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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없는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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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09 아침독서 추천도서 선정

    자유로운 상상력과 환경 파괴에 따른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온난화로 인해 육지마저 잃은 세상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각자의 반응과 선택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청소년 소설.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를 가진 인물들이 부딪치면서, 이야기는 생존 투쟁과 계급 제도, 권력 구조의 문제를 아우르며 예리하게 현실을 집어낸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사건의 가정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 얽힌 문제까지 파고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바다가 육지를 삼킨 세계에서, 우리는 숨 쉴 권리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21세기 말, 극심한 온난화에 빙하가 녹자 바닷물이 대부분의 육지를 삼켜 버렸다.
    한때는 산꼭대기였지만 지금은 섬이 된 마지막 육지 ‘윙’. 이곳마저 점점 파도에 잠겨 가자 섬사람들은 공포에 시달린다. 폐기된 사이버 세상에 접속해 노는 것이 취미인 소녀 마라는 그곳에서 이상한 여우를 만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건설된 공중 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라는 섬사람들을 설득해 그 공중 도시를 향해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벽을 둘러친 공중 도시와 오염된 바다 위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난민들이었다.
    그 비참함에 놀란 것도 잠시, 마라는 가족도 단짝 친구도 병든 바다에 빼앗기고 마는데….

    [태양이 없는 땅]은 생존을 위해 다른 가치가 무시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각자의 반응과 선택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다.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를 가진 인물들이 부딪치면서, 이야기는 생존 투쟁과 계급 제도, 권력 구조의 문제를 아우르며 예리하게 현실을 집어낸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사건의 가정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에 얽힌 문제까지 파고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2002 휘트브레드 상 후보작
    -2002 카네기 메달 후보작
    -2005 에코 프라이즈 창의성 부문 수상작

    본문중에서

    “나 좀 도와줘!”
    마라가 외친다.
    “우리 섬이 물에 잠기고 있어. 바다가 너무 빨리 불어나서 새로 살 곳을 찾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을 거야. 우린 신세계로 가야 해. 제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알려줘. 도시가 어디에 있는 거야? 현실 세계에서 가려면 어디로 가면 되지?”
    여우는 다시 돌처럼 굳는다. 두 눈의 검고 차가운 동공은 강렬하다.
    “너 정말 살아 있니? 위브에 사는 유령 아니야?”
    여우가 수상하게 여기며 묻는다.
    “살아 있고말고! 부탁이야, 도와줘! 섬에 대해 다 알려 줄게. 옛날이야기도 아는 대로 다 해줄게. 신세계를 찾도록 도와준다면 듣고 싶은 얘기는 다 해줄게.”
    여우가 마라의 눈 속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순간 마라는 저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있음을 확신한다. 속에서 무언가가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자연 그대로의 깊은 본능이 여우에게 다가가라고 말하고 있다. 마라는 여우의 매끄러운 갈색 털을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갔지만 사이버 우주에서 감촉을 느낄 수 있을 리 없다.
    “제발.”
    마라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pp.44~45)

    “물과 식량에 대해 물어봐.”
    브레나 아줌마가 외친다. 아줌마는 배고픔에 가만있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달래느라 지쳐 있다.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봐.”
    잠시 후 이웃 배에서 몸을 돌린 게일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려 있다.
    “가망이 없대요.”
    게일은 갑판 위로 풀썩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캠프 저편에 있는 뉴멍고의 굳게 닫힌 장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도시에서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겠지.”
    로완이 말한다.
    “물도 식량도 없이 여기 내버려 둘 리 없어.”
    “그렇지 않아.”
    기운 없이 늘어진 창백한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브레나 아줌마가 외친다.
    “도시 사람들이 상관할 이유가 없지. 우리도 어르신들과 함께 섬에 남았어야 했어. 우리 땅에서 모두 다 함께. 이 썩은 바다에서 죽느니 고향에서 죽지.”
    마라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 공포와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마라가 속으로 울부짖는다.
    ‘이건 최악의 상황이야.’
    (/ p.85)

