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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원제 : DIE BIBLIOTHEK DER VERLORENEN BU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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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알렉산더 페히만은 고대 문서부터 현대 유명 작가의 원고까지, 때로는 그럴 만한 이유로 때로는 어이없는 이유로, 혹은 이유도 알 수 없이 쓰이지 않았거나 불타버렸거나 숨겨진 수많은 사라진 책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보르헤스나 카프카, 푸슈킨,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제임스 조이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들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프카의 인형놀이 VS 푸슈킨의 토끼
    마지막 연인 도라와 베를린 슈테글리츠 공원을 산책하다가 인형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만난 카프카는 아이를 달래려고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지어낸다. 인형은 여행을 떠난 것뿐이며,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왔다고. 아이가 편지에 관심을 보이자 카프카는 다음 날 편지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하고는 그다음 몇 주 동안 편지를 쓰는 데 몰두하여 행복한 결말로 인형의 편지를 마무리 짓는다. 오직 한 명의 독자를 위해 쓰인 이 편지는 남아 있지 않다. 이뿐 아니라 카프카는 자신의 글을 후세에 남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원고를 불태웠으며, 출판업자 쿠르트 볼프에게 원고를 보내면서 ‘제 원고를 출간하지 말고 그냥 돌려주시면 훨씬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메모를 첨부하기도 했다. 또한 작가로서의 위신이나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았던 카프카는 친구에게 자신의 유고를 모두 없애달라는 부탁까지 했는데, 만약 친구가 이 부탁을 들어줬더라면 우리는 카프카의 [소송]이나 [성] 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다.

    푸슈킨은 어떠한가? 자유주의 이상에 심취해 굴종의 종말과 자유를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르 체제의 전복과 공화정 수립까지 소리 높여 외치는 시를 쓰던 푸슈킨은 이로 인해 남부 지방으로 ‘이주’당한다. 5년 뒤 차르의 임종 소식을 들은 푸슈킨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던 중 토끼 한 마리가 길에서 팔짝팔짝 뛰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하인이 병에 걸리고 수도복을 입은 수도사 두 명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모두 러시아에선 나쁜 징조이다. 미신을 믿는 푸슈킨은 이를 빌미로 도시 행을 포기하는데, 이때 왕위 승계를 둘러싼 혼란을 틈타 반란을 일으킨 시인 릴레예프를 비롯해 푸슈킨의 많은 친구와 동창생이 처형되거나 유배지로 추방당한다. 푸슈킨은 도시로 가지 않은 덕분에 목숨을 구한다. 푸슈킨의 발목을 잡은 토끼가 아니었다면 [대위의 딸]이나 [예브게니 오네긴] 같은 훌륭한 작품들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원고를 없애는 몇 가지 주된 이유 VS 쓰이지 않은 책들
    필생의 역작을 파기하는 예술가, 원고를 불 속에 던져버리는 작가를 우리는 미치광이 또는 성격파탄자로 여기곤 하지만, 작가들이 아주 합리적인 이유로 원고를 없앤 경우도 있다. 토마스 만은 일생일대의 비밀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서 일기를 불태웠고, 카프카는 자기 작품이 너무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없앤다. 발자크의 경우는 매우 독특한데, 출판업자가 허락도 없이 자기 책을 인쇄해 2만 부나 팔고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나 ‘인간 희극’의 두번째 소설 [시골 의사]의 초고를 없앤다. 반면 제임스 조이스는 자신이 처한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일시적인 기분풀이로 [영웅 스티븐] 원고를 불 속에 던져 넣는데, 훗날 조이스의 아내가 된 노라가 우연히 목격하여 가까스로 3백 쪽 정도를 구해낸다. 조이스는 이 원고를 새로 손보아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출간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개인적 감정 때문이 아니라 국가권력이 두려워 원고를 없앤다. 거액의 빚을 지고 러시아에서 도망쳐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세관과 문제가 생길까봐 <위대한 죄인의 생애>라는 다섯 권짜리 연작소설 원고의 상당 부분을 불태워버린 것이다.

