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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

오늘날의 세계에는 미국의 제국주의와 신자유쥬의적 세계질서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 저항 세력들은 과연 얼마나 '진보적 대안의 표현'일까?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살펴보고, 그것에 대한 저항의 발화지점들을 주목하며 그 내용과 의미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으로, 1960년대의 영국 신좌파에 뿌리를 두고 1964년부터 매년 한 번씩 현안쟁점 및 관련논의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담아 발간돼온 연간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의 제44호(2008년호)를 번역한 것이다.

엮은이인 리오 패니치와 콜린 레이스는 머리말에서 “신자유주의의 반혁명이 시작된 지 30여 년, 미국의 제국주의가 공공연하게 본모습을 드러낸 지는 10여 년이 지났다”는 말로 지금의 시간적 국면을 규정하고 “오늘날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생겨나는 ‘반발의 발화지점’들에 주목하고 그러한 발화지점들을 만들어내는 정치적 추세에 대한 신중하고 냉정한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먼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전선인 중동과 관련해서는 이슬람주의의 반제국주의가 지닌 양면적 성격, 이슬람주의를 부각시킨 서구의 작용, 이슬람주의의 다양한 정치적 행태를 검토하고, 이라크, 팔레스타인, 터키에서 종교와 정치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의 전선인 중남미와 관련해서는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혁명을 비롯한 이 지역의 '핑크색 밀물'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보며, 오늘날 동유럽, 프랑스, 미국의 사회 저변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움직임을 살펴보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좌파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의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전선은 중동과 이슬람주의에 있고,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저항의 전선은 중남미에 있다. 이 책에 실린 글 가운데 6개의 글은 중동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이슬람주의의 반제국주의 이념 및 행동의 성격과 의미를 진단하고 있고, 8개의 글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중남미의 좌파정치와 대중운동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정치적 아노미에 빠진 동유럽의 현황,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주노동자들의 봉기가 지닌 정치사회적 의미, 미국 노동자운동의 최근 흐름을 각각 점검해본 글도 이 책에 실려 있다.
모두 23명에 이르는 이 책의 필자들은 오늘날 인류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예리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만, 그에 대한 저항과 반발의 움직임들에 대해서도 그 공과를 분명하게 지적하는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자들은 이슬람주의 운동이 제국주의의 세계전략에 흠집을 내는 역할을 해온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정의의 실현과 피억압 계층의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적 대안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브라질의 룰라 정부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가 진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룰라 정부에 대해서는 국내외 자본과 지배계층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차베스 정부에 대해서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서구에서 생산된 뉴스와 국내 언론의 서구 중심적 보도에 포위된 국내 독자들에게는 이 책에 실린 모든 글이 오늘날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해줄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글 몇 개를 굳이 꼽아본다면 다음과 같다.
캐나다 요크대학 정치학부 강사인 사바 알나세리는 ‘이라크 이해하기’라는 글에서 미국의 제국주의가 이라크에서 추구하고 있는 것은 국가의 재건이 아닌 ‘정치적 공간의 분열’을 통한 개입의 영속화라고 지적하고, 아직은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이라크 국내에서 평화를 위한 ‘정의로운 해법’이 찾아질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를 밝힌다.
