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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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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현대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경쾌하게 표현한 작품!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의 장편소설『무중력증후군』. 스물다섯 살 청년 '노시보'를 중심으로, 달이 2개에서 6개까지 분화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으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휴대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받고,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살펴야 직성이 풀리는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그에게는 기원에 다니는 엄한 아버지와 모든 종교를 섭렵한 엄마,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형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1년 동안 8개의 직장을 다닌 노시보는 현재 부동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는 최근에 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달이 2개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힌다. 스스로를 중력을 초월하는 무중력자라고 부르는, 달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달이 점점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달을 하나의 생활터전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몸 곳곳이 자주 아파 병원에 가는 것이 일종의 취미인 노시보는 그런 증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자 송영주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되는데…. 병명은 바로 무중력증후군!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달이 분화하면서 온갖 소동이 벌어지는 지구. 결국 6개까지 생겨난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고, 노시보는 이러한 과정 끝에 자신이 조금은 성장했음을 깨닫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뉴스에 매달리는 노시보의 모습은 현대인의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이튿날 아침, 나를 흔들어 깨운 것은 뉴스 앵커의 목소리였다.
“1986년의 크뤼트네와 2002년의 J○○2E2를 기억하십니까?
어제 저녁, 제2의 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달은 그것이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 견고해질 때쯤 한 번씩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의 달이 또 한 번 발작을 일으켰다. 달은 플라나리아처럼 두 개체로 분리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도 예상 못한 발작이었다.
달은 또 하나의 달을 복제해놓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떠 있었다.

무중력조차 중력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상의 무서움과 서글픔에 대한 자기 비판적 보고서!


제13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상금 5천만원 고료)은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이다. 심사위원들에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으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그려나간다”고 평을 받은 이 작품은 뉴스홀릭 ‘노시보’를 주인공으로, 달이 2개에서 6개까지 분화하는 과정과 함께 지구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달이 하나 둘 분화하면서, 달로 이주하려는 무중력자들이 등장하고, 사회는 달로 떠나려는 사람들과 자살자들이 늘어난다. 그와 더불어 노시보의 일상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구보의 일상까지 완전히 바뀐다. 엄마는 달 여행 후 무중력미용실을 개업하고, 소설가를 꿈꾸던 구보는 돈을 벌기 위해 ‘무중력 판타지아’ 회사에 취직하고, 사법고시 공부하던 형은 가족 몰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뉴스를 만들어내는 기자에게 ‘무중력증후군’이라는 병명을 판명받게 되는 노시보! 결국 6개까지 생겨났다는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고, 노시보는 또 다른 뉴스에 의해 만들어진 신종병에 물들어간다. 그런 과정 끝에 주인공은 스스로 조금은 성장했음을 깨닫게 된다.
요리사가 되고 싶어하는 고시생 형 노대보, 한 달 동안 달 여행을 갔다 온 후 무중력미용실을 연 엄마, 바둑 기원을 다니다 결국은 엄마의 ‘셔터맨’이 된 아버지, 소설가로의 등단을 꿈꿨으나 ‘무중력 판타지아’ 회사에 들어갔다가 결국은 다시 자기 세계로 돌아간 친구 구보, ‘뉴스는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기자 송영주, 같이 근무하는 부동산 회사의 이 과장, 홍 과장, 조부장. 소설 속에 묘사되는 인물들은 지금 우리 옆에서 동시대에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MP3 플레이어로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인터넷을 켜고, 포털사이트 화면에서 뉴스를 클릭하고 있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직장인의 고충과 비애를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관한 탈출을 뉴스에 매달리며 표출하고 만족하는 노시보의 엉뚱한 발상과 모습이 때론 사랑스럽다.
1년 동안 다닌 회사가 8군데이고, 그 중의 반은 회사가 망해서 그랬다는 노시보의 직장생활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88만원 세대의 일상이며, 달이 분화한 후 등장한 무중력자들의 집회와 문워크 장면, 땅뿐만 아니라 달까지 팔려고 하는 부동산 회사 등의 엉뚱한 상상은 지금 현실과 교묘히 맞물려 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소화불량’, ‘외로움’, ‘숙취’, ‘엉덩이 처짐’, ‘눈 밑 주름 강박증’, ‘신경질적 무릎 관절염’ 등 과거에는 없었으나 현대에 와서 생긴 수많은 병들이 결국은 ‘무중력증후군’이라는 판명을 받게 될 때쯤이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달이 늘어난 후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pp.154)”처럼, 뭔가 터져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달의 분화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혹은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끝이 되었다. “편의점에 갔다가 보름달 빵을 보는데, 문득 ‘편의점에서 달을 판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글 속에서 ‘달은 상징일 뿐, 중요한 것은 지구 위의 삶’이라고 얘기한다.
심사위원들에게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땅에 두 발을 딱 붙이고 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엉뚱한 상상력과 촘촘하게 짜여진 구조와 더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조차 여자 작가가 썼다는 말에 놀랄 정도로, 남자를 화자로 쓰인 이 책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25살 남자의 가족과 직장 생활, 소소한 일상과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 주요 내용

