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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언어로 모성의 원리를 노래하는 유영삼의 시집!

유영삼 시집『흙』. 2005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한 유영삼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인의 시세계는 모성의 원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모성의 원리는 모든 것을 받아주고도 넉넉함이 남아도는 '대덕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 자궁의 건강함과 훌륭함, 즉 어머니의 건강함과 훌륭함에 의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약속된다고 노래한다.

시인은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맑고 깨끗한 세계를, 사실 그대로의 차원이 아닌 상징적이고도 은유적인 차원에서 풀어놓는다. 시인의 작품에는 고단한 가족사의 풍경이 담겨 있는데, 특히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들이 돋보인다. 무거운 가족 이야기 한편으로는, 사물에 대한 밝고 경쾌한 노래를 들려주는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양장본]

유영삼 시인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고, 2005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충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유영삼 시인 첫 시집인 󰡔흙󰡕은 비교적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러나 그 시세계는 ‘대덕大德의 사상’에 기초해 있으며, 그 대덕의 사상에 의해서 영원불멸의 모성의 원리가 자라나게 된다. 자궁의 건강함과 자궁의 훌륭함, 아니, 어머니의 건강함과 어머니의 훌륭함에 의해서 모든 종의 건강함이 약속되고, 이 세상은 더욱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된다. 삶과 죽음 따위에도 그 어떠한 슬픔과 비통함이 없게 되고, 오히려, 거꾸로 그 삶과 죽음마저도 자연스러운 순리로서 미화하게 된다.

“자궁이 뜨거운 여자지/ 낙하한 씨 온전히 품을 줄 아는/ 모두를 낳고/ 모두를 기르고/ 다산의 여자/ 모두의 어머니/ 모두의 유모/ 모두의 무덤/ 밭둑에 냉이 쑥 자궁 문을 열고 오는데/ 뒷집 할매 그 쑥 밟으며 산으로 간다/ 행여꾼 망자의 발자국을 덮으며 간다// 뜨거운 여자가/ 차가운 여자를 끌어안는다”
-유영삼, ｢흙｣ 전문

“무너진 돌담 새에/ 담쟁이 넝쿨 고 작은 손이/ 기우는 세상을 콱 움켜쥐고 있었다// 빈집을 볼모로 태양이/ 장미덩쿨에 불을 질렀다// 불 속에 갇힌 빈집/ 바지랑대에 쳐들린 빨래줄// 그 위에 걸려있는/ 내 혓바닥”
-유영삼, ｢고요한 정오｣ 전문

유영삼 시인의 ｢흙｣의 시세계는 일체의 꾸밈이나 장식이 없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세계이다. 그는 그 티없이 맑고 깨끗한 세계를, 그러나 사실 그대로의 진술의 차원이 아닌, 상징적이고도 은유적인 차원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 그 상징과 은유의 차원에서 “빈집을 볼모로 태양이/ 장미덩쿨에 불을 질렀다(｢고요한 정오｣)”라는 제일급의 시구가 탄생하기도 하고, 또한, 수백 개의 알전구를 켜놓고 자나깨나 그 집주인만을 학수고대([감나무])하는 제일급의 시구가 탄생하기도 한다. 상징과 은유는 가장 정교하고 화려한 수사법이며, 유영삼 시인이 그 수사법을 가장 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그의 시적 기교가 제일급의 경지에 올라 서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애지 주간 및 문학평론가 반경환

유영삼의 시에는 고단한 가족사의 풍경이 있다. 그중에서 특히 어머니를 소재로 한 시들의 울림이 큰 것은 그들 시편에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름을 겹쳐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거운 가족 이야기 한편으로, ｢파꽃｣, ｢흙｣, ｢돈 낳는 여자｣ 등의 시가 보여주는, 사물을 들여다보는 밝고 경쾌한 창窓을 갖고 있다는 건 그의 시의 커다란 미덕이다. 그의 시를 읽는 것은 고통스럽고 쓸쓸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그리움과 따듯함으로 다가온다. 어머니가 있으매,“나를 나무로 낳고 돌로 쳐 키우고 다시 목석이 되라 하시”는 인고의 세월이 거기 있으매, “새벽이 먼저 와 흰옷을 입”고 “돌들이 달려와 제단이 되”는 삶의 제의가 거기 있으매.
-송찬호 시인

시인의 말

1부

흙/ 봄 산/ 돈 낳는 여자/ 파꽃/ 바다/ 4月에/ 봄/ 뜨개질/ 살구나무/ 배나무밭가는 길
촛불/ 집 속의 눈/ 진달래/ 옆집에서 또 개를 잡는다/ 밤/ 열일곱 살 엄마/ 사막/ 가뭄
나의 어머니, 또 한 사람 폐비 윤씨 무덤에서/ 가을이 오는 소리/ 어머니
불두덩, 그 숲에도 하얀 눈이 내렸다/ 홍시/ 느티나무/ 찔레꽃/ 빨래

2부
갈대/ 말/ 밤새 혀가 아프다/ 쑥대밭/ 오름/ 그곳엔/ 그리움/ 겨울 낚시/ 달이 지고 있다
덩굴장미/ 대숲에서/ 저수지/ 나팔꽃/ 가을이 가는 소리/ 아침/ 장마/ 숯

3부
섬/ 太白山/ 감나무/ 殮/ 고요한 정오/ 고무신/ 붉은 강/ 봄비/ 목련/ 금빛고치/ 노을
눈이 온다/ 골목길/ 목욕탕에서/ 아우를 묻고 오는 길

해 설 -대덕大德의 사상
반경환.문학평론가

흙

자궁이 뜨거운 여자지
낙하한 씨 온전히 품을 줄 아는
모두를 낳고
모두를 기르는
다산의 여자
모두의 어머니
모두의 유모
모두의 무덤

밭둑에 냉이 쑥 자궁 문을 열고 오는데
뒷집 할매 그 쑥 밟으며 산으로 간다
행여꾼 망자의 발자국을 덮으며 간다

뜨거운 여자가
차가운 여자를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