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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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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백영옥
  • 출판사 : 예담
  • 발행 : 2007년 12월 05일
  • 쪽수 : 243
  • ISBN : 978895913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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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숲길 가득한 바람을 사랑하지만, 백화점 1층의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에도 쉽게 도취된다. 걷기 편한 운동화를 좋아하지만, 발목이 부러질 듯 섹시한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싶은 욕망 또한 거부하지 않는다.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미장원에 가지 않았고, 명색이 패션지 에디터 출신이지만 리바이스 청바지 한 벌로 13년을 버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시 여자다. 나는 트렌드를 추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늘 그랬듯 아슬아슬한 그 경계 위에서 재미있게 놀 것이며, 즐길 것이다. 나는 아직도 진실은 경계선 위에서 꽃 핀다고 굳게 믿고 있다.’

트렌드에 향수를 바르는 여자,
소설가 백영옥의 유행산책기 talk, style, love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의 작가 백영옥은 서울에서 태어나 죽 도시에서 자란 도시여자이다. 소설가가 되기 이전에 패션지 기자였던 그녀가 문화, 패션, 사회에 관한 다방면의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향수를 레이어드해서 뿌리는 것에 멋스러움을 느끼며, 패션과 스타일을 무시하는 남자를 혐오하고, 가짜로 밝혀진 명품 화장품을 선물 받고선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고, 요즘 인기있는 각종 미국 드라마에 중독된 그녀는 누가 뭐래도 현대도시여성이다. 하지만 수입자동차보다 자전거 탄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마트나 백화점보다는 계절이 살아 있는 시장에 가는 것을 즐기며, 소설을 ‘낭독’하는 문화를 동경하고, 뉴욕이나 파리보다는 자신이 33년을 산 서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그녀에게선 그녀만의 남다른 향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마치 이런저런 향수를 체험한 뒤 자신의 체취와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아내는 것처럼, 정신없이 빠르게 바뀌며 넘쳐나는 트렌드 속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낸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트렌드에 그때그때에 맞는 향수를 바르는 여자이다.
여성들의 쇼핑로망 1위인 뾰족한 굽의 섹시한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화려한 파티에 가는 대신 맑은 공기 속에 바람과 새소리를 즐기며 유유히 ‘산책을 하는 것’은 그녀에겐 불편함이 아닌 일종의 즐거운 놀이처럼 보인다. 이 책에서는 작가 백영옥만의 발랄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자신의 재미있는 놀이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섯 개의 코스, 다섯 가지 산책 트렌드샷

이 책은 다섯 개의 코스와 각각의 특성있는 다섯 가지 산책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산책(creative walking)에서는 일상의 세심한 멋들을 엿볼 수가 있다. 낭만적 이별의 방식, 향수에 대한 철학, 커피 한 잔의 가벼움, 아이 대신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관한 흥미로운 관심사들을 풀어놓았다. 두 번째 산책(slow walking)에선 인공적인 것을 거부하는 최신의 트렌드 ‘에코이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취미란에 10년째 ‘걷기’라고 쓸 정도인 걷기 마니아, 고생 끝에 오는 건 ‘낙’이 아니라 ‘병’이라는 느림의 철학, 동안童顔과 안티에이징의 트렌드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연미만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 번째 산책(fresh walking)에선 예술도 놀이로서 즐기고 솔직한 것과 끔찍한 것의 차이에 대한 생각 등 신선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산책(stylish walking)에선 전직 패션지 기자답게 명품트렌드, 다이어트, 한국남자들의 패션 등 ‘진짜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마지막 코스(look around)에서는 미디어와 방송, 사회적 관심사 등을 돌아보았다.

[추천의 글]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화적‘인 듯’ 보이며 패셔너블하다‘고들’ 하는 사람들의 뒷마당엔 어떤 쓰레기가 널려 있을까? 아니면 어떤 꽃다발이? 그건 아주 중요한 시대적 사조를 만드는 걸까, 아니면 딱 5분 동안만 왁자지껄 번잡스럽게 끌탕을 치다 버려지는 걸까? 공작처럼 깃을 세우고 서로 뻐기는 이들의 문화엔 참다운 문화적 속성이라 할 만한 게 있을까? 또 그들이 온갖 고상함과 고매함을 다해 떠들어대는 패션은 진정한 의미의 패션일 수 있을까?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는 ‘트렌드’라는, 한입 거리 가벼운 낱말을 전면에 포진시킨 채, 그 개명한 척 피곤한 뒷골목의 한 신을 부려놓는다. 그런데 관점 자체가 덮어놓고 냉정하거나 무턱대고 현란하지 않아서 우선 속이 편하다. 세속적이지만 경박하지 않고, 사색적이지만 훈계조도 아니다. 게다가 가십을 다루어도 저열해 보이지 않는 건, 누구 말대로 잡지 표지처럼 통속한 인생 안에도 정금正金처럼 광채를 내뿜는 나름의 ‘스타일’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이충걸 편집장
이 책에는 피카소에게 청색시대가 있다면, 자신에게는 흑석동 시대, 신사동 시대가 있으리라고 주장하는 예술가,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늘 걸치고 다니던 향수 '에고이스트 플래티넘'을 더 이상 애용하지 않는 여자 등이 나온다. 메트로 서울을 가득 메운, 은하수의 별빛만큼이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들. 비록 패션과 문화를 얘기하지만 백영옥은 이 책을 메트로 서울의 사람들과 이야기에 바친 듯하다. 동안童顔이 트렌드고 안티에이징이 대세라고 해도, 그래서 거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녀는 수입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남자가 더 좋다고 말하며 한강으로, 수목원으로 걸어 다닌다. 아무리 걷기 힘든 서울이라고 해도 그렇게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그녀는 꿈을 꿀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33세 서울 여자의 몽상록이다. 김연수(소설가)

목차

작가의 말

첫 번째 코스 : creative walking
낭만적 이별과 적들
꿈꾸는 사람들의 판타스틱 여행백서
술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한 카페 소사이어티
chicken or beef?
이 죽일 놈의 부동산
개를 키울까? 아이를 낳을까?
이혼전야
향기도 옷처럼 입을 수 있나요?

