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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을 통해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이 공유했던 근대의 경험을 살펴보는 책. 이광수의 작품『무정』에 관한 논문과 강연 기록을 10개의 장으로 정리하였다.『무정』론을 비롯한 여러 편의 선행 논문에서는 이광수의 초기 사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던 메이지 이래 일본의 다양한 사조 및 사상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무정』으로부터 역으로 제국의 근대를 반추하여 들여다본다. [양장본]

‘조선근대문학선집’의 첫 번째 권인 『무정』의 일본어판(平凡社, 2005) 역자이기도 한 일본의 이광수 연구자 하타노 세츠코(波田野節子) 교수가 『『무정』을 읽는다－『무정』의 빛과 그림자』를 펴냈다.
『『무정』을 읽는다－『무정』의 빛과 그림자』는 저자가 1986년 처음 『무정』을 읽고 이광수를 연구하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10여 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쓴 논문과 강연 기록을 모은 논문집이다. 저자는 『무정』을 처음 읽었을 때 당돌하게도 ‘낯익음’을 느꼈고, 그 이유가 궁금하여 『무정』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일본인 연구자는 왜 이토록이나 『무정』에 끌렸던 것일까. 외국인으로서 처음 대면한 한국의 근대소설, 그것도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한 근대 초기의 방대한 분량의 소설에서 어딘지 낯익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두고 “『무정』을 읽고 싶은 동시에 내 자신의 내면을 아는 일”이었다고도 썼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구가 도달한 결론은 최근 저자가 번역한 『무정』의 일본어판 해설의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정』에 나타난 이광수의 사상은 우리들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과 같이 메이지에서 쇼와시기에 걸쳐 극히 일반적이었던 일본 사조를 반영하고 있으며, 그런 사고방식은 현재까지 우리들의 주위에 남아 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방대한 분량의 『무정』론을 비롯한 여러 편의 선행 논문에서는 이광수의 초기사상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메이지 이래 일본의 다양한 사조 및 사상들과 만날 수 있다. 메이지 이래의 사회진화론과 이광수의 민족주의사상의 관련성을 다룬 ｢이광수의 민족주의사상과 사회진화론｣을 비롯하여, 톨스토이와 바이런, 키노시타 나오에 등의 영향하에 중학시절 이광수의 근대적 자아의 면모를 살핀 ｢이광수의 자아｣, 유학시절 이광수의 독서 이력을 중심으로 당시 일본 문학사조와의 관련성을 고찰한 ｢옥중호걸의 세계｣, 그리고 이광수의 인간의식과 관련하여 베르그송과 프로이트, 귀스타브 르봉 등이 주요하게 등장하는 『무정』론은 일찍이 일본에서 유학했던 이광수가 당시 일본에서 무엇을 읽고 경험했으며 그것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실상을 알기 어려웠던 한국의 연구자들에게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연구서에서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정』으로부터 역으로 제국의 근대를 반추하여 들여다보고 있는 저자의 시선이다. 식민지시대 초기 근대라는 ‘빛’을 지향하며 민족 계몽에 앞장섰으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빛’에 눈멀어 민족의 반역자라는 오욕의 ‘그림자’를 남겼던 이광수. 저자는 이러한 이광수에게서 메이지시대 이래 근대를 지향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다 결국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제국 일본의 모습을 본다.
결국 이 연구서 부제의 제목인 ‘『무정』의 빛과 그림자’는 곧 제국 일본의 빛과 그림자이기도 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정』을 읽는다－『무정』의 빛과 그림자』는 『무정』이라는 창을 통해서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이 공유했던 근대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이를 꼼꼼하게 기록해 나간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발간사 : 이제 일역 『무정』이 있고,그 해설서도 있다
- 책머리에

제1장 이광수의 민족주의사상과 진화론
1.시작하며
2.이광수의 초기 민족의식과 동학
3.제1차 유학시절
4.오산학교 시절
5.제2차 유학시절
6.힘의 지배에서 사랑의 지배로
7.마치며

제2장 이광수의 자아
1.시작하며
2.「국문과 한문의 과도시대」.「수병투약(隨病投藥)」
3.「사랑인가(愛力)」
4.「어린 희생」
5.「옥중호걸(獄中豪傑)」
6.「곰」
7.마치며

제3장 「문학의 가치」에 대하여
1.시작하며
2.극한적 상황
3.'정(情)'의 분자
4.「아한(我韓)의 현상」
5.'정(情)'의 교육
6.끝내며

제4장 옥중호걸의 세계
1.시작하며
2.독서이력
3.키노시타 나오에
4.톨스토이
5.바이런
6.홍명희
7.루쉰
8.정리하며

제5장 『무정』을 읽는다(상)
1.시작하며
2.시간 구성
3.형식의 자기 분석
4.1일째-두 만남
5.2일째-예수의 초상화
6.이광수와 베르그송
7.2일째-청량리사건
8.2일째-진보
9.4일째(1)-평양행
10.4일째(2)-은사의 무덤 앞
11.4일째(3)-밤기차
12.형식의 '여행'
13.마치며

제6장 『무정』을 읽는다(중)
1.경성학교
2.동맹퇴학사건
3.작자의 분석
4.학생이라는 집단-조소사건
5.변명하지 않은 이유
6.이광수 내부의 두 가지 경향-「김경」과 「공화국의 멸망」
7.『무정』의 5일간

제7장 『무정』을 읽는다(하)
1.영채의 청량리사건
2.영채의 속한 세계의 붕괴
3.영채의 구제
4.'보여지는'선형
5.'보는'선형
6.삼랑진을 향한 '중막(中幕)'
7.삼랑진에서의 '대단원'
8.마치며

제8장 『무정』의 이데올로기
1.시작하며
2.'시대의 충실한 기록'
3.빛과 어둠의 세계
4.욕망의 이데올로기
5.반(反)욕망의 이데올로기
6.마치며

제9장 상하이 보고(報告)
1.제1차 체류-1913년 11월말~1914년 1월 초
2.제2차 체류-1919년 2월~1921년 3월
3.상하이-1995년 1월

제10장 이광수와 메이지 학원

역자 후기-『무정』에서 제국의 근대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