    이렇듯 여러 사정으로 쓴 원고를 없애버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작품에 대한 구상만 있고 쓰이지 않은, 혹은 쓰이지 못한 책들도 있다. 토머스 하디는 어느 날 정원에서 가지치기를 하다가 갑자기 소설에 쓸 완벽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 심지어 인물들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연필도 종이도 없고 가지치기도 빨리 끝내야겠기에 아이디어를 메모조차 하지 못하는데, 마침내 책상 앞에 앉았을 때는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다. T. S. 엘리엇은 오만 가지 계획을 내놓기만 하고 실행은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직장 일, 발행인 겸 편집자로서의 활동, 우울증과 글쓰기 장애 등 그에게는 언제나 써야 할 이유보다 쓰지 않아야 할 이유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발표한 도스토예프스키는 단지 작가의 수명이 무한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모든 구상을 소설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불타는 도서관 VS 상상 속의 도서관
    고대 그리스 로마의 가장 중요한 두루마리 문서 집합소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47년 카이사르가 이집트 함대에 불을 지를 때 소실되었다고도 하고, 272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와 팔미라의 제노비아가 전쟁을 벌일 때 파괴되었다고도 하며, 640년 아라비아 정복자에 의해 대부분의 문서가 그 도시 목욕탕에서 불쏘시개로 쓰였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이유가 무엇이든 이 도서관과 함께 불타버린 고대 두루마리 문서가 약 4만 점에서 70만 점으로 추정된다. 군사적 대치와 종교, 이념상의 갈등이 종종 도서관 파괴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유럽에서는 종교전쟁과 삼십년전쟁으로 수많은 장서가 불타고 약탈당했다. 또한 현대에는 보스니아 내전으로 사라예보 도서관이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이 도서관의 잔해를 보고 전쟁의 참혹함과 무의미함을 실감했다.

    그 어떤 사건으로도 불에 탈 염려가 없는 ‘상상 속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 속의 도서관은 문학 텍스트에 묘사된 도서관으로 가장 유명한 예가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이다. 오직 텍스트 속에만 존재하는 상상 속의 도서관은 그저 상상의 산물만은 아니며, 사라진 책들에 대해 종종 귀중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책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고 읽지 않았지만 세상에 있을지도 모르는 작품, 단지 제목만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작품들도 보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돈키호테]에 나오는 돈키호테의 도서관에는 그 당시 인쇄본 상태로 존재했던 기사소설과 양치기소설이 가득했으며,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에 등장하는 성 빅토리 도서관에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학술 서적의 홍수 속에서 사라져간 아주 별난 논문들이 있었다. 고전적 호러 작가 H. 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는 몇 백만 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강력한 괴물들의 어마어마한 장서가 언급된다. 상상 속의 도서관에 소장된 이 방대한 책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책들이 우리가 지닌 책에 대한 상상력의 폭을 한층 넓혀주는 건 사실이다.

    끝없는 책의 바다를 부유하는 미지의 섬들을 탐험하라!
    ‘문학사 애호가들을 위한 주옥같은 책’이자 ‘인류의 문화와 지식에 관한 역사의 투영’이기도 한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약 150여 명의 작가와 230여 편의 작품, 여러 역사적인 인물과 그 밖에 사상가, 출판업자, 예술가 등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책에 관한 문학과 역사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은 책을 좋아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축복과도 같은 책이다. 끝없는 책의 바다를 부유하는 미지의 섬들을 탐험하다보면 사라진 책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풍성한 비밀과 운명을 즐겁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알렉산더 페히만(Alexander Pechman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8년 빈에서 태어났다. 사회학, 심리학과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특히 19세기 영미문학에 조예가 깊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사회에 따른 행동변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저술가, 번역가,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설 『허먼 멜빌의 생애와 작품』(2003), 『메리 셸리의 생애와 작품』(2006)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허먼 멜빌, 진실을 말하는 위대한 기술. 고래와 작가, 그 밖의 멋진 것들에 대하여』(2005),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초고』(2006)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전라북도 군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강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일곱번째 파도』 『화요일의 여자들』『스콧 니어링 자서전』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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