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어느 낙천주의자의 유쾌한 안달루시아 정착기

〈안달루시아의 낙천주의자〉는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로 들어간 어느 낙천주의자의 시골 정착기를 담은 책이다. 영국의 유명한 록밴드 '제네시스'의 초기 드러머 출신으로, 록밴드를 그만둔 후 여러 가지 일을 거친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산 속의 농장 주인이 된다. 전기도 없고 길도 닦여 있지 않은 인적 드문 낯선 땅에 적응해가면서 저자는 서서히 안달루시아의 이웃이 되어간다.

저자는 안달루시아의 외진 시골 마을에 들어가 정착하면서 겪은 일들을 영국인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발랄하게 그려내고 있다. 귀농이나 전원생활에 대한 여러 책들과 달리, 안달루시아의 알푸하라스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소동기를 전해준다. 생생한 묘사와 입담을 바탕으로, 낯선 시골 생활에 적응하고 그 곳에서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온습한 지중해성 기후를 가진 안달루시아의 자연과, 기후를 닮아 낙천적인 알푸하라스 토박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렇게 유쾌한 이야기 속을 찬찬이 들여다보면 지역에 맞는 농사일, 집과 농장의 수리, 친환경 농법, 지역의 생태에 대한 고민, 토박이 주민들과의 관계, 지역 경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 등도 읽을 수 있다.

낙천적 성격의 한 영국인이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외진 시골 마을에 들어가 정착하면서 부딪히며 겪는 일들을 영국인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엉뚱 발랄하게 그리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영국의 유명한 록밴드 ‘제네시스’의 초기 드러머였다가 앨범 한 번 내고 그만둔 크리스 스튜어트. 그는 양털 깎기나 여행가이드, 선원 등등 이 일 저 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산속의 농장 주인이 된다. 인적 드문 골짜기의 시골 생활에 적응하고 낯선 땅에 정착해가는 과정을 지은이 특유의 재담과 생생한 묘사를 섞어 유쾌하게 이야기한다.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다룬 여러 책들과 달리, 이 책은 그리 진지하지 못하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에다가 즉흥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읽는 속도를 늦추고 찬찬이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지역에 맞는 농사일, 집과 농장의 수리, 친환경 농법, 지역의 생태에 대한 고민, 게다가 토박이 주민들과의 관계, 지역 경제에 관한 고민과 해결도 들어 있다. 관념적이고 의도적이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방식대로 만들어나가는 지은이의 낙천적인 모습에서 낯선 시골에서의 삶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중해 기후의 안달루시아 자연과, 소박한 인심과 기후를 닮아 낙천적 기질을 가진 알푸하라스 토박이들을 만나보는 것은 또 다른 재밋거리다. 크리스 스튜어트의 생생한 묘사와 입담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안달루시아로 여행하는 꿈을 꾸게 될 것이다. 혹 크리스의 농장인 엘 발레로에 방문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1999년 영국에서 발간된 후 장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영도서상 신인상도 받았다. 또한 《나의 프로방스》를 쓴 피터 메일도 극찬하였다.

