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진폐증은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생기는 산업재해, 직업병이다. 이 책은 진폐환자들의 위대한 투쟁사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한 현장기록이다.

폐광지역의 가장 위대한 투쟁사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 공표 된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특별법은 전체 진폐환자의 10% 수준에 불과한 요양환자들만을 위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요양환자들에겐 입원치료와 생계비지원(휴업급여)을 해주면서도 재가진폐환자들은 아무런 혜택 없이 사각지대에 방치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진폐환자임에도 재가환자들은 극명한 차별대우를 받아온 것이다. 이에 대한 오랜 불만은 2004년에 터진 ‘진폐브로커사건(자료 1, 2참조)’으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진폐요양판정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여 명으로부터 3억8천만 원을 갈취한 브로커와 병원장 등 8명이 구속된 사건을 통해 진폐관리제도의 문제점과 오래도록 곪아온 환부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이 일이 반면교사가 되어 진폐제도개선과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단체설립의 필요성이 제기 되었다. 태백경실련 대표를 지낸 강직한 성품의 주응환 씨에게 그 역할이 주어져, 우여곡절 끝에 2005년에 한국진폐재해자협회가 탄생하였다.

협회는 재가진폐환자권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2005년엔 SBS 뉴스추적에, 2006년엔 EBS 똘레랑스에 한 시간 동안 재가진폐환자문제가 집중 보도되었다. 주응환 회장 등 지도부는 진폐환자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단체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찾아 동분서주하였다. 2006년 여름엔 민주노총과 연대한 산업재해법개악저지투쟁에 세 차례나 동참했다. 생활이 어려운 진폐환자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벌인 참으로 눈물겨운 상경투쟁이었다. 이 연대투쟁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으로 재가진폐환자문제를 노사정이 함께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 생존권투쟁의 실전경험을 쌓은 것이 값진 소득이라 할 수 있다.(그때 가슴속에 묻어둔 불씨들이 2007년 투쟁 때 용광로의 밑불이 되었다.) 12월엔 노사정이 발표한 총 80개 항목의‘산재보험 제도개선 합의사항’에 진폐환자문제가 포함되었다. <재가 또는 요양 중인 진폐환자의 적정한 보호 및 요양관리를 위해 별도 논의기구를 통해 진폐판정제도, 진폐환자의 요양 및 통원기준, 장해판정 기준을 논의한다.> 이러한 조항을 만들어 재가진폐환자문제 해결에 정부당국이 적극 나서라는 명분이 주어졌음에도 노동부는 이를 외면한 채 장기간 방치하였다. 고심하던 협회는 2007년 6월 강원도의원을 지낸 성희직 씨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된다. 국회에서 가진 진폐관련기관 단체들의 독일연수보고회에서‘진폐환자보호 종합대책’이란 공문을 발견하였다. 2001년 9월에 발표한 6개 항엔 재가진폐환자 생활비지원 조항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2002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하고서도‘생계비지원’항목은 2004년도에 어물쩍 폐기해버린 것이다. 이를 근거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대의명분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협회는 2007년 9월 정책토론회를 가진데 이어 대정부투쟁을 계획하였다. 도의원시절부터 대정부협상과 투쟁경험이 풍부한 성희직 후원회장에게 투쟁위원장 역할이 맡겨졌다. 3개월여에 걸친 치열한 생존권투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투쟁백서는 이들에게 바치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어제의 산업역군인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한국진폐재해자협회 사무국장 김상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죄로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생간을 쪼이는 형벌에 처해진 프로메테우스. 지하막장에서 목숨 걸고 불(석탄)을 훔쳐 우리 국민들이 춥고 가난한 시절을 이겨내도록 한 탄광노동자들. 그들 중엔 불치병인 진폐증에 걸려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이 상당합니다. 참다못해 막장 작업복차림에 곡괭이와 톱 도끼를 들고서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사생결단,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하고 피보다 더 붉은 함성을 질러댔습니다.

2007년 10월부터 3개월간 우리는 그렇게 처절한 생존권투쟁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노동부에서‘진폐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여 법령개정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불합리한 진폐환자보호. 관리정책에 일대 개혁과 대수술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 책은 진폐환자들의 위대한 투쟁사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정리한 현장기록이기에 자료 적가치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프랑스 영화‘제르미날’을 본 적이 있습니다. 광산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의 이야기가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속 장면들의 이미지가 강렬하여 그들의 처절한 투쟁 모습이 지금도 단편적으로나마 눈에 선합니다. 이 책 속의 사진과 기사들을 관심 있게 읽으시는 독자들이라면 진폐환자들의 치열하고 처절한 투쟁모습에 분명 제르미날 이상의 큰 감동을 받게 될 것입니다. 책 제목 앞에 ‘한국판 제르미날’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의 발간을 계기로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상징인 진폐환자들의 복지와 인권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 책이 진폐환자복지와 인권을 지켜낼 ‘무기’가 되어 저희들이 더 이상 투쟁할 필요가 없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토록 값진 책을 세상에 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유창식 정선군수님. 회원들을 대신하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불굴의 막장정신으로 투쟁에 동참하신 재가(在家)진폐환자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한국진폐재해자협회 회장 주응환)

발간사·주응환(한국진폐재해자협회 회장) | 8
사진으로 보는 뉴스 | 10
프롤로그·폐광지역의 가장 위대한 투쟁사 | 14

한국진폐재해자 협회 설립 계기가 된 ‘진폐브로커사건’ | 18
재가 진폐환자 생존권투쟁의 출발점 | 20
‘프로메테우스의 후예들’ | 34
광화문에 나타난 어제의 산업전사들 | 40
폐광지역에서 가진 대규모 궐기대회 | 68
“우리는 연탄재가 아니다” | 85
무기한 단식투쟁, 이제는 사생결단이다 | 97
대통령께 드리는 탄원서 | 113
언론이 집중조명한 갱목시위 | 123
투쟁지도부 삭발식을 가지다 | 152
한겨레신문, 또 다시 재가진폐환자들을 만나다 | 164
정선군의회, 대정부 건의서 채택 | 168
“재가진폐환자 처우 개선 대책 마련하라” | 171
“재가진폐환자 지원 약속 지켜라” | 172
경찰과 진폐환자 | 173
진폐환자들 강원랜드에 복지사업 지원촉구 | 174
성희직 시인의 단식에 즈음한 탄광·폐광지역 문인들의 입장 | 176
막장정신으로 시작한 제5차 총궐기대회 | 178
재가진폐환자, 그들은 누구인가! | 191
성희직 투쟁위원장의 단지(斷指)사건에 대하여 | 214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께 바란다 | 228
월간조선 2008년 1월호 집중보도 | 232
르포·태백 재가진폐환자를 찾아서 | 250
노동부‘진폐제도개선협의회’에 바라는 의견서 | 266
노동부의 ‘진폐제도개선(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 | 268
맹문재 시인의 ‘신문고를 넘어서’ | 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