    자작나무 아래쪽에 난 가지를 꺾으려고 도끼를 들자 누군가가 마라의 손목을 아프게 붙잡는다. 마라가 몸을 돌린다. 고밸스다.
    “뭐 하는 거야?”
    고밸스가 놀란 눈으로 묻는다.
    “나무가 필요해서. 불이 너무 약해서 춥잖아. 왜 그러는데?”
    고밸스는 마라의 손에서 도끼를 빼앗고는 마치 마라가 클레이슬랩스를 불에 굽자는 말을 한 것처럼 끔찍한 눈으로 마라를 노려본다.
    “우리는 나무를 죽이지 않아.”
    고밸스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마라를 살펴본다.
    “네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넌 돌의 얼굴이 될 수 없어. 나무를 죽이는 건 끔찍한 죄야.”
    고밸스는 이윽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말한다.
    “설마 나무를 죽여 본 것은 아니겠지?”
    (/ pp.189~190)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말이야. 하지만 보트 캠프라니. 게다가 노예라고? 어린 노예?”
    여우의 투명한 눈이 마라를 보고 애원한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두다니 믿을 수가 없어.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야.”
    여우의 갈색 눈빛이 단호해진다.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야. 신세계가 난민과 어린이들을 노예로 쓰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할아버지가 아니야.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할아버지가 알고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왜 장벽을 지었다고 생각해? 난민들을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서야!”
    마라가 외친다.
    “신세계 확장 사업의 노동력은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해? 바로 노예들한테서 나오는 거야.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겠지. 너한테는 자상한 할아버지일지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의도가 빗나가기 시작한 거야. 신세계는 잘못되기 시작했다고. 너희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야.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보트 캠프에서 죽었고 그 친구의 쌍둥이 오빠도 이미 죽었을지 몰라. 우리 가족은 여기 오기도 전에 물에 빠져 죽었어. 저 더러운 캠프에 닿기도 전에 말이야. 내 여섯 살짜리 동생도!”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여우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없이 마라를 바라본다.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가 어떻게 했어야 해?”
    여우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다 구할 수 있었겠어? 신세계 사람들은 최대한 노력했을 거야!”
    (/ pp.290~291)

    “마라, 마라!”
    고밸스가 마라의 품에 안긴다. 마라가 고밸스를 힘껏 껴안자 그가 움찔한다.
    “어디 다쳤어?”
    “상관없어.”
    고밸스는 마라를 안심시키려 한다. 그러나 마라는 고밸스가 상처를 입었거나 몸이 아프다는 것을 눈치 챈다. 게다가 겉모습도 달라졌다. 머리는 삭발을 당하고 몸은 매우 마른 데다 몹시 지쳐 보인다.
    “널 보게 돼서 정말 반가워, 마라. 아니, 그게 아니지.”
    고밸스가 말을 정정한다.
    “반갑지 않아! 네가 여기 있다는 건 너도 노예로 끌려왔다는 뜻이잖아!”
    “아냐, 고밸스. 난 노예가 아니고,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트리네스터들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아이들을 데리고 배로 도망칠 거거든. 설명할 시간이 없어, 이제 가야 해.”
    (/ p.343)

    ‘로완과 다른 섬사람들은 어떡하지? 하지만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밖에 없어.’
    마라는 항해 디스크를 재가동 시킨다. 배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라는 갑판으로 뛰어나간다.
    갑작스런 배의 움직임에 바다로 나가떨어진 난민들의 비명이 공기를 가득 메운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로 파도에 거품이 인다. 마라는 말할 수 없이 괴롭다. 차마 지켜볼 수 없다. 그러나 마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 기다렸다면 배가 뒤집어졌거나 경찰에 잡혔을 것이다. 마라는 갑판에 풀썩 주저앉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후들거린다.
    “마라, 저것 좀 봐!”
    고밸스가 장벽을 가리키고 갑판에는 커다란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다른 배들의 흰색 선체가 장벽을 나서는 모습이 보인다. 마라의 떨리는 몸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함께 환호성을 지를 수가 없다. 마라는 숫자를 세고 있다. 모든 배가 다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한 척도 못 나온 것보다야 낫지만, 마라는 죄책감과 충격에 휩싸인 채 팔에 얼굴을 묻는다. 난민들이 몰려와 배가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이 되자, 마라는 자신과 배에 탄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자 하는 강력한 충동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죽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다른 난민들을 돕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칼레돈이 한 짓과 다를 게 없다. 만약 상황이 더 심했다면, 마라는 아까와 같은 생존 욕구를 못 이겨 더 심한 짓도 마다않고 행하지 않았을까?
    (/ pp.358~359)

    저자소개

    줄리 버타그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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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 버타그나는 스코틀랜드의 에어셔 주에서 태어나 글래스고 대학에서 문학을 배웠고, 편집자, 교사, 저널리스트를 거쳐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버타그나의 청소년 소설들은 하나같이 카네기 메달 후보에 올랐으며, 그 중에서도 [태양이 없는 땅]은 휘트브레드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각종 추천 서적에 선정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온난화 때문에 육지가 줄어든 세상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과 기득권층의 권력 문제를 고발한 [태양이 없는 땅]은 최근 영국에서 속편이 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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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와 언어 사이의 바다를 건너 말의 '맛'을 맛깔스럽게 풀어내며, 청소년 소설과 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 1999년 이화여대 철학과에 입학하여 200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 석사 학위를 수료했다. [비바비보]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태양이 없는 땅]을 비롯하여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사막의 꽃] 등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중견 문학가이자 번역가인 아버지 이윤기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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