두 번째 코스 : slow walking
서울, 1974
장보기의 유혹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듣고 싶다’
고생 끝에 병 온다?
자연을 팝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걸음아 나 살려라!
당신의 시간이 사라진다면?
그 남자의 세균 강박증

세 번째 코스 : fresh walking
놀이하는 예술
꿈도 비밀도 간직할 때 빛난다
뉴욕을 사로잡은 한국의 무서운 맛
당신도 착해질 수 있다
솔직과 끔찍 사이
개그맨의 집은 어디인가?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

네 번째 코스 : stylish walking
진짜 악마는 프라다 ‘스타일’을 입는다
불타는 세상에 지루한 수트를 던져라
명품! 왜 사냐건 웃지요
신新 미인의 조건? 천하장사!
다이어트 꼬라지하고는!
자기 계발서, 너나 계발하세요.
이 책도 사은품 주나요?
무조건 뭉쳐라

다섯 번째 코스 : look around
사모님과 담다니
이 드라마 사람 잡네
나쁜 게 왜 좋아?
조카가 돌아왔다.
불륜은 영혼을 잠식한다
재혼시대
거짓말을 부탁해!
대한민국은 공사중
울고 싶어라

본문중에서

5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천하의 재수덩어리가 되고, 50만 원짜리 술을 마시면 대단한 호쾌남이 되는 이 비논리를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술을 싫어한다는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들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저 술 못마시는데요’ 라고 말하면 ‘에~ 거짓말’ 이런 식 말이다. 정말 난감하다-p30

고생 끝에 낙 온다 란 말이 있다. 하지만 나로 말하면 불행히도 고생 끝에 병 온 사람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요컨대 속담에도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애를 낳아야만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애늙은이 같은 아이와 철떡서니 없는 어른이 동시에 잘 섞여 사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를 싫어하거나 아이보다 애완견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이고 준엄한 국가라 해도 말이다.-p45

모든 연애는 내게 늘 어떤 교훈을 남겼다. 그가 내게 남긴 건 ‘기다리면 전화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에고이스트’라는 향수 덕분에 그는 내게 영원히 이기주의자로 남아 있다. 사랑의 영역에선 어떤 향수를 쓰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도 그 사람의 잔상을 완전히 뒤바꾼다. 향기란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p55

나이 서른이 넘기고서야 하는 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장만큼 멋진 곳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좋은 레스토랑들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바로 테이블 위에 계절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계절의 원형이 ‘시장’에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에 싱싱한 시간들이 찰랑찰랑 고여 있다. 등 푸르고 팔딱거리고, 쌉쌀한 시간 말이다. -p67

우리는 바야흐로 예술이 놀이인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갖다 버린 현수막을 주워 장바구니를 만드는 재활용 예술가가 존재하고, 한국 도로교통 공사가 설치한 과속방지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아트’라고 외치는 사진가가 존재하는 시대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예술적으로 잘 노는 것’에 있지 않을까. p110

옷 못입는 게 검소하고 소박한 것의 상징인 시대는 갔다. 스타일 없고, 옷은 못입어도 내면과 지성은 알랭 드 보통에 셰익스피어 뺨친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나로 말하면 내면은 깊은데 표면적으론 예의도, 맵시도 없는 사람은 질색이다(외면도 알 길 없는데 하물며 내면은 어찌 다 안단 말인가!). 담배 피는 여자가 이들에게 정서적 폭력이라면, 그들의 허리춤 위로 껑충 올라간 벨트나 왕뽕이 나 같은 사람에겐 무지막지한 시각적 폭력이니까 말이다. p153

패션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프라다를 좋아하냐고? 오브 코오스, 물론이다! 그런데 프라다보다는 프라다 스타일의 옷을 더 많이 사 입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니까 내 말은 뭐냐 하면, 진짜 만고의 진리란 수요 공급은 언제나 늘 불인치하는 거, 그거다, 그거. 사고 싶은 옷은 많다. 하지만 돈은 늘 없다. 천하의 사라 제시카 파커도 옷장 앞에선 입을 옷이 없다고 툴툴댄다고 하니, 과연 신은 공평한가. p158

학습해야 할 ‘나쁜 것’이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그건 분명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 아닐까. 안타까운 건 ‘나쁜 여자’ 라는 타이틀이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는 나쁜 여자들의 그 대책 없는 나르시시즘이다. 어린 시절에 먹었던 ‘아폴로’나 ‘쫀쫀이’의 불량스런 맛은 쉽게 잊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한 번만 빨아도 혓바닥 전체가 새까매지던 ‘죠스바’의 무시무시한 매력은 어떤가. 하지만 불량식품은 나쁜 음식일 뿐이다. 매일 먹을 수도, 매일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쁜 게 좋다고 자꾸 우기지 말자. p199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4~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1종
판매수 49,530권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2008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다이어트의 여왕』, 『애인의 애인에게』,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를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다른 남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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