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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김성종의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제3의 사나이』제2권.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에 닥쳐올 치명적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벌 회장과 그를 제거하려는 독재자와 살인자 제3의 사나이, 그리고 그들의 음모를 파헤치는 두 형사의 추적이 펼쳐진다.

추운 밤거리에서 한 남자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감쪽같이 사라진다. 그의 서류봉투에서 나온 국내 최대 재벌 회장의 파일과 자기앞수표 2억 원. 곧 머리와 팔이 잘려나간 그의 시체가 하얀 눈밭에서 발견되고, 살인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한편, 한국 경제를 일본의 지배로부터 구하기 위해 '한일 경제백서'를 발표한 재벌 회장은 독재자에게 도전장을 내고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는데….

최고의 인기작가 김성종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냉혹한 묘사, 스피디한 문장,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한국 정치.경제에 치명적인 위험을 경고한 김성종 추리소설!
한국 경제를 구하려는 재벌 회장과 그를 제거하려는 독재자. 그리고 제 3의 사나이.
그들이 펼치는 음모와 이를 뒤쫓는 두 형사들의 온몸을 던지는 추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섣불리 책을 덮지 못하게 한다!

아파트의 벨소리
작전 개요
유인
한일경제백서
미행자들
기자회견
밀회
몽상의 밤
과거와 현재
포장마차
제 3의 얼굴

한 회장은 마치 울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오병호라고 하는 수사 경찰관은 어느새 인상적인 인물로 그의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 경감은 그가 최근에 만난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한테서는 단순한 수사관 이상의 그 무언가가 풍기고 있었다. 그는 보다 인간적이었고, 그의 조용한 눈길 속에서는 진한 신뢰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는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결코 가담할 것 같지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그는 배반할 인물은 아닐 것 같았다. 배반을 많이 겪은 그는 그것을 제일 혐오하고 있었다.
오 형사가 조용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하는 조용한 말투 속에는 거절할 수 없는 강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한 회장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그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병호는 그에게 가능한 한 외출을 삼가 할 것, 예정된 스케줄 가운데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스케줄은 취소할 것, 불규칙적으로 움직일 것 등을 요구했었고 한 회장은 그 요구에 어느새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따르자니 마치 울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겨우 하루정도 그의 요구에 따르고 있을 뿐인데도.
전화벨이 울렸다. 그것은 서랍 속에서 아주 가느다랗게 울리고 있었다. 그는 열쇠로 서랍을 열었다. 거기에는 급하게 설치한 비밀 직통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전화는 오병호의 부탁을 받고 그와의 통화를 위해서 은밀히 설치된 전화였다. 한 회장은 가만히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도청당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전화였다.
“닥터 박 계십니까?”
“네, 닥터 박입니다.”
한 회장은 자신의 암호를 말했다.
“양 교수입니다.”
오 형사가 자신의 암호를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우울하게 들렸다.
“아, 양 교수, 무슨 일이 있나요?”
“손명기의 가족들이 모두 살해됐습니다.”
한 회장은 침묵으로 자신이 받은 충격을 대신했다.
“잔인하게 살해됐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몇이지요?”
“부인과 아이들 둘입니다. 아들하고 딸입니다. 범인은 칼을 사용했습니다. 살해된 지는 한 달쯤 된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장 가까운 곳에서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한 회장은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안됐군요.”
“네, 정말 안됐습니다.”
“범인은 밝혀졌습니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동일범의 소행으로 생각됩니다. 얼마 전에 범인으로 생각되는 자의 전화가 사건현장으로 걸려왔었습니다. 그자는 제3의 사나이로 자처했습니다. 정신이상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신이상자는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짓을 밥 먹듯이 저지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닥터 박께서도 조심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위험이 박두한 것 같이 생각됩니다. 놈이 닥터 박을 노리고 있다면 이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기 자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난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오.”
한 회장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