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화. 진은 중국 양쯔강에서 태어난 미국 아이이다. 그래서 진은 '양귀'라고 자신을 욕하는 전쟁 중인 중국을 하루 빨리 떠나 미국으로 가고 싶어한다.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출발하는 날, 진은 그제야 중국 양쯔강이 자신의 고향임을 깨닫게 되는데…. 아이 내면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1920년대의 중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뉴베리 상'을 수상했다.

▶ 이 책은 아래 교과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6-2> 사회 2. 함께 살아가는 세계
<중등1> 사회 X. 아시아 사회의 발전과 변화

★ 1983 뉴베리 아너 상 수상
▶ 책 소개
두 개의 고향, 중국 양쯔 강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2개의 고향을 가진 진 프리츠는 정체성 때문에 질풍노도의 돛도 아니 단 작은 배처럼 흔들린다. 진은 지저분하고 개발되지 않은 중국 양쯔 강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인이다. 그래서 언제나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미국을 절실히 그리워한다.
산책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은 가난한 거리와 영국인 학교를 다니며 영국 국가를 불러야 하는 사실이 싫고, 자신을 막무가내로 '양귀'라고 욕하는 중국인들도 싫다. 게다가 중국은 중국의 근대사와 현대사가 나누어지는 분수령이 되는 5․4운동(5․4운동 :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 민중의 반봉건·반제국주의운동)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라 항상 전쟁 중이다. 그래서 자유가 생각나는 바다가 있는 베이다이허를 놀러갈 계획을 그런 불확실한 환경 때문에 접어야 했다.
그래서 진은 하루빨리 미국으로 건너가 진짜 미국인의 기분을 느끼기를 학수고대한다. 미국에 가 마음껏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친구들과 할로윈 행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중국은 진에게는 떠나야 할 외지일 뿐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미국으로 출발하자, 그제야 진은 '언제나 바로 우리 눈앞에 있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자신의 삶이 중국 한커우에 있었음을 느낀다.
게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자, 미국인들은 중국인을 쥐를 먹는 사람들이라고 놀리고, 성조기를 보며 자랑스럽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수 있으리라고 고대해 왔는데, 미국의 다른 아이들은 손을 배에 갖다대고, 장난칠 뿐이다. 또한 파머 체로 글을 쓰기를 강요하는 미국의 부조리함에 부닥치게 되는데……. 그렇게 진 프리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는데……. 작가 진 프리츠는 책 본문에서는 중국을 불평하고, 중국을 싫어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순간, 독자는 이 작가는 중국 양쯔 강을 고향임을 알게 되었음을, 그리고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원제가 《향수(Homesick : My Own Story)》이고, 한국어판 제목이 《그리운 양쯔강》인 것이다. 어쩌면 진 프리츠는 아르튀르 랭보의 시구처럼 '생은 다른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이란 게 알 수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국에 있을 때는 미국에 자신의 삶이 있다고 느끼고, 막상 미국으로 돌아가 어른이 되자 자신의 삶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중국에 있음을 느끼니 말이다.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사춘기에 들어선 우리 아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리운 양쯔강》의 배경 : 진 프리츠가 살았던 1920년대의 중국은 격동의 시기였다. 당시의 중국 대륙은 국내적으로는 공산당과 국민당이 대립하고, 국외적으로는 외세의 침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던 시기다. 또한 이에 반발하는 민중들이 근대문물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이던 시기였다. 역사적으로 특히 주목할 사건은 1919년 5월 4일, 베이징에서 일어난 중국 민중의 반봉건·반제국주의운동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의 일원으로 참가한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한 산둥권익(일본의 강압에 의하여 체결된 불평등조약)을 철회하라는 중국의 요구가 무시되자 학생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일본과 그와 결탁한 군벌에 대한 반대시위로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상인·노동자도 합세함으로써 전국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하여 중국 근대화를 추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그리운 양쯔강》에서는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 책을 펼쳐보니 :

엄마와 아빠와 헐 아줌마는 차를 마시러 라운지로 갔다. 에드워드는 이곳저곳 쑤시고 다녔고, 나는 나를 따르는 데이비드 오빠와 함께 배 뒤편으로 갔다. 일단 육지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진짜로 고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상하이의 스카이라인과 바삐 돌아가는 선창가를 바라보자, 내가 전혀 떠나고 있지 않다는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상하이 뿐 아니라 중국 자체를. 난 마치 한번에 이 나라 전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즉, 덜커덕거리며 가는 그 모든 인력거, 탑, 삐거덕거리는 우물, 군밤 장수, 물소, 블루벨 꽃, 회색 외투를 입은 군인, 아랫도리를 다 벗은 어린 남자 애를. 물론 커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내 정크 선이 떠 있는 진흙탕 양쯔 강도 말이다. 나는 중국의 냄새마저 맡을 수 있었다. 그건 음식을 요리하는 냄새, 그리고 아주 많은 밥그릇에서 올라오는 김이 땅 위에 안개처럼 떠 있을 때 나는 냄새였다. 하지만 그건 스르르 사라져 갔다. 내가 아무리 실눈을 떠 고 봐도 그 냄새는 풍경에서 바래며 사라져 갔다. 나는 여느 때처럼 슬픔에 차 있는 데이비드 오빠를 힐긋 보았다. 하지만 오빠는 헐 아저씨를 떠나서, 또는 중국을 떠나서 슬퍼하는 게 아니었다. 오빠는 여느 때처럼 자기 자신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나는 화가 치밀었다.
“데이비드 헐! 오빠 때문에 짜증 나. 오빠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과거의 어떤 것 때문에 징징 짜는 아이 같아. 오빠는 몰라? 오빠의 진정한 과거는 바로 저기 있다는 걸! 오빠 것과 내 것 둘 다!”
나는 중국을 가리켰다.
“언제나 바로 우리 눈앞에 있었지만 우리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어.”
데이비드 헐과 더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린나이나이의 선물을 펴 보려고 선실로 내려왔다. 그럼 기분이 훨씬 나아질 것 같았다. 가방에서 빨간 꾸러미를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그 안에는 한눈에 봐도 린나이나이의 자수 작품인, 네모지게 접힌 천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펴며 나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건 다림질하면 천에 인쇄되는 게 아니라 린나이나이가 직접 하나하나씩 도안한 거였다. 산을 그린 그림, 가리비 모양의 구름까지 높이 솟아 있는 가느다란 검은 선. 그 그림 한가운데는 블루벨 꽃과 나리꽃에 둘러싸인 연못이 있었다. 난 울기 시작했다. 코를 훌쩍이는 게 아니라, 침대에 몸을 던지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엄마와 아빠가 선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엄마가 내게 몸을 숙이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엄마가 볼 수 있도록 린나이나이의 자수를 집어 들었다.
“그래, 당연해. 네가 린나이나이를 그리워하는 건.”
엄마가 말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더한 것을 위해 울고 있었다. 쿨링의 기억보다 더한 것을 위해!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