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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와 아름다운 은행가 :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 이야기[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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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흐르는 듯한 긴 금발머리와 부드럽고 티 없는 피부. 육감적인 입술과 깊이 있는 청회색 눈. 왼쪽 위에서 들어오는 빛은 빈도의 살짝 휜 매부리코를 비추고 눈에 음영을 드리운 뒤 우아한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들어 올린 왼손에 가볍게 내려앉는다. 초록빛 배경과 인물이 걸친 청색과 흑색 옷이 이루는 단순한 색채 대비는 그의 머리에 초점을 두게 한다.”

5세기 전, 은행가 집안의 상속자이자 눈에 띄게 아름다운 젊은이가 라파엘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예술가의 역동적인 구상에 따라 빈도 알토비티가 그의 신부(新婦) 피아메타에게 말을 걸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그림은 한 감식가의 모호한 한마디 말에 의해 라파엘로가 그린 자화상으로 유명세를 얻게 된다. 그 후 주인공과 저작자에 관한 시비까지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는 예술 유전(流轉)을 통해 예술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과 질문을 던진다.

▶ 이 아름다운 그림은 라파엘로의 초상인가, 아니면 은행가의 초상인가?
이탈리아의 화가·건축가이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라파엘로는 1512년경 피렌체의 젊은 은행가 빈도 알토비티의 초상화를 그렸다. 이 작품은 신비스런 표정과 아름다운 채색감으로 라파엘로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혔다.
라파엘로가 잘생긴 젊은이로 묘사한 빈도 알토비티는 메디치 가문의 숙적으로 잘 알려졌고, 이상을 위해 부와 권력을 걸었던 대담한 귀족의 이미지로 읽혀질 수도 있다.
직접적이며 사실적인 초상화 제작 방식은 멤블링 같은 플랑드르 화가들의 영향을 반영하는데, 그들의 작품은 피렌체에서 무척 칭송받았다. 한편, 빈도의 포즈는 <모나리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의 예를 활용하되, 모델의 외모를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더 나아가, 모델의 두드러진 특징을 약삭빠르고 성공한, 그리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피렌체 상류층 사람들의 모습으로 전달하려 했다. 라파엘로는 안정적인 포즈에 초점을 두면서 그가 철저히 알고 있었을 젊고 남성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솜씨 있게 조정된 외모와 함께 빈도는 라파엘로가 상상해낼 수 있는 가장 잘생긴 젊은이가 되었다.
빈도의 자세와 외모 등을 모사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1803년 모르겐의 판화에 다른 복제본들이 추가되어 그림은 더욱 유명해졌다.
<빈도 알토비티>가 라파엘로의 다른 작품들 중에서 유독 유명세를 탄 것은 그림 속 주인공이 라파엘로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피치 미술관의 유명한 자화상 컬렉션과 화보가 들어간 예술가의 전기들이 증명하듯, 18세기 중반에는 화가의 생김새를 아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널리 알려진 라파엘로의 자화상 두 점은 라파엘로의 얼굴이라고 믿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듯하다. 색채 대비로 인한 빈도의 두드러진 아름다움은 은행가라기보다는 화가에게 더 어울리는 듯도 하다. 그래서 19세기 사람들은 바사리의 모호한 한마디 “그[라파엘로]가 젊었을 때 빈도 알토비티를 위해 그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 그림이 가장 대단하게 여겨진다”를 자신들의 믿음에 맞게 수용해 라파엘로의 자화상이라 믿게 된다. 르네상스 3대 거장인 라파엘로가 자신을 그린 자화상이라는 점과 그림이 가진 불멸의 아름다움은 <빈도 알토비티>를 누구나 탐내는 걸작으로 만들었다.