미국 뉴욕의 바너드대학 교수인 바시르 아부-마네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포위공격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는 글에서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억압과 팔레스타인 내부 정치지도자들의 투항으로 인해 민족절멸의 위기에 몰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에 찬 삶의 현실을 전하면서 ‘진보적인 정치적 주체의 새로운 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브라질의 계급투쟁_무토지농민운동의 관점’이라는 글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치학 교수인 아틸리오 보론이 브라질 무토지농민운동(MST)의 지도자인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를 인터뷰한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스테딜레는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자당(PT)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매우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그는 자신도 아직 노동자당 당원이라고 밝히면서도 “룰라 정부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과 동맹을 맺었다”거나 “국제 경제정책(대외 경제정책)에서 초국적기업들과 완전히 일치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고, 세계무역기구에서 브라질이 수행하는 역할은 창피할 정도”라고 말한다.
캐나다 요크대학 정치학부 교수인 리처드 로만과 멕시코의 시립자치대학 경제학 교수인 에두르 벨라스코 아레기가 같이 쓴 ‘멕시코의 오악사카 공동체’라는 글은 2006년에 오악사카 주에서 일어난 ‘오악사카 봉기’와 이 봉기의 결과로 탄생한 ‘오악사카 공동체’의 경험을 살펴보고 “오악사카 공동체는 민주적 항거와 민중적 통제의 모습을 재현했다”면서 “가능성 많은 운동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이 밖에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에 대응해 일어나는 저항’이라는 글은 2005년 연말에 도시외곽 지역(방리외)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이주노동자들의 소요에 초점을 맞춰, 최근 프랑스의 우경화 양상과 그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고, 책의 맨 뒤에 실린 ‘심포지엄_신자유주의와 좌파’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의 비판과 케인스주의의 비판이 어떻게 다른가, 신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어디서 유래한 것이고 지금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가, 신자유주의를 극복해낼 정치적 행동주체는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1960년대의 영국 신좌파에 뿌리를 두고 1964년부터 매년 한 번씩 현안쟁점 및 관련논의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담아 발간돼온 연간지 〈소셜리스트 레지스터〉의 제44호(2008년호)를 번역한 것이다. 엮은이인 리오 패니치와 콜린 레이스는 머리말에서 “신자유주의의 반혁명이 시작된 지 30여 년, 미국의 제국주의가 공공연하게 본모습을 드러낸 지는 10여 년이 지났다”는 말로 지금의 시간적 국면을 규정하고 “오늘날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생겨나는 ‘반발의 발화지점’들에 주목하고 그러한 발화지점들을 만들어내는 정치적 추세에 대한 신중하고 냉정한 분석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런 목표가 얼마나 달성됐는지는 독자가 판단할 일이지만,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언론매체를 통해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세계의 현주소’를 입체적으로 알게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머리말 / 리오 패니치, 콜린 레이스
1. 이슬람교, 여러 이슬람주의와 서구 / 아이자즈 아마드
2. 이슬람주의의 반제국주의가 지닌 모순된 성격 / 아세프 바야트
3.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본 오늘날의 종교와 정치 / 질베르 아슈카르
4. 이라크 이해하기 / 사바 알나세리
5.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포위공격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 바시르 아부-마네
6. 이슬람 윤리와 오늘날 터키 자본주의의 정신 / 일디즈 아타소이
7. 중남미에서 변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상들 / 윌리엄 로빈슨
8. 오늘날의 베네수엘라_참여적이고 주체적인 민주주의인가? / 마르가리타 로페스 마야
9. 베네수엘라에서 오가는 공세와 반격 / 마르타 아르네케르
10. 브라질의 계급투쟁_무토지농민운동의 관점 / 조앙 페드로 스테딜레_아틸리오 보론과의 인터뷰
11. 우리는 오로지 땅을 원할 뿐이다_볼리비아의 농촌개혁 / 웨스 엔시나
12. 중남미에서 나타나는 저항의 형태에 대해_그 토착적인 요소 / 아나 에스테르 세세냐
13. 멕시코의 오악사카 공동체 / 리처드 로먼, 에두르 벨라스코 아레기
14. 아르헨티나에서 민주적 신자유주의가 보여주는 모순_새로운 아래로부터의 정치일까? / 에밀리아 카스토리나
15. 반혁명에 대한 반혁명_오늘날의 동유럽 / G. M. 타마스
16.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에 대응해 일어나는 저항 / 라구 크리슈난, 아드리앙 토마
17. 제국의 대가_미국에서 전개되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 / 킴 무디
18-1 심포지엄_신자유주의와 좌파:신자유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와 케인스주의의비판/알프레두 사드-필류
18-2 심포지엄_신자유주의와 좌파:신자유주의의 뿌리/엘마르 알트파터
18-3 심포지엄_신자유주의와 좌파:신자유주의와 불만/그레고리 앨보

