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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아시아 경제의 발전은 동아시아 연구자들에게 근대 이후 서구를 중심으로 상대적 존재로만 인식해 왔던 동아시아 상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고유의 질서와 독자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했다. '아시아 교역권론'이 대표적인 예로, 이 견해에 따르면 근대 이후 아시아 지역은 서구열강과 수직적 관계로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독자적인 시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 일본, 조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근대 이후 전통 무역 체제가 근대 무역체제로 재편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아시아 교역권론'을 실증적으로 검토하였다. 동아시아 무역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아시아 교역권론'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는 역사적으로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오랜 교류를 통하여 한자를 비롯한 사상·종교 등 많은 문화적 공통점을 공유하면서도 각 지역은 각각의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 왔습니다. 오늘날에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서로 협력을 강화하며 동북아시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한편, 역사 갈등과 영토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채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동북아관계사의 영역은 역사 분쟁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그에 대한 연구와 올바른 이해는 필수 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동북아시아 역사 분쟁도 따지고 보면 과거 역사 속의 관계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자국 중심적인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는 것도 상당 부분 이 동북아시아의 과거 관계사에 대한 공정한 연구를 통하여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중국, 일본, 조선,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근대 이후 전통 무역 체제가 근대 무역 체제로 재편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아시아 교역권론’을 실증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물론 이 책은 ‘아시아 교역권론’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동아시아 무역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아시아 교역권론’이 가지고 있는 논리적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를 통해 근대 이후 대외무역을 통해 동아시아 사회의 교류를 한 층 더 심도 있게 살펴보는 학문의 장을 마련했다고 확신합니다.

·조공무역체제로의 재검토-해관무역체제론을 위한 시론_홍성구
·근대 조선과 중국의 무역_송규진
·근대 중국과 일본의 무역_강경락
·근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무역_박정현

‘아시아 교역권’의 성립과 발전을 당시의 역사 현상과 관련하여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이전의 이른바 ‘조공무역체제’를 동질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조공을 전제로 하여 해외무역을 통제하고 규제하고자 한 입장에서 성립한 것이 ‘조공무역체제’이고 동아시아 역내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배경으로 한 교류와 교역의 활성화는 ‘조공무역체제’를 해체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에 1567년 월항의 개항으로 상징되는 명조의 해금 해제는 비교적 자유로운 무역을 허용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아시아 교역권’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시아 교역권’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명·청 교체의 정치적 격변은 자유로운 무역에 방해가 되었다. 1683년 청조의 대반 정복으로 격동의 17세기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기본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 이듬해 곧바로 취해진 청조의 해관설치는 ‘아시아 교역권’이 독자적인 성격을 가지며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지위를 갖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이 시기 ‘아시아 무역권’의 안정을 가능하게 했던 체제로서 잠정적으로 ‘해관무역체제’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 이 ‘해관무역체제’하에서 ‘아시아 교역권’은 공전의 호황을 구가하며 성장·발전하였다. (홍성구의 글 중)

문호개방 이후 조선과 중국 무역은 불평등한 성격을 지녔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근대적인 조약에 따라 무역이 이루어졌으며 그 내용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정치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경제적인 목적으로 무역이 이루어졌으며 무역품목도 조선시대와는 달리 다양해졌다. 또한 무역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양적 성장은 식민지로 전락된 이후에도 계속되며 근대의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정치적 상황 변화와 상관없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이 식민지로 전락한 이후에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중국 무역이 이루어졌으며 그러한 목적이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났던 것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부터이다. 이는 중일전쟁 이후 미곡 수출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난다. (송규진의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