스물다섯 살의 노시보는 뉴스홀릭이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 뉴스를 받고,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살펴야 직성이 풀린다. 노시보가 불안한 때는 뉴스가 없을 때이다. 세상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동안, 혹은 아무런 뉴스도 듣지 못하는 동안 노시보는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노시보는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8개의 직장을 다녔다. 기원(碁院)에 다니시는 엄한 아버지와 모든 종교를 다 섭렵하신 엄마, 사법고시를 준비 중인 형이 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 미라와는 최근에 헤어졌다. 그는 현재 부동산 회사에서 땅을 파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느 날 달이 2개로 늘어난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히고, 세계적으로 가출과 폭력과 자살이 속출한다. 종말론이 다시 등장하고, 백년 후의 지구 상황을 예측하며, 달에 기지를 세우자는 등 달을 여러 가지로 활용하려고 한다. 달로 이주하려는 사람들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스스로 중력을 초월하는 무중력자라고 부른다. 무중력자들은 지구를 떠나기 위해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거나, 무단가출을 하면서 지구에서 사라진다. 집에서는 엄마가 달구경을 간다고 사라졌고,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형은 부모님이 안 계신 틈을 타서 집에 와서 몰래 몰래 요리를 해놓고 가곤 했다. 두 번째 달이 뜬 후 15일 후에 세 번째 달이 뜨면서 사회에는 연쇄적인 범죄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스스로 ‘종합병원’이라고 부를 만큼 몸 곳곳이 자주 아픈 노시보는 병원과 한의원에 가는 것이 일종의 취미활동인데, 그런 증상에 관심을 갖는 기자 송영주(퓰리처라 부름)를 만나게 된다.
달이 4개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달을 생활터전으로 인식한다. 달나라 분양권이 팔리기 시작하고, 금세 동이 난다. 땅을 파는 노시보의 회사에서는 불황이 깊어지자, 사장이 나서서 달을 팔겠다고 나선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하고, 친구 구보는 섹스머신 ‘무중력 판타지아’를 팔기 시작한다. 노시보는 기자 송영주와 함께 건강검진을 하고, 일과 연관되어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되지만 기자는 타이밍을 맞춰 뉴스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달이 뜨는 것도 일상적인 자연현상이 된다. 예고한 시간에 달이 뜨고, 규칙을 발견한 사람들은 긴장하지 않는다. 아무도 긴장하지 않는 그 순간, 송영주는 노시보의 병명을 발표한다. 무중력증후군!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에 갈 때마다 모든 의사가 무중력증후군이라고 판정하며, 모두가 같은 병을 앓게 된다.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중력증후군을 사고파는 일까지 생겨난다.
달은 6개까지 늘어나고, 모든 무중력적인 사업들은 인기를 잃는다. 그리고 일곱 번째 달이 뜨기로 한 날, 달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고, 뉴스에서는 또 새로운 신종 증후군이 등장한다.

■ 심사평

《무중력증후군》을 읽다가 몇 번인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재기 발랄한 표현, 신선한 문체, 빠른 보폭의 사건 전개, 엉뚱하고 대담한 상상력이 그 경쾌한 날개 위에 독자를 태우고 날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의 등 뒤는 신경도 쓰지 않는 장난꾸러기처럼 독자를 즐겁게 하고 웃게 하고 또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군중의 소외감을 은유와 농담과 알레고리로 표현하며 소외의 무거움은 가볍게, 상처의 잔혹함은 경쾌하게 그려 나간다. 가벼움과 무거움을 이처럼 날렵하게 비벼내면서 동시에 공감을 얻어내는 작가의 솜씨는 신예답게 기발하고 패기만만하다. 작가가 앞으로도 작품 속 주인공처럼 ‘무중력’에 휘둘리지 않고 대지에 발을 붙이고 서서 사람살이를 깊고 넓게 다루는 멋진 작품을 써 나가길 기대한다. -황석영/도정일/김인숙 (심사평)

■ 추천평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은 달의 복제와 증식이 지구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다. 이제 지구는 더 이상 지구적 차원에서만 다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작가가 지구의 문제를 우주적으로 휘발시키지는 않는다. 부동산 투기나 포르노의 일상화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무한팽창과 소멸을 달의 시선으로 포착하되 지구적으로 접근하는 것, 즉 원시(遠視)와 근시(近視) 혹은 거시와 미시의 적절한 안배를 통해 작가는 나름 현실을 포착하는 자신만의 균형감각을 유지한다. 그러니 우리는 제목 ‘무중력증후군’을 중력의 법칙조차 벗어나고픈 무중력 세대의 증상에 대한 명명법으로 단순히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무중력조차 중력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의 무서움과 서글픔에 대한 작가의 냉정한 현실 판단을 요약한 것이다. 윤고은의 이 서늘한 현실진단력이야말로 패배의식에 젖은 무중력세대의 자기비판적 중력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심진경(문학평론가)