지은이와 엮은이 소개

이 책에서 우리는 오늘날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생겨나고 있는 ‘반발의 발화지점’들에 주목하고, 그러한 발화지점들을 만들어내는 정치적 추세에 대한 신중하고도 냉정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분석의 초점은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주로 중동과 중남미에 맞췄다. 반발의 발화지점들이 집중돼 있는 이들 두 지역 가운데 하나는 제국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그렇지만 제국적 권력의 모순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는 두 지역에 차이가 없고, 이 두 가지 모순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도 두 지역 모두에서 서로 연결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반발을 뒷받침하고 있는 정치운동의 잠재력과 한계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는 것도 또한 우리의 목표다. (5~6쪽)

그렇다면 이슬람주의 운동의 반제국주의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이슬람주의는 새로운 제국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모습을 일정하게 보여줌으로써 서구의 강대국들, 특히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흠집을 내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슬람주의자들은 미국의 중동정책, 그 중에서도 특히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해 오랜 세월 이어져온 대중적 항의의 선봉에 서왔다. 그들은 중동지역의 비종교적 권위주의 정권과 맞섰고, 중동지역 가운데서도 특히 이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통제체제를 위축시키거나 교란시켜 그 체제가 안정화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그러나 과연 그동안 이슬람주의가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제국주의의 지배에 대한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가? 사회주의는 현실적으로는 결국 실패했지만 사회적 정의와 피억압 계층의 해방을 위한 강력한 이론적 모형을 만들어냄으로써 일정 기간 영향력을 유지했고, 그 모형은 자본주의의 헤게모니에 대한 견고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동안은 사회주의가 부르주아적 가치의 이데올로기적 토대와 자본주의 경제모형에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슬람주의의 경우는 달랐다. (98~99쪽)

이슬람 근본주의는 좌파의 몰락으로 생겨난 빈 공간을 메웠고, 곧이어 서구의 지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으로 떠올랐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서구의 지배에 반대하는 측면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지만, 세속주의 민족운동의 시대에는 이슬람 근본주의의 이런 측면이 약했다. 그러다가 시아파 이슬람교에서는 1979년에 이란에서 일어난 이슬람혁명 이후에, 수니파 이슬람교에서는 1990년대 초 이후에 각각 서구에 대한 강한 반대가 지배적인 조류가 됐다. 특히 수니파의 경우에는 소련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서 해체되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동에 복귀한 뒤로 전투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싸움의 대상을 소련에서 미국으로 바꿨다. (123쪽)

그렇다면 현재 이라크의 실제 상황은 어떠한가? 첫째, 제국주의 군대, 민간인 용병, 반관반민의 민병대 등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고, 이들 세력 모두가 아무런 법적 제약도 받지 않는 가운데 활동하고 있다. 둘째, 시민의 권리나 국가적 합의보다는 지배와 예속의 관계망에 토대를 둔 지역적 정치체제가 형성돼있다. 셋째, 선거와 헌법제정에도 불구하고(또는 그것 때문에) 정부가 권위도 정당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의 사회적 계급을 대표하는 집단들이 의기양양하게 복귀해 정부행정을 장악하고 국가기구를 지배하고 있다. 이는 커다란 역사적 퇴보에 해당한다. 넷째, 2003년 3월 이후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인간적, 환경적, 제도적 파괴가 수반되는 전쟁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전쟁은 이전의 지배집단을 상대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상대로 하는 전쟁이다. (146쪽)

이라크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목표는 국가를 다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정치적으로 통합돼있던 국가적 공간을 조각내는 것이다. 그 결과로 민족별, 문화별, 종교별 조각들의 모자이크와 같은 것이 형성되고 있고, 이런 상황은 다시 정치적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하는 개입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부가 제국주의 군대와 정치적, 경제적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다양한 비정부기구(NGO)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치제도의 배열과 국가기관의 형태가 이라크 국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과 그 세력을 대변하는 조직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155쪽)

포위(또는 폐쇄)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식민주의적 통제와 응징을 위해 이스라엘이 동원한 수단 가운데 가장 파괴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포위란 근본적으로 수백 개의 도로차단 시설과 모두 546개에 이르는 검문소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