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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양의 천문사상이 지니는 함의와 그 역사과정을 여러 측면에서 살펴본 책. 자연과 사회ㆍ정치 및 인간의 내면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원리로 설명하려는 천지인 합일 사상에 대한 이론적 정비를 시도하였다. 저자는 한대부터 당대까지의 국가제천의례사를 연구하면서, 천문사상이 어떠한 정치적ㆍ의례적 기능을 수행하여 왔는지에 대한 역사 기록의 전개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양장본]

동양 천문, 제자리를 찾아가다

대형서점에 가서 ‘천문’에 대한 책을 찾을라치면 발걸음을 자연과학 코너로 돌려야 한다. 천문에 관련된 모든 책을 현대 천문학 범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천문관련 서적을 자연과학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두 권에 걸쳐 동양학의 기저에서 부단히 숨쉬어 왔던 고대 천문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 있다. 물론 저자 또한 천체의 운행과 관찰에 초점을 두는 관측학 측면이 전통 천문학 범주를 구성하는 제1차 요소임을 말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하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별자리를 통해서 자신의 운을 알아보고자 하거나, 달에 소원을 비는 것은 예사이다. 천문은 물질이 만들어지는 화학식이나 운동과 위치 에너지보다 훨씬 인간세상과 가깝다. 저자는 말한다. 천문을 둘러싼 인간의 사상과 문화사 측면은 전통 천문이 포괄하고 있는 제2차 요소이며 제1차 요소로서의 천체 운행에는 인간의 사회 역사가 동시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이다.


새로운 사상사적인 개념 범주를 마련하다

저자는 고古천문학 측면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사와 문화, 철학과 종교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투영되었을 인문학적인 천문을 노정하기 위해 천문사상天文思想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의 초기 원고는 저자의 박사논문이지만 이후 몇 년간 더욱 연구를 거듭하여 많은 내용을 보완하고 추가한 뒤 세상에 내놓았다. 이미 학계에서 저자의 천문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그 깊이는 인정을 받고 있다.
저자는 일단 ꡔ동양 천문사상, 하늘의 역사ꡕ에서 고대의 천문이 어떠한 사유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동양의 천문사상에 접근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또한 도교와 불교의 성수신앙이 서로 활발하게 교섭되는 상황을 검토하여 중국사상사에서 천문사상이 차지하는 의의와 역할을 확장하였다. ꡔ동양 천문사상, 하늘의 역사ꡕ를 통해 고대 사회에서 전개되던 천문사상을 살펴보다 보면, 하늘의 천체운행 원리를 끊임없이 인간의 질서 원리로 환원시키면서 하늘과 인간을 일치시키려는 천인감응 세계관이 선진시대 이래 매우 지배적인 사유 방식의 하나로 견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ꡔ동양 천문사상, 인간의 역사ꡕ에서는 이러한 세계관 바탕 위에, 자연과 사회․정치 및 인간의 내면세계를 하나의 통일된 원리로 설명하려는 천지인 합일 사상에 대한 이론적 정비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장이 펼쳐진다. 저자는 한대부터 당대까지의 국가제천의례사를 연구하여 천문사상이 어떠한 정치적․의례적 기능을 수행하여 왔는지 그 역사 기록의 전개과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두 권에 걸쳐서 아직은 생소한 동양 천문사상에 관한 글을 풀어놓은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중간중간 표와 그림으로 정리해서 한 번씩 더 짚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1부 진한시대의 국가제사와 천문우주론적 이해
제1장 진한시대의 국가제천의례 역사와 사상
제2장 음양론적 세계관에 따른 제천과 제지의 양한시대 국가제사
제3장 진한시대 오행론적 세계관에 따른 오교의례
제4장 진한제국의 오덕수명론에 얽힌 천문정통론
제5장 동서 방향의 국가제사와 천문사상

제2부 위진남북조시대 국가제천례의 남북대립과 그 우주론적 배경
제1장 위진의 교사 형식 대립과 교구의 동이 논쟁
제2장 북위의 사원 교사제도 전승과 오덕 천명사상
제3장 남조의 간세 이원 교사제도
제4장 북조의 중원 지배와 천지상징의 이분화

제3부 수당시대의 4계절 제천례와 육원 교사제도
제1장 수나라의 육원 교사제도 정비
제2장 당나라의 교사 연혁과 원구 제천의 다양화
제3장 한당시대 교사 시기에 반영된 천문사상

제4부 한당시대 명당제도의 연혁과 천문우주론
제1장 명당의 천문우주론적 의미와 정치 의례적 기능
제2장 양한시대의 명당의례 성립과정
제3장 위진남북조의 명당제도와 그 성격 변화
제4장 당나라의 명당의례와 청삭의례
제5장 송대의 명당의례와 태일구궁의례

중국의 국가제사에는 남북 방향을 중시하는 천지교사가 있는가 하면, 한무제부터 시작된 조일·석월의 일월의례와 후한시대 초에서 시작된 선농·선잠의 농경의례, 선진시대 이래 내려온 종묘·사직의 보본의례, 왕망이 제창한 관사·관직의 사직의례 등은 후대로 가면서 점차 동서 방향을 축으로 하는 교사 형태로 정비되어 간다. 다 같은 음양사상으로 조망되지만, 남북교南北郊가 남북축으로 전개되는 것이라면, 동서교東西郊는 동서축으로 전개되는 제사 체계이다. 남북교가 동지와 하지를 그 시기로 규정하는 반면, 동서교는 춘분·추분과 중춘·중추를 주된 시기로 삼는다.
이처럼 중국의 사전제도가 남북과 동서라는 수직과 수평의 이원 구도로 편성되어 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그 제장의 수직선과 수평선이 만나는 교차지점에 놓여 있는 도성都城이야말로 정치·문화의 중심지이자 성스러운 하늘의 도시이며 제례의 주체이자 우주의 중심이다. 중국의 교사제도는 이런 점에서 다분히 도성의 성화聖化를 지향하며, 역으로 교사제도로써 도성의 성화를 구현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본문 156~157쪽에서...