● 책의 줄거리

크리스 스튜어트는 록밴드를 그만두고 나서 양털 깎기나 여행 가이드 등 여러 일들을 전전하다가 약간의 돈을 모으자 집과 조그만 땅뙈기라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로 가서 살 결심을 한다. 현지 사정이나 알아보려고 간 길에 덜컥 계약을 해버리고 들어앉은 곳은 알푸하라스 지역의 산으로 둘러싸인 두 줄기 강물 사이에 자리한 ‘엘 발레로’.
농부들을 ‘대지의 주인’이라고 칭하며 농촌 생활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크리스는 사기꾼 같은 집주인 페드로의 실체를 점차 알아가면서 더불어 환상도 서서히 사라진다. 그리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농장 생활을 꾸려나가게 된다. 이제야 진정한 안달루시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절친한 이웃이자 만능 재주꾼인 도밍고의 도움을 받아 크리스는 농사일, 가축 기르기, 집수리 등을 익혀나간다. 게다가 집도 다시 짓고, 강에 다리도 놓는다.
양털 깎이라는 전직을 되살려 양털 깎는 일을 시작하면서 알푸하라스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급기야는 양을 기르는 양치기의 역할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안달루시아의 관습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낸다. 새끼 양을 가두어 키우는 알푸하라스의 방식을 버리고 방목을 하는가 하면, 양의 거래를 중개인 없이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바꿔보려고 한다.
한편, 안달루시아에는 토박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여럿 살고 있다. 베르나르도 가족같이 아이들을 낳고 이 지역에 완전히 정착한 이들도 있고, 이상적 독신생활을 추구하는 재닛, 별점과 유기농과 생태근본주의를 신봉하는 아만다와 맬컴, 현대화 이전의 이상적 농촌생활을 동경하는 히피 앤드루 등등처럼 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른 이들도 있다. 크리스가 안달루시아에 들어온 초기에는 이들과의 왕래를 꺼려했다. 바뀐 환경에 얼른 적응하고 그곳에 정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장 생활에 자리가 잡혀가고 서서히 자신의 방식을 찾아갈 무렵 외국인들은 부담이 아니라 안달루시아의 구성원이며 함께 가야 할 이웃이 된다.
이젠 가을철 양털 깎기 일로 스웨덴에 출장도 떠나는 크리스, 안달루시아의 풍습에 익숙해진 아내 아나,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나 영어보다 스페인 말에 더 익숙한 딸 클로에. 이렇게 세 식구의 안달루시아 농장 생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유쾌한 시골 정착기

젊을 때 도시에서 살다가 나이 들어 노후를 보내기 위해 시골로 가는 것은 요즘 중산층에게는 유행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또는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 내지는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겠다는 고민으로부터 시골에서의 삶을 동경하고 또 귀농한다. 그런데 크리스가 타국 땅 안달루시아로 간 이유에도 시골 생활에 대한 동경이 들어 있지만, 조금은 즉흥적이다. 우중충한 영국의 잿빛 날씨에 넌덜머리가 났을 이 영국인은 볕이 넉넉한 스페인의 남부 지역을 한 번 둘러볼 요량으로 안달루시아의 알푸하라스 지역을 찾아왔다가 덜컥 ‘엘 발레로’를 사버리고 만다. 그리고 얼렁뚱땅 시골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엉뚱해 보이는 시골 정착기를 찬찬이 뜯어보면 귀농하면서 부닥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가는 크리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고장 난 수도시설을 고치거나 허물어진 집을 손수 수리하고, 농사일을 배우고 물 대는 법을 터득한다든지, 시골에서 생활하는 데 스스로 해결해야 할 여러 일들을 배워나간다. 게다가 집을 허물고 다시 짓거나 관개시설을 정비하는가 하면, 강에 다리를 놓는 일에도 합세한다. 물론 일을 배우고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는 동안 실패는 있기 마련이다. 닭이나 메추리 등 가금류를 기르다가 포기하고, 약초를 이용한 민간요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며, 애써 놓았던 다리가 홍수에 떠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다리가 떠내려간 자리에 새로이 다리를 놓을 것이며, 숱한 장애를 만나고 시행착오를 겪을 테지만 그런 난관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 크리스는 안달루시아에서 어엿한 농장 주인이 되어간다.
자신과 집 주변에만 머물렀던 크리스의 시야는 점점 넓어져 지역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한편, 더 나아가 물품 거래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원래 해오던 일인 전동으로 양털 깎기를 처음으로 선보여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가 하면, 양털 깎이 처지를 넘어서서 양을 직접 길러 양치기로서 역할도 가지게 된다. 더 나아가 시장에 나가 직거래를 시도하여 중개인의 불합리한 매매 관습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결국 낡은 관습을 없애는 데는 실패했지만 지역 소상인과의 생태적인 거래를 할 수 있게도 되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 크리스 스튜어트는 관습을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관습에서 벗어남으로써 멋지게 시골 생활에 정착하여 비로소 그들의 이웃이 된 것이다.

