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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 책은 유엔의 구조와 역할 및 의사결정과정만이 아니라,전후 일본외교에 있어서 유엔은 무엇이었으며, 왜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했고 어떻게 좌절되었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192개국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2007년 초 반기문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유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유엔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 책은 도쿄대학에서 일본정치외교사를 가르치고 있는 기타오카 교수가 2년 5개월간의 유엔차석대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엔과 일본외교에 관해 썼던 글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제1부에서는 유엔과 미국의 관계를 축으로 유엔의 역할과 임무, 예산과 분담금, 의사결정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전후 일본외교와 유엔의 관계에 대해서도 개관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일본정부 유엔대표부의 일상적인 활동과 안보리의 활동을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정치학이나 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만이 아니라 장래 국제기구 특히 유엔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유엔개혁 특히 안보리 개혁문제를 다루고 있는 제3부에서는 일본이 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했으며, 그것이 어떻게 좌절되었는가를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중국 측 비판에 대한 저자의 반론을 담은 제9장이다. 2005년 봄 중국에서는 반일시위와 거의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되었다. 표면적으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지만, 중일간의 파워 쟁탈전이라는 측면도 농후했다. 제4부는 향후의 일본과 유엔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북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종장은 일본 측의 대북인식이나 정책을 이해하는 데 유익하다.

일본은 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하는가?
저자는 현재의 상임이사국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는 상관없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사와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일본에게 그러한 의사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이지만, 본격적으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4년 9월 고이즈미 총리(당시)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안보리의 조기 개혁과 더불어 일본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해 상임이사국에 걸맞은 충분한 노력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본은 독일, 인도, 브라질과 함께 G4를 결성해 안보리 개혁에 관한 독자적인 결의안을 총회에 제출했지만 3분의 2의 지지를 받지 못해 좌절했다.
다음은 일본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유엔은 회원국이 제공하는 분담금에 의해 운영된다. 2008년 일본의 분담금 비율은 정규예산이 16.624%(약 3.04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이사국의 합계와 맞먹는다. 11위인 한국(2.173%, 약 3900만 달러) 의 7.6배다. 정규예산과는 별도로 책정되는 PKO예산의 분담금 비율은 16.6240%로 1.9557%인 한국(10위)의 8.5배이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상임이사국의 합계(19.9324%)보다 약간 작다.
재정 면에서 일본의 공헌 없이 유엔은 제대로 활동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적인 면에서도 캄보디아, 모잠비크, 르완다, 동티모르 등에 PKO를 파견했으며, ODA를 통해 개도국의 경제개발뿐 아니라 분쟁지역에서의 평화구축과 정착 및 재건을 도와왔다.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일본은 과거 60년간 평화애호국가로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완벽한 기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또한 저자는 일본처럼 아시아의 국가이며 대량살상무기도 없고 핵도 없는 개발도상국의 경험이 있는 문민국가(civilian power)가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것은 오히려 일본의 책임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는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할 일이지만, 이 책은 이론적으로 무장한 일본 보수파 논객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한국에게 유엔은 무엇인가? 한국외교에 비전은 있는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은 일본 정부(외무성)의 비원(悲願)이었다. 일본 정부가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을 때 일본 국내에서는 일본 외교에 비전은 있는가, 미국이 하는 것에 찬성 표 하나가 늘어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이 안보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유엔은 우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유엔 총회는 한국 정부가 합법적인 정부라는 것을 승인해주었을 뿐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에는 유엔군을 보내 도와주었다. 이것은 유엔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가난했던 시절의 한국은 유엔과 외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다. 그런 한국이 지금은 유엔에서 10위(PKO예산), 11위(정규예산)의 재정적 공헌을 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G4가 안보리 개혁에 관한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했을 때 한국은 소위 ‘커피클럽’에 속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를 막으려고 노력하는 데 그쳤다. 이 책은 과거 우리에게 유엔은 무엇이었는가를 되돌아보고, 유엔에서 혹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역자서문
서문
Ⅰ 유엔체제와 미국체제
제1장 세계 속의 유엔, 유엔 속의 일본
제2장 2005년 유엔총회 정상회의-총회의 다이너미즘
제3장 전후 일본외교와 유엔
Ⅱ 유엔대표부의 활동
제4장 외교라는 일
제5장 유엔대표부의 바쁜 하루 - 2005년 1월 10일
제6장 안보리의 바쁜 한 달 - 2005년 7월
제7장 안보리 시찰단
Ⅲ 안보리 개혁의 궤적
제8장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의 대의 - 2004년 11월
제9장 중국의 일본비판에 대해 답한다 - 2005년 4월
제10장 개혁은 왜 정체되었는가 - 2006년 3월
Ⅳ 앞으로의 일본과 유엔
제11장 글로벌 플레이어의 조건 - 2006년 3월
종장 북한문제와 유엔
논문들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