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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 친일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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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역사를 기록하는 일, ‘친일’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2008년 말의 대한민국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시끄럽다. 문제를 제기한 측은 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비역사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려 ‘검증’에 나섰고 ‘수정’을 요구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권력자들에 의해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 은폐되고 왜곡되고 날조되는 사례는 ‘역사적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권력자들이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고치려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역사 기록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류의 지식과 사상이 이 정도로 발전한 현대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우리 현대사의 여러 주제 가운데에서 이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두되는 주제로는 ‘친일’ 문제가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 ‘친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는 데는 반대가 없을 것 같지만, 어이없게도 상당히 많은 이들이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생생히 목격하고 있다. 그 반대자들의 핵심에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 바로 친일의 장본인 또는 후손들이 있으며, 그들과 함께 권력을 공유한 자들이 있다. 친일 청산의 가장 좋은 시기였던 해방 직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뒤, 그리고 친일 청산을 주장하던 세력이 좌익과 빨갱이로 몰려 감옥으로 (심지어는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뒤로, 친일 청산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결과 광복된 지 60년도 훨씬 더 지난 지금 이 시점까지도 친일 인사들을 일목요연하게 총정리한 책은 단 한 권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이 ‘겨우’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친일인명사전]의 편찬과 민족문제연구소의 태동은 우리나라 친일 문제 연구와 기록을 언급하는 데 있어 빠져서는 안 될 한 인물로부터 비롯되었다. 바로 임종국(林鍾國, 1929. 10. 26~1989. 11. 12) 선생이다.

인물 임종국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려줄까?
[친일인명사전] 소식은 간간이 이루어진 언론 보도를 통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대작업의 시초가 되었던 임종국 선생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임종국 선생은 [친일문학론]을 필두로, 일제 강점기의 친일 행위에 대한 무수한 연구 결과와 저서를 내놓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친일 인명 카드를 작성했다. 그러한 선생의 뜻을 계승하고자 민족문제연구소가 세워졌고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이 시작되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뜻을 같이하며 성금을 낸 국민들 중에는 이렇게 친일 연구에 힘 쏟으며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데 평생을 바친 임종국 선생의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와 민족의 귀감이 될 만하다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이 읽을 만한 선생의 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임종국 선생을 다룬 책은 2006년에 나온 [임종국 평전](시대의창)이 거의 유일하다. 임종국 선생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은, 그러나 그 양과 주제가 너무 방대하고 전문성과 깊이 또한 상당해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 책 [임종국, 친일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는 이런 맥락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읽힐 ‘임종국 전기’의 성격을 갖춘 책으로 기획되었다. 2006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아 작가가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정취가 묻어나는 글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고군분투하는 임종국의 삶을 강렬하게 담아내는 이윤엽 작가의 판화 작품도 실었다. 이 책은 일제가 무엇인지,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임종국 선생의 유년기 및 6·25 이후 피폐해진 사회의 한 청년으로서의 방황을 다룬 전반기와, 민족 문제에 눈을 뜨고 친일 역사 서술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이후 그에 매진하는 삶을 다룬 후반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선생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 중장년기를 거쳐 죽음까지 일대기적인 구성을 취하되, 분석적인 평전 스타일의 글보다는 각 시기의 인상 깊은 일화들 중심으로 서술해 생동감 있게 읽히도록 했다.

역사가로서의 임종국
임종국 선생은 수많은 저서를 남긴 문학 평론가이자 시인이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면모는 ‘역사가로서의 임종국’이다. 선생은 시인 이상(李箱, 1910~1937)에 빠져들어 이상의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자료를 모으고 모아 우리나라 최초로 [이상전집]을 내놓았을 때부터 자료를 통한 고증과 사실 확인에 매달려 왔다. 일제 강점기 때 문인들의 친일 행적을 다룬 [친일문학론] 집필을 위해 자료를 찾을 때도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일제하에 발간된 신문과 잡지들을 샅샅이 뒤졌다. 선생의 모든 저서가 이런 끊임없는 자료 수집과 추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사실성과 탄탄함을 두루 갖출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확인과 기록에 있어 선생이 얼마나 엄정했는가는 책에 나오는 한 일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친일문학론] 집필 도중 아버지 임문호의 친일 행위 사실을 알게 된 선생은 “내가 빠지면 그 책은 죽은 책”이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책에 아버지의 친일 행적을 올렸다. 또 한때 자신의 스승이기도 했던 유진오도, [이상전집]의 서문을 써주었던 조용만도 [친일문학론]에 실렸다. 자신이 쓴 책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록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선생은 올곧은 태도로 우리의 고통스러운 역사를 드러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친일 관련 책들 외에도 일제 강점하의 사상 탄압이나 문화사 등도 폭넓게 쓴 선생이지만, 일본군 ‘위안부’라는 고통스러운 역사마저 오롯이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겨레가 선생에게 진 또 하나의 빚일 것이다. 선생이 1981년 출간한 [정신대 실록]은 일본군 ‘위안부’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으로, 우리나라에 관련 자료나 기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일본의 각종 자료 70여 가지를 토대로 써낸 선구적인 책이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이야기임에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선생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한 사람의 헌신적 노력이 후대의 시대정신으로
임종국 선생의 수많은 기록들과 친일 연구 자료들은 그 자신이 밝혀낼 수 있는 최대한의 사실에 입각해 쓴 기록이다. 쇠약한 몸으로 필사적으로 기록하고 써 내려 갔지만 그의 생전에 세상은 침묵으로 일관했을 뿐이다. 그러나 역사 정의의 실현을 위한 선생의 일생을 건 노력은 민족문제연구소를 태동하게 했고 오늘날 [친일인명사전] 발간 작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지원 예산이 깎이는 등의 유무형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낸 것은 역사 청산을 위한 선생의 정신이 국민 다수가 공감을 갖게 된 시대정신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의 부모는 식민 지배의 아픔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민족이라든지 나라 잃은 설움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세대를 위해, 자신의 안위보다는 민족의 미래를 고민한 한 올곧은 역사가의 삶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역사 청산이 왜 중요한지와 그런 중요한 역사 청산이 지금까지 왜 이루어지지 못했는지에 대해, 우리의 현대사를 생소하게 느낄 오늘날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환기시켜 줄 수 있는 책이다.

