말로 역사적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참모습을 보았다고 믿었고, 또 어떤 이들은 크세노폰을 소크라테스에 대한 가장 공정한 보고자라고 여겼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적 평가 속에서 소크라테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일까? 고대철학자들의 전략적 글쓰기 속에서 이미 심하게 착색되고 이지러진 소크라테스의 초상으로부터 순수하게 역사적인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만족스럽게 복원될 수 있을까?


하나의 소크라테스가 아닌 모두의 소크라테스를 추구하다
이 책의 지은이 루이-앙드레 도리옹은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그는 역사적 증언들로부터 소크라테스의 참된 모습을 복원해내려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아울러 그는 어느 한 철학자가 그린 소크라테스를 역사적 소크라테스로 환원하려는 시도 역시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시대에 따라 철학사 속으로 등장하고 퇴장했던 모든 철학자의 소크라테스인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여러 사람이 묘사한 소크라테스의 모습에 나타난 환원 불가능한 다양성에 주목한다. 소크라테스를 어느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시키고 그것을 옹호하는 대신, 지은이는 이 책에서 네 명의 주요 역사적 증인(아리스토파네스, 플라톤, 크세노폰, 아리스토텔레스)이 소크라테스에 관해 언급했던 내용들을 비교적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우리에게 소개해주는 길을 택한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또한 지은이는 단 하나의 역사적 소크라테스를 복원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안타까워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의 다양한 모습이야말로 소크라테스라는 인물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끊임없이 우리를 매혹시키고 또 우리에게 풍부한 영감을 선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다양한 변주를 통해 고대뿐만 아니라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물음과 관련된 철학적 영감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 되고 있다.


네 명의 역사적 증인이 그린 소크라테스
대다수의 철학사가는 플라톤의 작품을 가장 신뢰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플라톤 이외의 다른 증인들이 말하는 소크라테스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플라톤의 작품에서 말하는 것들과 대치되는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크세노폰의 작품은 한동안 가치 없는 것으로 배척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적 소크라테스를 복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인정한다면 모든 이의 소크라테스를 대등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증인은 아리스토파네스, 플라톤, 크세노폰,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소크라테스를 맹렬하게 공격했던 희극작가였다. 그는 『새』와 『개구리』에서 소크라테스를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구름』에서는 아예 작품 전체를 그를 공격하는 데 할애했다. 『구름』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가 실제 인물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특징들로 조합된 인물인가 하는 물음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구름』이 아테네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소크라테스를 향한 공격의 선두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플라톤'은 델피 신탁, 무지의 선언, 논박술(엘렝코스), 산파술, 소크라테스의 역설 등 소크라테스 윤리학과 관련된 주요 주제들을 소개함으로써 후대의 그리스철학뿐만 아니라 서양철학의 전통 전반에 걸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상가이다. 델피 신탁을 계기로 철학적 삶을 영위하게 된 소크라테스가 논박술을 통해 시민들로 하여금 무지를 깨닫게 하고 지식과 좋음에 대한 열망을 부추겼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흔한 소크라테스의 모습이다.
'크세노폰'은 플라톤이 제시한 소크라테스의 초상과는 구별되는 대안적인 초상을 제공하는데, 플라톤의 소크라테스가 스스로 무지를 선언하는 반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도덕과 관련된 주제에 관하여 단 한 번도 자신의 무지를 주장한 적이 없다. 또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는 델피의 신에게 철학적 삶의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한 반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수행하면서 경건을 실천하거나 신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외에도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는 엥크라테이아(신체적 쾌락에 맞서는 극기)를 등한히 여긴 반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는 엥크라테이아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자료로 사용하면서, 자기 고유의 학설을 돋보이게 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럼에도 그의 증언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그의 증언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대한 최초의 비판적 평가 사례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소크라테스를 언급하며 그를 비판대에 세워놓고 검토했던 최초의 작가였다.

한국어판 서문

서론
1장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
2장 사료의 문제와 이른바 “소크라테스의 문제”
3장 아리스토파네스의 소크라테스
4장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5장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6장 아리스토텔레스의 소크라테스
결론

참고 문헌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