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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거품

원제 : L’ECUME DES J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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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겁에 질린 그녀의 애처로운 두 눈에 입을 맞추던 그는 자신의 심장이 가슴 속에서 무언가에 부딪치듯이 쿵쿵거리면서 천천히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카네이션이 문득 창백해지면서 수척해지더니 말라비틀어지고 말았다.
    꽃은 이제 미세한 가루가 되어 클로에의 가슴 위로 부서져 내렸다."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 보리스 비앙의 대표작 출간
    1947년 출간 이후 300만 부 이상 판매된 현대 프랑스 문학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


    독창적인 작품에서부터 고전적인 작품까지, 애절한 로맨스에서부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누아르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을 보여 준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 인물 보리스 비앙의 대표작 [세월의 거품]이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세월의 거품]은 소설가이자 평론가,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작사가 등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펫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이기도 했던 비앙 특유의 감각적인 이미지와 상징, 언어유희와 풍자가 유려하게 펼쳐지는 시적이고 음악적인 소설이다. 프랑스 누아르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 이어 정식 계약을 통해 두 번째로 한국 독자에게 소개되는 비앙의 작품 [세월의 거품]은 비앙의 예술적 재능과 문학적 독창성이 어느 수준에 올라 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으로, 1960년대 이후로 수많은 비평과 분석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대 소설에 영감을 주면서 프랑스 문학의 새로운 고전이 되었다. 이번 판본에는 보리스 비앙의 전집 편찬에 참여했던 질베르 페스튀로의 해설도 함께 실려 있어 비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어렵지 않게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랑의 본질을 전하는 감각적 이미지와 초현실적 상징

    보리스 비앙은 '작가 서문'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오직 두 가지뿐이다. 어여쁜 처녀들과의 사랑 그리고 뉴올리언스나 듀크 엘링턴의 음악. 그 나머지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추하기 때문이다.
    (/ p.9)

    사랑은 [세월의 거품]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그리고 음악, 특히 재즈는 직접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마치 배경처럼 작품 전반에 흐른다. 비앙은 인간의 일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감각적인 이미지와 초현실적인 상징을 통해 풀어나간다. 비앙의 창조적인 표현들은 [세월의 거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주제를 극적으로 형상화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콜랭은 별다른 걱정 없이 재즈와 쾌락에 탐닉하면서도 무료한 생활을 이어가는 유한 청년이다. 그의 소망은 역시 사랑이다.

    "난 사랑을 하고 싶어. 넌 사랑을 하고 싶어 해. 그 역시 마찬가지야. 우리들도, 당신들도 그러고 싶어 해. 그들 역시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하지……."
    (/ p.42)

    그러던 콜랭은 한 파티에서 클로에라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그가 즐겨 듣는, 듀크 엘링턴이 편곡한 노래의 제목 [클로에]와 같다. [클로에]는 '늪의 노래'라는 부제가 달린 곡으로 부드럽고 관능적이며 애조를 띤 곡이다. 비앙은 이렇게 음악적 모티프을 통해 처음부터 여주인공 클로에의 성격과 운명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그것은 콜랭이 클로에에게 건넨 첫마디에서도 알 수 있다.

    "안녕하…… 듀크 엘링턴이 당신을 편곡했나요?"
    (/ p.49)

    그리고 이제 파티의 음악은 [클로에]로 바뀌고 콜랭은 클로에에게 말한다.

    "바로 당신이군요."
    (/ p.54)

    클로에를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는 콜랭의 바람을 이루어주는 것 또한 [클로에]이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케이크를 빠르게 돌리면서 다른 손으로 호랑가시나무 잎사귀 끝 부분을 나선 속에 갖다 댔다.
    "들어봐……!"
    …… 듀크 엘링턴이 편곡한 [클로에]였다.
    …… 케이크를 반으로 자르자 …… 클로에와의 약속이 들어 있었다.
    (/ p.59)

    비앙이 주제에 접근해 가는 주요한 경로는 이미지와 상징이다. 음악적 모티프 또한 다르지 않다. 아름다운 순간을 묘사할 때도 비참한 순간을 묘사할 때도 비앙은 직접적이지 않다. 특히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은 나름의 생명을 지닌 또 하나의 주체이다. 비앙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상징은 객체적 배경을 주인공의 분신으로서 '기능'하게 만든다.

    [콜랭과 클로에는] 가장 먼저 나타난 인도를 따라 걸었다. 작은 장밋빛 구름 한 조각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그들에게 다가왔다.
    구름이 제의했다.
    "나 갑니다!"
    콜랭이 이렇게 받았다.
    "그래 이리 와!"
    그러자 구름이 두 사람을 감쌌다. 그 안은 따뜻했고 계피 향을 넣은 설탕 냄새가 났다.
    (/ p.61)

    콜랭은 음악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땅바닥에 앉아 칵테일 피아노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 음악은 그를 뚫고 들어갔다가 여과되어 다시 나왔고, 그로부터 나온 곡은 [방랑자의 블루스]보다는 [클로에]에 훨씬 더 가까웠다.
    (/ p.194)

    무엇보다도 1장부터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마무리 짓는 '꽤 긴 검은색 수염의 생쥐'의 상징은 의미심장하다. 환경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채는 것도, 그런 변화를 되돌려 보려고 애쓰는 것도 바로 이 생쥐이다. 주인공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변화를 이 생쥐만은 최후까지 버티며 저항한다.

