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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마지막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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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그는 나의 첫 번째 비밀이었다”
    반으로 접은 붉은 양귀비꽃, 붉은색 머리카락, 뜨거운 키스의 기억,
    그리고 그녀만을 위한 한 점의 그림……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70일, 그가 남겨놓은 기억들!


    “하늘은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고 태양은 금잔화를 짓이겨놓은 것 같은 빛깔”을 띤 5월의 어느 날,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27킬로미터쯤 떨어진 작은 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 역에 빈센트 반 고흐가 도착한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 살이던 1890년의 일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숨기고 그의 도착을 지켜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를 돌봐주도록 되어 있는 의사 가셰의 딸, 마르게리트였다.

    오베르에서 보낸 마지막 70여 일 동안 빈센트는 따뜻한 봄날의 풍경부터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까지, 70점이 넘는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운명의 날, 오베르의 들판에서 총성이 울리고, 스스로 가슴에 쏜 총알에 깊이 상처 입은 빈센트는 총상을 입은 지 30시간이나 지난 후에 동생 테오의 손을 잡은 채 사망한다.

    빈센트의 생애는 불운했고, 그의 마지막은 이처럼 극적이기까지 했다. 그가 가셰 박사의 보호 아래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마지막 70일을 보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소설은 빈센트 반 고흐가 오베르쉬르우아즈에 도착한 날부터 그가 숨을 거두던 날까지, 그의 마지막 나날, 마지막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가셰 박사의 딸이자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뮤즈, 그리고 마지막 연인이었던 마르게리트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빈센트의 마지막 연인
    마르게리트는 평범한 소녀다.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외모가 그리 출중하지도 않다. 아버지는 그녀를 그저 요리하고 청소하는 ‘편리한’ 존재라고만 생각할 뿐이고, 아버지를 닮으려고 애쓰는 괴팍한 동생은 그저 언제나 돌봐주고 달래줘야 할 존재일 뿐, 그녀에게 위안이 되지 못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마을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오히려 파리의 예술가들과 더 동류라고 느끼며, 의사이지만 전통적인 의술에는 별반 관심이 없고 동종요법이라는 일종의 대체의학에 푹 빠져 있다.

    바깥의 태양이 밝게 빛날수록 침침함이 더욱 부각되는 어두운 집안에서, 마르게리트는 그냥 그렇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존재로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빈센트가 없었다면! 마르게리트 자신은 별것 아니라고 치부했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요리를 잘 했고, 그녀의 손끝에서 정원의 꽃들은 만발했으며,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빈센트를 알아보았다. 그가 천재임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것을. 빈센트 또한 화가의 날카로운 눈으로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고 보석같이 빛나는 그녀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빈센트가 그린 마르게리트 가셰를 그린 (남아 있는) 두 점의 그림은 그녀가 가장 빛을 발하는 두 장소, 바로 정원에 있는 모습과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을 담고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숨은 진주를, 그의 감식안은 찾아낸 것이다.

    사랑이 무르익어가지만, 두 사람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하다. 가셰 박사는 딸의 상대로 빈센트를 받아들일 생각이 조금도 없고, 빈센트 또한 자신의 병와 예술에 대한 열정, 동생 테오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마르게리트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오히려 마르게리트와의 사랑은 빈센트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듯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빨아먹으며 살 수는 없다며 빈센트는 함께 떠나자는 마르게리트의 청을 거절한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밀회에서, 빈센트는 그녀만을 위한 그림을 그려준다. 언젠가 그리겠노라고 약속했던, 교회 오르간에 앉아 음악의 수호신인 성 세실리아처럼 빛나는 마르게리트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마르게리트, 이 그림은 언제나 당신을 위해 여기 있을 겁니다.” 그 그림은 빈센트가 죽은 후에도 그와 마르게리트, 둘만 아는 은밀한 장소에서, 마르게리트를 위해서만 빛나고 있다.

    마르게리트의 세 번째 초상화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그림이지만 빈센트는 테오와 누이동생 빌헬미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오르간 앞에 앉은 마르게리트를 그리고 싶다는 언급을 남겼다. 소설에서 빈센트는 그녀를 “현대의 성 세실리아으로서 작은 오르간 앞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낸다.