엘 발레로
천국, 물에 잠기다?
농장생활 입문
강에 다리를 놓다
불안한 공동생활
무너진 환상
도밍고와 목재 탐사
마탄사의 계절
양털깎이로 나서다
물을 따라 걷다
고양이와 비둘기
내 손으로 집을 짓다
개들과 양 떼
농장의 번식기
클로에의 탄생
친구들과 외국인들
약초와 가축 치료
시장의 압력
클로에의 세례식
다리가 떠내려가다

옮기고 나서

알푸하라스 집들에 대한 묘사 _본문 123쪽
솔직히 말하자면, 알푸하라스의 집들을 설명하는 데 우아함이나 오묘함만큼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알푸하라스식 건축의 매력은 그 단순함에 있다. 매번 조금씩 변형되는 단순한 설계와 거기에 거주민들이 덧붙이는 소박한 장식물은 종종 놀라운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맨 처음 알푸하라스의 집들을 보았을 때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지만,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글쎄, 남들처럼 박공지붕과 납땜한 창문이 달린 집에서 지내게 되면 불편해서 못 견딜 정도가 되었달까.

엘핀이라는 고양이 _본문 179쪽
엘핀은 계속 건강하게 자랐다. 꾸벅꾸벅 졸고 있지 않을 때면 쥐를 잡았는데, 정말로 솜씨가 훌륭했다. 적어도 우리에겐 그렇게 보였다. 쥐의 존재는 이미 그놈들의 똥 그리고 집과 테라스 사방에 찍혀 있는 조그맣고 까만 발자국들로 충분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 쥐들의 자취는 싹 사라졌고,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결론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엘핀이 정말로 쥐를 잘 잡거나, 아니면 녀석이 쥐똥을 먹고 다니거나.

손수 집을 짓다 _본문 204쪽
집을 완성하는 데는 다섯 달이 걸렸다. 돌바닥을 깔고, 새 밤나무 들보를 제 위치에 올리고, 들보에 아마인유油를 열두 겹 칠하는 필수 과정을 거치고, 배관 설비를 완전히 끝내고, 거친 목재들을 말끔하게 엇붙임으로 이었다. 거실 중앙에는 주철 굴뚝과 곡선형의 올리브 나무 선반이 달린 우아한 벽난로가 세워졌다. 이 벽난로의 최초 설계자인 럼포드 백작은 20세기 미국 사람으로, 야외의 모닥불을 좋아하는 남다른 취향을 벽난로 디자인에 반영하려는 시도 끝에, 연기는 완벽하게 굴뚝으로 빠지면서 열기는 방안에 보존할 수 있는 설계를 완성했다고 한다. 그의 설계에 따라 우리가 직접 만든 벽난로는 무척 근사했다.

양 떼를 몰고 가다 _본문 287쪽
욕을 퍼붓고 몇 번이나 돌을 던진 끝에 간신히 양 떼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내가 올라왔던 길을 따라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양들을 데리고 하산하기란 끔찍하게 어려웠다. “훠이!” 내가 소리치며 막대기를 흔들면 여남은 마리의 양만 앞으로 나아갔고, 나머지는 움직이는 동료들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설렁설렁 풀을 뜯으며 걸어 내려갔다. 때문에 나는 일부러 무리 앞쪽의 양들을 가시덤불과 바위 사이로 몰아붙였다. 그러면 양들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느릿 올바른 방향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뒤쪽의 양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는 웬 엉뚱한 바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게 마련이었고, 나는 도로 뛰어올라가 양들을 다시 제대로 내려가게 했다. 그동안에 또 무리 위쪽에서는……. 제대로 된 양치기 개 한 마리 갖추지 못한 나의 멍청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