목차

추천의 말
펴내는 말

프롤로그

식민지의 아들
조선 놈과 명태는 두들길수록 맛이 좋아진다
별이 흐르는 밤
식민지의 아들
해방이 뭐지?

푸른 청춘의 하릴없는 방황
첼로 연주자가 되고 싶은 소년
육십령 고개의 시체
우울한 청춘

과거에서 찾은 길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시인의 시시한 시절
참빗 장수
다시 역사 속으로

민족의 내일을 위해
20년 전의 약속
도서관의 터줏대감
내가 빠지면 그 책은 죽은 책이다
침묵하는 세상

들판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좌절의 나날
농부 사학자
잔혹의 기록
자료와의 전쟁
끝나지 않은 항일 투쟁

에필로그
작가의 말
발문

본문중에서

'아버지! 아버지!'
종국이 숨이 턱에 찬 소리로 아버지를 부르며 방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무슨 영문인지 알 리 없는 아버지가 의아한 눈길로 종국을 바라보았다. 종국이 다짜고짜 신문을 내밀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 아버지 이름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묵묵히 종국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들이 일제 강점기에 친일한 작가들을 연구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각오한 바였다. 신문을 보지 않아도 아버지는 종국을 놀라게 한 기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조선의 청년들에게 일본과 ‘천황 폐하’를 위해 전쟁에 나가라고 강연했던 내용일 터였다. 종국의 아버지 임문호는 한때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천도교가 친일로 돌아섰을 때 천도교의 방침에 따라 친일 행위를 했던 것이다.
(/p.109)

누군가 일본말로 신 나게 떠들고 있는 종국의 머리통을 탁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맞은 자리가 화끈화끈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너 이놈!'
상투를 튼 할아버지 한 분이 손부채를 들고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종국을 쏘아보고 있었다.
'조선 사람이 조선말을 써야지 왜 왜놈의 말을 쓰는 거냐? 이 정신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이러니 나라가 망하지.'
나라가 망했다니? 자신이 일본 천황의 백성인 줄로만 알고 있던 종국으로서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언젠가 종국은 조선 사람이 출판하는 [동양지광]이라는 잡지에서 ‘조선인 스스로가 자진해서 마음속으로부터 일본 국민이 되어버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조선에는 일본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조선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어른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뿐이었다.
(/p.24)

'아버지. 아버지가 꼭 해야 돼요? 다른 학자들이 하면 안 돼요? 그 사람들은 아버지보다 돈도 많잖아요?'
종국은 쓸쓸하게 웃으며 연택의 머리를 마구 흩뜨렸다. 그것이 종국의 유일한 애정 표현이었다.
'나중에 네가 크면 이해할 거다. 세상이 알아주든 몰라주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돈이 있고 명예가 있는 사람은 무서워서 또 힘들어서 못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거야…….'
미안하다……라는 종국의 마지막 말은 때마침 붕 하고 지나가는 버스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종국은 자신이 하는 일이 민족에게 필요한 일임을 확신했다. 그러나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했다. 모두가 자신의 일 때문에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 동생들까지.
(/p.147)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의 할아버지, 혹은 증조할아버지가 친일파였다면? 할아버지가 친일을 한 대가로 부자가 되었고, 그 돈으로 여러분의 부모님과 여러분이 지금까지 편안하게 잘살고 있다면? 대신 독립운동을 했던 누군가가 우리 할아버지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해 장애인이 되었다면?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어요?
참 어려운 상황이지요? 시험을 볼 때는 네 개나 다섯 개의 보기 중에 하나의 정답이 있지만 세상 일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대답은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답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
출생지 전남 구례
출간도서 37종
판매수 15,844권

소설가. 1965년 전남 구례 출생. 1990년 부모님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이어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 당선.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청소년소설 [숙자 언니], 인물이야기 [천국의 이야기꾼 권정생], [임종국], 르포집 [벼랑 위의 꿈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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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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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강정·밀양·쌍용차 등 투쟁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목판에 새기고 알려 왔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목판화에 담아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림책 [나는 농부란다]를 펴냈으며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놀아요 선생님], [북정록], [임종국, 친일의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신들이 사는 숲속에서], [나를 낮추면 다 즐거워],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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