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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불통에 말 안 듣고 말썽쟁이인 '오병수'라는 아이를 화자로, 1950년대의 궁핍하고 가난한 생활을 보여주는 송영 작품. 6·25 발발 직전 전라도 지역을 배경으로 자식많은 집에서 태어나 부모와 가족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병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꼬마 야등이의 세상보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을, 원고의 결말 외 몇 군데를 수정해 새롭게 펴냈다.

귀여운 반항아가 일으킨 깜찍한 모반의 시작과 끝
우리교육의 청소년문학선 우리문고 02번. 작가 송영의 '악동스런'모습을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소설. 11장에 이르는 병수의 에피소드들은,[꼬마 니꼴라][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연상시킬 정도로 놀라운 서정성과 재미를 보장한다. 10여 년 전에 [꼬마 야등이의 세상보기]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을, 원고의 결말 외 몇 군데를 -송영 이라는 작가에게는 매우 예외적인 일인데- 다시 쓰기 하여 새롭게 내놓는 작품이다.

[병수]는 6·25 발발 직전 전라도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청소년들이 알지 못하는 1950년대의 궁핍하고 가난한 생활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아버지 세대의 유년 시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2000년대를 사는 청소년 독자들은 고무신 한 켤레, 새 옷 한 벌에 목숨 거는 병수의 모습에 배꼽을 잡겠지만 그것이 불과 5, 60년 전 대다수 가정에서 벌어지는 풍경이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 또 병수가 좋아하고 따랐던 2학년 담임이 공산당의 프락치로 몰려 학교에서 쫓겨나는 사건 등은 위축되고 긴장된 사회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시대·사회적인 배경도 배경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야등이'도 아니고 '감나무집 여덟째'도 아닌 바로 '오병수'라는 아이가 자기 입으로 들려주는 자기 이야기다. (그래서 제목도 [병수]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자식많은 집에서 태어나 부모와 가족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데 대한 강한 콤플렉스는, 병수가 나이에 비해 강한 자의식을 갖게 되는 이유가 된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주인공 병수는 고집불통에 말 안 듣고 말썽쟁이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상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들의 심리와 정신세계도 어른들의 그것 못지않게 깊고 복잡하다. 그러나 어린이들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엄청난 인내심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그것을 간과해 버린다. 몇 해전 개봉해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란 영화[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하얀 풍선]에도 잘 드러나듯이, 어른과 아이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른들이 '들어주기'역할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기'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쌍방이 말하기와 듣기 역할에서 대등하게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균형이 깨어진 상태에서 어른들은 말하고 아이들은 듣기만 한다. 그래서 밖으로 말 못한 아이들의 생각이 마음 속에 가득가득 쌓이다가 상상력으로 터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생각, 그들의 논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병수의 독백을 들어볼 일이다. 책 앞표지에 버티고 선 소년은, 대한민국 리얼리즘 만화의 대표 작가 이희재가 형상화한 병수의 모습이다. 놀랍게도 소년의 눈빛은 바로 작품 속의 병수 느낌 그대로이다.

1 슬픈 첫출발 ... 9
2 야등이 ... 40
3 출세 ... 69
4 토굴 속의 아이들 ... 96
5 학예회의 영웅 ... 133
6 도깨비 이야기 ... 168
7 프락치 선생님 ... 195
8 먼 세상으로 ... 226
9 천사를 찾아서 ... 247
10 새로운 대결 ... 279
11 그리운 교실 ...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