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이 책은 해당 분야 전공자들을 위한 교재 겸 전문서이다.

이 책은 이른바 1952년 7월의 ‘부산정치파동’이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오랜 세월 신문기자와 언론계에 몸담아온 저자는 지금은 거의 잊혀져 (저자의 표현대로) “케케묵다시피 해진 역사의 한 단면”이 되어버린 당시의 사건을 ‘신문기자의 눈, 구석구석 두루 살피는 벌레의 눈으로, 조금은 더디게, 한눈도 팔면서, 잡담도 하면서’ 조망하고자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자칫 사막을 걷는 듯한 지루한 일이 될 수도 있는 역사의 탐방길을 편한 마음으로 산책하듯이 우리를 인도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작업이 허술하거나 가벼운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시대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요인뿐만 아니라 소소하고 하찮아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에는 별로 의미도 없어 보이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까지 두루두루 포괄하고 섭렵해 역사라는 큰 덩어리, 시대의 흐름을 읽고자 한다. 현장을 묘사하는 듯한 생생한 기술과 저자의 심도 있는 안목이 50년 전에 벌어졌던 사건의 이해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대통령의 무혈혁명’이라는 것은 1952년 부산정치파동이 일단락 맺게된 발췌개헌안 통과와 이후 이승만이 대통령의 재선에 성공한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1950년 5?3 선거의 패배로 재선이 힘들 것으로 생각한 이승만은 1951년 11월 대통령직선제를 국회에 제출하게 되고, 이듬해 1월 국회가 이 안을 부결함으로써 부산정치파동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결국 이승만은 정치깡패를 동원 ‘국제구락부 사건’을 일으켜 그 반대 세력들을 무력화시키고, 거리에는 땃벌떼와 백골단, 민중자결단 등 살벌한 이름의 관제단체들을 내몰아 발췌개헌안 통과라는 ‘무혈혁명’에 성공한다. 어정쩡한 타협과 폭력과 억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일련의 사건이 단지 한 독재자의 오만이나 권력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지정학적, 그리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항상 미국의 모래포대(sandbags)의 역할을 해야했던, 그리고 지금도 그 역할은 유효한 한반도의 상황은 이승만의 그와 같은 오만과 폭력을 미국이 묵인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폭력 앞에 무기력하고 시대상황 판단에 너무나 안일했던 야당정치인들의 나약한 속성들이 그 시대를 총괄적으로 주조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런 역사적 사건의 이해를 통해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왜 지금껏 한낱 서부활극, 그것도 총천연색 서부활극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머무르고 있는지 묵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타협이나 절충의 여유를 익히 갖지 못한 한국의 정치의 근원을, 그리고 왜 정치적 공간이라는 제도적 틀에서 협상과 화해의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지를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저자는 역사라는 거대한 장강(長江)의 흐름에서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그 흐름을 무시하고 몸부림쳤던 전형적 독재자의 실패를 동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역사적 교훈은 정치인들에게 시대적 흐름과 순리에 순응할 것을 은연중에 요구한다. 그것은 숙명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까지 승화될 수 있는 정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우리 정치사회에 팽배한 엄숙주의와 권위를 버릴 수 있는 여유의 바탕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정치가들에게 우회적으로 깨닫게 한다. 저자도 지적하듯이 당시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엔 아직 자료의 접근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새롭게 비밀분류가 해제된 미국과 영국의 외교문서, 당시의 상황을 연구하고 정리한 각 방면의 연구업적들, 당시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인물들의 증언을 검토하고 서술에 참조한 점이 이 책의 새로운 성과이자 주목할 만한 점이다.

제1부 무승부로 끝난 탐색전 제1장 치안 물가불안 핑계로 임기연장 논의 제2장 소장파 공세에 프락치사건으로 맞불 제3장 내각제 봉쇄한 뒤 선거연기로 역공 제4장 첫 개헌 19표의 참패 제5장 호헌결의에 야당은 분열 제2부 미국과 야당에 맞선 아집 제6장 정반대의 두 개헌안 등장 제7장 계엄선포 헌병대에 갇힌 선량들 제8장 앞뒤 안 가리는 미국의 압력 제9장 발췌라는 말의 잔꾀 제10장 병원에서 못 빠져나온 장면 제3부 무혈혁명의 성공 제11장 헛돌며 계속된 미국의 압력 제12장 문 닫아걸고 겁에 질린 심의 제13장 막 뒤에서 바빴던 보이지 않는 손 제14장 마음에 드는 신인 부통령 탄생 제15장 질투와 복수: 두 충성파의 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