    저자 앨리슨 리치먼은 마르게리트를 그린 두 점의 그림과 이 가상의 그림을 축으로, 빈센트 반 고흐가 오베르에서 그린 그림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하며 치밀하게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집요할 정도로 꼼꼼한 구성과 풍부한 메타포, 19세기 오베르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묘사로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나날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소설을 읽으면서 책 속에 언급된 그림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컬러 도판으로 배치해놓았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일부러 화집을 찾아 들춰볼 필요 없이 반 고흐의 열정적인 색채가 빛나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말을 걸어오는 그림 속 소녀
    앨리슨 리치먼은 한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가셰 박사의 컬렉션을 한 자리에 모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세잔에서 반 고흐까지―가셰 박사의 컬렉션〉 전은 가셰 박사가 생전에 모았던 그림들뿐 아니라 가셰 박사와 그의 아들 폴이 모사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까지 포함한 전시였다. 그리고 저자는 거기서 빈센트의 마지막 연인이었다는 풍문 속의 여인, 마르게리트의 흔적을 만난다. 앨리슨 리치먼은 이 소설이 “주석에 잠깐 등장한 것만 빼면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 캐릭터, 마르게리트에게 목소리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녀가 소설에서 목소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전에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두 점의 초상화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 고흐는 “마르게리트를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두 장소이자 그녀가 자신의 정열을 승화하던 곳인 정원과 피아노 앞에 배치함으로써” 보통 사람이라면 간과했을 그녀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가셰 박사
    이 소설의 장점은 그림 속 인물들을, 그들이 마치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공들여 그린 두 점의 초상화의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마르게리트는 이 소설로 비로소 자아와 목소리를 지닌 한 사람으로 존재감을 얻어 반 고흐와 가셰 박사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특히 한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유명세를 탄 「가셰 박사의 초상」의 주인공을 평면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인물로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이 소설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오베르쉬르우아즈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셰 박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가셰 박사는 괴벽스런 사람이었다. 소설에서도 묘사되어 있듯이, 그는 ‘앙리에타’라고 이름 붙인 염소를 줄에 매어 산책을 했으며, 「가셰 박사의 초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강렬한 색깔의 괴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곤 했다. 전통적인 의학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스스로 ‘가셰의 비밀의 물’이라 부른 약을 조제해 빈센트에게뿐 아니라 그 자신에게 처방하여 복용했다. 그는 화가 친구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며 스스로도 수많은 습작을 했으나 재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 좌절을 겪어야 했던 아마추어 화가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지금에 와서도 분분하다. 혹자는 가셰 박사가 빈센트의 가장 좋은 친구였으며 그의 마지막을 지켜준 수호자였다고 평하고, 혹자는 가셰 박사의 처방이 빈센트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했을 뿐이라고도 말한다. 처음에는 가셰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했던 빈센트도 죽기 얼마 전에는 가셰 박사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빈센트의 마지막, 그 미스터리의 단서
    이 소설은 빈센트와 마르게리트의 사랑을 큰 줄기로 하여, 빈센트의 마지막 70일을 찬찬히 보여준다. 그러는 과정에서 빈센트의 마지막 작품들이 눈앞에 생생히 보일 듯한 묘사로 그려지고, 빈센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이유가 작은 단서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보낸 마지막 70일 동안, 빈센트 반 고흐는 70점이 넘는 그림을 그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것은 마지막일 것을 예감한 화가의 열정이 빚어낸 것일 수도 있고, 혹은 가셰 박사가 처방한 약이 일시적으로 끼친 효과였을지도 모른다. 가셰가 압생트에 중독돼 괴로워하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던 빈센트에게 처방한 약은 그 효능이 의심스러운 쑥과 폭스글로브였던 것이다(쑥은 압생트와 성분이 같으며, 폭스글로브는 부적절하게 복용하면 환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죽음을 앞당긴 것은 어쩌면 가셰 박사의 잘못된 처방이 낳은 부작용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의 자살은 테오의 지원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마르게리트와의 사랑으로 인해 뼈저리게 느끼게 된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스트레스가 낳은 결과였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의혹들이 소설의 페이지마다 잡힐 듯 말 듯 그 모습을 드러낸다.

    본문중에서

    “제가 그리는 사람들의 영혼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풍경을 그리겠어요. …… 보통은 간과되는 것에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본문 중에서)

    “그는 나를 분홍색과 흰색으로 소용돌이치게 그렸다. 금발은 머리 위에 높이 올리고 있었고, 건반에 집중하는 자세는 섬세하고 실물보다 아름다웠다. 그는 내 뒤의 벽을 밝은 오렌지 빛 점이 있는 모시그린 색으로 그렸다. 그와 대조적인 거무튀튀한 빨간색 양탄자는 무성한 풀잎 같이 푸릇푸릇한 붓놀림으로 칠해져 있었다. 피아노의 윤기 흐르는 목재는 짙은 보라색이었다. 길고 강렬한 붓놀림이 사탕처럼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는 내가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분홍색과 붉은색 소용돌이가 내 흰 드레스와 섞여들어 나는 내면의 빛으로 밝게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 본문 중에서)

    “가셰 박사를 만나 보았는데, 그는 다소 괴벽스런 사람이지만 의사로서의 경험이 신경병과의 싸움에서 균형을 잡도록 해주는 것 같았어. 내 생각에 그는 적어도 나만큼 고통을 겪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거든. …… 그의 집은 검은색 앤티크로 가득 차 있어. 온통 검정, 검정, 검정이야. 내가 언급한 인상주의 그림들을 빼면 말이야. 아무튼 간에 그는 이상한 사람이야.”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앨리슨 리치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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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웰슬리 대학에서 일본어와 미술사를 전공했다. 어릴 때 일본에서 1년간 산 경험과 대학 1학년 때 교토에서 가면 장인의 도제 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일본 전통극 노能의 가면 장인과 서양화가가 되고자 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면 장인의 아들Mask Carver's Son』로 데뷔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나날과 마지막 사랑을 다룬 『반 고흐의 마지막 연인』은 그녀의 세 번째 책이다. 현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빈에서 분실된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네 번째 소설을 구상 중이며, 가족과 함께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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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경제학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중앙 선데이" "이프" "브이챔프" 등에 책과 게임과 쇼핑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에세이 [내 식탁 위의 책들]을 펴냈으며, [피의 책] [블루 아라베스크]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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