소설이 허구의 확장을 통해 새로워진다고 봤을 때 이 소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보라, 45억 년간 하나였던 달은 여섯 개까지 분화하고, 무중력증후군이라는 기이하고 낯선 신종 질병이 출몰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허구의 확장인가! 그리고 이 놀라운 허구의 확장 속에는 뉴스에 목말라하고 비루한 일상에 찌든 현대적 삶의 알레고리가 담겨 있다. 그렇다. 작품의 생명력과 시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성원(소설가)

달처럼,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사람의 살가운 글맛이 느껴진다. 기지가 반짝이는 작품이다. -한강(소설가)

《무중력증후군》은 심각한 현실의 비애를 함축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못 활달한 유머를 통해 상대화하는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 탓에 한국 소설의 밀도는 더욱 깊어졌고, 상상력의 자기장은 더욱 넓어졌다. -이명원(문학평론가)

일상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새로움의 가능성이란 일상의 성찰일 때 비로소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법. 《무중력증후군》의 발랄한 환상이 경박함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러한 미덕을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홍기돈(문학평론가)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있는 묘한 소설이다. 낄낄 웃으며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비범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 보잘것없고 사랑스러운 인물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정이현(소설가)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은 당돌한 소설이다. 작가는 달의 증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지금, 이곳”의 삶을 흔들어놓는다. 패기만만한 젊은 작가는 가볍고 매서운 문장으로 세상을 겨눈다. 이 벼려진 문장 속에서 세상은 돌연 낯설어진다. 하여, 작가를 통해 동시대는 “무중력증후군”으로 진단받는다. 아니 그것은 진단이 아닌 관통이다. -강유정(문학평론가)

목차

1. 입춘대박
2. 제2의 달
3. 무중력자들의 커밍아웃
4.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5. 휴거
6. 심플라이프
7. 유전자의 발작
8. 패키지 범죄의 본능
9. 달 특집 토론회
10. 엄마가 돌아왔다
11. 무중력 미용실
12. 신대륙
13. 달나라 납골당 주식회사
14. 문란한 밤
15. 종말도 식상해
16. 다른 소설가 구보 씨
17. 무중력증후군
18. 중력이 증발하다
19. 달의 몰락

작가의 말
추천평

본문중에서

지하철은 매순간 목적지를 향해 흘러간다. 그 식상한 리듬에 맞춰 사람들은 흔들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같은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잠재울 만한 거대한 파업이 일어나주기를. 대공항이라든가 전쟁이라든가 동시 다발적인 정전이라든가 식품 파동 같은 것들,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소외당할 만큼 중요한 뉴스들. (pp.10~11)

“우리는 말이다. 플랑크톤이 자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말이야. 멸종과 멸종 사이, 그러니까 플랑크톤조차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대 말이야. 진짜가 아니라 리허설 같은 시대! 게다가 우린 다 엑스트라지. 누구 하나 이 무대를 휘어잡을 사람이 없어. 다 엑스트라야. 지구인들은 모두 엑스트라!”(pp.19~20)

나는 늘 아프다. 아무래도 질긴 바이러스가 신체 부위별로 혹은 장기별로 떠돌면서 증상을 보이는 것 같은데,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 생각해보면 나만 아픈 것은 아니다. 사무실은 병균 덩어리였다. 본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장은 ‘추함’을 앓고 있고, 조 부장은 ‘무모증’과 ‘외로움’을 , 그리고 이 과장은 ‘외로움’과 ‘숙취’를 앓았다. 앙숙인 조 부장과 이 과장이 같은 병을 앓는다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홍 과장은 ‘엉덩이 처짐’과 ‘교통 체증으로 인한 짜증’이란 병을 앓고 있다. 젊은 피를 자랑하는 김 과장 역시 ‘노동’이란 병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유 과장은 ‘눈 밑 주름 강박증’을, 송과장은 ‘신경질적 무릎 관절염’을 앓았다. 내가 지금 나열한 것들은 모두 과거에는 없었으나 현대에 와서 생긴 비질병성 사례 상위 20위 안에 드는 것이다. (pp.47)

아무도 망언하지 않았고, 아무도 테러하지 않았다. 어떤 동물도 도로를 점령하지 않았고, 어떤 과자에서도 애벌레가 나오지 않았다. 신문을 장식하는 것은 오로지 기계처럼 움직이는 정치판이나 연예계 뉴스뿐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여전했고, 국회의사당에서 크고 작은 ‘게이트’들을 사육하는 것도 여전했다. 그러나 모두 마치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지리멸렬했다. 세상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동안, 나는 마치 아무런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pp.233)

긴 봄, 정말 달이 늘어났던 것일까. 우리의 상상력이 늘어났던 것일까. 어디선가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른 것이 아닐까. 양치기의 거짓말에 지쳐 진짜 늑대를 보지 못한 사람들처럼, 어딘가 진짜 달이 떠오른 것은 아닐까. 진짜 두 번째 달 말이다. 어쨌거나 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의 거짓말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달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들킬 때까지 계속할 거짓말을. (pp.289~29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0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제2회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2008년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으며, 장편소설로 '무중력증후군', '1인용 식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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