    생쥐는 그들을 뒤따라오다가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태양이 평상시처럼 그곳에 잘 들어오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서 필요하다면 욕을 해주려고 했던 것이다.
    (/ p.96)

    생쥐가 뒷발로 버티고 선 채 윤기 없는 타일 중 하나를 두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생쥐가 문지르자 타일은 다시 반짝거렸다.
    (/ p.121)

    검은 수염이 난 생쥐가 마지막으로 애를 쓴 끝에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생쥐가 빠져나오자 즉시 천장과 바닥이 붙어버렸고, 벌레가 기어간 듯한 모양의 불활성 물질이 봉합된 부분의 틈 사이로 비틀린 채 천천히 솟아 나왔다. 생쥐는 양쪽 벽이 휘청거리면서 서로 접근하고 있는 어두운 현관 복도를 황급히 달려가서 문 밑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 p.263)

    콜랭과 클로에는 결국 연인이 되지만, 곧 클로에가 병에 걸리면서 그들의 사랑에 비극이 시작된다. 클로에는 폐에 꽃이 피는 병에 걸려 점점 시들어가고, 그녀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콜랭은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가진 재산을 다 써버리고도 모자라 육체노동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보리스 비앙의 문학적 상상력은 절정에 이른다.

    "무슨 병이야?"
    "오른쪽 폐 속에 수련이 있어요."
    "의사는 또 클로에 주위에다 항상 꽃을 놔두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야 수련이 겁을 낸다는 거지요."
    "만약 수련이 꽃을 피우면 다른 수련들이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수련이 꽃을 피우도록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 pp.165~167)

    카네이션이 문득 창백해지면서 수척해지더니 말라비틀어지고 말았다. 꽃은 이제 미세한 가루가 되어 클로에의 가슴 위로 부서져 내렸다.
    (/ p.215)

    언어유희와 풍자, 실존주의와 리얼리즘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

    [세월의 거품]에서 비앙의 독창적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은 이미지와 상징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의 재치 있는 언어유희와 풍자는 이 작품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당대 최고의 실존주의자 가운데 하나인 '장 폴 사르트르'를 이용한 언어유희와 풍자이다.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 시크는 철학자 '장 솔 파르트르'에게 광적으로 집착한다. 콜랭의 친구인 그는 콜랭과 달리 가난하다. 그럼에도 파르트르의 책과 심지어는 옷가지 등을 사 모으는 데 가진 돈을 탕진한다.

    "책값은 꽤 비싸지만 난 그 책을 손에 넣지 않고는 살 수가 없어. 내겐 파르트르가 필요해. 난 수집가라고. 난 그가 쓴 건 뭐든지 다 가져야 한다고."
    (/ p.55)

    시크는 정열적인 사랑을 품고 사는 알리즈와 연인 관계이다. 그녀는 시크를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할 만큼 시크를 사랑한다. 하지만 시크는 파르트르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녀와의 결혼을 주저한다. 결국 그녀는 파르트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를 찾아간다.

    "당신은 내가 실존의 수단을 잃게 하려는 거로군요. 내가 죽으면 작가로서의 내 권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오?"
    "그거야 당신 문제지요. 전 무엇보다도 당신을 죽이고 싶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다 고려할 수는 없어요."
    (/ p.238)

    그리고 그녀는 시크에게 파르트르의 책과 물품들을 판매한 서점을 찾아다니며 불을 지르고 자신 또한 파국을 맞이한다. 시크도 파르트르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비극적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비앙이 이러한 언어유희와 풍자를 통해 비틀고 있는 것은 실존주의 자체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사르트르 및 보부아르와 절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보부아르도 '공작 부인'으로 소설에 등장한다.] 그가 실존주의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 일종의 유머를 통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본질과 무관하게 피상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행태였다. 비앙이 조롱하는 시크는 결국 파르트르의 진정한 추종자가 아닌 그의 결과물을 사들이기만 하는 수집가였을 뿐이다.
    비앙은 산업사회, 관료주의, 특히 종교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도 빠뜨리지 않는다. 공장에서 인간은 한낱 부품에 지나지 않고, 전쟁을 위한 무기는 인간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만들어지며, 경찰은 불법적인 폭력과 가혹적인 징계를 서슴지 않고, 성당은 돈을 잣대로 인간을 평가한다.

    "신께 호소해 보라고 충고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보잘것없는 액수의 돈으로 신을 성가시게 한다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일까 걱정되는군."
    (/ p.255)

    [세월의 거품]이 1947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회와 종교에 대한 비앙의 이런 풍자적 비판은 다가올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계시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연애소설 가운데 가장 비통한 소설

    레몽 크노는 [세월의 거품]에 대해 '현대 연애소설 가운데 가장 비통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이렇게 [세월의 거품]은 삶과 행복에 대한 찬가인 동시에 죽음과 부조리에 대한 애가이기도 하다. 비앙의 이 불행하지만 영원한 사랑 이야기는 비앙 특유의 독창적인 이미지와 상징,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언어유희와 풍자를 통해 시대를 앞서 가며 새로운 고전으로서 손색없는 작품성을 보여 준다.

    목차

    작가 서문

    세월의 거품

    작품해설
    옮긴이의 말
    옮긴이 주

    저자소개

    보리스 비앙(BORIS VIA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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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 3월 10일 프랑스 빌다브레에서 태어났다. 소설가이자 작사가, 평론가,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트럼펫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이기도 했던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10대 시절에 재치 있는 말놀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언어와 문학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고, 17세에는 트럼펫 연주를 시작했다. 1939년 징병 소집을 당했으나 허약한 체질로 인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후 앙굴렘에 위치한 중앙기술학교에 입학했고, 1946년까지 프랑스 규격협회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1945년에 소설 [기생충과 플랑크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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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 『가벼움의 시대』 『나는 걷는다 끝.』 『하늘의 푸른빛』 『세상의 용도』 『어느 하녀의 일기』 『시티 오브 조이』 『군중심리』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밤의 노예』 『세월의 거품』 『눈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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