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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의 나라 태봉-그 역사와 문화』는 궁예와 태봉에 관한 각각의 주제들을 다루면서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왕의 연구성과를 세밀히 검토하고 충분히 섭렵하여 누구라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다시 말해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다각도로 살펴본 궁예와 태봉에 관한 최초의 개설서이자 앞으로의 본격적인 연구를 위한 종합입문서이다.

궁예, 폭군인가 비운의 패자인가
궁예 그리고 그가 세운 나라 태봉은 한국사상 최대 격변기 중의 하나였던 후삼국시대에 한때 최고의 강자로 군림하였다. 우리 역사상 군주가 자신을 부처라고 칭한 것은 궁예가 유일하고, 국왕을 신격화하여 신정적 전제주의를 추구한 국가 역시 태봉이 유일하다.
미륵의 이상세계를 실현하려는 궁예의 노력은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과감하였기 때문에 후대의 역사가들, 특히 유교적 이념에 충실한 역사가들은 궁예를 ‘폭군’이라는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
그러나 불만과 모순이 가득한 당대의 현실을 이상사회로 개혁하고자 했던 궁예의 모습은 ‘정사’보다는 ‘설화’ 속에서 그 생명력을 면면히 이어왔다. 비록 짧은 기간 명멸하였지만 궁예와 태봉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면으로 역사적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책을 내면서 / 머리말

1부 궁예와 태봉, 건국에서 몰락까지-역사와 정치 그리고 문화
1장 궁예의 세력 형성과 건국
출신 / 출가와 승려 생활 / 반란군 가담과 자립 / 철원 진출과 도읍 설정 / 송악 천도와 건국

2장 태봉의 중앙정치기구
마진 시기, 광평성체제의 성립과 호족연합정권 / 태봉 시기, 광평성체제의 변화와 신정적 전제주의

3장 태봉의 종교와 사상
궁예왕과 미륵신앙 / 궁예왕과 유교적 정치이념 / 궁예왕과 풍수도참설

4장 궁예정권의 영토확장과 영역변화
궁예의 초기 활동지역 / 양길 휘하에서의 활동지역 / 송악 도읍기의 영토확장 / 마진 시기의 영토확장 / 태봉 시기의 영역

5장 태봉의 대외관계
태봉 대외관계의 실상 / 태봉 대외관계의 성격과 평가

6장 태봉의 정치적 지향과 유산
마진․태봉 시기 궁예의 정치적 지향 / 왕건의 고려 건국과 궁예의 정치적 유산

2부 태봉의 자취를 찾아서-유물과 유적 그리고 전설
1장 철원 지역 성곽의 성격
철원 지역 성곽의 현황 / 궁예와 철원 일대의 성곽

2장 철원 월하리 유적의 조사 결과와 성격 검토
월하리 유적의 위치와 주변 현황 / 월하리 유적의 조사 내용 / 월하리 유적 관련 문헌기록의 검토

3장 태봉 지역 불교미술에 대한 시고
태봉시대 불교미술의 성격 / 태봉 지역의 불교조각 / 중부 지역 불교조각의 새로운 요소와 그 의의 / 태봉 이후의 불교조각, 궁예미륵

4장 전설에 나타난 궁예왕
문헌전설에 나타난 궁예왕 / 구비전설에 나타난 궁예왕

5장 문학․영상작품에 그려진 궁예왕과 태봉
문학작품에 그려진 궁예왕과 태봉 / 영상작품에 그려진 궁예왕과 태봉

맺음말 / 주 / 관련연표 / 참고문헌 / 찾아보기

궁예는 명주에서 자립한 이후 사원세력이나 초적세력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호족세력과 결합하였다. 궁예는 철원에 도읍한 896년 전후 무렵부터 901년 후고구려를 건국하기까지 패서와 송악 지역, 한산주 지역과 한강 하류 일대, 남한강 유역의 호족세력들과 결합하였다. 그리하여 궁예는 후고구려 건국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호족연합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36쪽)
왕건은 궁예의 정치적 유산을 상당히 계승하였다. 골품제를 탈피한 중앙정치제도, 주州의 설치와 군현명호 개정을 내용하는 지방제도 개편, 토지 면적에 기준을 두고 조租를 수취하는 방식 등은 마진 시기 이래 궁예가 추진한 정책 방향을 이은 것이다. 왕권강화에 걸림돌이 되는 지방세력 출신과 공신들에 대한 강력한 억압과 숙청은 왕건대에는 유보되었고, 그 결과 그의 사후 정치적 갈등이 발생하였다. 그렇지만 광종대에는 노비안검법을 비롯한 제도적 조처와 함께 참소를 허용한 강력한 숙청작업을 통하여 왕권강화를 실현하였다. 이는 마진 시기 이후 궁예의 정책과 통하는 것이었다.(129～130쪽)
역사를 주제로 한 문학작품이나 영상작품의 경우,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역사적 사실’, ‘역사적 상상력’, ‘역사적 진실’의 문제가 될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 나온 궁예왕에 대한 문학작품과 영상작품에서는 역사적 기록, 사실의 수준을 넘어서는 해석의 역사, 사라진 역사에 대한 재구성, 상상력으로 재해석된 역사상은 제대로 나오지 못하였다.(2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