▶ 그림의 가치는 누구에 의해 인정받는가?
라파엘로가 그린 아름다운 젊은이의 초상화가 지나온 일대기를 보면 그림의 가치는 과연 누구에 의해 결정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빈도 알토비티>는 그림이 가진 아름다움보다는 저작자에 관한 시비와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그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며 그림의 궤적이 바뀐 것-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은 우연이 아니라, 그림에 매혹된 관람자들이 그 흐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라파엘로의 <빈도 알토비티>는 처분 가능한 자산이었지만 사실은 알토비티 가문이 판매한 후 단 네 번 소유주를 옮겼을 뿐이다. 지금은 그림이?피렌체나 뮌헨이 아니고?워싱턴에 걸려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이 책에서 제시하는 특정한 역사적 환경들에 기인한다. 피렌체의 알토비티 가문에서 고이 전해 내려오던 초상화는 그림이 가진 아름다움에 이끌린 소수의 사람에게만 공개될 뿐 고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공공에게 전시되고 ‘라파엘로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이라는 감식가들의 의견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독일의 황태자로 소유주가 바뀌게 된다. 19세기 프로이센은 자신들의 부와 단결을 강조하기 위해 거장들의 예술작품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었다. 독일의 황태자는 <빈도 알토비티>를 라파엘로의 자화상으로 알고 전격적인 비밀작전을 펼쳐 구입한다. 뮌헨에 온 그림은 공공장소에 전시되면서 많은 이들을 매혹시킨다. 그러나 여전히 그림을 둘러싼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19세기 말 라파엘로의 자화상이 아니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림은 푸대접을 받게 된다. 하물며 라파엘로의 작품이 아니라고 부정당한다. 그림이 가진 아름다움보다 그 외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빈도 알토비티 초상화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 피렌체-뮌헨-워싱턴으로, 길고 긴 여정의 끝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독일인들은 애국주의에 집착하며 자국 예술가의 작품에만 열을 올리고 외국인들의 작품에는 관심을 잃게 된다. 이제 독일인들에게 <빈도 알토비티>는 흥미의 대상이 아니었다. 라파엘로의 자화상도 대가의 작품도 아니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빈도 알토비티>가 독일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을 때 한 눈 밝은 감식가가 그림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영국으로 빼돌린다. 독일의 예술가 그뤼네발트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림과의 교환조건으로 영국으로 건너온 <빈도 알토비티>는 미국인 사업가이자 예술애호가 크레스의 소유로 다시 미국 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20세기, 워싱턴 미국국립미술관에 전시되면서 <빈도 알토비티>는 화려한 명성을 되찾는다. 사람들은 그림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런 질문도 없이 새로운 이민자를 맞아들이듯 환영했다. 그림에 그림자를 드리웠던 기대에서 벗어나 아무런 부담 없이 반응하는 것이다.<빈도 알토비티> 초상화가 걸어온 길은 그림의 가치는 과연 누구에 의해 또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 의문을 던져준다. 그림이 가진 그 자신의 예술성에서 기인하는가? 아니면 역사, 감식가, 비평가, 큐레이터의 안목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가? 그림이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그 자신의 예술성이었지만 걸작으로 추대받다가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는 그림을 둘러싼 사람들 때문이었다. 감식가, 큐레이터들의 말에 의해 저작자가 바뀌기도 하고 그림의 주인공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빈도 알토비티> 가 보여준다. 지금 미국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그림을 보면 그림 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된다.

▶ 미술계의 영원한 숙제를 향한 흥미로운 도전!
옛사람들이 명작을 판화로 모사하여 색채 없이 망점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수집하고 원작을 보기 위해 먼 거리를 여행했던 이야기나,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듯 수십 년 동안 공을 들여 원하던 작품을 손에 넣었던 열정을 보며 예술이 인간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미술작품이 수억 원을 호가하고 재산증식의 한 수단이 된 요즘 라파엘로의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는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는 풍성한 화보와 함께 초상화의 제작 뒷이야기와 이 작품이 역사 속을 통과하며 밟아온 궤적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목차

감사의 글
서문

제1장 아름다운 은행가
제2장 라파엘로의 얼굴값
제3장 바이에른의 구매자들
제4장 대중과 만나다
제5장 하늘에서 내려온 만나-앵그로의 사례
제6장 누구의 얼굴인가? 진실을 찾아서
제7장 거래 장소

부록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Photograph Credits

저자소개

데이비드 앨런 브라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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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소재 미국국립미술관의 이탈리아 회화 부문 큐레이터이며, 라파엘로와 다른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을 대여하여 중요한 국제 전시를 주최해왔다.

제인 반 님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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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 큐레이터 겸 미술 전문 사서였으며, 19세기 미술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그녀는 베네치아에 거주하며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채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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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일하며 다양한 책을 편집했다. 현재 프리랜스 번역자로 국내 주요 미술관과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걸작의 공간』 『그래픽디자인 도서관』 『디자이너, 디자이너 훔쳐보기』 『100권의 디자인 잡지』 『프로이트: 아웃사이더의 심리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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