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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연구교수 노용필의 『한국 근현대 사회와 가톨릭』. 한국 근ㆍ현대 사회 속에서의 가톨릭에 대해 연구한 논문을 '교육', '인식', 그리고 '자연 영성'으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한국 근ㆍ현대 사회 속에서 가톨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이끈다. 양장본.

이 책은 저자著者가 1989년 여름 스승 이기백李基白선생의 뜻을 받들어『한국사신론韓國史新論』(一潮閣) 신수판新修版의 교정校正 작업을 거들게 되는 과정에서󰡒이들이 천주교에 이끌린 것은 우선 모든 인간은 한결같이 천주天主의 자녀라는 평등사상平等思想에 공명하였음이 분명하다. 중인中人이나 상민常民들이 천주의 자녀로서 양반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천주를 예배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감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부녀자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된다. 또 현실에 낙망한 그들에게 천국에 대한 설교는 그대로 복된 소식이었을 것이다. 내세신앙來世信仰은 그들이 천주교에 귀의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였을 것으로 믿어진다. 천주교의 양반사회에 대한 비판이 더욱 심각해져가는 경향을 엿보게 된다(p.338).󰡓대목을 접하여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한국천주교회사韓國天主敎會史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시작한 이후 작성한 논문들 10편을 4부로 나누어 묶은 책이다.
󰡐한국 근ㆍ현대 100년 속의 가톨릭교회󰡑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서 그 일환으로써 한국 가톨릭의 사제司祭 양성 교육에 관한 논문들을 작성하여 발표한 것을 제1부 <교육 편>에 수록하였으며, 아울러 주체로서의 실학자實學者 홍대용洪大容과 타자로서의 서양인 천주교신부들의 상호 인식에 대한 연구와 신기선申箕善의『유학경위儒學經緯』에 나타난 천주교에 대한 인식 연구 등을 제2부 <인식 편>에 담았다. 그리고 프란치스코와 김홍섭金洪燮의 자연 영성에 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여 논문을 발표한 것을 제3부 <자연 영성 편>으로 삼았으며, 또한 한국사에서의 커다란 논란거리의 하나인 시대구분문제와 관련하여 천주교의 평등 지향을 하나의 기준으로 근대를 설정할 수 있음을 제시함은 물론 천주교의 신앙 자유 획득과 선교 자유 확립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과정을 정리한 논문과 천주교 순교자현양회의 창립과 발전과 관련된 사실을 밝히려 한 글 등이 제4부 <지평 확대 편>의 골격을 이루었다.
물론 애초부터 학위논문로 제출하기 위해 마련한 것도 아니고, 큰 틀을 염두에 두고 기획하여 논문 하나하나를 이에 따라 써서 퍼즐을 맞추듯이 한 게 아니다. 다만 저자가 이 책과 함께 출간을 기획하여 거의 동시에 세상에 내밀게 되는 또 다른 한 권의 책『한국천주교회사의 연구』와 짝하면 서로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나름대로 한국천주교회사 나아가 한국 근ㆍ현대사 연구 자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제1부 교육 편
제1장 예수성심신학교의 사제 양성 교육성)
제2장 성신대학의 사제 양성 교육
제3장 가톨릭대학교의 사제 양성 교육

제2부 인식 편
제4장 조선인 홍대용洪大容과 서양인 천주교 신부의 상호 인식
제5장『유학경위儒學經緯』에 나타난 신기선申箕善의 천주교 인식과 이에 대한 천주교의 대응

제3부 자연 영성 편
제6장 성 프란치스코의 자연 영성과 한국 프란치스칸의 수도생활
제7장 김홍섭의 자연 영성과 실천적 삶

제4부 지평 확대 편
제8장 한국사에서의 ‘근대近代’ 설정과 천주교
제9장 천주교의 신앙 자유 획득과 선교 자유 확립
제10장 조선천주교 순교자현양회의 창립과 발전

제1장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이자 근대학교는 1855년에 창설된 배론舟論 성요셉신학교였다. 이는 메스트로 신부가 창설한 것으로, 1844년부터 이곳에 정착해 살던 장주기張周基(일명 낙소樂詔) 요셉의 도움이 컸다. 처음에는 메이스트로 신부가 혼자서 신학생들을 양성하다가, 1856년 3월에 뿌르티에 신부가 입국하여 곧 신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1861년에 이르러 쁘띠니꼴라 신부가 부임하였고, 이에 따라 상급반 학생들은 뿌르티에 신부가, 하급반은 쁘띠니꼴라 신부가 각각 나누어 담당하였다. 이들은 1866년 병인박해로 신학교가 폐쇄되기까지 신학생들을 지도하였는데, 이러한 배론의 성요셉신학교가 우리 나라 최초의 신학교였음은, 이미 1935년에『조선일보朝鮮日報』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배론 성요셉신학교에서 행해진 교육의 내용은 크게 분류하면, 대체로 언어ㆍ교양ㆍ종교 영역이었다고 분석된다. 구체적으로는 한문ㆍ라틴어ㆍ수사학修辭學 등의 언어 영역, 역사ㆍ지리는 물론이고 동식물학과 의학 분야 등의 상식을 다룬 일반교양 영역 그리고 천주교 교리를 포함한 철학 및 신학 그리고 미사 때의 성가를 배우기 위한 음악 등에 대한 지식을 익히는 종교 영역 등으로 구분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내용을, 서양의 근대 학문을 체득한 서양인 신부가 직접 가르치고 있으므로 배론의 성요셉신학교는 근대 학교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이 성요셉신학교는 아울러 최초의 근대 학교로 파악되었다.

제9장
한국 정부의 입장에 서서 보면, 1886년「한불조약」의 체결을 통해 천주교 프랑스 선교사의 여행과 선교의 자유를 허용해준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전혀 그렇지 않게 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1899년「교민조약」, 1901년 제주도의「교민화의약정」, 1904년「교민범법단속조례」등을 통하여 중앙 정부에서건 지방관이건 지속적으로 천주교 세력에 대한 배려와 신앙 및 선교의 자유 보장 보다는 도리어 점차 천주교를 보호하고 문제 발생 때 화의를 다지기 위해서라는 명목만을 추구했을 뿐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만을 제정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천주교 측의 입장에서 보자면, 1886년 프랑스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한불조약」이 체결되자 곧 모든 게 해결되어 신앙 및 선교의 자유가 모두 보장된 듯이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여 제약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1899년의「교민조약」, 1901년 제주도의「교민화의약정」, 1904년「교민범법단속조례」등을 통해서 빈번하게 전개되었던 각 지방의 교안敎案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가고 있었던 것이라 하겠다. 그럴 정도로 천주교회는 시간을 두고 여러 단계를 거쳐 신앙의 자유를 획득하고 선교의 자유를 확립할 수가 있는 길이 어렵사리 열렸던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